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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마차(Pumpkin carriage) - 4 타카가키 카에데의 과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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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30, 2017 09:49에 작성됨.

“회사에 신설된다는 아이돌 부문의 면접 회장은, 이곳인가요?”

프로듀서 씨에게 처음으로 건넨 말이었습니다.

아직도 기억합니다. 잊을 수 없는 추억인걸요. 아니, 추억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만남은 누구도 잊지 못하고 생각한답니다. ‘그’ 프로듀서 씨니까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 봤을 때는 프로듀서가 아니라, 시큐리티라고 착각했답니다.

“당신은...?”

프로듀서 씨가 의아한 눈길을 보내며 묻습니다. 가까이에 있는 것도 아닌데 굉장한 위압감이었습니다.

“모델 부문의 타카가키 카에데라고 합니다.”

“아...”

인사하자 프로듀서 씨가 놀란 목소리를 냅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도 흐르지 않을 것 같은 험악한 얼굴도 무언가 떠올린 듯이 눈을 크게 떴습니다만, 이내 표정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고민에 잠기네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이 묘한 침묵을 어찌 해야 할지 고민이 생길 때쯤, 다행히도 프로듀서 씨가 생각을 끝내고 묻습니다.

“모델 부문이 어쩐 일로...?”

아이돌 부문의 면접을 보러 왔어요―라고 대답하려 했으나, 프로듀서 씨의 표정을 보고 멈췄습니다.

“아, 특별 심사원 같은 것은 아니에요.”

혹시나 오해할지 몰라 미리 말씀드리고, 프로듀서 씨에게 몇 발자국 다가가 조심스레 말을 이었습니다.

“그...아이돌의 면접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해서요. 뭔가, 문제가 있나요...?”

혹시라도 면접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어 물었습니다. 다행히 걱정은 기우로 그쳤습니다.

프로듀서 씨는 험악한 인상과는 다르게 조곤조곤하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답변했습니다.

“아니요,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타카가키 씨가 아이돌 부문으로 옮겨온다는 건 들은 바가 없습니다만...”

후에 프로듀서 씨의 말을 빌리자면, 아무래도 저는 프로젝트에서 아예 논외의 대상이었던 모양입니다.

아이돌 부문의 신설과 동시에 계획된 프로젝트에 참가하려면 경력을 비롯한 일정한 인기를 끌 수 있는 실적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조건에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경력과 실적이 부족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답니다.

비록 미시로의 모델 부문 전체의 수익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적은 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의 쌓아온 커리어가 상당하니 아이돌로 옮길 필요성은 없었다고 판단됐습니다.

그런 사람이 누구도 대동하지 않고, 상부의 예견도 없이 혼자서 면접을 보러 왔으니 프로듀서 씨는 의아해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허가는 딱히 받지 않았습니다. 이 일을 말하는 것도 당신이 처음이에요. 왠지 모르게 면접을 보고 싶어서, 오게 됐어요.”

그저―그뿐이었는걸요, 프로듀서 씨.

아직 잘 모르겠어요. 운명처럼 느낀 것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변덕이었던 걸까요. 사내에서 우연히 아이돌 부문에 대한 소문을 듣고, 산책이라도 하듯 걷다가 생각나 면접 회장에 찾아왔어요.

“......”

프로듀서 씨의 반응은 아직도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농담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넘기지도 않았고, 황당하게 여기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불처럼 화내지도 않았고, 얼음처럼 차갑게 쏘아붙이지도 않았습니다.

그저―어찌할 줄 모르겠다는 듯이, 손을 목덜미로 옮겨 긁적이는 그를 보고 저는 이곳에 온 목적을 위해서 공손하게 물었습니다.

“일단, 제 노래를 들어 주실 수 있나요?”

끄덕

프로듀서 씨는, 어쩌면 별난 사람이 아닐까요.

장난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제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주고, 아무런 물음도 하지 않고 부탁을 들어주셨으니까요.

이후의 저는 프로듀서 씨에게 녹음실로 안내받아서 노래했습니다.

그건, 새로운 도전으로 향한 첫 번째 발걸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서 불렀던 노래

“저기, 어땠나요?”

노래가 끝낸 뒤 저는 프로듀서 씨에게 물었습니다.

“아이돌로서의 소질은, 있을 것 같나요?”

그건―어른이자 어린아이의 억지.

신데렐라는 꿈꾸는 소녀가 새로운 드레스 차림을 하고, 제자리에서 돌면서 어울리는지 묻는 것과 같았습니다.

이에 프로듀서 씨는 처음으로 부드러운 목소리로.

“충분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어쩌면―그 말에 제 마음이 움직였을지도 모릅니다.

아이의 장난 같은 이야기. 변덕일지도 모르는 행동.

그 행동과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생각해주고, 진지하게 답해줬습니다.

저는 프로듀서 씨의 대답에 왠지 모를 안도감을 느끼면서 들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다행이다. 그러면, 다음 주부터 아이돌 부문으로 이동이라는 것으로 괜찮을까요?”

“그건 좀...”

과연 프로듀서 씨도 그것만은 곤란한지 처음으로 부정했습니다.

“아, 멋대로 옮기면 문제가 있나요? 그렇네요...”

생각해보니 저는 말도 안 하고 면접을 본 거였죠.

“그럼, 윗분에게는 제가 말을 전하겠습니다.”

딱히 모델로서의 업무에 불만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불편하기는커녕 주변에서도 잘 대해주셨고, 나름의 성과도 있었지요.

그저―글쎄요, 이 기분을 뭐라 표현해야 할까요?

“만약, 이동의 이야기가 OK라면...프로듀서는 저를 선택해 주실 건가요?”

이렇게 됐으니, 처음으로 절 인정해주신 분이 좋지 않을까요?

그러한 마음에 무심코 물었습니다. 그러자 프로듀서 씨가 예의 무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습니다.

“선택합니다.”

정말로 무뚝뚝한 사람. 미소를 짓는다면 멋질 텐데.

그 자그마한 소망을 대신 하겠다는 듯, 저는 미소 지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왠지 모르게, 그렇게 대답해 주실것 같았어요.”

왠지 모르게 당신과 제가 이걸로 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서―라는 뒷말을 자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프로듀서 씨의 얼굴은 여전히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분명, 면접 회장이 사내가 아니었다면 누군가 경찰을 불렀을지도 몰라요.

그게, 타카가키 카에데와 프로듀서 씨의 첫 만남.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만남이었답니다.

“이제부터...분명...무언가가 시작됐다고 생각해요.”

그다지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첫 만남의 추억. 특별하다면 특별한 이야기가 끝나자 그녀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일인 것일까요.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면서 물으려던 찰나, 미카가 머리를 좌우로 절레절레 흔들며 어이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쉽니다.

“카에데 씨 답다고 해야 하나...”

“해...해...달도 하나? 후훗.”

“정말이지...”

자연스레 이어진 말장난에 베테랑 트레이너가 못 말리겠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어디에 가느냐고 물으니, 레슨은 진작 끝났으니 퇴근하겠다면서 돌아보지도 않은 채 떠났습니다.

“저희도 슬슬 가볼까요?”

“응, 좋아.”

창문 너머를 보니 해님이 산 너머로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것이 보입니다. 아직 석양빛이 대지를 달굴 정도는 아니었지만, 늦은 시간이네요. 나가기 전 전기를 제대로 껐는지, 놓고 간 물건이 없는지 확인하고 레슨실에서 나왔습니다.

오후에 흘린 땀 탓에 한시라도 빨리 샤워실로 향했습니다. 미카도 끈적임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걸음에 속도를 박차네요. 급해 보이면서도 복도에서 누군가와 마주 치면 예의 바르고 밝게 인사하는 걸 보면 입가에 미소가 맺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미카는 프로듀서 씨와 어떻게 만났었나요?”

온수로 쌓인 피곤을 씻은 뒤, 해가 저물어가는 귀가 길에 향하던 중 문득 호기심이 들어 물었습니다.

“흐응...저, 말인가요?”

턱 끝에 검지를 가져다 대고 시선을 위로 향하는 미카. 그나저나 언제나 생각하지만, 여고생 모델답게 대단히 예쁘네요.

교복으로 보이는 새하얀 와이셔츠는 소매를 맵시 있게 걷었고, 위의 단추를 몇 개 풀어 가느다라고 하얀 목덜미의 매력을 뽐냅니다.

바이올렛 넥타이는 리본으로 묶어 귀여움을 부각했고―왼쪽 가슴 위의 자그마한 캔 배지 둘은 화려함을 더합니다.

“쿡.”

미카가 들어 올렸던 턱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면서 웃습니다. 무슨 일을 떠올렸기에 저리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걸까요.

“앗, 혼자 웃어서 미안해요. 예전 일을 떠오르다 보니 그만.”

“어머, 어떤 일이었는지 궁금한걸.”

“전 면접이 아니라 스카우트 쪽이었어요. 그때 프로듀서를 처음 만났었는데, 당시에는 정말로 식겁했었죠.”

“...아!”

프로듀서 씨에게는 실례되는 말이지만, 확실히 그 얼굴이나 산만한 체구를 보면 누구라도 놀랄 수밖에 없지요. 저도 처음에 뵈었을 때는 시큐리티인 줄 알고 착각했으니까요. 게다가 정장 차림으로 바깥을 돌아다닌다면 야쿠자로 착각 당하지 않을까요.

“직후 아이돌에 관심이 없냐면서 명함을 건네주긴 했지만, 전혀 믿을 수 없었죠. 속으로 ‘정말인가?’ 하고 의아해할 무렵, 순찰 중이시던 순경 아저씨가 프로듀서를 수상하다며 데려가지 뭐예요?”

미카는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었습니다.

“이후 집으로 돌아가서 명함을 확인해보니 미시로 계열이란 걸 보고 놀랐어요. 혹시 하는 마음에 알아보니 정말이더라고요.”

미시로의 틴 잡지 모델이어서 조사하는데 어렵지 않았다며 설명해주는 카리스마 갸루 아이돌.

“그래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결정했어요. 아이돌, 이 되고 싶다고.”

호박색으로 빛나는 그 눈동자는 마치 보석—아니, 태양 같아서. 눈이 부시고 뜨거워서 저 역시 타오를 것 같았습니다.

“모델 일이 따분했던 것은 아니지만...아이돌이 되면, 신나는 일들이 잔뜩 있을 것 같아서!”

분명, 반드시 빛날 거야. 이렇게 열정적이고 예쁜 소녀가 빛나지 않을 리 없을 테니까.

“노래라던가, 댄스라던가,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림자를 만들어가며 대지를 붉게 달구는 노을빛. 그 석양빛 탓일까, 환히 짓는 그 미소가 너무나도 눈부시다.

“인생은 한 번 뿐이니, 지금밖에 할 수 없는 걸 하고 싶거든요!”

뛰어가듯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걸어간 그녀는—몸을 홱 돌고 저를 바라보면서 씩 웃습니다.

“그러니, 잘 부탁해요★”

잘 부탁할게, 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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