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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마차(Pumpkin carriage) - 3 타카가키 카에데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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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7, 2017 19:58에 작성됨.

“데뷔가 결정됐습니다.”

“콜록! 콜록!”

레슨이 막 끝나고, 사무소에 앉아 물을 마시던 중 갑작스레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에 사레가 들렸다.

“어머나.”

카에데도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방금, 뭐라고...?”

미카가 믿기지 않는 듯 재차 물었다.

“데뷔가 결정됐습니다.”

조금 전 말을 반복.

“...정말로?”

“예.”

기쁘긴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소식인지라 어안이 벙벙하다.

미카는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뭐라 표현하지 못하며 그저 눈만 껌뻑였고, 카에데가 그런 미카를 대변해서 손바닥을 부딪치면서 생긋 웃었다.

“다만...”

“다만?”

기뻐하던 미카가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조건이 있습니다.”

미카가 ‘그럼 그렇지.’ 라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뭔데?”

“여러분께서는 공연을 나가되, 그곳의 반응에 따라 다음 활동이 결정될 것입니다.”

“성과를...보겠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타카가키 씨.”

열렬한 회의를 끝에 데뷔의 잠정 보류가 결정됐다.

허나 논리정연한 프레젠테이션과 이를 입증하는 자료—무엇보다 화려한 실적 등이 의견에 힘을 더해줬다.

애초에 프로젝트의 담당은 그가 아닌가. 상부 마음대로 무작정 묵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만약, 첫 공연이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나면 어떻게 되는 거야?”

대답은 돌아오지 않고, 대신 침묵이 이어진다.

그리고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질문한 장본인이었다.

“...걱정 마. 모쪼록 프로듀서가 만들어준 소중한 기회야. 그걸 적당히 끝낼 생각은 없어.”

천재 카리스마 갸루는 자신감 있게 미소 짓는다.

“나, 이렇게 보여도 꽤 진지하고. 승부욕도 강하니까.”

그러니까 프로듀서. 내가 하는 것, 제대로 봐줘.

“진지하실 때 죄송하지만, 진지 드셨나요? 곧 식사시간이랍니다. 후훗.”

“...”

이 사람, 말장난하지 않으면 혀에 가시라도 돋는 걸까. 질문이 입천장까지 닿았다가 속으로 돌아갔다.

“후훗, 죄송해요. 두 사람이 저만 빼놓고 이야기하시기에 조금 심술부려봤어요. 좋은 분위기였는데 방해한 거라면 미안해요.”

프로듀서는 곤혹스러운 듯이 뒷덜미를 잡고.

“하, 하아!? 조, 조, 좋은 분위기라뇨!”

조금 전까지 진지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얼굴을 빨갛게 물든 채 말을 더듬는 갸루가 있었다.

손가락은 어찌할 줄 모르는지 복잡하게 얽히고, 당당했던 시선은 자신감 없이 아래만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생각지도 못한 반응이 나오자 카에데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이내 재미있다는 듯이 옅은 웃음을 흘렸다.

아직 서툴고 불안하지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아마 이다음에 펼쳐진 길은 쉽지만은 않겠지.

어렵게 손에 넣은 기회.

어쩌면, 처음으로 맡게 된 일.

데뷔조차 하지 못한 병아리에겐 버거운 무게일지는 몰라도, 무게가 무게인 만큼 놓칠 생각은 없었다.

 

*

 

라이브―그 단어를 떠올리면 무심코 가슴이 떨려옵니다.

모델의 일에는 익숙하지만, 아이돌로서는 아직 햇병아리. 여러 팬 앞에 설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세근세근, 네근네근. 몇 배나 콩닥거립니다.

얼마 전, 프로듀서 씨의 갖은 노력 덕에 저희는 데뷔가 결정됐습니다. 물론 앞으로 있을 첫 공연의 반응이 좋아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지만, 아이돌로서 처음으로 할 공연이라는 생각에 무심코 떠는 제가 있었습니다.

짝짝짝

“카에데 씨, 굉장해요!”

공연의 준비로 미카와 함께하기를 어언 일주일.

보컬 레슨이 끝나자, 그녀가 손뼉을 치며 칭찬합니다.

미카, 고맙지만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면 쑥스러운걸요. 무엇보다 호랑이 같은 베테랑 트레이너 씨가 옆에 서 있으신데 그렇게 소리치면 혼나실지도 몰라요.

“시끄럽다, 죠가사키.”

“아하하...죄송합니다...”

봐요, 혼났죠?

어깨를 늘어뜨리면서 조금은 기가 죽은 듯, 시무룩한 모습을 보이는 미카가 귀여워요. 마음 같아선 좀 더 놀리고 싶었지만, 우선할 게 있으니 나중으로 할까요.

“저기, 어땠나요?”

아무래도 공연을 앞둔 입장으로 레슨의 결과가 신경 쓰입니다. 프로듀서 씨가 힘내주신 만큼, 저 역시 힘내야 하고 무엇보다 공연에는 데뷔가 걸려있으니까요.

손을 가슴에 모으고, 조마조마한 눈으로 베테랑 트레이너 씨를 바라봅니다.

그러자 베테랑 트레이너 씨는 안심하라는 듯이 부드럽게 미소를 그려내며 대답했습니다.

“충분합니다.”

“풋!”

위험해요. 치사해요. 반칙이에요. 지금 이 순간에 그런 말씀을 하시면 웃을 밖에 없는걸요.

“...?”

머리 위에 물음표가 떠오른 것이 보입니다. 그녀들은 저의 반응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아, 이런. 미안해요. 무심코 예전 일이 떠올랐거든요.”

“예전 일이요?”

“네. 프로듀서 씨와 처음으로 만났을 때요.”

절 담당하게 될 프로듀서와의 만남―그 만남은 영화에서나 나올 것처럼 특별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미시로는 아이돌 부문을 신설하기로 한 뒤, 예의 프로젝트에 알맞은 인재를 찾으려고 다방면으로 움직였습니다.

대부분은 기존의 모델이나 방송인을 찾아가 스카우트를 하는 것이었지만, 보통의 방식으로 면접 회장을 열어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헤에, 카에데 씨는 면접이었구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는 듯 호기심을 보이는 미카.

“괜찮다면 이야기해드릴까요?”

“누구 마음대로요?”

베테랑 트레이너 씨가 사납게 으르릉거립니다. 선생님, 정말로 호랑이 같아요.

“...하아, 누가 호랑이예요?”

베테랑 트레이너 씨는 골치가 아파지는 듯, 관자놀이를 검지로 꾹꾹 누르면서 한숨을 내뱉습니다.

“트레이너 씨~.”

미카가 손바닥을 부딪치면서 한쪽 눈을 감고 윙크합니다.

같은 여자가 봐도 반할 것 같은 미소. 프로듀서 씨는 이 미소에 반해서 그녀에게 제의한 게 아닐까요.

“어차피 보컬의 레슨은 오늘로 끝이잖아? 열심히 했으니까 이 정도의 휴식 시간은 봐줘. 게다가 노는 것도 아니고 동료에 대해서 알아가려는 거니까★”

“정말이지, 어쩔 수 없네.”

베테랑 트레이너 씨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야호★ 고마워, 트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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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에 소설 표지를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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