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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 - 이오리 「우사를 다시 되살리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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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20, 2017 20:03에 작성됨.

 

4.

두려운 와중이였지만, 이오리가 구하기 어려웠다고 말하자

기이한 호기심이 야요이를 자극했다.

 

야요이 「뭐가 힘들었던 거였어?」

 

이오리 「가족을 잃은 사람.」

 

야요이 「..응?」

 

이오리 「가족을, 잃은 사람이 필요했어.

아버지가 책에 달아놓은 주석에 따르면, 마지막 재료는 옆에서 가족을 잃은 사람이였어.

하지만 그런 사람은, 주변에서 쉽게 찾기 힘들었지.

더욱이 있어도 그런 미친 일에는 동참시키기 힘들겠지.

하지만,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 있더라고?」

 

야요이 「설마..」

 

이오리 「응! 그 설마가 맞아.

나는, 치하야를 집으로 초대했어.

순진한 치하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고 하자 그냥 그대로 집까지 찾아와서는,

수면제가 담긴 음료를 그대로 들이키고는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구?」

 

이오리 「모든 준비가 완료된 그 날, 오늘과 같이 비가 세차게 몰아치는 자정의 암흑 속에서,

난 준비된 실험대 위에 우사의 인형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준비된 토끼 제물의 목을 베ㅡ

....

 

 

야요이 「그만!!」

 

야요이는 더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요이 「이제 그만하자 이오리짱, 응?

왜 자꾸 이런 이야기를 하는거야. 나 놀리는거야?

그만 해줘..(울먹울먹)」

 

토끼의 목을 자르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결국 야요이는 눈물을 터트리며 이오리에게 부탁했다.

그녀로써는 끔찍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이런 이오리의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였기에,

너무나도 생소하고 일견 두려웠다.

하지만 이오리의 태도는 한결같이 차분하고 매정했다.

 

이오리 「부탁이야 야요이. 끝까지 들어줘.」

 

이오리의 눈은 너무나도 평온하고 차가웠기에,

그냥 자리를 일어서려던 야요이는 무언가에 홀린 듯 두려움에 떨면서도 다시 자리에 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제서야 이오리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오리 「니히힛. 다시 시작할께 야요이」

 

.....

이오리 「하지만 당장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죄 없는 작고 여린 생명의 잘린 목에서 피가 흘러내리며 우사의 시체를 적셨지만,

들리는 것이라곤 창 밖에서 세차게 몰아치는,

마치 나의 부정함에 노한 신의 분노어린 눈물과도 같은 빗소리와 

무심하게 흐르는 고딕 시계의 초침 소리 뿐이였다.」

 

이오리 「우사의 시신은 여전히 그대로였고, 난 책이 그저 광인의 장난질이였다고 생각했다.

잠시나마」

 

이오리 「아아, 차라리 광인의 장난에 불과했더라면 얼마나 나았을까?」

 

이오리 「순간 모든 빗소리가 멈췄다.

그것은 기이한 일이였다. 바깥에서는 아직도 세차게 비가 내리고 있었으니까.

모든 것이 한 순간에 어둠 속에 잠겨버렸다.

마치 모든 것이 어둠 속에 잠긴 마냥,

유일한 불은 언제라도 꺼질 듯이 연약하게 흔들리는 촛농 위의 작은 촛불 하나 뿐.

 

그 침묵과 고요의 공간 속에서 들리는 유일한 소리란,

시계 초침 소리였지만 그마저도 몇 번 흐르다가, 이내 멈추었다.

그 무덤과도 같은 싸늘한 적막을 깬 것은, 

우드득, 하고 눈 앞에서 들려오는 기이하고 불쾌한 소리였다.

마치 뼈들이 맞춰지는 듯한..」

 

이오리 「그리고 내 눈 앞에서, 우사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다 말라 비틀어져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었던 우사의 몸이 점차 다시 돌격을 형성하며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텅 빈 눈구멍 위로 피막이 만들어지더니 그것은 이내 진짜 토끼의 두 눈으로 변해갔다.

말라 비틀어진 살결 위로 피부 피막이 덮히더니 근육과 털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뒤틀려 있던 턱은 다시 균형을 갖춘다.

그리고 날선 토끼의 이빨이 돋아나고 혀가 자라났다.

그렇게 내 앞에서, 토끼 우사는 되살아났다.

하지만 재회의 기쁨도 다시,

 

난 내 주술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이오리 「사실 책은 444 페이지였어.

그러나 내가 찾은 책의 장 수는 443이였지.

아마 그 마지막 장에, 주술인지 연금술인지 모를 그 행위의 부작용이 적혀 있었겠지.

하지만, 난 그것을 몰랐어.

만약 우사가 그런 식으로 되살아날 것이였다면,

난 결코 되살려내지 않았을 거야.」

 

이오리 「우사는, 화상 속에 녹아 죽어가는 형상 그대로 살아났다.

허나 주술의 힘에 의해 죽지도 못하였으므로,

끊임없이 고통 속에 신음하는 모습이였다.

절반쯤 녹아 내장을 주르륵 흘려내면서도,

주인을 찾아 눈 먼 고개를 돌려가며 기어오는 우사의 모습에 난 그제서야 일망의 양심을 되찾았어.

우사의 고통어린 비명 소리에 치하야도 깨어났다.

깨어난 치하야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발치에서 녹아내리며 기어다니는 정체 모를 혐오스런 고깃덩어리를 발견하고는,

비명을 지르면서 의자에 묶인 상태로 버둥거리는 것 뿐이였다.」

 

치하야 「꺄악! 미, 미나세! 빨리 이것 좀 풀어줘!」

 

치하야 「미, 미나세씨?」

 

이오리 「왜..왜 실패한거야 왜..」(패닉)

 

치하야 「미나세 이오리! 이 미X년아! 빨리 풀어달라ㅡ풀어ㅡ」(공포)

 

이오리 「난 고통스러워하는 우사의 모습에 끔찍한 슬픔과 고통을 느꼈어.

그리고는 치하야의 욕설과 저주어린 울부짖음 덕에, 마침내 깨달았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나는 후회와 반성 속에, 옆에 준비된 촛농을 들어올려서..」

.....

 

 

5.

야요이 「..이오리짱..」

 

야요이 「...무섭고 슬픈 이야기였어..결국 우사를 다시 떠나보내다니..」(울먹)

 

이오리 「니히힛」

 

허나 야요이의 표정과는 달리 이오리의 표정은 장난기가 가득 담겨 있었다.

소름끼칠 정도로.

 

이오리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야요이?

난 그날 우사를, 떠나보내지 않았다구? 니히힛」

 

이오리 「우린 다시 재회했다고? 모습은 달라졌지만, 이제 우사는 괴로워하지도, 죽지도 않아.」

 

야요이 「그, 그게 무슨 말이ㅡ」

 

이오리「..나는 묵직한 촛농을 들어올려서,」

 

이오리 「그대로 치하야의 머리를 내려쳤어.」

 

이오리 「나는 깨달은거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주술을 해석한 방법이 잘못된 거였어.

단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거지.

가족을 잃은 사람이 참석하는 것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사실은, 가족을 잃은 사람 그 자체가 필요했던 거야. 제물로.

 

이오리 「그런데, 사람은 잘 죽지 않더라.

한번 내리치니까, 치하야는 비명을 지르며 마구 소리질렀고

두번 내리치자 치하야답지 않게 흥분해서 마구 욕설과 쌍욕을 날렸다고?

 

치하야 「이 개X년! 너, 넌 미쳤어. 미쳤다ㅡ악!」

 

치하야 「너, 너무 아파..제, 제발 살려줘요..부탁이야 제발..하, 하라는건 다 할께요. 노예가 되라면 노예가 될 테니까..」(뚝뚝)

 

치하야 「제발..」

 

이오리 「...」(히죽)

 

다시 촛농을 들어올려서, 강하게 내려친다.

세번, 네번 내려치니까 그제서야 치하야는 조용해졌어.

다섯번 여섯번째부터는 몸이 통제가 안 되서 경련 속에 부르르르 떨리고,

통제를 잃은 몸으로 더러운 것들이 마구 쏟아지ㅡ」

 

야요이는 구역질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그 순간 어두운 구석의 소파에 누워 있는 그녀를 발견했다.

 

치하야였다.

치하야가 등을 돌리고, 누워 있었다.

 

야요이는 조심스레 팔을 뻗어, 치하야를 흔들었다.

이상하리만치 차갑고, 딱딱한 그녀의 몸.

뼈속까지 시려오는 듯한 공포가 엄습한다.

 

그때, 치하야의 몸이 잠에서 깬 듯이 꿈틀거린다.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오히려 야요이 쪽이 더 놀라버렸지만,

그녀가 살아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야요이가 말했다.

 

야요이 「여, 역시 다 그냥 이야기였지?

웃우! 지 진짜 무서웠다구!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정말루 실례니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ㅡ」

 

이오리 「아니. 진짜라구?」

 

이오리 「내가 부르면, 우사가 올꺼야. 치하야도 일어날 꺼라고?」

 

이오리 「우사!」

 

야요이 「이제 제발 그ㅡ」

 

그 순간, 야요이는 사무소 휴게실 바깥의 어둠 속에서, 무언가 기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철퍽 철퍽, 하고 질척이는 소리가 뒤따른다.

비릿한 내장 냄새가 코 끝을 찌른다.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기어온다.

 

이오리 「더 이상 우사는 고통스럽지도, 아파하지도 않게 되었어.

고마운 마음에, 내친 김에 치하야도 되살려줬다구?

머리를 맞아서 그런 걸까? 

예전 같이 똑똑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그런 모습도 은근히 마음에 든달까? 니히힛.

그런데 이상하게도, 치하야랑 우사의 식습관이 부활 다음부터는 탐욕스럽고 뭐랄까..

'육식'으로 바뀌었다구?」

 

치하야가 몸을 일으켜 세운다. 

기이하리만치 딱딱한 동작으로.

마치 조각난 꼭두각시 인형마냥 꿈틀거리며 경련을 일으킨다.

어둠에 가려진 치하야의 얼굴 위로,

하얀색의 무엇인가가 땅바닥에 툭, 하고 떨어진다.

야요이가 그것을 줏어든다.

피에 얼룩진, 작은 조각이다.

 

그것은 두개골 조각이였다.

 

야요이 「히에엑!」

 

도망치려는 야요이의 어깨를 이오리의 두 팔이 강하게 잡아 누른다.

야요이는 공포 속에 질려 이미 반쯤 정신이 나가버렸다.

발버둥을 치며 벗어나려 하지마는,

이미 치하야는 코 앞까지 와 있었다.

머리 한 쪽이 완전히 박살나버린 치하야가.

 

치하야 「크크크큿큿...」

 

머리 한 쪽으로 혐오스런 액체를 흘려내며,

동공이 풀려버린 치하야였던 시체가 야요이를 향해 다가온다.

옆에서는, 되살아난 토끼 우사의 시체가 다가오고 있다.

 

이오리 「이상하게도 말이야..

부활한 다음부터는, 피를 너무 좋아하게 되어버렸지 뭐야?

특히 살아있는 사람의 피를.

 

이오리 「먹으면 먹을수록, 조금씩 더 똑똑해지는 것 같기도 하구.」

 

이오리 「그러니까, 야요이가 한 번 도와줘.

난 이제 남은 피가 없거든. 니히힛.

그래도 죽지는 않을꺼야.

단지, 피가 좀 필요하다구? 니히힛」

 

야요이 「꺄아악! 놔 이거 노ㅡ」(소름)

 

이오리 「흠..그나저나 졸리지 않아?

이제 슬슬 졸릴 때가 왔는데..

왜냐면 아까 수건에, 마취제를 발라놨거든. 니히힛」

 

머리가 아득히 땡겨오기 시작하고,

정신이 혼미해져간다.

마지막으로 발버둥치던 야요이가, 의식을 잃어버리기 직전 최후로 본 것들은

자신의 두 어깨를 단단히 붙잡은, 이오리의 창백한 팔뚝에 가득한 피멍과 주삿바늘 자국들, 

그리고 이오리의 주머니에 가득 꽂힌 주사기들.

그리고 쾡한 눈으로 다가오는, 치하야와 

기이한 소리와 함께 바닥을 기어오는 우사였다.

 

코 앞까지 다가온 치하야의 차가운 숨결을 끝으로

이내, 야요이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다시 눈을 떴을 때, 이오리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장난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였는데,

설마 기절까지 할 줄은 몰랐다고 애원하였기에,

 

야요이는 그녀를 용서했다.

일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왠지 피곤해진 야요이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 날 야요이는 미열과 함께 어떤 악몽을 꾸었다.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언가 축축하고 차가운 그런 꿈이였다.

 

다음날, 치하야는 비니 모자를 쓴 채로 평범하게 출근했다.

빨간색 비니 모자를.

그리고 평소보다 더 말이 없어졌다.

 

야요이는 어젯밤 있었던 일이 진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만

그저 꿈이라고 여기며 이내 잊어버렸다.

 

그리고 그 다음 날부터, 이오리는 토끼 한 마리와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우사라는 이름의.

 

문득 팔뚝이 간지러워 눈을 내리니,

빨간 점 여러개가 찍혀 있다.

 

마치, 주삿바늘 자국 같다.

 

 

엔딩.

타카네 「..꽤나 무서운 이야기군요.」

 

유키호 「우우..정말 소름끼치는 이야기였어. 

그, 그런데 진짜 이야기는 아니지?」

 

야요이 「웃우!」 

 

야요이 「진짜일수도, 아닐수도요.」

 

유키호는, 문득 어제 종이에 베인 손가락을 이오리의 토끼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어제 치하야의 눈빛이 묘하게ㅡ

...

 

유키호는 또 쓸데없이 망상한다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유키호 「그, 그러면 이제 내 이야기 차례인ㅡ」

 

그 순간, 아무도 모르게 작고 창백한 손 하나가 유키호의 어깨 위로 올라온다.

그 차가운 감촉에, 유키호는 온 몸이 얼어붙는듯한 섬뜩한 감각과 함께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유키호 「꺄아악!」

 

마미 「우아악!?」

 

유키호 「마, 마미?」

 

마미 「노, 놀랐다Gu!」

 

마미의 장난이였다는 것에 안도하며,

유키호는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미도 덩달아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마미 「휴우..이렇게나 깜짝 놀랄 줄은 몰랐다구?

그나저나 심심해서 놀러왔는데, 뭐 하고 있던거YA?」

 

야요이 「웃우! 코토리씨가 프로덕션에 전설이 있어서,

3명이서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우리 프로덕션에 오래 전에 있었던 연습생 귀신을 부를 수 있다고 했거든.

그래서 지금 다 같이 모여서 한번 실험해보고 있었던 중이였어.」

 

마미 「우우! 그거 재미있겠다.

마미도 같이 들을래! 다음이 마지막 차례야?」

 

유키호 「..응. 좀 무 무섭긴 하지만..

내 이야기는...」

 

 

ps. 이오리의 매너가 돋보이는 글이였습니다.

사실 리메이크작인데,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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