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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히비키 「우렁각시의 도시락」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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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9, 2017 00:43에 작성됨.

 

4.

저녁 노을 아래 미키의 노란 머리결이 태양빛에 반사되어 황금마냥 반짝인다.

미키는, 정말 오래간만에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심장이 또다시 두근거린다.

서, 설마 나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걸까?

 

미키 「..프로듀서의 우렁각시, 사실 히비키지?」

 

히비키 「에..우갹!」

 

히비키 「..우우 자, 자신은 아니다죠!」

 

미키 「풋..히비키는 역시 거짓말이 서툴러.

..이미 야요이한테 들었어.」

 

히비키 「....응」

 

미키 「...」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어쩌면, 그 다음에 미키가 할 말이 무엇인지

자신은 이미 알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그저, 듣고 싶지 않았을 뿐일지도.

 

미키 「미안해.」

 

미키 「하지만 허니는, 미키의 허니야.」

 

미키 「히비키가 허니를, 포기해줘.」

 

히비키 「..에에?」

 

히비키 「어..아..그게..프로듀서를 포기하라니..(억지 미소)

자, 자신은 프로듀서를 그런 쪽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었는ㅡ」

 

미키 「거짓말치지 마!」

 

미키 「사실은, 미키만큼이나 프로듀서를 사랑하잖아!」

 

미키의, 모든 것을 꿰뚫는 듯한 크고 맑은 눈동자에,

못난 자신은..결국 그제서야 사실을 토해냈다.

 

히비키 「응..」

 

미키 「..하지만 히비키는, 결코 허니랑 이어질 수가 없어.

서로 힘들꺼야.」

 

히비키 「...」

 

미키 「미안해 히비키. 하지만..사실이잖아.

지금도 히비키 때문에, 허니는 매일같이 밤샘하고,

아침 일찍 나와서 하루종일 고개숙이고..힘들어하고 있어.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히비키랑 이어지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미키 「..그래도 미키는, 이제 아이돌로써는 이룰 만큼 다 이루었다고 생각해.

이제 그만둘꺼야.

그리고, 정식으로 허니한테 고백해볼려고.

미키는 앞으로 계속 행복하게 살 만큼 이루었으니까,

분명히 허니를 평생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꺼야.」

 

미키 「..미안해. 이런 소리 해서.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나는, 그만큼 허니를 사랑하니까.」

 

히비키 「..헤헷. 난 또 뭐라고..」

 

히비키 「괜찮아 미키. 괜찮다죠?」

 

히비키 「..그런걸로 그런 슬픈 표정 짓지 않아도 되니까..」

 

제법, 매정한 소리를 들었지만 이상하리만치 화는 나지 않았다.

하긴, 눈 앞에서 울먹이면서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미키를 본다면

누구라도 그러지 않을까.

 

미키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만치 울먹이고 있었다.

미키, 무서운 걸까?

자신이 화를 낼까봐 그런 걸까?

 

미키 「미안..미안해, 히비키.

사실은 미키가 잘못했어..히비키한테 이런 못된 말 하면 안되는데..

알면서도..말해버렸어..(울먹)」

 

히비키 「괘, 괜찮다죠!」

 

히비키 「자신, 어차피 이제는 아이돌 그만둘까 했으니까..」

 

미키「그, 그건 무슨..」(당황)

 

히비키 「아냐. 됬어. 자신은 어차피..여기까지니까.」

 

가방 속에서, 도시락 통을 꺼내서 미키에게 건넨다.

그러면, 이게 마지막 도시락이겠지?

 

히비키 「이거, 프로듀서 먹으라고 만든건데 전해줄래?

그리고 지금까지 도시락들, 미키가 만들어줬다고 말해줘.

자신은 이제 내일부로 그만두고, 고향에나 내려가볼려고..」

 

히비키 「그동안, 고마웠어. 다들.

미키한테는 미리 인사할께. 헤헷」

 

미키 「..히비키..그러지 마.

설마 미키 때문인거야?

내가 잘못했으니까..그러지 마.」(뚝뚝)

 

히비키 「아냐. 미키 때문이 아니야.

이번이 마지막 시도였거든.

그냥..자신은 여기까지인가봐.」(미소)

 

히비키 「괜찮아. 괜찮으니까..」(토닥토닥)

 

히비키 「난쿠루나이사라고!」

 

억지로 미소짓고,

당장이라도 질질 끌릴 것만 같은 발을 힘차게 내딛는다.

사무소가 멀어지고 나서야,

누가 볼새라 조용히 숨어서 

숨죽여 울어본다.

 

 

5.

프로듀서 「어? 미키 와 있었니?」

 

미키「응. 그런거야」

 

프로듀서 「...좀 침울해 보이네. 무슨 일 있었니?」

 

미키 「..헤헷. 아냐. 그냥..좀 피곤해서.」

 

프로듀서 「아, 그나저나 히비키 혹시 봤어?

그녀석 많이 실망했을텐데..

오늘도 또 떨어져버렸거든.」

 

미키 (..그래서 히비키가..)

 

미키 「..허니는 히비키 걱정을 많이 하는구나.」

 

프로듀서 「뭐, 그런 셈인가?」(미소)

 

프로듀서 「그래도 그 녀석. 매일 앞에서는 당당하고 쌘 척하지만,

뒤에서는 숨죽여 울고 가슴 졸이니까.

그래도 참 한없이 순둥이에 착하고,

또 의외의 면모도 있다니까?

뜨게질 좋아하고, 요리도 잘 하기도 하고..」

 

프로듀서 「히비키는, 분명히 성공할꺼야.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 꺼니까.」

 

미키 「...」

 

미키 「..허니..프로듀서는, 히비키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헤헷」(미소)

 

미키 「저기, 프로듀서..」

 

미키 「여기, 도시락인거야.」

 

프로듀서 「응? 이건 왠 도시락..미키가 만든거니?」

 

미키 「...이건」

 

 

6.

아침해가 떠오르자마자 나갈 준비를 하고, 이제 마지막으로 사무소에 출근했다.

타가키 사장님에게 그동안 고마웠다고 인사했고,

조용히 프로듀서를 기다려본다.

 

다들 이제 막 바쁘기 시작했는데,

혹시라도 자신 때문에 심란해져서 일에 방해되면 안되니까,

일단 프로듀서에게 인사하고

아이들한테는 나중에, 따로 인사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이제 프로듀서랑도 마지막이구나..

 

때마침 사무소 문이 열리고,

프로듀서가 출근한다.

까칠해 보이는 피부, 눈가 주변의 다크 서클.

못난 자신 때문에 지금까지 고생한 거지?

 

미키랑 꼭 잘 되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히비키「저기!」 프로듀서 「저기..」

 

프로듀서「..풉」

 

히비키 「어..프로듀서부터 말할래?」

 

프로듀서 「응.」

 

프로듀서 「고맙다. 히비키」

 

히비키 「..응?」

 

프로듀서 「고맙다고. 지금까지, 도시락 잘 먹었다.」

 

히비키 「으, 응? 뭐, 뭔가 착각한거 같은데 그거 사실 내가 만든게 아니라 미키가ㅡ」

 

프로듀서 「미키가 말해줬어.

도시락, 지금까지 히비키가 싸줬다고.

그리고 자기는 포기할테니까 용기내보라는 말을 히비키한테 전해달라고 했는데..

그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혹시 히비키는 아니?」

 

히비키 「..」

 

어색한 침묵.

프로듀서랑은, 어쩌면 처음인 것 같은 어색한 침묵이다.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서,

우물쭈물거리면서 부끄럽게 우두커니 서있다.

 

그러다가, 용기를 내달라고 미키가 부탁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용기내어 고백해본다.

 

히비키 「저기..못난 자신이지만 더 이상은 감추고 싶지 않으니까..」

 

히비키 「자신, 그 도시락..항상 프로듀서 생각하면서 만들었어.

이렇게나 못나고, 뒤떨어지는 자신이지만 그래두 계속 함께해주고 같이 달려준 프로듀서니까..고맙고..그리고..(작게)사랑하니까」

 

히비키 「...」

 

히비키 「자신, 사랑해! 프로듀서.」

 

또다시 이어지는 침묵.

영원과도 같을 기다림 끝에,

마침내 프로듀서가 대답한다.

 

프로듀서 「미안해, 히비키. 그 마음, '아직' 받아줄 수가 없다.」

 

히비키 「여, 역시 안되는 거겠지? 

헤헷..무안하네..

그 그래두! 너무 무안해하진 말구..그래도..

(울먹) 우리 친한 사이로는 계속 남을 수 있는 거겠ㅡ」

 

프로듀서 「아니! 그런게 아니라」

 

히비키 「(패닉) 여, 역시 친한 사이도 안되는 거야? (울먹) 그, 그러면 자신은 정말루ㅡ」

 

프로듀서 「아니 그런게 아니라! '아직은' 안된다고..」

 

히비키 「으, 응?」

 

프로듀서 「나도 사실 널 좋아한다. 히비키.

속은 여리고 약해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항상 미소짓는 네 모습이 

언제부턴가 마음 속에서 떠나질 않더라.

그러면 안된다 생각해도, 더 이상은 감추지 못하겠다.

..말 못할줄 알았는데. (피식)」

 

프로듀서 「좋아한다. 히비키.」

 

히비키 「그, 그런 (미소)..그런데 왜?..」

 

프로듀서 「나, 스스로 약속했거든.

히비키를, 꼭 톱 아이돌로 만들어 주겠다고.

유행이고 나발이고,

이렇게나 멋지고 이쁜 히비키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으니까.」

 

프로듀서 「히비키, 조금만 더 참아줄 수 없겠어?

조금씩이지만, 히비키의 진가를 알아주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어제는, 게로게로 키친에서 고정 출연 제의까지 들어왔다고? 

히비키 정도의 솜씨라면 충분히 성공하고도 남을거야.

ㅊ명히 히비키는, 성공한다. 내가 보장할 테니까.」

 

프로듀서 「조금만 더 해보자, 히비키」

 

두 뺨 위로 눈물이 타고 흐르는데,

마음은 전혀 슬프지 않아서.

오히려, 기뻐서 우는 거니까.

 

프로듀서를 향해, 최대한 밝게 웃으면서 말해본다.

 

히비키 「응! 응응!  그리고..(수줍)」

 

히비키  「프로듀서, 카나산도!」

 

 

엔딩.

바람, 꽤나 시원하네..

조용히 눈을 감고, 머리결을 흩날리는 바람의 시원함을 만끽해보는거야.

 

히비키 「저, 저기..」

 

미키 「..응? 히비키인거야?」

 

히비키 「그게..」

 

히비키 「고마워. 그리고..미안해.」

 

난 또 뭐라고..

가만히 히비키를 지켜본다.

참, 또 울먹이는거야.

히비키는, 사실은 참 울보인거야.

나만큼이나 울보야..

...

 

미키 「미안할게 뭐 있는거야? 어차피 미키는 안 됬을꺼야.」

 

미키 「그도 그럴게 프로듀서, 이미 히비키에게 마음이 가 있었는걸?」

 

미키 「그리고, 첫사랑 때문에 아이돌 생활을 접는거, 생각해보면 정말로 바보 같았던거야.」

 

미키 「미키, 정말로 톱 아이돌에 올라갈 꺼니까..

히비키도, 꼭 따라오는거야.

그리고 나 대신, 프로듀서랑 같이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는거야.

미키도 언젠가 꼭 좋은 사람 만나서 행복하게 살 꺼니까. 헤헷」

 

히비키 「..응! 꼭 그렇게 할 꺼니까..

미키, 꼭 그러자!..」

 

미키 「...」

 

히비키처럼, 슬퍼도 안 슬픈 척하고 웃기 정말로 힘들구나..

히비키는 대단하네..

왜냐면, 지금 미키는 웃고 싶어도, 계속 눈물이 나오는 걸.

말은 참 멋지게 해놓고, 울고 있는 난 참 못나보이는거야.

그래도, 지금만큼은 실컷 울어볼래.

 

히비키 「..미키..」(토닥토닥)

 

그렇게, 히비키 품 속에서 한참을 울어버린다..

눈물과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미키의 허니를 마음 속에서 떠나보낸다.

 

잘가 허니.

 

ps. 이렇게 심심하게 쓰면 공포와 테러를 애호하시는 우리 대다수의 아이 커뮤분들이

실망감에 혹시 원래 시나리오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있습니다 ㅎ 

원래 시나리오 :

삶에 지친 히비키가 도시락에 부신 유리조각들 넣고,

거짓말로 프로듀서를 포기하겠다고 말함과 동시에,

미키에게 자기 대신 프로듀서에게 도시락을 건네달라고 말하면서,

자신 대신에 미키가 만들었다고 하라고 말합니다.

그 도시락을 먹고 목이 영영 상해버린 프로듀서가 스트레스로 정신이 나가서

퇴원하자마자 미키를 밤중에 뒷골목에서 몽둥이찜질하다가 실수로 죽이고,

히비키에게 들켰는데,

히비키가 비밀로 하는 대신 결혼하자는 계약을 제안해서

결국 어쩔 수 없이 계약하고는 둘이서 사이좋게 신혼 여행으로 외딴 오지로 가서

트렁크에 넣어둔 미키 시체를 뒷산에 파묻으며 헬피엔딩.

 

그런데 중간에 타이밍이 안 잡혀서 그냥 이런 엔딩으로 끝냈습니다. 아쉽죠?

다음 단편은 확실히 본 취지를 잘 살리도록 하겠습니다.

해피 엔딩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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