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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 마차(Pumpkin carriage) - 1 Taciturn and honest man(*표지 데이터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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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5, 2017 19:52에 작성됨.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아주 올곧은 남자가 있었어.”

 

정신을 차리고 보면 자신은 프로듀서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프로듀서라는 직종에 딱히 어떠한 열정이나 꿈을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남이 시키는 대로, 사회의 흐름에 따라서 공부해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에 들어갔다.

졸업해서 운 좋게 미시로 그룹에 입사했고, 그 과정에서도 딱히 어떠한 고뇌조차 겪지 않았다.

청춘 하나 없는—무미건조하고 재미없는 삶일 뿐이었다.

이런 재미없는 인간이, 누구보다 열정과 꿈이 넘치며 빛나는 아이돌을 프로듀스하다니.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하고 또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자네가 들어온 지도 제법 됐지.”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런 인간이 프로듀서가 된 것은 그저 우연에 불과했다. 어떠한 의도나 흑막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를 만나서 ‘프로듀서가 되겠어.’ 라고 다짐하게 된 것도 아니다.

“예, 이마니시 부장님.”

동네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인상—그 소문의 미시로 상무에게도 하대한다는 이마니시 부장.

이 사람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최근, 미시로 그룹에서 아이돌 사업 부문에 힘을 써서 집중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소문에 의하면—약소 사무소 아이돌이었으나, 톱 아이돌로 성장하여 일본 전체를 열광시킨 765 프로덕션의 아이돌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들이 예능, 음악, 연기— 등 여자 아이돌 관련 부분을 모두 가로채면서 문제가 생겼다.

여태껏 나름대로 방송계에서 일정한 수익을 내고 있던 미시로 그룹은 그제야 765 프로덕션을 경계. 이후 밥그릇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며 회의를 연다.

싫고 어두운 이야기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다.

다만 여기서 몇 가지 문제가 생겼다.

아이돌 후보는 많으나 그녀들을 키워낼 프로듀서의 숫자가 심할 정도로 적었다. 그래서 회의한 결과, 일단은 급한 대로 사원 중에서 프로듀서를 뽑아 인원을 충당하기로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마니시 부장의 물음에 손이 절로 목덜미로 향했다. 곤란할 때 나오는 그의 습관이었다.

프로듀서.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할지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우물쭈물하자, 이마니시 부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흘리면서 다가와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잘할 것이라고 믿네. 그리고 자네의 입사 동기 또한 이번에 프로듀서로 발탁됐으니 서로 힘이 될 수 있으니 괜찮지 않은가.”

“아...그 녀석, 말입니까?”

“그래. 이미 사쿠마 마유라는 전속 아이돌도 붙어서 벌써 친해진 상태네. 저번에 보니 그의 차 안에서 아이돌이 자고 있더군. 자네도 금세 그렇게 친해질 수 있을 걸세.”

이마니시 부장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두툼한 서류 봉투를 그에게 건넸다. 이에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서류 봉투를 받아 그 안의 내용을 확인했다.

“이건...”

“앞으로 자네가 프로듀스하게 될지도 모를 아이돌의 명단일세.”

이건, 아직 호박 마차가 되기 전 올곧은 남자의 이야기다.

정직하고, 또 정직했던 프로듀서의 이야기.

아직 중요한 것이 미소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아이돌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일의 이야기.

성공했으나, 성공하지 못한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과묵한 수레바퀴가 되게 된 계기.

그리고 이건

결과가 정해져 있는

신데렐라가 떠나는 이야기이다.

 

Project dress

 

 

조금 세속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아이돌 부서를 막 설립했을 때의 일이다.

미시로는 영화, 영상 콘텐츠,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월등한 성과를 내는 일본 굴지의 초거대 기업이다.

다만, 아이돌 부분만큼은 손을 댄 적이 없어서 ‘과연 잘할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의문이 상당히 많았다.

처음이니 이런 시선을 받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미시로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시선을 떨어뜨리고 업계에 신뢰를 쌓고 싶었다. 유명해질수록 그만큼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소녀들의 방문도 많아진다. 당연한 이야기다.

스카우트만으로도 한계가 있다. 아니, 애초에 스카우트 자체도 명성이 없다면 수상 쩍이 여길 뿐이다.

그래서 명확한 신뢰를 쌓을 실적이 필요했는데—이를 위해 회의 끝에 몇 가지 계획을 내게 된다.

 

프로젝트 드레스(Project dress)

 

보다 많은 소녀가 동경하고 바라도록 만든 계획

모든 것의 시초이자 원점, 그 시작.

그것이 프로젝트 드레스.

‘...’

이게 어떠한 프로젝트냐고 묻는다면—실로 간단하다.

미시로에는 아나운서, 배우, 모델 등 이미 다른 방면으로 우수한 실적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중에선 이미 상당한 팬층까지 데리고 있는 방송인도 있었다.

 

‘그럼, 이들을 데리고 아이돌로 데뷔시키면 어떨까?’

 

이미 현역에서 활약하고 있으니 매력은 충분하다.

기존에 팬이 있을 때 그들까지 따라올 수도 있으니 더더욱 좋다. 데뷔하면 최소 실패는 하지 않는다.

사진 촬영을 하거나, 방송에 나간다고 해도 기존의 경험이 있으니 실수를 가능성도 적었다.

그에 반면 스카우트하거나 양성소에서 자란 연구생은 아무래도 불안한 점이 많다.

대중에게는 생각보다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정작 데뷔해도 방송계와 안 맞을 수도 있다.

미시로 프로덕션은 소위 말할 ‘성공한 아이돌’—즉, ‘실적’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온 게 프로젝트 드레스.

다만 이 중에서도 이미 기존의 전문 분야에서 압도적일 정도로 성과를 낸 사람은 적합하지 않았다.

완전 신인도 솔직히 말해서 양성소의 연구생과 다를 바 없으니 제외다.

이후 상층부는 이 조건에 알맞은 이들을 찾아가서 제의했고, 몇몇 프로듀서에게 프로듀스를 맡긴다.

입사 동기의 경우는 사쿠마 마유였다.

그리고 자신의 경우는—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

 

미시로의 아이돌 부문이 신설된다는 소식은 일본 전역을 더불어 사내를 강타했다. 그 ‘미시로’ 그룹인 만큼, 새로 추진되는 사업에 온갖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여러 소란이나 관심 속에서도 미시로의 아이돌 부서는 묵묵 대답 상층부에서 내려온 계획을 추진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언 3개월.

프로듀서는 첫 번째로 담당한 아이돌을 찾아갔다.

“안녕하십니까, 타카가키 씨.”

타카가키 카에데는 언제 봐도 아름다운 사람이다. 신비스러움이 묻어나는 미모는 사람을 홀릴 것 같아 무심코 숨을 멈추게 되고, 자세하게 보지 않으면 눈치를 챌 수 없는 청록색과 초록색의 오드아이는 보석처럼 빛나서 무심코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눈앞의 그녀는 본래 아이돌이 아닌 모델, 그것도 상당한 커리어를 보유하고 있었으나―아이돌 부문이 신설될 당시 관심을 보이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

카에데는 눈앞의 선 덩치가 장대한 남자를 말없이 올려다봤다. 그녀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감돌았다.

“무슨 일이신지...?”

프로듀서는 습관적으로 목덜미를 매만지며 물었다.

“프로듀서 씨를 보고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역시 곰 같으시네요. 후훗.”

“...”

솔직히,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타카가키 카에데는 언뜻 보면 신비감이 묻어나는 미인이지만—그 속내를 보면 전혀 아니다.

술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듣는 사람을 절로 얼어붙게 만드는 썰렁한 농담을 한다.

모델 부문에서 아이돌 부문으로 이전한 지는 약 3개월.

이후 행적을 들어보면 노래나 춤에 생각 이상으로 즐거움을 느껴 레슨도 열심히 하는 중. 담당 트레이너의 말에 의하면 연습도 꾸준히 하고, 또 그만큼 성적 역시 좋은 모양으로 전체적으로 평가 우수였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프로듀서가 미리 준비해둔 스포츠 드링크를 건넨다.

카에데는 마침 목이 말랐던 참이었으나 어딘가 모르게 실망스러운 기색을 내보이면서 빨대에 입을 물었다.

프로듀서는 그 얼굴을 보곤 혹시라도 입에 맞지 않은 건 아닌지, 하고 물었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술이라면 술술 넘어갈 텐데, 술이 아니라서 잘 넘어가지 않네요. 후훗.”

“...”

프로듀서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손을 목덜미로 옮긴 뒤에 말없이 아이 같은 어른을 내려다보았다.

타카가키 카에데는 프로듀서의 시선에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고, 왜 그러냐고 물어볼 때 즈음.

“타카가키 씨.”

“네에?”

“타카가키 씨 역시 성인이시니 알아서 하시겠지만...그래도 술을 너무 자주 마시면 건강에 안 좋습니다.”

부우.

카에데가 볼에 바람을 집어넣어 부풀렸다.

첫 만남 이후, 계속해서 말장난했으나 이 남자의 반응은 어째 너무나도 재미없고 진지하기만 하다.

“...죄송합니다.”

무엇이 틀렸던 걸까. 곰같이 둔한 사내는 카에데의 기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풋.”

작게 터지는 웃음소리. 고개를 슬쩍 들어보니 카에데가 입가를 가리곤 옅게 웃고 있다.

“프로듀서 씨가 사과하실 필요는 없답니다. 보면 볼수록 정말 엉뚱한 매력을 가지고 계시네요.”

긁적

“그나저나...저에게 볼일이 있으신 것 같은데, 맞나요?”

“예.”

“무슨 일인가요?”

프로듀서는 눈앞에 있는 미인의 말장난보다 더 곤란한 말을 전했다.

이야기를 들은 카에데 조차도 놀란 듯 눈을 살짝 크게 떴다가 원래의 마이 페이스로 돌아오면서 말을 꺼냈다.

“저야 괜찮지만...”

 

*

 

“하아—!?”

타카가키 카에데와 마찬가지로 전직 모델―그리고 또 한 명의 담당 아이돌. 죠가사키 미카가 목소리를 높였다.

“잠깐, 프로듀서. 그게 무슨 말이야?”

미카의 눈썹이 사납게 치켜 올라갔다.

“죄송합니다.”

프로듀서가 송구하다는 듯이 허리를 숙여 사과한다.

그걸 본 미카가 흥분된 기색을 가까스로 가라앉혔다.

“아니, 딱히 프로듀서의 탓은 아니니까...”

“맞아요, 프로듀서 씨.”

카에데도 미카의 말에 동의하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닙니다, 제가 다시 한 번 찾아가서 설득하도록 하겠습니다.”

“...됐어, 프로듀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미카는 푹신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기면서 한숨을 푹 내쉬곤 방금들은 말을 확인하기 위해 재차 물었다.

“그러니까...프로젝트의 일원 중 한 명이 얼마 전에 그만두고 모델 일로 복귀했다는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드레스에서는 야심차게 준비한 유닛이 있었는데, 그 구성원이 이 세 명이었다.

성인 여성 잡지 모델 타카가키 카에데

여고생 잡지 모델 죠가사키 미카

그리고 얼마 전 프로젝트에서 빠진 나머지 한 명.

멤버가 멤버다보니 상부에서도 기대가 많았다. 그래서 개인 연습실까지 내주면서 각각 기본 레슨을 시켰다.

두 사람의 경우는 아이돌 부문으로 들어오는 시기가 겹쳐 서로 면식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멤버는 그런 접점도 없고, 기본적인 레슨을 모두 끝나기 전까진 각자 자신의 레슨에만 집중하기로 해서 유닛 결성 전까진 일부러 만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게 지금의 결과다.

“새로운 멤버가 들어올 때까지 데뷔는 늦춰지는 걸까요.”

카에데가 조금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데...”

미카도 평소의 명랑한 성격답지 않게 얼굴에 그늘을 만들며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프로젝트 드레스의 제의를 받고 처음부터 흥미를 느끼고 열성적으로 레슨에 임해왔다. 그만큼 많은 기대를 하고 노력해온 만큼 실망감도 컸다.

“...”

프로듀서는 아이돌들을 앞에 두고 생각에 잠겼다.

346프로덕션의 아이돌 부서는 그렇지 않아도 인재가 부족하다. 괜히 드레스를 낸 게 아니다.

여기서 또다시 다른 모델 출신 인재를 찾아보고, 제의한 뒤에 레슨을 시키면 얼마 걸릴지 모른다. 최악, 1년에서 2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런 긴 시간을 두고 두 사람에게 막연하게 기다리라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타카가키 씨, 죠가사키 양.”

어쩌면 이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도 있었다.

“여러분께서 얼마나 노력하시고 또 기다려왔는지는 저 역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둘 수는 없다.

일을 맡은 이상 확실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그 노력과 기다림에 보답할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데뷔의 일,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카에데와 미카는 한 차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본 뒤, 다시 정면으로 옮겼다.

“어떻게 할 생각인데?”

미카가 미심쩍은 얼굴로 물었다.

“현재 기획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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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준입니다. 아이마스넷..아이커뮤에 글을 올리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본 작품은 이번 어나더 스테이지에서 출품됐던 '호박 마차' 입니다.

'타케우치p가 cp를 만나기 전에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누굴 만났을까?'

'카에데와 타케우치p는 아는 사이였는데 무슨 관계일까?'

라는 주제로 구상하게 된 글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표지는 엣플(트위터:@Hdgeplay)님이 맡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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