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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막간 - 작은 거인 (A Little gi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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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8, 2017 23:10에 작성됨.

불과, 비명과 어둠이 몰아치는 아수라장의 가운데서.. 무거운 쇳덩이가 바닥에 처박힌다.

 

 

 

모닝 스타라고 불리우는 부류의 삐죽삐죽한 돌기가 솟은 쇳덩어리 둔기가 그 소리의 근원지에 떡하니 박혀있었다. 바로 옆에는 무릎꿇은 모습이 있다. 무릎 꿇은 인물은 모닝스타의 길쭉한 손잡이를 쥐고 있었다. 그녀의 눈 앞에 보이는것은, 올려다보는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푸른색과 녹색의 휘몰아치는 불꽃.

 

 

 

그리고, 그 불꽃과 같은 눈동자를 하나씩, 청과 녹의 눈색을 지닌 놀랍도록 차갑고 싸늘한 분위기의 여성...

 

싸늘함을 넘어 돌 보듯 차갑고 경멸적으로 내려다보는 시선에 만신창이가 된 몸을 움직이려는 시도조차 움츠러들고 얼어붙고 말았다.

 

그 눈 안쪽으로 느껴지는 한없이 서늘하며 날카로운 적의와 살의를 몸소 느끼고서, 그녀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코우사카 호노카는 신들에게 필적하는 힘을 가진 유일한 지상 위의 존재라고 일컬어진다는데, 지금 눈 앞에 있는 이것이 그녀가 느끼기에는 훨씬 그 초월적인 존재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괴물.

 

 

 

눈 앞에 있는것을 '괴물' 이라고 지칭 할 수 밖에 없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윽고, 그 눈매 뒤편으로 펼쳐진 불타오르는 푸른 화염의 날개가 그 본질의 모습으로 돌아와 스스로에게 쏟아져 들어옴과 함께 ──── .

 

 

 

 

 

 

 

 

 

 

 

 

 

 

 

 

 

 

 

 

 

 

 

 

 

 

 

 

 

" 우... 우웃...! "

 

 

 

여성이라기엔 다소 커다란 지체가 헐레벌떡 상반신을 일으켰다. 이마부터 쇄골 언저리까지 식은땀으로 젖어있는 모습으로 고갤 돌려 주변을 살핀다.

 

둔탁한것에 맞아 부서져 톱밥을 흩날리고 있는 수납장. 아마도 잠결에 무심코 후려쳐버린 것 같았다.

 

 

 

탁 탁 탁.

 

 

 

그리고 문 너머로부터 발걸음이 점점 가까워지고, 이윽고 침실 문을 벌컥 열어젖히고서 시종 하나가 바쁜 걸음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들어오자마자 누워있던 여인을 보고 다급하게 물었다.

 

 

ㅅ" 괜찮으세요 ?! 방금 큰 소리가... "

 

 

 

" 으... 으응... 괜찮다늬.. "

 

 

 

" 그래요...? 진짜로요 ? "

 

그녀의 말을 듣고서도 시종... 메이드는 불안하단 눈초리로 그녀의 용태를 이리지러 살펴본다. 그러길 십여초가 지나고서야, 드디어 안심했다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나 이내에 측은한 눈으로 그녀, '모로보시 키라리' 를 바라보는 메이드. 걱정과 근심에 가득찬 눈동자는 신경쓰여서 눈을 땔래야 땔 수가 없었다.

 

 

 

" 마유짱... ? "

 

" 아, 죄송해요.. ! 금방 물수건이랑 접시를 가져올게요. "

 

 

 

키라리를 걱정하면서 꿋꿋이 의무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 그녀는 사쿠마 마유. 왕국에서 어렸을 적 부터 종사해오던 메이드이다. 총총걸음으로 문 밖으로 나서는 마유의 등을 불끄러미 바라보다가 슬금슬금 자리에서 일어난다. 몸을 옆으로 돌려 바닥에 발을 대는 순간 미간이 찌푸려지며 신음이 새어나왔지만, 이 악물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쇄골 위쪽으로 목을 따라 칭칭 감겨있는 붕대의 목젖 부분에는 피가 흥건하게 고여있었고, 땅을 딛고있는 양 발중 한쪽에도 붕대가 두껍게 휘감겨 있었다.

 

 

 

잠에서 깨어나게 한 악몽을 돌이켜보니, 그녀의 몸 안쪽으로 피어있는 고통이 다시금 욱신거렸다.

 

왕도를 무너뜨린 대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은지 벌써 몇 주가 지났지만 그 순간만큼은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끔찍한 각인이 되어 뇌리 한쪽에 깊숙히 박혀버렸다. 떠올리기 싫어서 뿌리치려고 해도 머릿속에선 자기를 내려다보던 시선과, 시선으로부터 느껴지던 감당할 수 없는 프레셔가 떠오른다.

 

모두 목숨을 잃었다. 그 푸른 날개의 여인에게 전부. 함께 동고동락 해온 부하들과 그 주변일대로부터 벗어나려 하던 남녀노소, 민간인들 까지 푸른 불길에 일순간 숯더미가 되어 부서져 무너져버렸다. 자신은 상대조차 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자기가 어떻게 살아남은지는 전혀 알 도리가 없었다. 단순히 상대가 변덕을 부린 것인가... 아니면.....

 

 

 

깊게 떠올려보려 하자, 기억 속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역함을 유발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몸을 둘러싸고 놓아주질 않는다.

 

 

 

 

 

 

 

" 물수건 가져왔.... "

 

 

 

타이밍이 좋은지 나쁜건지, 마유가 들어서자마자 보이는것은... 거울 앞에 쭈그려 앉아 신음하는 키라리.

 

물수건과 그릇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세심하면서도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등을 쓸어내려준다.

 

아니냐 다를까, 곧이어 목구멍을 역류하여 옅은 갈색의 소화액이 카펫을 잔뜩 적셨다.

 

 

 

" 아직 몸도 안좋으신데... ! 정말... "

 

 

 

꿍얼거리면서도 착실하게 자기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몸집을 부축하여 침대에 옮겨 눕힌다. 정신이 아찔하고 흔들거리는 와중인 키라리의 이마에 물수건의 촉촉함 감각이 닿는다. 얼굴을 훑으며 입가에 들러붙은 투사물 찌꺼기를 닦아내고, 곧이어 새 물수건이 뺨과 콧잔등을 적셨다.

 

곧이어 얼굴 부분이 끝난 듯 하자, 마유는 키라리의 파자마 단추를 하나씩 풀어 옷을 벗겨내기 시작한다.

 

 

 

벗겨낼 때 마다 드러나는 베이고 불탄 상처. 구더기조차 엮이지 못할 정도로 독한 화기(火氣)를 내고있는 상처. 그 위로 감겨있는 붕대는, 어제 밤에 자기전에 갈았던 것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뻘건 피와 누런 고름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어떤 치유술사를 데려와도, 치유 능력자를 데려와도 그녀이 상처는 낫지 않았다.

 

 

 

그런 몸으로, 모로보시 키라리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잿더미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구조되어 목숨을 부지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더 이상 지킬 도시, 이끌 부하들조차 없게 된 그녀는 존재의의를 잃은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그녀는 카와시마령 영주 성 안에 최신, 고급 사양으로 갖추어진 방을 배정받았지만 그것이 전부일 뿐.

 

여왕도 실권을 모두 카와시마 영주에게 넘기고서 허수아비로 전락할 지금 키라리를 다시 일으켜줄 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

 

한명도 없었다.

 

' 에에, 키라리.. 괜찮아 ? '

 

' 그런거 성가시니깐, 일단 사탕부터 먹으라구. 그 후에 같이 생각해줄 거니깐. '

 

' 귀찮지만... 뭐 좋아. 키라리가 그렇게 하고싶다면야. '

 

 

 

그녀와 함께 해왔던 절친은 사라지고 없으니.

 

 

 

 

 

" 안즈짱의 소식... 들은 거 있니 ? "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키라리는 조심스레 질문을 꺼냈다.

 

하지만 마유가 명쾌하게 '네 ! 무사하시대요 ! ' 라고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왕실 친위대 대장이자 여왕을 오랫동안 보좌해온 후타바 안즈.

 

그녀가 왕도의 대재앙 가운데서 실종된 뒤로 그녀의 유해를 발견했다거나 모습을 목격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일언반구도 없다. 그녀를 아는 대부분의 이들이 이미 그녀가 재앙 속에서 차마 벗어나지 못한 채 왕궁과 운명을 같이했다고 여기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사쿠마 마유에게도 해당되었다. 왕궁에서 일할 시절에도 종종 안즈의 시중을 도맡아온 그녀였음에도 무사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지옥의 현현. 실존하는 악몽.

 

벗어난 것이 기적인 죽음의 도가니.

 

 

 

왕도의 재앙은 그정도였다.

 

 

 

마유가 차마 대답하지 못하고 덤덤히 자기 몸을 닦아내고 붕대를 갈아주는걸 보고서, 긴 숨을 내쉬며 천장을 멀뚱히 바라봤다.

 

 

 

" 안즈짱... 역시 멀리 가버린걸까 ? 안즈짜앙.... 흐으으... "

 

 

 

서럽게 흐느끼는 그녀를 애써 진정시키며 마유는 기약할 수 없지만 위로의 말을 던진다.

 

 

 

" 괜찮아요오.. ! 분명, 어딘가에서 몸을 추스르고 계실거에요. 지혜로우신 분이잖아요 ? "

 

" 그럴까...? 정말로 그럴까 ? "

 

" 그럼요~ 그럴거에요. "

 

 

 

벌써 몇번이고 써먹은 방식이지만 아직까지도 효과는 있는 듯 키라리는 그 말을 듣고서 울음을 멈춘다. 그제서야 한 시름 놓은 듯 편안한 표정을 내비치며 키라리의 몸에 눌러붙은 피고름과 얼룩들을 닦아내는 마유. 그것이 매일 아침마다 모로보시 키라리와 그녀의 일상이었다.

 

 

 

오전 11시.

 

카와시마 성 내부.

 

 

 

어느정도 몸을 추스르고, 마유의 허락을 받아 둘이서 함께 복도까지 걸어나오게 된 키라리 페어 였지만.. 궁정 무관용 예복. 즉, 예식 전투복을 입고 걸어다니는 것 만으로도 온 몸이 욱씬거리는 고역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힘겨운 걸음으로 나섯는가 하는 이유가, 바로 앞에 보였다.

 

 

 

마유의 부축까지 받으며 겨우 도착한 우사밍 여왕의 침소.

 

너무 부산스럽다고 보일 정도로 화려한 금색의 문양으로 수놓인 문 양 옆에는, 본 적이 드문 푸른 제복들을 입은 장병 두명이 총부리를 천장으로 향한 채 경비를 서고 있었다. 수 미터 앞에 다다른 허리를 감싸안고있는 마유의 손을 부드럽게 밀어내고서, 굽혔던 거리를 핀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인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서있는 것 만으로도 고역이지만 여왕 앞에서 그러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순 없다는 굳은 마음이 드러난다.

 

 

 

지키고 있던 병졸들도 그녀를 보고 목구멍으로 침을 삼켰다.

 

 

 

" 여왕님을 알현하고 싶은데. "

 

 

 

너무 말끝을 늘이지도 않고, 아픔의 신음을 꾹꾹눌러담고 꺼낸 첫마디에, 병사들은 움츠러들더니 좌우로 살살 물러난다.

 

썩어도 준치라고, 모로보시 키라리로부터 나오는 압박감은 그들을 물러나게 하기에 충분했던 듯 하다. 키라리는 숨을 가다듬고, 침소의 문을 양 팔로 자연스레 밀어 열어젖힌다. 안쪽으로, 수수한 우유색 평상복을 입은 채 독서중인 뒷모습이 보인다.

 

나나 드 우사밍. 우리들의 여왕. 키라리는 그녀가 아직 무사함에 안도하며 한걸음 내딛고서 입을 열었다.

 

 

 

" 모로보시 키라리, 이른 시간에 여왕님을 뵈러 왔습니다. "

 

 

 

예전 같았다면 목소리에 다분히 장난끼를 꽃피운다거나 '왔습니당~' 하면서 혀도 굴릴것이었지만, 본인의 몸 상태도 상태이고.. 무엇보다도 시국이 좋지 않았다. 제아무리 내정 관련으론 안즈가 대부분 도맡아 왔다지만 그녀도 그런걸 구분하지 못할 둔치는 아니다.

 

키라리의 말소리를 듣고서, 의외라는 듯 약간 동그레진 눈동자로 커다란 몸집을 돌아보는 여왕.

 

 

 

둘이 눈을 마주치고 잠시동안 정적이 흐르다가, 여왕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 들어오세요. "

 

 

 

간결한 환영의 말에 키라리는 작게 눈웃음 지으며 안쪽으로 들어선다. 문 바깥쪽으로는 마유가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고 있겠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이윽고 문이 병사들에 의해 닫히자, 의젓한 모습으로 일관하던 여왕이 갑작스레 키라리에게 뛰어들어 허리춤에 안긴다.

 

허리를 감싸안는 것과 여왕의 무게만으로도 비명이 터져나올 것 같았지만, 속으로 이악물며 그 격통을 견딘다.

 

 

 

" 보고싶었어요... ! "

 

 

 

재앙 속에서 왕국을 떠받치던 몇몇 중역들이 허망하게 목숨을 잃음에, 여파로 나라가 완전히 망해버릴까 하는 우려에 국민들중 적잖은 규모와 더불어 일부 귀족들이 남은 재산을 챙겨 나라를 떠났다. 지금 카와시마령으로 옮겨온 귀족들은, 그 반짝했던 대거 이민시기에 차마 벗어나지 못해 하는 수 없이 빌붙은 이들이 대부분.

 

여왕에게 결코 약한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었다. 후타바 안즈를 포함하여 신뢰하고 의지하던 이들이 사라져 그 누구보다도 무겁고 괴로울 것이기에, 적어도 자신이라도 기둥이 되어주고자 온 것이니까.

 

 

 

 

 

아부하는 이들과, 비꼬아 겁박하는 혓바닥과 솟가락질 사이에서 그녀가 겪고있을 마음의 고통은 자기가 아파하고있는 것에 견주거나, 그 이상이리라.

 

 

 

 

 

" 몸은 이제 괜찮나요 ?  "

 

 

 

그럼에도 여왕은 자기가 지고있는 짐보다 신하의 아픔을 더 헤아리려고 한다.

 

짐을 더 지워주고 싶지 않다. 그렇게 여긴 키라리의 대답은 당연히 하나 뿐이었다.

 

 

 

" 네 ! 이제 완전히 건강해져서 언제든지 다시 의무를 다할 준비가 됬습니다. "

 

" 그래요 ? 정말 다행이에요... ! "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 손뼉을 마주하며 웃는 모습. 안즈가 어째서 만사 귀찮아 하면서도 여왕과 관련된 일이라면 솔선수범 나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키라리는 다시금 절실하게 느낀다.

 

자신이 지켜줘야만 한다고.

 

키라리가 관절을 움직이는 아픔을 참고 손을 뻗어 여왕의 손을 붙들었다. 표정은 여지껏 어느 때 보다도 진지했다.

 

 

 

" 안즈짱이 없는 만큼, 제가 여왕님을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

 

" 키, 키라리.. "

 

" 앞으론 절대로 저 구질구질한 것들의 혓바닥을 함부로 놀리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악의섞인 비난과 질타도 받아내겠습니다. "

 

 

 

그렇게 단언하는 모로보시 키라리의 모습이 그렇게 늠름하고 듬직해보이지 않을 수 가 없다. 평소에는 덩치에 안맞게 작고 귀여운거만 밝히는 특이한 인물로 비춰지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갭의 차이였다. 여왕은 물론 그러한 그녀의 갭을 알고있긴 했지만 오늘따라 더더욱 듬직한 점이 부각되었다.

 

 

 

헌신을 표하는 모습에 눈시울이 찡해진 우사밍 여왕이,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다시금 키라리의 품에 안긴다.

 

닿는 순간에 아픔으로 신음이 흘러나올 뻔 했지만, 키라리는 참는다. 언제까지고 침상에 누워서 수발을 받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여왕은 안겨있다가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떨어져 나온다. 그녀는 어린애같이 안겨있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고개를 힘껏 젓는다.

 

" 죄송해요. 아까와 방금것의 추태는 부디 잊어줘요. "

" 아닙니다 여왕님. 그럴 수 도 있죠. "

 

담담하게 웃으며 여왕의 말을 받아주는 키라리.

그렇게 여왕과 신하는 장장 수십여분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하야, 이야기가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 괜찮다면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건 어떤가요? 간만에 셋.... 아. "

 

여왕은 말을 꺼내놓고 자기가 실수했단 사실을 깨닫는다. 아니냐 다를까 하여 키라리의 얼굴을 힐끔 처다본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 달리, 낯빛이 어둡긴 커녕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기대하고 있다는 듯이.

 

" 괜찮아요. 분명 어딘가에, 안즈짱은 살아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

 

그러면서 여왕의.. 나나의 손을 부드럽게 움켜쥐는 모습에서, 입꼬리는 웃고있었으나 눈가는 슬픔이 여실없이 드러난다. 키라리는 손을 잡은 채 말을 이어간다.

 

" 안즈가 돌아오면, 꼭 셋이서 같이 식사하도록 하죠. 여왕님, 그 전까지는 잠시만 기다리겠습니다. "

"... 알겠어요. 부디 그때까지, 왕실을 부탁드리겠어요.. 수호기사님. "

" Yes, your highness. "

 

대답을 마치고서 그녀는 당당한 걸음으로 여왕의 방 밖으로 나선다.

" 잠.. " 여왕이 뭔가 말을 꺼내려다가 문이 닫히자 조심스럽게 말을 도로 목구멍 너머로 집어넣었다. 오직 한가지, 복잡미묘한 표정만이 뭔가를 말하지 못한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한 편, 문 밖에서 한결같이 대기하고 있던 마유와 함께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키라리. 방 문이 닫히기 무섭게 파도에 쓸려나가는 모래성 마냥 무너져 내린다. 격통을 견디면서 몸을 움직이고, 여왕을 알현하고 온 댓가는 막심했다.

관절이 당장이라도 튕겨져 나갈것처럼 아프고 팔다리와 허리를 지탱하는 근육조직이 고통을 호소하였다. 극심한 아픔에 식은땀까지 주룩주룩 흘러내리는 모습을,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 마유는 조속히 물수건으로 닦아내며 그녀의 탈의를 돕는다.

 

" 너무 무리하신거 아닌가요..? 아직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

" 괜찮다늬..~ 아직, 버틸만 하니깐~.. "

 

" 아, 말투가 이전처럼 돌아오셨네요 ? "

 

말 그대로 였다. 왕도의 재앙 이전에 일상 생활에서 쓰던 특이한 어투가 지금의 모로보시 키라리에게 돌아와 있던 것이다. 키라리는 욱신거리는 격통 속에서도 마유의 듣고선 헤실실 웃음을 내비친다.

 

" 여왕님이랑 만나서.. 기운 난걸까나? 헤헤.. "

 

" 그래요오? 그건 참 다행이네요. "

 

" 헤헤헤... "

 

 

 

.

.

.

.

 

일주일 뒤.

키라리의 방에서 시끄러운 쇳소리와 분주히 움직이는 발걸음들이 들려온다.

 

"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

" 응. 이제 완전 팔팔하다ㄴ - 아야앗..! "

 

자신이 찬 채로 건틀릿을 손에 끼우다가 넌더리 친다. 마유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서 떨어진 건틀릿을 줏어다가 직접 팔에다가 씌워준다. 그리고선 전신거울을 앞에다가 끌어다 놓았다. 거울 앞에 비친 모습을 보고서, 키라리는 만족감에 차 콧바람을 불었다.

 

" 완전히 준비 끝 ~ ☆ "

" 정말이죠오...? 거짓말 하는거면 마유는 화낼지도 몰라요. "

" 웅 ! 준비 만전의 아이돌 키라리 다시 등장할 준비가 됬다늬~☆ "

 

키라리가 그렇게 단언하는 것 치고는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옆에 기대에 놓여있던 모닝스타와 대방패를 집어든다. 집어들 때에도 약한 신음이 세어나왔지만.. 애써 태연하게 그녀는 양 손에 한개씩 그녀를 대표하는 무장을 잡아든 것이었다.

마유가 걱정을 떨쳐내지 못하는지 갑옷의 틈새 부분을 꾹꾹 건드려 다듬어준다. 그러다가 ' 아얏! ' 하는 소리가 터져나오자, 뺨을 부풀렸다. 키라리는 난감한 얼굴을 한채로 애써 고갤 돌린다.

 

" 무.. 무리하는거 아니다늬.. "

" ...뭐 좋아요. 단, 절대로 무모한 일은 하지 말것 ! 키라리님은 지금 아주 아픈상태라는걸 상기할 것 ! "

" 롸져~☆ "

 

마유가 애써 가지말라고 눈치를 줌에도 키라리가 완전무장한 이유는 다름아닌 한가지.

 

" 정말로 왕도에서 하셨던 것처럼 할 필욘 없을텐데.. "

" 마유짱. 이건 키라리의 숙명 같은거야. 음~! 그렇구말구~ "

" 하아... "

" 걱정말라긔 ~! 이제 급한 행동만 안하면 괜찮으니깐 ~ "

 

거짓말. 마유는 생각했다.

일주일 전부터 상처는 하나도 호전된 것이 없었다. 매일매일 수발을 들어주는 그녀이기에 자신할 수 있었다. 허나, 누가 그녀의 고집을 막을쏘냐

 

" 오늘부터 다시 매일매일 성과 사람들을 지킬거야, 그리고 그리고... 안즈짱이나 다른 친근한 사람들이 돌아오면 손을 흔들어 줄거야~ ! "

 

순박한 바램을 내비치는 키라리의 얼굴을 보고서, 누가 막을쏘냐.

 

" 후훗, 아까 말해드린거만 지킨다면 좋아요. "

" 응~! 그럼, 다녀오겠다늬 ☆ "

 

대방패를 등에 메고서 큼지막한 발걸음을 옮긴다. 키라리의 뒷모습을... 왕실과 시민들을 지킬 작은 거인의 뒷모습을 보며 마유는 한껏 미소를 펼친 채 거둘 줄 몰랐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나쁜 일도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분명, 그 일련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분명히 기쁨에 찬 날이 찾아오리라.

 

모로보시 키라리는, 아픔과 악몽을 딛고서 다시금 소중한 모든것을 수호하는 작은 거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나아간다.

 

 

 

 

 

 

 

 

 

 

 

 

.

.

.

여왕 알현실의 문이 열리고, 발걸음이 들어온다. 나나는 그 발걸음의 주인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다름아닌, 자기가 부른 사람이니까.

 

" 부르셨나요오 ? "

 

키라리를 대할 때 처럼 능청스럽고 친근하게 보이면서도, 어딘가 분위기가 달랐다.

마유가 입은 메이드 정복의 뒤편으로부터 붉은 무언가가 넘실거리는 것이 그 이유로 보였다.

 

" 결국, 키라리에게는 전하지 못했어요. "

" 그런 거 같았어요. "

 

" 그런 이유에서.. 당신들, '마스커레이드' 가 움직여줘야 할 일이 있어요. "

" 후훗... 그런가요? "

 

" 현재 명령받아 움직일 수 있는 마스커레이드를 모두 동원하여야만 할 일입니다. "

" 네에- . 예의 ' 지하도시 괴소문 ' 대한 것이군요. 후후훗... "

 

마유의 수상쩍기 그지없는 웃음에, 여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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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커레이드

후타바 안즈가 훗날 왕실이 위기를 맞이할 경우를 대비하여 비밀리에 조직한 비밀집단. 왕실의 어둠을 뿌리뽑던 다크 일루미네이트 와는 별개로 안즈의 독단으로 만들어진 조직인 만큼, 그 존재에 대해 아는것은 나나 드 우사밍과 후타바 안즈 뿐이다. 

이들은 오로지 왕실과 왕위에 있는 이에게만 충성하며, 비밀 지령이 있기 전까진 평소에 각자 맡고있는 의무를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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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오래간만입니아 ! 신데판이 돌아왔습니다. 본편은 아니고 막간이지만요 !

 

요즘들어 대대적 슬럼프네요. 일이고 글이고 그림이고.

글중간중간이 엉성해 보이는 것은 그 영향입니다. ㅠㅠ

어떻게든 이겨내보려고 하지만 이게 또 생각대로 되지 않는군요.

 

어찌되었던 늦은것은 늦은 것. 정말 죄송합니다 !

그리고 혹여라도 있을 기다려주신분들, 정말 고맙습니다.

 

그러면 본편을 써야하기에 이만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장인 11장 주지육림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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