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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와 아가씨와 조폭소녀 때문에 P의 멘탈은 아수라장! 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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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5, 2017 12:40에 작성됨.

하루카가 채찍을 나한테 휘두르려고 자세를 잡았다. 솔직히 말해서 못 피할 건 없다. 여유롭게 피한 뒤에 하루카한테 조금씩 다가가서 잽을 한 대 톡 치면, 하루카는 힘없이 쓰러질 게 틀림없다. 야요이보다도 약하거든.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나는 아이돌을 배려하는 프로듀서, 야요이한테는 쓰러트리는 게 배려였지만 하루카한테는 아니다. 하루카는 스스로를 각하라고 칭하는 만큼 자존감이 높기 때문에, 다른 사람, 특히 약하다고 인식된 나한테 지면은 엄청난 굴욕을 느낄 거다.

 

그건 배려가 아니야. 하루카를 존중해줘야 해.

 

그렇다면…

 

"각하님, 어찌 제가 각하님을 시험하겠습니까."

 

최대한 굽실거리는 아첨꾼 모드로 가줘야겠지.

 

"그렇다면 지금 이오리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하는 건가."

 

"그 또한 아닙니다. 다만, 이오리가 제 말을 잘못 받아들인 것이지요. 시험을 친다는 게 아니라, 미천한 저 따위가 각하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는 겁니다."

 

하루카는 그 말을 듣고 나를 뚫어져라 보았다. 오만으로 이루어진 눈빛으로 내 전신을 훑으니, 어째 오싹한 느낌까지 들 정도다. 그렇지만 저런 오만함에 굴복하여 기분 나빠해서는 안 된다. 지금 내 최선은 하루카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 일단은 후퇴하자.

 

"죄송합니다. 저 따위가 각하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군요. 각하님은 부디 편히 쉬시길 바랍니다. 야요이, 해야될 게 있으니까 따라와."

 

내가 야요이의 손목을 붙잡자,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야요이가 사탕을 먹으며 멍하니 있다가 활기차게 웃었다.

 

"웃우!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사탕이 바닥에 떨어졌다. 사탕 하나를 다시 까서 줘야겠군. 그런데 야요이, 너 왜 사탕을 주우려고 하냐. 나는 서둘러 야요이를 제압했다.

 

"야요이, 사탕은 많으니까 저걸 굳이 주워먹을 필요는 없어."

 

"그런 건가요?"

 

"그런 거지."

 

그렇게 야요이와 대화하는 사이 하루카가 어느새 우리 앞에 와 사탕을 주웠다. 뭐지? 저 사탕을 주워서 뭐를 하려는 거야. 막 웃고 있는데. 하루카가 현재 짓고 있는 표정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 악동의 표정으로 예상되는데요, 맞습니까, 백자성 캐스터?

 

"우민, 이 사탕을 야요이가 못 먹게 한 이유가 뭐지?"

 

"더러우니까요?"

 

"그럼 너도 먹기 싫겠군. 먹어라, 우민."

 

맞는 것 같네요. 이상, 하루카 속보를 마칩니다.

 

―는 내가 이딴 걸 왜 먹어야 해. 물론 내가 심각한 변태였으면 '하아, 하아, 야요이의 타액이 흥건하게 묻고 하루카의 손길이 탄 사탕이야! 핥짝핥짝 핥고 싶어, 하아, 하아.' 라고 하며 개처럼 꼬리를 흔들며 무릎을 꿇고 고개를 끄덕였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런 변태가 아니라고. 그래서 나는 친절하게 거절했다.

 

"죄송합니다만 그럴 수 없습니다. 너무 더럽습니다."

 

"그렇다면 씻어서 주지."

 

그리고 진짜 하루카는 싱크대에 가서 물을 틀고 사탕을 씻기 시작했다. 왜 저러는 건데. 저걸 씻는다고 순순히 먹을 것 같냐? 일단 땅에 떨어진 거라서 느낌이 꺼림칙하단 말이야.

 

하지만 내 마음 속 목소리는 절대 하루카에게 닿지 않는다. 하루카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사탕을 나한테 들이대며 말했다.

 

"자, 이제 먹어라 우민."

 

신이시여, 어찌 저한테 이런 시련을 주시옵니까. 나는 구원의 손길을 기대하며 야요이를 흘긋 봤다. 야요이도 어쩔 줄 모르겠는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흠,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로군. 될대로 돼라. 나는 내 막장의 잠재력을 기대한다.

 

"각하님, 저는 각하님의 침이 '잔뜩' 묻은 사탕을 먹고 싶습니다. 각하님께서 침을 '잔뜩' 묻히신 뒤에 저한테 주시죠."

 

후후, 이렇게 하면 하루카도 먹기 싫어서 그만 두겠지. 설마, 천하의 하루카가 이런 정신 나간 부탁을 승낙하겠어?

 

"광적으로 나를 존경하는구나. 알겠다, 우민이여."

 

그리고 진짜로 사탕을 입에 넣었다. 여기선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야요이가 먹다가 땅에 흘려서 더러워진 뒤에 수돗물로 씻겨지고, 결국 하루카의 침이 잔뜩 묻게 된 사탕을 먹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건 이미 사탕이 아니라 오물이다. 빨리 야요이를 데리고 도망쳐야지. 슬쩍 야요이를 보니 야요이도 충격이 큰 모습이다. 물론 떨어진 걸 아무렇지도 않게 주워서 먹으려고 한 야요이가 저렇게 놀란 이유는, 저 오물을 내가 먹는 모습을 상상해서 그런 거겠지.

 

절대 안 먹어, 절대.

 

"아, 급한 일이 떠올라서. 저는 이만 실례하도록 하죠."

 

나는 야요이의 손목을 붙잡고 재빠르게 도망쳤다. 하루카가 '감히 나, 아마미 하루카의 침이 묻은 사탕을 거부하는 것이냐!' 라고 하며 따라올까봐 걱정됐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행이군. 하지만 이렇게 되면 계획을 바꿔야 한다. 처음에는 이오리, 야요이, 하루카를 동시에 모아놓고 테스트를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그럴 수가 없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야요이만이라도 해보는 수밖에. 게다가 한 명씩 하면 더 자세히 알 수 있으니까 더 좋을 수도 있겠지. 일단 트레이닝룸에 가볼까.

 

"프로듀서, 그런데 급한 일이 뭔가요?"

 

그렇게 생각하는 나한테 야요이가 대뜸 물어왔다. 내가 하루카한테 둘러댄다고 말한 걸 야요이는 그대로 받아들였나보다. 진짜 순진한 아이로군. 뭐, 그래도 테스트해야 하는 건 사실이니까 급한 일이라면 급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 나는 야요이한테 말했다.

 

"아, 내가 너희를 프로듀스하려면 더 자세히 알아야 하잖아? 그래서 야요이 너랑 상담 좀 하려고."

 

"그게 왜 급한 일인가요?"

 

"음, 그러니까, 음…"

 

떠올려라, 자성아. 떠올려라! 쓸만한 말을 떠올려라! '너에 대해서 빨리 알아내고 싶었어, 야요이.'는 너무 오그라들고, '빨리 너희를 데뷔시켜서 내가 돈 맛 좀 봐야 하니까, 크하하!'는 악당 같고, 으, 으, 떠올려!

 

잠깐, 돈? 좋은 게 떠올랐다.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시간은 금이니까. 금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하잖아? 그래서 급한 일이야."

 

"그, 금이요?"

 

"응. 1초당 금 1kg이랑 같아."

 

"무, 무려 1kg이요? 정말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요! 이때까지 그냥 보낸 시간을 생각해보면 저는 대체 금을 얼마나 많이 날린 거죠? 더 날릴 수는 없어요, 프로듀서!"

 

야요이는 지금 진지합니다. 어느 때보다 진지합니다. 이렇게 진지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빨리 상담하죠!"

 

"그, 그래."

 

그래서 나랑 야요이는 굳이 힘들게 달려 트레이닝룸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미키와 히비키가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 움직임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저 정도 실력이면 유명 아이돌이 되고도 남을 것 같았으니까.

 

"우와…"

 

야요이가 한 말이다. 야요이를 보니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야요이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한 걸까. 그런데 야요이는 같은 소속사면서 왜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동차를 본 시골아이처럼 신기해하는 거지? 별로 위험한 질문은 아닐 거니까 물어봤다.

 

"미키랑 히비키가 춤을 추는 건 처음 봐?"

 

"네, 처음 봐요. 트레이닝 시간도 다르고 같이 무대를 뛰어본 적도 없으니까요. 역시 한 번 유명 아이돌이 되어본 사람들은 다르네요……"

 

뭐? 한 번 유명 아이돌이 돼봤다고? 유명 아이돌이 되었던 녀석들이 왜 이런 조그마한 소속사에 와서 무명 아이돌 노릇을 하고 있는 거야?

 

"프로듀서, 혹시 미키 씨랑 히비키 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나요? 정말 유명한데?"

 

"아, 워낙 아이돌한테는 무관심해서 말이지. 지금도 너희 말고는 관심 안 가져도 될 거고."

 

"그럼 안 돼요!"

 

야요이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나를 혼냈다. 프로듀서라면 다른 인기 아이돌들의 인기 요인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자기가 프로듀스 하는 아이돌이 인기가 없을 때 그 원인을 모를 거라고 말이다. 틀린 말은 아니지. 프로듀서가 됐으니 그에 맞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거야. 많이 귀찮겠지만 어쩔 수 없군.

 

"아무튼! 미키 씨랑 히비키 씨, 그리고 타카네 씨까지 합쳐서 프로젝트 페어리라는 유닛으로 활동했었어요. 961 프로덕션 소속이었는데 정말 유명했다고요! 거의 소녀시대 수준이었어요."

 

소녀시대는 또 뭐야. 진짜 아는 게 하나도 없군. 갑자기 나 따위가 프로듀서를 한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 정도야. 나는 힘이 빠져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반성했다.

 

"이제부터 아이돌 연구 열심히 할게. 너무 그렇게 혼내지 말아줘…"

 

위험한 질문이 아닐 거라고 말한 거 기각이다. 이렇게 나비효과가 이어질 줄은 상상도 못 했어. 내가 진짜 죽을 죄를 졌구만. 흑흑.

 

내가 그렇게 훌쩍이기 시작하는데 문이 열리며 아카바네가 들어왔다. 아카바네는 야요이 앞에서 훌쩍이는 내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손에는 이온음료들이 담긴 비닐봉지가 보였다. 고생한 아이돌들을 위해 사온 거로군. 그런데 저렇게 계속 사다주면 프로듀스하는 아이돌이 많아서 돈이 많이 들 것 같은데, 괜찮은 건가. 나랑 상관 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궁상맞게 계속 우는 건 안 좋으니까 그만두자. 트레이닝룸에 연습하는 애들도 있으니까 상담은 다른 곳에서 하기로 하고. 그렇게 생각하며 아카바네를 보았다. 아카바네는 나한테 생기발랄하게 말을 걸어왔다.

 

"선배님, 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아, 별 거 아니야. 그냥 야요이를 좀 알아봐야겠다 싶어서 여기로 왔는데 너희가 연습해야 하니까 그냥 갈게. 방해하면 안 되니까."

 

"자성 프로듀서! 우리 연습 끝났으니까 여기서 해도 되는 거야."

 

"안녕하수꽈!"

 

음, 그래. 잘 듣고 있었는데 뭔 알아먹을 수 없는 말이 하나 섞였군. 안녕하수꽈가 뭐야. 이런 기묘한 말을 한 범인은 히비키, 나는 히비키를 빤히 보았다. 히비키는 후후 웃으며 나한테 말했다.

 

"무신 거옌 고람 신디 몰르쿠게?"

 

"쟤 지금 외계어 쓰냐?"

 

내가 아카바네와 야요이를 보며 물었다. 분명히 저번에 치킨 먹을 때까지만 해도 저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아이가 아니었는데.

 

"아, 이건 제주도 방언인 거야. 히비키가 제주도 출신인 거야."

 

내 질문에 대한 답은 미키한테서 나왔다. 그렇군, 제주도 출신이었구나. 그런데 저번에 치킨 먹을 때는 표준어로 잘 말했는데, 지금은 왜 저래.

 

"너무 열심히 연습해서 지치면 자기도 모르게 제주도 방언이 나오는 거야. 못 알아듣겠으면 무시해도 되는 거야."

 

"경해도 고만히 생각호멍 들으민 조금씩 알아집니다."

 

음, 미키가 한 말을 그대로 따르는 게 현명하겠군. 지금부터 히비키가 하는 말은 전부 무시한다.

 

"뭐, 어쨌든 너희가 괜찮다니까 여기서 할게."

 

나랑 야요이, 그리고 아카바네까지 전부 바닥에 앉았다. 미키와 히비키, 아카바네와 나의 시선이 전부 야요이를 향했다. 야요이는 모두의 시선이 아무렇지 않은지 신난 듯이 말했다.

 

"그럼 프로듀서! 하고 싶은 질문을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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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한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니고 그저 제가 재미있게 쓸 수 있는 가상배경입니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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