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호박 마차(Pumpkin carriage) - 5 죠가사키 미카와 히노 아카네

댓글: 0 / 조회: 501 / 추천: 2


관련링크


본문 - 07-01, 2017 20:40에 작성됨.

모델과 아이돌의 차이점을 꼽자면 노래와 댄스가 아닐까. 노래도 노래지만—특히나 댄스란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2절까지 이어지는 노래는 약 3분 정도나 그 3분 동안 이어지는 춤을 기억하고 완숙하려면 상당한 노력은 필요하다.

얼마 전, 카에데 씨가 프로듀서와의 만남을 물어서인지 처음으로 레슨을 받았던 일이 떠올랐다.

10분가량의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20분에서 30분가량의 기본기를 배운다. 이후 춤의 동작으로 이어지며 다시 같은 시간을 재 소비. 그제야 5분여간의 휴식이 주어지나, 그것조차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외울 시간까지 포함되어있다.

이미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는 온몸은 땀으로 젖었다.

올려 묶은 머리칼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폐는 찢어질 듯이 아파져 온다.

벽에 기대 물로 목을 축이고, 방금 배운 안무를 머릿속으로 그려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 거칠어진 숨을 고를 수 있게 되자, 자리에서 일어나 힘을 최대한 아끼며 몸으로 흉내 내듯 움직인다.

이내 트레이너 씨가 휴식인지 외울 시간인지 모를 5분을 칼날같이 끊고, 함께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방금 배운 안무를 세 번 반복했다.

“다음이다.”

—방금 배운 것도 아직 제대로 못 하는데!

속으로 작은 원망 어린 소리를 내지만, 트레이너 씨는 매정하게 다음 동작을 잇는다.

종종 이렇게 하면 쉽다면서 조언을 주지만, 몸이 따라가질 못하니 분해 참을 수가 없어서 주먹이 절로 쥐어진다.

이후 다시 맹연습에 들어가고 어느새 30분이 지나있었다. 지쳐갈 무렵 트레이너 씨가 다시 5분간의 휴식을 주고, 레슨을 속행한다.

“하아, 하아...”

무릎을 붙잡고, 허리를 굽힌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며 레슨실 바닥에 자국을 남겼다. 한여름의 땡볕을 걷는 것처럼 몸이 뜨겁다.

두 시간이 될 무렵—지옥처럼 느껴지던 레슨이 드디어 끝났다.

“20초에서 30초인가, 진도는 그럭저럭 나갔군.”

지나가듯이 중얼거리는 트레이너 씨.

“2, 20초에서 30초?”

그렇게 많이 했는데 겨우 그것밖에 안 돼?

“그래도 도저히 처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네. 잘했어.”

레슨 내내 엄한 목소리를 내던 호랑이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새로 도전한 곳은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눈으로 보기에 그다지 어려울 것 같지 않던 춤도 직접 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확실히 어렵고, 힘들지만—그래도 그 이상으로 즐겁다. 좀 더 연습하고 싶고,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으음—!”

근육을 풀어내듯, 기지개를 피자 기분 좋은 소리가 나온다.

“그래도 시원하게 땀 흘렸다—!”

이렇게 땀을 흘린 것도 오랜만. 쉴 틈도 없이 전력을 내보내는 건 상상 이상으로 기분이 좋아. 무엇보다 열심히 한 보람이 있는걸.

“어?”

전신 거울 너머로 문 앞에 선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이제는 그 험상궂음도 익숙해져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아, 프로듀서. 수고했어★”

응? 그러고 보니 이제 막 온 것 같지는 않은데

혹시 내 레슨 훔쳐보고 있었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무뚝뚝하게 답변하는 프로듀서.

“아, 그랬구나. 하지만 가만히 있지 않고 말해줬으면 내 섹시 댄스, 특등석에서 잔~뜩 보여 줬을 텐데♪”

프로듀서가 곤혹스러운지 버릇처럼 오른손을 목덜미로 옮겼다.

“...죠가사키 양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정말이지, 처음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니까.”

입가를 살짝 가리며 쿡쿡 웃었다. 놀리듯이 말했는데도 프로듀서는 어찌할 줄 모르며, 그저 목덜미를 긁적였다.

“그나저나, 오늘이 첫 레슨이었잖아? 보고 따라 한 것뿐이었지만, 내가 보기에는 꽤 좋은 느낌이었어.”

도저히 처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트레이너 씨도 일단, 칭찬해주었고.

“혹시, 숨겨진 재능에 눈떠버렸다~란거?”

허리에 오른손을 올리고, 농담을 건네며 웃었다.

“훌륭합니다.”

프로듀서, 너무 진지하잖아. 분명 어떤 말을 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타입일 거야. 응, 분명해. 구분할 수 있도록 말해줘야겠다.

“아핫, 농담이야. 나, 그런 기세를 타는 타입 아니니까.”

혹시라도 오해하면 곤란해. 프로듀서에게만큼은, 나 자신 그대로를 부딪치면서 모든 걸 보여주고 싶은걸. 그야, 프로듀서니까.

“실은, 기초레슨의 내용을 듣고 연습해뒀어. 왜, 나 여동생 있잖아?”

“아...죠가사키 리카 양, 말인가요.”

과연 민완 프로듀서구나. 담당에 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걸.

“응. 멋진 언니 역할 하는 것도 큰일이야★”

아이돌이 되겠다고 가족에게 말했을 때, 여동생이 눈을 반짝이면서 ‘역시 언니야! 굉장해—!’ 라면서 외치던 게 눈에 아른거려.

응, 역시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 여동생의 기대나 동경이라거나—그리고 모처럼 스스로 선택한 거니까.

제대로 하고 싶어.

“프로듀서와 처음 만났을 때, 말했었지? 일은 절대로 적당히 하지 않는다고.”

아이돌이 되면, 즐거운 일이 잔뜩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건 아니야. 나름대로 심사숙고하고, 다양한 고민을 하면서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까.

프로듀서라거나 가족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말한 것으로 보여도, 꽤 진지한걸. 무엇보다 승부욕이 꽤 강해서, 적당히는 스스로 용납이 안 돼. 노리는 건 당연히 톱 아이돌. 단숨에 달려갈 거야.

“...물론입니다.”

프로듀서가 어느새 목덜미에서 손을 떨어뜨린 채 답했다.

분명 올려다봐야 하는 신장의 차이인데도, 어쩐지 모르게 프로듀서와 서로 마주 보는 느낌이 들었다.

흔들리지 않고, 처음에 다짐했던 그 마음 그대로.

첫 번째 팬이자 함께 걸을 프로듀서에게 속마음을 전하자.

“앞으로, 점점 레슨은 어려워지겠지만, 나라면,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이 생겼을까나. 팬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것도, 시간문제야★”

처음 한 레슨. 그 전의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게 안도를 느낀다. 호랑이 같은 트레이너의 칭찬에 자신감이 솟는다.

응, 할 수 있어.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야. 보다 어려워지겠지.

그렇지만 즐거워. 좀 더 여러 가지를 해보고 싶어.

열정을 쏟고, 즐거운 일을 잔뜩 하고—최고가 되고 싶어요.

“그 자세로 열심히 해 주십시오.”

비록 웃진 않았지만, 그래도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해주는 프로듀서.

그래도 날 똑바로 봐주고, 묵묵히 도와주는 사람.

왠지 모를 안심감을 느끼면서 웃음이 튀어나왔다.

“뭐, 오늘은 이걸로 끝이려나. 수고했어★”

날 마주 봐줘서 고마워, 프로듀서.

신데렐라에게 꿈을 준 계기가 된 마법사이자 성으로 이끌어주는 호박 마차. 아이돌에 관심 없냐는 그 물음을 아직도 기억해.

“프로듀서, 돌아가는 길에 어디 들르지 않을래? 카페나...아, 게임 센터나 노래방도 좋으니까♪”

잠깐, 그렇게 곤란한 표정 지을 것까지는 없잖아!

 

*

 

트레이너 씨, 여기는 어떻게 해?—라고 묻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그럭저럭 모양새가 갖춰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칠던 호흡도 이젠 꽤 안정적이고, 다음날 일어나면 이곳저곳 쑤셔오던 근육통도 전혀 없었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몸도 이제 깃털처럼 가볍고, 안무의 패턴도 그럭저럭 익숙해져 새로운 걸 배워도 느낌은 잘 살려 따라 한다.

댄스 레슨이 끝나자 트레이너에게 인사하고, 혼자 남아 한두 시간 정도 연습했다. 괜찮다면 좀 더 하고 싶었지만, 트레이너가 연습도 너무 과하면 몸이 망가지니 적당히 하라 해서 멈춰야만 했다.

아쉬운 일이지만, 몸의 관리 역시 아이돌로서 해야 할 일. 괜히 무리해서 중요한 때에 시름시름 앓기라도 한다면 곤란하니까.

‘...시간이 남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말이란 걸 확인하고, 학교가 아닌 사무소에 나왔다. 점심을 먹기도 전의 시간에 레슨을 전부 끝냈다.

이만 귀가할까 하는 생각을 해도 얼마 남지 않은 라이브가 신경 쓰여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주변을 서성이기만 몇십여 분. 어느새 점심시간이 됐다.

‘도대체 뭐 하고 있는지...그래, 점심이나 때우고 갈까.’

카리스마, 답지 않네.

고구마를 한꺼번에 베어 문 것처럼 왠지 모를 답답함. 이유가 왠지 알 것 같지만, 괜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부터 앞선다. 터덜터덜한 발걸음으로 식당으로 향하던 중 무언가의 이변을 느꼈다.

두두두두두

“응?”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부터 들었다.

“오늘도 전력으로 간다-앗!!!”

멧돼지, 아니. 소녀였다. 소녀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키는 아담했으나, 기세만큼은 작지 않다. 청록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위에서 불타오르는 열기는 주변을 압도할 정도로 거대하다.

올려 묶은 황갈색 포니테일은 뜀박질에 따라 흔들리고, 그 뒤로 흘리는 땀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에, 에!?”

잠깐, 뭐야. 저거. 아니, 이곳으로 달려오고 있잖아?

마치 폭주 기관차마냥 달려오는데 멈출 기세가 없어 보인다. 피하려 해도 너무 놀라 몸이 굳어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꺄, 꺄악!”

눈이 절로 감겼다. 자그마한 비명도 터져 나왔다.

“...”

...응?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모든 걸 때려 부술 기세로 달려오던 소녀.

그러나 시간이 흘렀는데도 어떠한 충격도 일어나지 않았다. 어찌 된 영문인지 의아해 눈을 뜨니, 지척에 멈춰 선 소녀가 있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히노 아카네입니다!!”

“...에?”

뭐랄까, 응. 당황스럽네. 머리가 상황을 못 따라가겠어. 웬 소녀가 폭주 기관차처럼 돌격해오더니, 충돌 직전에 멈춰 서서 소개를 했다.

“전력 대쉬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놀라게 했다면 죄송합니다!!!”

“아니, 그게, 응...?”

“그런데 당신은 누구신가요!!!”

응, 모르겠어. 정말로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는걸.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히노 아카네 양.

“죠가사키 미카라고 하는데...”

“아, 그런가요! 반갑습니다!! 아카네라 불러 주세요!!”

만난 지 채 5분도 되지 않았는데 이름으로 불러달라는 소녀.

“나도 반가워...그런데...”

“저, 정말로 죄송합니다만!! 혹시 이 근처에 식당이 있습니까? 아침부터 전력 질주를 하느라 그만, 밥을 안 먹어서!!”

말이 끝나자마자 아카네에게서 천둥소리가 났다. 배에서 나는 소리였다. 저리 고픈데 아까와 같은 기세를 내는 게 신기했다.

어디서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지 모르겠지만, 배를 움켜잡고 올려다보는 소녀의 모습이 너무 신경 쓰였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등을 돌려, 끼니를 때우려 했던 식당이 있는 건물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감사합니다!!!”

배에서 난 천둥소리만큼 크고 시원시원한 목소리. 아카네는 볼 일을 다 봤다는 듯 날 지나쳐 입구로 향해 다시 달려갔다.

“앗, 잠깐만!”

미시로의 식당을 이용하려면 사원증이 필요해—라는, 뒷말은 전해지지 않았다. 목소리가 닿기도 전에 사라져버렸다.

그 뒤를 급히 따라가 보니, 식권을 판매하는 발매기 앞에서 천 엔을 들고 투입구를 전력으로 찾아보는 아카네가 보였다.

“아, 아카네 양?”

“이상합니다!! 돈 넣는 곳이 보이지 않네요!!!”

“뭘 먹고 싶은데?”

“카레입니다!”

아카네가 카레가 그려진 단추를 검지로 꾹꾹 누른다. 누르는 게 아니라 두드리는 수준이었다.

목에 두른 사원증을 꺼내 발매기의 중앙 우측에 있는 터치패널 위에 올려두자, 삑 소리가 나면서 버튼에 불빛이 들어왔다. 그녀를 대신해서 카레를 누른 뒤, 똑같은 절차로 하나 더 추가했다.

“자, 여기.”

“오, 오오...!”

아카네는 표를 건네받고 눈을 껌뻑이더니.

“감사합니다!!”

주변의 시선을 전부 사로잡는 목소리. 왠지 모르게 내가 더 부끄러워 아카네의 손을 붙잡고, 표를 식당 아주머니에게 전달했다.

“아! 돈은 여기 있습니다!!!”

천 엔을 건네줬지만, 거슬러줄 잔돈이 마땅치 않아 거절했다. 그러나 그러면 맞지 않는다면서 가방에 억지로 넣어주는 아카네의 손. 거부하려고 했지만, 힘이 어찌나 강한지 막아낼 수 없었다.

“저기...히노, 아카네 양이라고 했던가?”

“그냥 아카네 양이라 불러주세요!! 양도 빼주시길 바랍니다!!!”

“응,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럼 아카네. 뭣 좀 물어봐도 될까?”

“그럼요!”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온 거야...?”

사원증이 없는 걸 보니 이곳의 관계자는 아니다. 그렇다면 직원의 가족이라거나 하지 않을까. 여러 추측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여기는 뭐 하는 곳 인가요!”

응, 틀렸네. 무엇부터 걸고 넘어져야 할까.

말문이 턱 막혀 어찌할 줄 모르고 있을 때, 기다리고 있던 카레가 나왔다. 가져오려고 일어나려 했는데, 그 전에 아카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쏜살같이 달려나간 뒤 카레를 전부 가져왔다.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아카네는 방금 전의 질문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리고 숟가락을 들어 식당이 떠나가도록 외쳤다.

“전심전력으로 잘 먹겠습니다아아아—!”

맹렬하고, 정열적으로, 전심전력을 다 해 카레를 먹는다. 이런 기세로 무언가를 먹는 사람은 또 처음 본 달까.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래도 체하지 않도록 흡입하듯이 삼키지는 않고 꼭꼭 씹어서 먹었다.

‘아차, 남이 먹는데 이렇게 쳐다보는 건 예의가 아니지.’

숟가락을 들어 허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카레를 먹었다. 맛은 있지만, 왠지 모르게 넘어가질 않았다.

“왜 그러신가요! 기운이 없어 보입니다!!”

카레를 넘기기를 몇 번. 그릇을 소스 하나 남기지 않고 비우고 물로 목까지 축인 아카네가 머리를 이쪽으로 돌리곤 물었다.

“혹시 카레가 별...”

“아니야! 카레는 맛있으니까!”

아까부터 큰 소리를 내서 그런지 주목을 꽤 받고 있었다. 식당 아주머니가 혹시라도 듣는다면 슬퍼하실 것 같아 선수 쳐서 부정했다.

“다만...조금, 고민이 있어서 그래.”

“고민이요!? 괜찮다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함께 고민하도록 하죠!!!”

아카네가 주먹을 불끈 쥐고 외친다. 어떤 고민이 있건 간에 전심전력으로 박살 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라 웃음이 튀어나왔다.

어차피 입맛도 없지만, 이러면 카레를 못 먹잖아. 정말이지.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지만, 얼마 뒤에 나에게 중요한 일이 있거든. 그런데 거기서 실수를 하면 큰일이라...”

“중요한 일...실수하면 큰일...아! 시험!! 일종의 시험이군요!!!”

“아하하, 그래. 시험이려나.”

상층부의 조건을 통과하지 못하면 데뷔는 연기. 설사 성공하지 못한다고 해도 향후 아이돌 데뷔에 차질이 생길지도 몰라.

톱 아이돌이 되겠다고 그리 자신만만했었는데—그랬던 나 자신에게 웃음만 나와. 아직 데뷔의 전인데도 이렇게 떨리고 있잖아.

안무나 노래는 머릿속에 새겨두고 몸으로도 익혀뒀지만, 그런데도 불과하고 이 가슴 깊숙한 곳의 불안을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특훈! 특훈입니다!! 시험에 대비하여 특훈합시다!!!”

주먹을 불끈 쥐며 눈을 번뜩이는 아카네.

“뜨거운 투지!! 튀는 땀!! 반짝이는 미소!! 생각만 해도 뜨거워졌습니다!!! 아아, 미카!! 특훈입니다! 특훈합시다!!!”

“진정해, 아카네. 특훈이라면 오전에 잔뜩 했으니까. 무리하면 몸이 망가지니 잠시 쉬고 있는 거야.”

“그렇습니까!”

놀란 듯이 눈을 크게 뜨는 아카네. 그리고 이내 활짝 웃는다.

“오늘도 전력으로 힘내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고마워, 아카네.”

아카네의 기운찬 목소리. 가슴 속 깊은 곳의 이 기분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복잡한 감정이 다소 사라졌다.

적어도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 이 감정을 겉으로 내보낼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입가는 쓰지만, 그래도 웃는 게 어디야.

응, 힘내자. 날 위해서 응원해준 그녀를 위해서라도.

“그렇다면!! 충분합니다!!!”

“...?”

불끈 쥔 주먹, 열기를 내뿜어내는 눈동자, 쾌활하게 올라간 미소 어떠한 망설임도 고민도 없고, 열정으로 가득한 신념이 보였다.

“평소처럼 시험에도 전력을 다하면 그만입니다!! 언제나처럼, 하던 대로 하세요!! 미카답게요!!!”

‘미카, 답게...’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 누구보다 노력했다 자신할 수 있어.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재주가 좋은 편은 아니니까. 노력하는 것만큼은 절대로 지지 않아.

틴 잡지 모델 시절도 마찬가지. 스스로 적당히 하는 건 싫어서, 그걸 용납할 수 없어서 열심히 했다. 피나는 노력을 했다.

“미카가 내디뎠던 걸음은 전부 길이 됩니다!! 특훈은 배신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시험도 문제없을 겁니다!!!!”

자리에 앉아서 시선을 마주 보며 외치는 아카네. 입가에 맺힌 그 미소는 마치 태양처럼 눈 부셔 마음속의 음울함을 걷었다.

“그러니까!! 붐버!!! 붐버어어어어어입니다!!!!”

주먹을 곧게 내지르며 타오르는 아카네. 그 열정은 주변을 뒤덮고 얼어붙은 마음속을 집어삼켰을 뿐만 아니라 물에 젖어버린 심지를 되살려서 주변의 땔감을 끌어모아 불을 붙이고, 폭발을 일으켰다.

누가 본다면 장난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겠지만, 아니야. 초면인데도 똑바로 마주보고 진지하게 들어주고, 응원해줬어.

가까이에 있으면 불타오를 정도의 열정이 수면 아래에서 허우적거리던 정신을 끌어 올리고, 뺨을 쳐서 깨웠다.

“—응★”

미카 답게. 죠가사키 미카 답게.

“오늘도, 내일도, 앞으로도 나는 전력이야~★”

주먹을 뻗어 그녀의 주먹과 가볍게 맞댄다.

“전력!!!”

전력이라는 말에 반응하듯, 아카네가 불타올랐다.

주먹을 불끈 쥔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허리를 쭉 펴고 열기를 뿜어냈다.

“어쩐지 뜨거워졌습니다!! 미카도 전력이군요!!! 아—달리고 싶다!! 달리고 싶어졌습니다!!!”

“에? 잠깐, 아카...”

“붐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열풍이 되어 식당 바깥으로 뛰쳐나가는 아카네. 그 와중에 식기를 반납하는 건 잊지 않은 점이 재미있다.

“쿡.”

웃음소리가 입 바깥으로 흘러나왔다.

‘언젠가, 또 만나길.’

   

-

http://form1.office.naver.com/form/editor.cmd?docId=YjY4NjA3N2YtYmI3Ni00OGQ5LWI1ZjUtYTIwZDk1OWM2NmFh&baseFolder=%252F&initialView=summary

본 작품은 완결된 작품이며, 회지(책)으로 나왔습니다.

7월 5일까지 통신판매 주문을 받고 있습니다!

2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