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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와 아가씨와 조폭소녀 때문에 P의 멘탈은 아수라장! 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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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1, 2017 14:58에 작성됨.

"웃우,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들은 아니니까… 따라와요."

 

야요이는 나를 조직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심부름센터였다. 음, 확실히 심부름센터니까 정말 험악한 분위기는 아닐 것이다. 아마도. 그렇게 믿는 게 내 정신건강에 좋겠지. 나는 야요이를 따라 들어갔다.

 

"오, 우리 귀여운 막내 왔냐! 옆에는 누구야?"

 

오, x발 도망칠까.

 

덩치가 큰 남자가 나랑 야요이한테 다가왔다. 그 남자 팔을 흘긋 보니 문신이 보인다. 저거 용이냐. 체급 차이를 보니 절대 복싱으로 못 이겨. 확신하지. 저 남자가 날 넘어트리는 순간 난 진다ー

 

ー가 아니지. 왜 난 싸울 생각부터 하고 있는 거야. 충분히 말로 해결하면 되는데…

 

나는 한 번 숨을 크게 들이셨다가 내쉬었다.

 

떨지 말자, 나는 프로듀서니까.

 

아이돌들한테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길을 내어주겠다고, 사장님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말했으니까.

 

그래서 나는 한 번 더 숨을 들이킨 뒤에,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야요이의 프로듀서입니다."

 

"프로듀서라고?"

 

남자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상당히 무섭지만 침착하게 생각하자. 프로듀서라는데 때릴 리가 없잖아.

 

그리고 역시나, 남자는 호쾌하게 웃더니 야요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축하한다! 그렇게나 프로듀서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기어코 생겼구나!"

 

야요이는 쓰다듬어지는 게 기분이 좋은지 헤헤 웃으며 답했다.

 

"웃우! 프로듀서 씨가 저를 톱 아이돌로 이끌어줄 거예요!"

 

톱 아이돌이라니, 벌써부터 최정상을 노리는 거냐. 포부가 장난 아니게 큰데?

 

나는 은은히 웃으며 야요이를 봤다. 꿈이 큰 건 좋은 거지. 원래 커야 그 꿈의 반은 이루는 법이라고.

 

"그런데… 프로듀서가 생겼으니 더 이상 우리랑 같이 일하지는 못 하겠지…"

 

아쉬움, 남자의 목소리에서 그게 느껴졌다. 남자는 야요이에게 프로듀서가 생겨서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해줬다. 그 정도로 남자는 야요이에게 정이 있다는 것이니 아쉬워할만도 하다.

 

뭐, 그래도 상황 봐보니 그냥 보내줄 것 같네. 그럼 이걸로 끝인가? 별 갈등 없이 끝나겠…

 

"그렇지만! 강한 프로듀서가 아니면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이게 뭔 개소리야.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나랑 싸워야 한다!' 같은 거면 도망칠래. 조폭하고, 그것도 체급 차이가 심한 조폭이랑은 싸우고 싶지 않아. 복싱 룰이라면 모르는 이야기지만…

 

…그렇지만 일단 이야기는 들어볼까.

 

"강함? 어떻게 증명하면 되나요."

 

"일단 따라와. 야요이 너도."

 

"웃우! 알겠습니다!"

 

남자는 씩씩한 발걸음으로 나와 야요이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로 안내하는 거야. 조폭이 이렇게 구니까 안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불안하잖아. 112라도 미리 눌러놓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데 도착한 곳은 격투기 도장이었다. 주짓수, MMA, 무에타이, 킥복싱, 다이어트 어쩌고 더럽게 많이 적힌 간판이 보인다. 결국 주짓수고 무에타이고 전부 MMA 안에 있지만 문외한들 알아보기 쉬우라고 적어놓은 건가.

 

알게 뭐야.

 

나와 야요이는 남자를 따라 격투기 도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샌드백을 치거나 거울을 보며 자세를 연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도복을 입은 채로 뒤엉키며 주짓수를 연습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조폭이 안내한 곳치고는 뚱뚱한 사람들이 많다. 근육 같은 게 아니라 누가 봐도 살이다. 틀림없이 다이어트하려고 격투기를 하는 건데, 조폭이 안내한 곳이 멀쩡한 체육관이라니. 뭔가 좀 놀랍다.

 

그럼 이제 체육관 내부 파악을 끝냈으니 남자를 봐볼까. 남자는 관장으로 추정되는 남자한테 다가가고 있었다. 관장도 환하게 웃는 걸 보면 사이가 좋은가보다.

 

"오, 용승이 형님. 오랜만입니다!"

 

관장이 남자한테 말했다. 남자 이름이 용승이었군. 별로 중요하지는 않다.

 

"그래, 우리 신훈이. 체육관 잘 되는 것 같네?"

 

"당연하죠! 안 되면 제가 지금 여기 있겠습니까?"

 

"하하, 그건 그렇네. 것보다 핸드랩이랑 글러브랑 옥타곤 좀 빌릴 수 있겠나?"

 

x발, 도망칠까. 저 용승 씨랑 한 판 붙을 생각하니까 벌써 오줌 쌀 것 같은데. 그것도 옥타곤이라니, 종합격투기 룰로 붙을 거 아니야? 무리라고 그런 거.

 

"얼마든지요! 그런데 누구랑 누가 붙는 겁니까?"

 

"막내랑 프로듀서."

 

용승 씨는 야요이와 나를 가리켰다. 오, 야요이라면 해볼만 하다. 일단 체급이 내가 유리하잖아. 야요이의 전투 스타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아이돌보다도 약하면서 프로듀서를 자처할 수는 없겠지. 안 그렇나?"

 

나를 향해 용승 씨가 대뜸 물었다. 그 와중에 신훈 씨는 야요이한테 가서 프로듀서가 생겼냐고 물으면서 축하해주고 있었다. 용승 씨는 내 대답을 원하는 듯이 회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봤다.

 

그렇게 거칠게 째려보면 제가 무섭잖아요.

 

그래도 대답은 해야겠지.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애써 대답했다.

 

"당연하죠. 충분히 이길 수 있습니다."

 

나는 여유 있는 척하며 야요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순간 돌을 만진 줄 알았다. 야요이의 근육이 어느 정도로 단련되었는지 확인하려고 슬쩍 올린 건데, 이건 뭐…

 

돌에 주먹 날리면 돌이 부서질 것 같은데?

 

겉으로는 근육이 드러나지 않는데 이 정도로 단련이 돼있다니, 이제야 그 무시무시한 힘을 이해할 수 있겠군. 야요이는 지금 인간 수준이 아니야. 종합격투기 대회 나가면 무조건 우승한다. 확실해. 그라운드 기술을 만약 모른다고 해도 동일 체급이면 힘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 거야. 진짜로.

 

그런데 이런 근육을 대체 어떻게 만든 거야? 하루에 팔굽혀펴기를 2천 개씩 해대나?

 

그 의문 속으로 용승 씨의 질문이 파고 들었다.

 

"이길 수 있다고? 이긴다는 게 정확하게 뭐지? 내가 룰을 제시한 것도 아닌데 말이야."

 

오, 그건 그렇네요. 이기는 게 뭐죠?

 

"기대하도록 하지, 막내의 프로듀서."

 

……진짜 룰 안 가르쳐주는 거야? 미친?

 

이렇게 된 이상 야요이가 나한테 일부러 져주는 수밖에 없다. 야요이도 눈치가 있는 이상 나한테 이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야, 당연하잖아. 나한테 이기면 아이돌이고 뭐고 다 끝이라고.

 

"엑에! 웃우! 엑에!"

 

……응? 뭐지, 이 묘한 기합은.

 

"엑에! 전력을 다해서 프로듀서의 사지를 박살낼게요!"

 

아, 아니야. 그러지 마. 진정해. 너 왜 불타는 것 같냐. 지금 열기가 장난 아니야. 대체 왜 이러는데.

 

"저, 들었어요. 리츠코 씨한테…"

 

설마…

 

"프로듀서 씨가 엄청, 어엄청 강해보인다고요!"

 

"호오, 막내의 스위치가 들어갔군. 강해보이면 진심으로 싸우는 스위치!"

 

그딴 스위치 안 들어가도 되는데요. 것보다 리츠코는 내 근육밖에 안 봤잖아. 근육만 보고 그런 소리하지 말라고. 내가 보디빌더라서 싸움 실력은 없으면 어쩌려고. 그런 건 아니지만.

 

"좋아, 그럼 프로듀서. 막내와 싸울 준비는 되었나?"

 

x발, 룰도 안 가르쳐줬으면서 싸우라는 게 말이 되냐. 종합격투기 룰이라도 좋으니까 말해달라고. 아니, 용승 씨, 당신이 그런 의미심장한 말만 안 했어도 그냥 종합격투기 룰이라고 생각하고 싸워서 야요이를…

 

야요이를……

 

나는 사고가 멈췄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야요이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가. 아이돌의 얼굴에 상처, 조금만 어긋나도 야요이는 아이돌로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는데, 진짜로 싸울 수 있는가.

 

목이 뻣뻣하게 굳어온다.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야요이를 보니, 핸드랩을 묶을 줄 몰라서 용승 씨한데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신훈 씨가 나한테 핸드랩을 주며 묶을 줄 아느냐고 물어왔다.

 

핸드랩,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 저것을 붙잡는 순간 나는 기계로 변할 것이다. 그저, 눈앞에 있는 존재를 움직이는 샌드백으로 인식하여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날릴 것이다.

 

야요이, 아이돌, 핸드랩, 복싱, 프로듀싱, 이겨라, 규칙은 무엇일까, 이긴다는 것은 무엇일까ー

 

아아……, 이제야 알겠다.

 

나는 야요이를 상대로 싸워서는 안 된다. 이건 나의 강함을 증명하는 시합이 아니라…

 

"네, 압니다. 하지만 주먹을 안 쓸 거니 핸드랩도, 글러브도 필요 없습니다."

 

…프로듀서로서의 강함을 증명하는 시험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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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별과제+기말고사로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연재하는지라 잘 안 써지네요… 페이스를 다시 되찾을 필요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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