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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와 아가씨와 조폭소녀 때문에 P의 멘탈은 아수라장! 8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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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2, 2017 16:10에 작성됨.

"안 때릴 거라고요?"

 

신훈 씨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겠는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신훈 씨라면 모르겠지, 저 용승 씨가 나한테 시키려는 일이 무엇인지. 나는 눈치챘지만.

 

"네, 안 때리고 이길 겁니다."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야요이가 얼마나 강한지 알고는 계십니까?"

 

"당연히 알죠. 한 대 맞고 기절했었는 걸요."

 

그때 기록한 뇌 내 메모는 아직도 남아있다. 그 메모가 더 늘어나지 않기를 비는 수밖에.

 

"야요이의 강함을 알면서도 안 때리겠다니, 혹시 정신이 나간 건가요?"

 

신훈 씨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안다. 나도 프로듀서가 아니라면 충분히 이렇게 생각하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프로듀서, 어쨌든 아이돌을 키워내는 프로듀서다. 나는 사장님께 아이돌을 배려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었고, 주먹을 휘두르는 건 결코 배려가 아니다.

 

주먹으로는 절대 야요이에게 나아갈 길을 내어줄 수도 없다.

 

어찌 보면 일반인의 정신에서 프로듀서의 정신으로 나간 걸지도 모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정신이 나간 것 같아요."

 

"역시나."

 

신훈 씨가 나를 측은하게 보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확고하게 핸드랩과 글러브를 거부하니 더 이상 권유하지 않았다. 그저 신훈 씨는 관원들에게 오늘 빅 매치가 펼쳐진다면서 옥타곤 주변으로 모은 뒤, 관원들이 먹을 치킨을 주문할 뿐이었다.

 

…다이어트 킥복싱을 하고 치킨을 먹으면 무슨 소용인 거야. 나랑 상관 없는 일이지만.

 

그런 것보다도 일단 내가 알아둬야 할 게 있다. 야요이가 전문적으로 격투기를 배웠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신훈 씨한데 다가갔다.

 

"신훈 씨, 그런데 야요이가 격투기를 배운 적 있나요?"

 

"없어요. 그저 반복되는 싸움으로 실전 경험만 늘렸을 뿐이죠."

 

그렇다면 앞뒤 안 가리고 덤벼들겠군. 거리계산 같은 건 조금도 안 할 거야. 승산이 있겠어.

 

"음, 승부는 공평해야죠. 저는 복싱을 배웠어요. 복서라고 야요이한테 전해주세요."

 

"주먹 안 쓰는 복서라… 아무튼 전해드리죠."

 

신훈 씨는 야요이한테 갔다. 야요이는 눈을 살벌하게 태우면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담배도 끊게 해야겠구만. 저런 건 중학생의 모습이 아니라고.

 

나는 어쩐지 답답해서 한숨을 푹 내쉰 뒤에,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벗었다. 양복이 땀으로 젖는 건 별로다. 나는 체육관에서 지급하는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나왔다. 신훈 씨는 나를 보고 감탄했다.

 

"복싱을 꽤 오래 했나 봐요?"

 

"네, 뭐, 그렇죠."

 

상의를 탈의했기 때문에 근육이 보인다. 용승 씨는 내 근육을 보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왜 저러는지 궁금하지만 나한테 말을 걸지 않아서 그냥 옥타곤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 들어와본 옥타곤, 링보다 바닥이 단단하고 공간이 넓다. 링과는 싸움 환경이 역시 다르겠네. 어쩌면 좋을까……

 

"엑에! 엑에!"

 

저 이상한 엑에 거리는 기합도 못 넣게 해야지. 웃우는 귀엽지만 엑에는 뭔가 무섭다고.

 

아무튼 그 이상한 기합을 넣으며 야요이가 들어왔다. 심판은 신훈 씨인가. 신훈 씨는 나와 야요이를 불러서 말했다.

 

"룰 같은 거 용승이 형님이 없다고 했지만 위험하다 싶으면 제가 중재합니다. 그럼 시작하세요."

 

나와 야요이는 서로의 주먹을 인사 차원에서 한 번 부딪치고 뒤로 물러섰다. 보통의 경기라면 이제 거리를 재겠지만 야요이가 그럴 리는 없겠지. 그렇다면 피하기 쉽게 공간의 여유를 두고 움직여야 해.

 

나는 최대한 뒤에 공간을 확보한 뒤에 야요이를 보았다. 야요이는 내 예상대로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프.

 

점프?

 

설마 저대로 나한테 착지하면서 주먹을 꽂으려는 건가. 맞으면 끝장이겠지만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나는 옆으로 움직여 야요이의 주먹을 피했다. 그러자 야요이는 바닥에 큰 소리를 내며 착지했고, 바로 몸을 비틀어 내 허리를 붙잡았다. 넘어트린 뒤에 때리려는 건가. 이건 별 수 없군. 야요이의 힘을 이기지 못해서 결국 넘어졌다. 내 위에 올라탄 야요이는 날 때리려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럼 여기서 프로듀서로서의 강함을 보여줘볼까.

 

나는 야요이보다 더 빠르게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 야요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웃우?"

 

야요이는 주먹을 날리려다 말고 당황한 듯 큰 소리를 냈다.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야요이한테 말했다.

 

"때리고 싶다면 마음껏 때려. 프로듀서는 아이돌의 앙탈을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으니까."

 

저 주먹이 앙탈 수준은 아니지만 그러려니 하자.

 

"웃…우…"

 

이대로 야요이는 전의를 잃고 싸움은 끝나겠지. 완벽해.

 

"막내야! 지금 상대가 프로듀서라고 마음이 약해진 거냐! 나는 너를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정신 차리거라!"

 

용승 씨 때문에 완벽이 깨졌다. 이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건가. 너무하네.

 

야요이는 용승 씨의 말에 힘을 얻었는지 다시 주먹을 들어올렸다. 그럼 2단계 강함을 보여주는 수밖에. 나는 머리를 쓰다듬던 손 말고 다른 손도 야요이의 머리 위에 올렸다.

 

그리고 바로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안 끌어당겨지려고 야요이는 힘을 준 것 같지만 소용 없다. 내 힘도 만만치 않게 세거든.

 

"야요이, 기대고 싶으면 언제든 내 가슴에 기대. 등에 기대도 좋고. 프로듀서는 아이돌이 언제든지 기댈 수 있는 존재니까."

 

"프, 프로듀서… 이건 좀 부끄러워요…"

 

많은 사람들이 보는 상황에 웃통을 벗은 남자 가슴에 얼굴이 붙은 상태니 부끄럽겠지. 안 부끄러우면 그게 이상한 거야.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는다. 이미 낯 뜨겁고 오그라드는 말을 많이 했는데 여기서 더 못 할 게 뭐가 있겠어?

 

그래서 나는 쐐기를 박았다.

 

"부끄러운 만큼 때려. 나는 괜찮으니까."

 

"……됐어요. 그만할래요."

 

야요이는 내 위에서 내려왔다. 신훈 씨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지 용승 씨를 봤다. 나도 용승 씨 쪽을 슬쩍 보니, 용승 씨는 만족했는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신훈 씨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눈치지만 용승 씨가 흡족해하니까 그냥 끝내기로 한 것 같다.

 

"경기 종료합니다."

 

그러자 관원들이 나를 향해 소리치기 시작했다.

 

"굉장한데요!"

 

"부끄러움 따위 없는 겁니까?"

 

"치킨 맛 다 떨어질 정도로 오글거리네요!"

 

아, 치킨 맛 떨어지게 한 건 죄송하네요. 죽을 죄를 졌습니다. 치멘.

 

나는 야요이와 함께 옥타곤 밖으로 나갔다. 용승 씨는 호쾌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두들겼다.

 

"너는 아주 강하군! 우리 막내를 맡겨도 되겠어. 네가 막내의 프로듀서라서 다행이야."

 

"인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게 야요이는 조폭에서 벗어났다. 용승 씨는 야요이한테 앙심을 품은 사람들이 언제 위협을 가할지 모르지만, 나라면 야요이를 지켜줄 수 있을 거라고 좋아했다. 덧붙여서 빚은 야요이가 데뷔해서 돈을 벌기 전까지 조직에서 조금씩 갚아주기로 했다. 조직을 떠나도 야요이는 영원한 막내라나 뭐라나. 모든 조폭이 이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 사람들은 의리가 굉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조폭 형씨들한테 인사를 한 뒤에 야요이를 데리고 편의점에 갔다. 야요이는 내가 은단을 잡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프로듀서, 은단은 왜 사요?"

 

"너 담배 끊으라고."

 

"엑에! 은단은 싫어요. 맛없어요."

 

담배 피는 녀석이 은단을 맛없다고 하다니… 담배가 더 맛없겠다.

 

"그럼 막대사탕 사줄 테니까 담배 대신에 그거 물고 다닐래?"

 

"엑에… 제가 꼭 담배를 끊어야 하나요?"

 

야요이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어왔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당연하지, 이점이 하나도 없고 안 좋기만 하잖아. 그리고 엑에 거리는 것도 그만둬. 바보 같아."

 

"엑에? 바보라니 너무해요!"

 

"바보 되기 싫으면 웃우만 하든가."

 

"웃우… 알겠어요. 프로듀서 씨가 하는 말이니까 따를게요."

 

나는 야요이의 입에 막대사탕을 물려줬다. 야요이는 아무 말 없이 막대사탕을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야요이한테서 담배를 받은 뒤에 버렸다.

 

"조폭, 담배, 엑에, 전부 바이바이야. 알겠어?"

 

야요이는 막대사탕을 미친 듯이 빨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어린 애잖냐. 이런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그럼 이제 사무소로 돌아가볼까?"

 

야요이는 막대사탕을 입에서 빼더니 활기차게 말했다.

 

"웃우! 그러도록 해요!"

 

막대사탕은 막대기만 허전하게 남아있었다. 하나 더 입에 넣어줘야겠구만.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고 야요이한테 사탕을 물린 뒤에 사무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런 우리를 반겨준 건 채찍을 든 하루카였다ー

 

"들었다. 감히 우민 주제에 나, 아마미 하루카를 시험하기로 했다면서? 일단 맞고 시작해볼까."

 

ー인생 x발 항상 고난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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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님께 충성을 다합니다. 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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