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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X 데레마스]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 : 단장 1

댓글: 1 / 조회: 1017 / 추천: 2



본문 - 07-01, 2017 22:30에 작성됨.

 

제2회 어나스테에 출품한 소설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의 2017년 7월 이전 마지막 인터넷 연재분입니다.

 

7월 2일 일요일까지 우편수령(통판)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RT추첨 이벤트도 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m(_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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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주의]

본 소설에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 이후 내용 및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에 대한 글쓴이의 독자적인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장 1

헨리 클레이 워크 『할아버지의 낡은 시계』

 

예상했던 대로, 시노카와 시오리코는 니노미야 아스카의 의뢰를 받아들였다. 보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그에 대한 생각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상대가 정말 비상식적인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서야, 저축과 별개로 모아놓은 용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런 때는 정말 아이돌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화를 끊은 뒤, 아스카는 서고로 돌아왔다. 서고의 문을 여는 순간 덥고 축축한 바깥 공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상쾌한 공기가 아스카를 반겼다.

 

항상 기온 25도와 습도 50%를 유지하는, 내진 설계까지 완비된 서고. 일본 전역을 뒤져도 이런 서고를 가진 수집가가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서고를 별도로 짓는 데에 돈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사시사철 기온과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기 위한 유지비도 적잖이 들어간다. 그 돈을 아끼면 어지간한 가격의 고서 몇 권 정도는 우습게 사고도 남으리라. 그만한 각오를 하고 서재를 지은 주인이 아니라면 돈을 잡아먹을 뿐인 이런 서재를 감당하겠다고 나설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주인이 세상을 떠나면 책과 함께 통째로 처분되거나, 가동을 멈추고 세월 속에서 책과 함께 낡아가겠지.

 

그랬어야 할 터였다.

 

하지만 아스카가 받은 이 커다란 유산은 원래의 주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반년이 지나도록 멈추지 않고 가동을 계속하고 있었다. 상속자인 아스카의 의지였다.

 

아스카는 휴대전화를 탁자에 던지듯 내려놓고, 그 옆에 놓인 워크맨과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재생 버튼을 누르자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夜に惑う クチビルよせて 밤빛에 헤매는 입술 한데 겹치며

Jewel of Love


아이돌이 된 뒤 처음으로 동료와 맞춰 부른 노래. 동료와 몸과 마음을 맞춘다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고, 또 이렇게나 즐겁다는 것을 알려준 노래. 그 노래로 하는 활동이 오늘 반환점을 돈 참이다. 이제 잠시 쉼표를 찍고, 다음 주부터는 다시 깨끗한 온점을 찍기 위한 행군이 시작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그 전까지는 몸을 쉬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오랜만에 노래를 들으며 서재에 놓인 간이침대에 몸을 뉘이자 쌓인 피로에 졸음이 몰려왔다. 아리스는 연습이 끝날 때마다 바닥에 쓰러져서 쉬어야 했을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솔로곡을 부를 때 이상으로 격한 안무를 연습 때부터 몇 달이나 계속해서 췄으니 몸이 늘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게 누운 채 맞은편의 서재를 올려다보고 있으니 문득 옛날 생각이 들었다. 서재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있으면 할아버지가 다가와 말을 걸어주시곤 했다. 불과 작년 말, 그리고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이제 자신을 맞아주는 건, 말없이 자리를 지키는 책들뿐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다가올 일이라고 생각했다. 생자필멸 회자정리生者必滅 會者定離의 법칙은 거스를 수 없다. 하지만 그게 이렇게 이르게 다가올 줄은 몰랐다. 하다못해 반년만, 딱 반년만 늦게 찾아왔더라면. 손녀가 동료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모습을 그렇게 보고 싶어 하셨으면서, 왜 그렇게 일찍 떠나셨단 말인가.

 

아스카는 왼쪽 손목을 들어 시계를 바라봤다. 유리가 깨진 손목시계는 12시 2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오전 연습을 마치고 점심 식사를 하러 가기 위해 시계를 막 찼을 때, 프로듀서가 급하게 아스카를 찾아 부고를 전했다. 충격으로 벽에 쓰러지듯 몸을 기대면서 팽개쳐지듯 벽에 부딪힌 시계는, 그 시간에 멈춰버렸다.

 

마지막으로 함께 책을 읽었을 때, 할아버지는 갖고 싶은 책은 갖고, 그렇지 않은 책은 고서점에 넘겨주라고 하셨다. 왜 자신은 그 말을 좀 더 진지하게 듣지 않고 자꾸 괜한 소리라며 원망했던 걸까. 뒤늦은 아쉬움이 몰려왔다. 만약 그 때 할아버지와 함께 『파랑새』를 읽지 않았다면 얼마나 땅을 치며 후회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유닛 활동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을 받아 펑펑 울었겠지. 그나마 마지막 추억을 마음에 담아놓았던 덕에,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준 큰 기둥을 잃고도 가까스로 평정을 찾아 무대에 설 수 있었다.

 

그렇게 소중한 할아버지였다.

 

그 추억을 소중히 하기 위해서라도 수상한 손길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분명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가슴이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기타가마쿠라에서 돌아오던 날 밤, 기숙사로 들어가려던 자신을 후미카가 붙잡았던 것이 떠올랐다.

 

 

“아스카 양.”

“왜 그래, 후미카 씨?”

“아까 점심 때 했던 이야기의 연장이에요. 아직 비밀로 하고 있는 게 있죠?”

 

애써 평온한 표정을 가장하고, 아스카는 미리 생각해놨던 답을 후미카에게 내놓았다.

 

“비밀이라. 책에 관한 이야기는 전부 시오리코 씨가 풀었다고 생각하는데.”

“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에요. 전… 아스카 양이 숨기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거예요.”

“내가 숨기고 있는 것?”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되물었지만, 아스카는 꽤 놀랐다. 분명 무사히 속였다고 생각했는데.

 

“애초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기타가마쿠라에서 촬영이 있었던 오늘, 딱 맞춰서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산 책을 가져올 수 있었던 거죠?”

“그냥 우연이라고 한다면?”

“아스카 양의 할아버님은 고서를 모으는 걸 취미로 하셨죠. 게다가 아스카 양이 어려서부터 읽었을 책의 양을 생각한다면, 그 서재에 있는 책의 분량은 결코 적지 않을 거예요. 그런데 그 많은 책 중에 하필 그 책을 우연히 읽기 시작할 가능성은 산술적으로 굉장히 낮아요. 그것도 『안데르센 동화전집』이라뇨. 적어도 제가 봐왔던 아스카양의 독서 취향은 동화와는 거리가 있어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저한테 호라티우스의 시집을 추천받아서 읽지 않았나요?”

“…….”

 

아차 싶었다. 시오리코만 속여서 될 일이 아니었다. 후미카는 아스카의 독서 습관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갑자기 독서 성향이 바뀐다면 의문을 품는 게 당연하다.

 

‘그냥 좀 다른 종류의 책에 흥미가 동했을 뿐’이라고 둘러댈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명백한 거짓말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않는 것도 거짓말의 한 종류라고 하지만, 그것과는 궤가 다르다. 소중한 동료에게까지 직접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타가마쿠라에 있는 고서점에서 산 책이 있다는 걸 알고, 찾아내서 가져왔다는 건 둘 중 하나죠. 특히 인상 깊게 남았던 책이어서 기억하고 있었거나, 그게 아니라면 책에 대해서 알고 있던 누군가가 알려줬거나. 이 경우, 그 책을 매각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아요.”

“그 명함의 주인? 3년 전에 돌아가신 분이 어떻게 내게 책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다는 걸까?”

“네. 맞아요. 시오리코 씨의 아버님은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아까 말씀드렸듯이 저희 작은아버지도 조문을 다녀오셨고, 그게 3년 전이었단 건 저도 기억해요. 그런데…”

 

이런. 말이 거기에 이르자 아스카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시오리코 씨의 아버님이 돌아가신 게 3년 전이라는 걸 아스카 양이 어떻게 알죠?”

 

입은 재앙을 여는 문이요, 혀는 몸을 찌르는 칼이라더니, 딱 그 꼴이었다. 별빛을 받은 후미카의 눈이 빛났다. 후미카 씨의 눈빛이 이렇게 날카로워질 수도 있었구나, 하고 아스카는 생각했다.

 

“아스카 양이 나쁜 뜻으로 뭔가를 숨길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 숨기는 데에도 뭔가 사정이 있겠죠.”

“…그래. 나쁜 뜻은 아니야. 그건 믿어줬으면 해.”

 

이건 사실이었다. 후미카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도 그렇게 믿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믿을 수 있기를 바라고요. 그러니 지금 당장 숨기는 게 뭔지 묻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하지만?”

“곤란한 일이 있으면, 혼자서 숨기거나 앓지 말고, 말해주세요. 마음에 들어온 근심은 마음이 안정을 찾기 전에 모든 걸 소유해버리니까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추궁을 하는 게 아니라, 걱정을 해주고 있는 거였다니. 거짓말을 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리엇 베인을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그 옆에 있던 게 미스 마플이었다는 건 미처 생각 못했군.”

“뜨개질은 잘 못하지만요.”

 

후미카는 그 비유가 마음에 든 듯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그 해리엇 베인도, 눈치를 못 챈 건 아닐 거라 생각해요.”

“그래? 캐묻지 않길래 무사히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시오리코 씨가 아스카 양의 책에서 명함을 꺼냈을 때, 저희 모두 놀랐어요. 책 사이에 명함이 있는 줄은 몰랐으니까요.”

“그야 그렇겠지. 그 전에는 내가 명함을 꺼내지 않았으니까.”

“그건 아스카 양이 절 찾아올 때도 명함을 꺼내지 않았단 이야기죠?”

 

여기까지 이야기하니 아스카도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내가 명함을 꺼내보고 비블리아 고서당을 찾았다면, 나와 함께 도착한 셋… 슈코 씨, 카나데 씨, 그리고 아리스가 몰랐을 리 없다는 거군. 그렇다면 그 셋이 명함을 보고 놀랐을 때…”

“시오리코 씨도 눈치를 챘겠죠. 아마 프라이버시 문제라고 생각해 캐묻지 않았을 뿐일 거예요.”

 

한숨이 새어나왔다. 속아 넘어간 게 아니라, 눈감아주고 있을 뿐이었단 건가. 처음부터 이기려는 승부는 아니었지만, 이래서야 완전한 패배다.

 

“…그랬군. 고마워, 후미카 씨.”

“네. 그럼, 부디 조심히…”

 

돌아서서 기숙사 반대편으로 사라지는 후미카를 보며 아스카는 쓴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감춘 이야기를 수정구로 들여다보는 건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꿰뚫어보였을 줄이야.

 

그래도, 그렇게까지 꿰뚫어보였다는 점에 오히려 시원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책 한 권과 주변의 반응으로 그런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할아버지의 책이 안고 있는 비밀을 풀어줄 수 있을 테니까.

 

아스카는 팔을 쭉 뻗어 워크맨과 함께 들고 온 책을 눈 위로 들어올렸다. 사륙판 크기의 푸른색 양장본 표지가 검붉은 얼룩으로 물들어있었다. 아무리 봐도 피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얼룩이었다.

 

“할아버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자신이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아스카는 책을 다시 머리맡의 낮은 상에 내려놓았다. 어느새 테이프는 여러 트랙을 지나, 후미카의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백년을 쉬지않고 똑딱똑딱

할아버지와 함께 똑딱똑딱

 

눈을 감고 노래를 따라부르며, 아스카는 그대로 잠을 청했다.

 

“이제는 더… 가질 않네… 가지를… 않…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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