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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11장 - 주지육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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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7-02, 2017 03:12에 작성됨.


어두운 횃불 빛 속에서 눈을 떴다. 드문드문 벽으로 추정되는 곳에 달려있는 횃불들의 어둑어둑한 붉은 빛 때문인지.. 혹은 그 외의 요소인지는 모르겠으나 온통 붉은 빛으로 일관되있었다.

 

거기에 더해서 퀘퀘한 피냄새가 붉은 풍경 위에 덧씌워진다.

 

코를 찌르는 냄새는 고개를 돌려도 농밀한 비림을 끊임없이 들이민다. 몸을 움직이려고 해도 뭔가에 손목과 발목이 세게 묶여있어 가누는것이 곤란하다. 일단은 자세를 안정시키고 생각을 더듬어간다. 덧붙임 머리를 하고있던... 옛적에 본 적이 있는 그 자에게 당한 이후, 목숨을 빼앗이진 않았다.

그것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

 

' 제물의 전당으로 끌고가라. '

 

그렇다면 간단한 추론의 결과, 이곳이 그 '제물의 전당' 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자와 함께 있던 붉게 물든 눈을 하고있던... 호리 유코를 비롯한 몇몇의 인간들. 눈 양옆으로 뻗어나온 나무뿌리같은 문양과 붉은 눈동자. 오니기리교 광신자들의 특징이었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 '제물의 전당' 이 오니기리교의 무엇을 위한 장소인지.. 목적과 용도는 대략적으로 밖에 추측할 수 밖에 없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무렵.. 실루엣 이상으로 비춰지는 주변 지면은 끔찍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살점 투성이었다.

사람을 잘게잘게 잘라서 일대 곳곳에 흩뿌려 놓은 것 같이 주먹만한 창자 조각과 발목 윗부분을 잃어버린 창백한 발바닥, 그리고 도려내져 널부러진 혀와 눈알 등등이 시야에 들어왔다. 거기에 더해 보이는 것이 전부조차 아니었다.

 

" 도와... 도와...줘... "

 

" .. ! "

 

나는 사람의 목소리에 황급히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았다. 한쪽에선 다죽어가는 목소리로 도움을 호소하고, 다른 편에선 신음만을 매우 긴 주기로 흘리고 있었다. 그들은 얼핏보기에는 절단되거나 결손된 신체가 없어보였기에, 나와 같이 잡혀온 것으로 보였다.

 

" 정신차려. 조금만 참으면 어떻게든... "

 

" 으... 으으... "

" 아니야.. 나는... 아니야... "

" .... "

 

말이 들리는지 안들리는지 연신 부정과 고통의 호소만을 반복한다. 나 역시, 그들을 절실하게 구해야겠다는 마음은 없었기에 더 이상 그들이 마음을 잡길 바라는건 그만두었다. 우선은 나 자신이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것을 급선무로 결정했다.

그렇게 방침을 정한 뒤, 나는 구속을 풀어낼 방법을 강구하였다. 이아무래도 몸에 아무것도 걸쳐지지 않았기에 옷가지를 이용하는것도 불가능하다. 철그럭 거리는 소리로 추정하건데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구속구임이 틀림없다. 손과 발을 끌어내리는 무게감과 예측되는 부피로 보건데 아이돌이라 할지라도 이걸 순수 힘으로 끊는것은 힘들 듯 하고, 그렇기에 아이돌보다는 신체능력 면에서 한 수 아래인 내가 풀기에도 무리가 있다.

허나, 생각보다 쉽게 조여놓지 않은것인지, 사이즈가 일관된 것인지 모르겠으나.. 손가락을 오므리는 것 만으로 반응이 왔다.

 

 

 

 

그래도 손목을 뒤쪽으로 살살 빼낼 수 만 있다면.. 이라고 여긴 그 순간, 저 너머의 피범벅으로 얼룩진 철문이 바닥긁는 귀아픈 소리를 좌우로 끌려 열어젖혀진다. 이어서 나오는것은 어두침침한 그곳에서도 시뻘겋게 빛나는 눈동자의 광신도들. 그들 중 가운데에 있는 한명이, 묶여있는 나와 옆의 몇명을 마른 장작같은 눈으로 훑어보다가 이내에 내 바로 옆에서 자기는 아니라고 연신 중얼이던 이를 향해 입을 연다.

 

 

 

" 소각로로 옮겨라. "

 

" 아... 아아.. 저의 신실함을 믿어주십시오 ! 찬란한 별빛이여...  제ㅂ... "

 

 

퍽 !

 

묶여있던 남자의 말이 끝마쳐지는 일은 없었다. 눈 붉은 이들 중 덩치가 크고 건장한 하나가 나서 그의 머리를 후려쳐 기절시킨 뒤, 그대로 사슬이 묶인 그대로 질질 끌고간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침이 메말랐다. 소각로로 가라고 지시한 이의 모습은, 분명히 기절 전에 또렷이 기억하던 모습과 같다.

 

호리 유코.

사나에의 제자로서 다른 한명과 함께 함께 두캇으로 동행했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그녀가 이런 끔찍함 살점과 피가 널부러진 곳에 저런 변질된 모습으로 다다라 있는가. 그렇다면 혹시, 그 키타기리 사나에 에게도 무언가 변고가 생긴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종업자 끼리 친밀한 경우는 드물지만, 정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약간의 걱정이 들었다. 그것 뿐이었다.

 

" 힘을 감당하지 못한 존재는, 그분께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거늘. "

 

머릿속의 유코의 이미지와는 달랐다. 좀 더, 뭔가 바보같고 순박한 표정을 하고있는... 개구쟁이 같은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말 끝에 혀를 차며 경멸을 가득 담은 표정을 보고서 한번 더 역변한 모습에 충격을 먹었다.

내가 이렇게 역변한 모습에 대해 자잘한 감상을 늘어놓는 사이에, 그녀의 시선은 내게로 향하고 있었다. 손은 아직도 쇠고랑 중간에 끼어서 빠져나오지 못한 그대로였다. 나를 보던 그녀의 얼굴엔 음흉한 웃음기가 서렸다.

 

" 괴물 사냥꾼. 와쿠이 루미. 사나에씨가 종종 당신에 대해 얘기했었죠. 그치만, 그건 그것일 뿐... 믿음을 거부하는 이들에게는 징벌이 있을 따름. "

 

" ..... 네 스승, 키타기리 사나에는 어디있지 ? "

 

" 사나에씨는 무사해요. 걱정할 필요 하나 없답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거름이 되시길. "

 

의도적으로 대화를 끊는다. 이것은 분명, 그녀에 대해 뭔가 숨기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내게 다가오고 있는 나머지 두어명의 거한들이었다. 내 몸이 마치 마른 지푸라기 처럼 보일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비대한 근육으로 똘똘뭉친 그들은, 사람보다는 괴물에 더 가까운 분위기를 풍기며 서서히 육중한 걸음을 옮겨왔다. 장비는 아무래도 이들이 열고 들어온 철문 너머에 있을 것이니, 이곳에서는 우선...

 

 

" 거름이 되는건 사양이다. "

" ?! "

 

 

퍼억 !

 

" 끄오오... ! "

 

쇠고랑에서 빠져나오는 반동으로, 덩치 하나의 안면에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양 쪽 눈. 깊게 파여 핏방울이 튄다.

다음은 그 덩치를 밟고 곧바로 옆에 있는 덩치의 두부를 다리를 꼬아잡고 하반신에 힘주어 힘껏 옆으로 비틀었다. 그러자 거한의 몸이 야생적인 골격파음을 내며 중심을 잃고 무너져 내렸다. 이제 순식간에 남은것은, 호리 유코 단 한명이었다.

그녀는 아이돌로서의 재능이 있는것도 아닌데다가 괴물사냥꾼으로서 전문적인 훈련도 잘해봐야 기초적인 단계만 수렴했을 뿐인 유약한 소녀다. 제압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 으읏...?! "

" 얌전히 있어. 맨손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거.. 잘 알테지. "

" 그분의 길을 거스르는군요... ! 끝까지.. ! "

 

 

인기척.

그리고 몸이 반응하기도 전에 몸이 붕 떠서 살점들 위를 굴렀다. 한박자 늦게 전해지는 명치로부터의 통증에서 감탄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아마도 내게 주먹을 때려넣은, 지금은 유코의 옆에서 그녀를 일으키고 있는 인물은... 분명하게도.

 

" 시즈쿠 언니, 잘 와주셨어요. "

" ..... "

 

' 시즈쿠? 오이카와 시즈쿠 말인가.. ! '

 

정말로 그녀라는 흔적은 어디에 있는것인지.. 푸근해보이는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이, 창백하고 칙칙한 잿빛 갑주를 두른 채, 머리에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기괴한 뿔 모양의 무언가가 달려 있는 모습, 게다가 안색은 창백하고 표정은 한없이 차게 식어있었다.

쓰라린 가슴의 통증이 어느정도 가라앉을 무렵, 유코가 일어나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쏘아보며 소리친다.

 

" 불신자마저도 구원하겠다는 그분의 숭고한 길을 거부한 죄, 저희들이 직접 정화해 드리죠 ! "

" ..... 하하하하... ! "

 

싸늘한 무표정이 광기어린 웃음을 내뿜으며 달려든다. 아까 전에 나를 날려버린 그 위력.. 그리고 속도.

육안으로 포커싱 하고 있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일격을 허용할 뻔 했다. 아까 전의 거구들보다 몇 배는 까다로운 상대임이 틀림이 없었다. 아무 장비도 없는 상태에서 맞서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었다.

 

곧이어 한 번의 스윙을 피한 후 다시 자세를 바로잡으려는 찰나, 다리가 뭔가에 붙들림과 동시에 따가움이 타고 올라왔다.

 

" 으윽.. ! "

 

" 주힌니... 주히니... 후히 요허해휴히히호... ! (주인님.. 주인님..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 ) "

 

묶여있던 다른 이의 치아가, 내 아킬레스건을 힘껏 물고 있었다.

사방이 어두워 신경을 둔감해진 탓이라곤 해도, 그들이 나를 물어서 저지한다는 것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대체 왜 ?

 

 

 

그리고 그 물림에 다시 신경을 쏟은 찰나, 몸이 떠올랐다.

 

 

일시적으로 눈 앞이 까매졌다가 다시 짙은 회색으로 비춰진다. 횃불의 불빛이 흐릿하게 보인다.

몸을 움직이려고 하니 물컹하고 역겨운 감촉이 몸을 감싼다. 살더미들 사이에 처박힌 듯 하다.

 

" 전설적인 괴물 사냥꾼이라고는 해도, 결국에는 그분의 힘 앞에선 무력 ! 나약 ! 저열 ! 아아아... 그 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의 맛 ! 그것이 바로 그분께서 우리에게 내린 힘 ! 권능 ! 쟁취할 수 있는 자격 !! 우리들은 선택받았습니다 ! 믿음을 대가로 받은 이 놀라운 기적 !!!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세계를 개변하고 새로운 천지를 만들기 위한 전도자로서 나와 시즈쿠 언니, 그리고 신도들은 선택받은 겁니다 ! 이 믿음을 누가 부술쏘냐 ! 누가 막을쏘냐 !! 아아 - 경각심을 가지라 ! 깨달으라 ! 온 세상에 거짓이 사라지고 새로운 구원의 빛이 내려오니라 !!! "

 

" 별이시여... 별이셔어어어... ! "

" 우리를 구원해 주소서... 구원해 주소서 - ! "

 

유코의 모습을 한 사이비 교주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놀라운 궤변과... 그에 찬동하는 '묶여있는 이' 들....

이해할 수 없다. 믿음을 담군 종교에 의해 목숨이 바쳐질지도 모르는 생명의 위기인 상황에서 피어오르는 광신이라니.

 

" 선택받은 자들은, 그분이 내려올 대지를 청결하게 닦을것이며 ! 선택받지 못한 자들은 거름이 되어 새로이 피어날 새싹의 양분으로 삼아질지니 - ! "

" 처 - 형! "

 

시즈쿠가, 돌연 묶여있는 이들을 향해 주먹을 내리치기 시작한다...

한 명, 또 한명씩. 차례대로 두개골이 박살나 뇌수를 흘리며 끔찍하게 죽어간다. 그런 와중에서도, 그들의 얼굴에는 웃음기밖에 남아있지 않다. 완전히 미쳐버린 광신자들. 잠시나마 그들을 구하겠다고 생각한 자신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눈앞에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뼈가 부숴지는 소리가 끝맺음을 맞이할 무렵, 묶여있는 모든 이들이 주변에 널부러진 살점들 처럼 잔혹한 시체가 될 무렵.

유코의 시선은 다시 내게 향하고 있었다.

살점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안면에 느껴지는 얼얼함은 여력이 남아있었다.

 

 

" 불신자여 ! 죽음을 받아들여라 ! "

 

 

 

 

 

.

.

.

.

.

.

 

 

비슷한 시각.

제물의 전당, 그 안에서 다소 먼 거리에 위치한 다른 방.

 

단아한 발걸음이 끝없이 펼쳐진 피바닥을 참방참방 겉는다. 와쿠이 루미가 감금되어 있던 장소와 달리, 그곳에는 커다란 수로가 하나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수로를 따라 흐르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시뻘건 피의 격류. 걸을때마다 튀어오르는 핏방울에 수녀복의 치맛자락이 적셔져 검붉은 빛으로 변색됨에도 아랑곳 않고 발걸음은 나아간다.

그렇게 한참을 나아가고서 보이는 것은, 피와 살점의 산. 말 그대로 더미였다.

무수히 많은 사체와 육편들이 아무렇게나 쌓여올려진 인산(人山)이었다. 머리가죽이 벗겨진 것, 배가 갈려 내용물이 빠져나온 것, 사지가 도려진것도 모자라 목까지 부러진 것 등등. 수많은 죽음과 수많은 경과로 생긴 죽음으로 가득 쌓인 산더미 앞에서, 발걸음은 멈춰선다.

그 누구라도 보게되면 토악질을 해댐 마땅한 광경임에도, 그 발걸음의 주인은 의연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포커페이스로 일관이던 그 웃음띈 얼굴이 공포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침착하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여인이 멈춰서길 잠시 뒤, 시체의 산더미들과 산더미 틈의 좁은 길목에서 부산스럽기 짝이 없는 발걸음이 튀어나온다.

경박하게 뛰쳐나온 발걸음은, 주변에 널린 시체더미들과는 정반대로 밝게 웃고있었다.

 

 

" 후후~ 여기에는 왠일이야~ ? 아직 건네줄 게 남았나봐 ? "

" 아뇨.. 이번에 공급해드렸던 것은 것은 그 열 개체가 전부입니다. "

 

차분한 걸음의 주인은 담담하게 대답을 마치고서 한 텀 숨을 고른 뒤 다시금 입을 연다.

 

" 제가 공급해드렸던 것에 이상이 있던 것은 아니었던지... "

 

" 아냐아냐. 오랫동안 단련해온 몸이라 그런지, 쉽게 쇠약해지지 않아서 유익했다고나 할까 ? "

 

" 그렇다면 감사합니다. 사도시여. "

 

 

" 곧 있으면 '실험체' 들 의 조정이 끝나... 그러고 나면, 펼쳐질 일이 상상만 해도... ! 으히히... 히히히... ! "

 

방정맞은 걸음의 주인이 미친듯이 웃는다. 수녀복을 입은 쪽은 멀뚱멀뚱, 그저 그걸 보기만 할 뿐이다. 그 광기어린 풍경에 동조하듯, 뒤편으로 쌓여있는 시체의 산 너머로 꿀렁거리는 거대한 박동음 같은 것이 울려퍼진다.

웃으며 고개를 드는 경박한 걸음의 주인은, 두 눈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녹슨 천장을 향해 환한 미소를 내비쳤다.

마치, 지켜보고 있을 누군가에게 응하기라도 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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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육림 1편 !

 

루미와, 다른 한 편의 이야기가 짧게 짧게 담겼습니다. 다른 한 편의 이야기는 이변 1화에만 나오고 끝이지만 말이죠.

나머지는 모두 와쿠이 루미가 제물의 전당에서 보고 겪는 이야기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

 

그리고 쓰는 것에 대한 이야깁니다만.. 역시 1인칭은 표현하기 힘들군요. 평소에 워낙 3인칭 전지적 시점만으로 써오다 보니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 번 정한이상 끝은 봐야죠 ! 힘내겠습니다 !

 

여기까지 봐주신 여러분들, 그리고 기다려주시고 관심가져 주시는 여러분들께 항상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주지육림 2화에서 뵙도록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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