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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히비키 「우렁각시의 도시락」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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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9, 2017 00:38에 작성됨.

브금추천 : https://www.youtube.com/watch?v=T1bfbs6fCsY

1.

배고프다.

후회스럽네. 그냥 라면이라도 챙겨 먹고 오는게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항상 아침 밥상을 장식하는 컵라면이 질려서 구역질 난다고는 하지만,

한 끼를 안 먹은게 이렇게나 크게 쓰릴 줄이야.

이렇게 배가 고파서야, 제대로 일할 수나 있을까?

 

모아도 모아도 모래알마냥 빠져나가는 통장 잔고에 회의감을 느끼고, 

매일 같이 머릴 숙이고 또 숙이며 명함을 건네는 일상에 지친데다가

오늘은 덤으로 끝없는 허기까지 느껴진다.

 

하지만, 프로덕션 사무소의 문을 여는 순간부터,

나는 다시 꿋꿋한 프로듀서로 돌아온다.

13명의 소중한 아이들의 꿈을 책임지는, 듬직한 어른으로.

 

하지만, 오늘은 정말 배고프다.

오를 기미도 안 보이는 컨디션에, 문득 두려움이 몰려온다.

나는, 어쩌면 언제까지나 이렇게 꿈만 쫓으며 살다가

어느 날엔가는, 결국 저 밑으로 완전히 가라앉는건 아닐까 하고.

 

그런데 그런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책상 위에 작은 도시락통.

 

마미, 아미 「어? 오빠! 그거 누구꺼야?」「응후훗. 혹시 몰래 사귀는 여자라던가?」

 

미키 「응? 몰래 사귀는 여자라니? 무슨 말이야 허니? 응?」

 

프로듀서 「미키,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그리고 그런 사람 없다.

이건..나도 모르겠네.

혹시 하루카니?」

 

하루카 「아..헤헤. 저는 과자는 전문이지만 그렇게 요리까지는..」

 

윤기 흐르는 쌀밥에, 비싸진 않지만 정결하고 보기 좋게 담긴 반찬들.

젓가락을 들어, 달콤한 케챱 냄새가 흘러나오는 비엔나를 콕 찍은 다음

쌀밥과 함께 입 안에 조심스레 넣어본다.

 

프로듀서 「맛있다.」

 

그 다음부터는, 아이들 눈치도 보지 않고

그냥 정신없이 들이키듯 먹었던 것 같다.

 

배를 채우고 나니, 확실히 힘이 도는 것 같다.

단지 육체 뿐만 아니라, 무언가 마음 속에서부터.

 

프로듀서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잘 먹었어. 고맙다.」

 

아즈사 「아라아라. 누굴까나?」

 

아미, 마미 「우렁각시 아닐GGA?」「맞아! 우렁각시일꺼야! 울 사무소에는 저렇게 요리 잘 하는 사람은 없다Gu?」

 

프로듀서 「뭐, 좋다. 우렁각시도 좋아.」

 

프로듀서 「여튼, 힘이 난다고? 

그런 의미에서..히비키, 오늘 PD 미팅은 반드시 성사시키자고!

화이팅이다!」

 

히비키 「우, 우갹! 갑자기 그러니까 놀랐다죠..

어쨌든, 자신도 화이팅할 꺼니까!

후훗, 프로듀서가 기뻐하는걸 보니 자신도 신난다구?」

 

마미, 아미「그렇다면..후후, 혹시 히비킹이?」「에에..히비킹이 요리하는건 한번도 못 봤다Gu? 게다가 히비킹은 아웃도어 파라구 아미 대원!」

 

히비키 「...으응」

 

미키 「...」

 

미키 「어쨌거나, 꼭 잘 됬으면 좋겠어 히비키. 허니가 고생하니까..미키의 허니, 화이팅이야!」

 

히비키 「응! 오늘 미팅은 반드시 해낼꺼다죠!」

 

프로듀서「그래. 화이팅이다!」

 

....

 

2.

히비키 「나 왔어. 얘들아」

 

하지만, 자신을 맞이하는건,

하루 이틀도 아니건만 그래도 여전히 어색한, 적막한 어둠과 쓸쓸함.

아참. 자신, 더 이상 아이들을 보살필 돈이 없어서 친가로 내려보냈었지 참..

다들, 그립다.

 

가방이랑, 옷을 대충 벗어두고

차갑고 딱딱한 싸구려 침대에 엎드려본다.

오늘 방송국 PD 미팅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히비키씨는 다른건 다 좋은데 피부색이 검어서..'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오키나와 사람은 예능계에 인식이 안 좋아요. 피부색도 검잖아요.

보세요. 요즘 아이돌 대세는 다 흰 피부라고요?'

 

'히비키씨 재능도 출중하시고 다 좋은데..출신이랑 피부색이나 그런게..'

 

'그냥 포기하시고 다른 길 알아보시는게..'

 

자신, 더 이상은 가망이 없는 걸까?

사실 그런거, 자신은 이미 알고 있었어.

사람들 앞에서는 매일 밝게 미소지으며, 자신은 완벽하다고 주문을 외듯 떠들고 다니지만,

사실은 나 스스로가, 누구보다도 부족하다는걸 잘 아니까.

요즘 시대엔, 춤을 잘 추고 노래를 잘 불러도

유행에 맞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유키호랑, 미키나 하루카는 다 성공해서 진짜 아이돌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밑바닥에서 머무르고 있는걸.

 

눈가랑 콧등이 시큰거린다.

성공하기 전까지는 울지 않기로 어망이랑 약속했는데..

미안해 어망.

자신, 이제는 꿈을 포기해야 될지도 몰라.

 

....

 

히비키 「..힘내자!」

 

억지로 이부자리에서 박차고 일어서서,

부엌으로 향해본다.

냉장고 안에서 여러가지 반찬 재료들을 꺼내들고는, 식칼을 꺼내든다.

아이돌이나 요리 같은 일에는 잘 안 어울린다는, 자신의 구릿빛 손으로 식칼을 조심스레 쥐고는

그 요리 재료들을 천천히 싹둑싹둑 잘라본다.

 

헤헷. 그러고보니 정말로 안 어울릴지도?

하긴, 피부도 검고 옷도 얆은 옷만 입는 자신이니까,

정말 이미지 상으로는 어울리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도 요리 정말 잘하고 좋아하는데..

뜨게질도 잘 하구,

독서도 좋아하는데..

그런건 나랑 안 맞는걸까?

아니, 아이돌 자체가 나랑 안 맞는건 아닐까?

그도 그럴게, 요즘 아이돌들은 다 피부가 희고 그래야 한다니까..

괜시리 우울해진다.

역시 난..

 

히비키 「앗! 또 우울해지려고 했네..우울한 생각 말자 히비키!」

 

기합을 넣어보고는, 다시 요리에 집중한다.

그러다가 문득 오늘 프로듀서가 생각났다.

 

매일 같이 바보같이 무식하게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숙일 줄만 알았던 프로듀서였는데,

오늘은,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나 무섭게 화 내주었다구?

 

'당신 제대로 바보네.'

 

'히비키는 내일의 톱스타라고? 당신 같은 바보 자식이 하는 프로그램에는 너무 아깝지'

 

'꺼지라고? 오냐 꺼지마. 다시는 볼 생각 말라고? 어차피 안 볼꺼다.'

 

'히비키, 같이 나가자.'

 

'히비키. 기죽지 마라. 넌 반드시 성공한다. 내가 보장할께!'

 

프로듀서를 생각하니까, 왠지 모를 기쁨에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무도 없어 조용하고 어둠만이 가득하지만, 

누가 볼세라 식칼을 내려놓고 입꼬리가 가라앉을 때까지 입을 가려본다.

 

자신, 사실은 765 프로 친구들 앞에서는 항상 씩씩하구,

다 이겨낼 것처럼 씩씩한 척 하지만,

실제로는 사소한 일상의 말 한마디에 집에 돌아와 이불 속에서 숨죽이며 눈물 흘리고,

작은 실패 하나에도 밤새워 고민하구 지세우는 소심하고 한심한 바보야.

 

그래도 나를 믿어주는 친구들이 있으니까,

그리고 내 곁에 프로듀서가 있으니까

그래서 아직까지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프로듀서도 자신의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힘내줬으면 좋겠다.

 

3.

아미, 마미 「오옷!」「오늘도Dat!」

 

하루카 「와..일주일씩이나 아침을 챙겨주다니, 정말 우렁각시 아닐까요?

심지어 야요이도 못 봤다니까요?」

 

야요이 「..웃우! 저, 정말 못봤어요.」

 

야요이 (사실은 알지만..히비키씨가 말하지 말랬으니까..)

 

 

치하야 「그러게요. 프로듀서 같은 사람에게 우렁각시라니, 별일이네요.」

 

프로듀서 「..너무 매정한 반응 아니냐 치하야?」

 

타카네 「우렁각시라면, 진정으로 참한 우렁각시일 터입니다. (우물우물)」

 

프로듀서 「..말도 안하고 먹는거냐 타카네.」

 

타카네 「아참! 예의가 아니였군요..잘 먹겠습니다!」

 

프로듀서 「..그, 그래. 잘 먹어라..」

 

히비키 「우우..치하야, 그래도 프로듀서 정말 열심히 일하잖아. 그리구..」

 

히비키 「(작게) 멋지기도 하구..」

 

유키호 「응? 마지막에 뭐라고 했어 히비키?」

 

히비키 「우갹! 아 아무것도 아냐.」

 

미키 「히비키..허니는 미키의 허니인데..」

 

리츠코 「..얜 또 뭐라니?」

 

 

프로듀서 「히비키.」(진지)

 

우갹! 갑자기 프로듀서가 코 앞까지 다가오니까 나도 모르게 놀라서 주춤거린다.

서 설마 프로듀서 기분 상하거나 그런건 아니겠지?

마, 만약 내가 놀란 것 때문에 상했으면? 우아아..

 

다행스럽게도, 그런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그런데 프로듀서, 이런 향수를 쓰는구나..

은은한 산삥차 같은 냄새. 민트향인가? 참 좋다..

 

그런데, 가슴이 마구 두근거려서

너무 세차게 뛰니까 갑자기 걱정된다. 설마 들키진 않겠지?

프로듀서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온다.

그리고는 두 손을 어깨에 올리고는..

나 어떻게하지? 서, 설마 프로듀 이대로..고, 고백..(화끈)

 

그러면 자, 자신도 말해야겠지?

먼저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거야.

그리고 그 다음은..다음은..

사, 사랑한다고..우갹! 생각만 해도 부끄럽ㅡ

 

프로듀서 「오늘, 드디어 미팅이다.」

 

히비키 「자, 잘부탁드립..에에?」

 

프로듀서 「히비키. 오늘은 꼭 대박을 치는거다!

화이팅이다 히비키!

..뭐야. 분위기가 영 미적지근한데?

설마 또 수줍음 타고 그러는거ㅡ」

 

히비키 「아핫!(화끈)..으 응!..난쿠루나이사다죠!」

 

아미, 마미 「헤헷. 수줍음이란건 히비킹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단어인데 말이죠?」「그렇지 아미 대원!」 

 

프로듀서 「허헛. 너희들이 아직 잘 모르는구나 히비키를. 얘가 얼마나 수줍음 많고 그런 얘인ㅡ」

 

히비키「우갹! 그, 그런거 아니다죠!」(화끈)

 

미키 「....」

 

하루카 「헤헷. 히비키는 항상 씩씩해서 좋아.」

 

타카네 「후훗. 당연한 말입니다. 히비키만큼 태양과 비슷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유키호 「헤헷. 그게 히비키의 매력이니까.

아, 가기 전에 차 한잔 마실래?」

 

히비키 「아! 고마워. (후르릅)」

 

프로듀서 「오늘은 느낌이 좋다. 대박의 느낌이다.」

 

프로듀서 「자, 그럼 가보자!」

 

히비키「응!」

 

그날은, 자신도 왠지 모르게 느낌이 좋았었던 것 같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대로 면접에서 탈락해버렸다.

 

이제는 정말 아이돌을 그만둬야 할까?

그런 생각으로 저녁 때쯤에 사무소에 돌아왔는데,

거기에는 미키가 기다리고 있었다.

 

미키 「잠깐. 히비키, 미키랑 좀 대화좀 했으면 좋겠는거야.」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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