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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무라 우즈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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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8, 2017 14:20에 작성됨.

트레이너 「우즈키! 오른쪽 발 스텝이 틀렸잖니!」

 

우즈키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미소)

 

트레이너 「이번에는 왼쪽이 틀렸어.」

 

우즈키 「열심히 하겠습니다!」(미소)

 

트레이너 「우즈키. 이번에는ㅡ」

 

트레이너 「우즈키.」

 

트레이너 「우즈키!」

 

....

 

우즈키 「열심히, 하겠습니다!」(미소)

 

레슨이 끝나고, 땀 범벅이 되어버렸습니다.
쾌쾌한 땀냄새와 끈적한 불쾌감이 가득합니다.
린짱과 미오짱은, 즐거운지 밝게 미소짓고 있습니다.

 

린 「레슨 힘들지 않았어?」

 

린 짱이 건넨 차가운 스포츠음료의 냉기가 땀에 젖어 이제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몸을 타고 오싹하게 흐릅니다.

 

우즈키 「아뇨. 린짱이랑 미오짱도 열심히 하니까..하지만 저는 아직도 부족하고..어제도..오늘도..

 


그래도 시마무라 우즈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린 「너무 그러지 마.
그래도 우즈키는 신데걸 팬 인기투표에서 1위도 했잖아? 그거 엄청 대단하다고?
다 우즈키의 미소에 반해버려서 그런 걸꺼야.
나도 그렇고. 후훗.」

 

우즈키 「....」

 

린 「응? 우즈키?」

 

우즈키 「후에에! 자 잠깐 딴청을 피워버렸네요.
그러면 내일 봐요!」

 

린 「풋. 우즈키는 덤벙대는 경우가 있다니까?
응 알았어. 미오랑 같이 먼저 갈 테니까,
나중에 전화줘?」

 

우즈키 「예!」

 

거울을 바라봅니다.
제가 웃고 있나요?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 없이,
춤도 못추고 노래도 무가치한, 아이돌로써의 가치가 부족한 시마무라 우즈키.
미소만이 유일한 무기인, 불쌍한 우즈키.

 

짐을 챙기고는, 아무도 모르게 안경이랑 모자를 단단히 눌러쓰고
복도를 조용히 나가버립니다.
신데렐라 프로젝트의 다른 아이들이 쑥덕거리는게 들립니다.
귀를 기울이니, 제 이야기였습니다.

 

미쿠 「우아앙! 이번에 우즈키가 또 팬 인기투표 1위를 해서 분하다냥!
이번에는 나 아니면 리이나짱이 1위할 줄 알았는데..」

 

리이나 「헤에?..뭐, 그래도 우즈키의 미소는 팬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으니까.」

 

안즈 「하으음..확실히 우즈키의 미소는 살인 무기 수준이지.
그런데 매일 그렇게 웃고 다니면 힘들지 않을까나? 흐으음..」

 

...
그냥 조용히 복도를 벗어납니다.
아 슬슬 풀리려고 하네요.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억지로 손가락으로 눌러 고정시키고는
치히로씨가 있는 사무실로 향합니다.
문을 여니,
치히로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검은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로.

 

치히로 「축하드려요. 1위라면서요?
우즈키씨 인기 많네요?」

 

치히로 「아, 말하기 힘들겠구나?
넉넉히 담았으니까, 충분히 쓰실 거에요.」

 

치히로 「대금은 지난번과 동일.
..후훗. 항상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봉투를 받아들고는, 후드를 눌러쓴 채로 빌딩 밖으로 나갔습니다.
바깥에는 세찬 비가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택시를 불러, 집으로 들어갑니다.

 

집에 올 때 쯤엔, 거의 다 풀려 있었습니다.
도착해서 택시 기사에게 돈을 주려는데,
하필 제 얼굴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택시기사 「....」(식겁)

 

택시기사 「수, 수고하세요!」

 

 

집에 들어갑니다.
비에 흠뻑 젖어서 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온 몸은 젖어 으슬으슬 떨리지만 신경쓰지 않습니다.
아, 슬슬 안면 근육이 뻐근해지네요.
2층의 제 방으로 올라갑니다.
문을 잠그고, 봉투에서 약 상자들을 꺼내 개봉합니다.
창문 밖에는 비가 세차게 몰아치고 있고,
이따금씩 번개가 쳐서
눈부신 빛 속에 어두운 방에 놓인 거울 위로 제 일그러진 얼굴이 비쳐집니다.
웃음인지 무엇인지 모를 정도로,
끔찍하게 뒤틀려버린 얼굴.
눈은 양쪽이 기이하게 벌어져버렸습니다.
한쪽은 축 처진채로 굳어져서 마치 불독처럼 되어버렸고,
입꼬리 한 쪽은 귀까지 올라온채로 굳어져,
다물어지지 않아서 침이 줄줄 흐르고 있습니다.
코는 기이할 정도로 올라가서,
마치 마녀와도 같습니다.
참으로, 혐오스럽습니다.
린, 미오, 미쿠와 리이나..다른 아이들이 보면 정말 기겁하겠죠?
흐음..코우메짱은 좋아할라나?

 

우즈키 「흐음..약 성분을 늘려야 할까요?」

 

융해하는 약을 얼굴에 가볍게 문질러봅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얼굴이 다시 부드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마치 찰흙처럼 부드럽게 녹아버린 얼굴을 다시 주물럭, 주물럭 거려봅니다.

 

아, 이정도면 되겠군요.
오늘의 컨셉은, 과하지도 않고 적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근육에도 무리가 가지 않는 컨셉입니다.

 

굳는 고약을 바르니,
항상 아름다운 미소를 띄우는 시마무라 우즈키가 완성됬습니다.

 

저요.
사실 어느새부터인가 진짜로 아름다운 미소 짓는 법을 까먹었습니다.
매일같이 욕먹고, 지적받고,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고..

 

이이돌 생활을 동경했지만,
저는, 아이돌로써는 너무나도 부족한 자격 없는 사람이라는걸 깨달아서,
그때부터 진심을 담은 미소를 짓는 법을 까먹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이돌이 좋았답니다?
하지만 아이돌로써 제가 가진 건 미소 밖에 없으니까요.
제 미소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덧없는 아침 이슬과 같은 하찮은 것에 불과하지만,
저는 언제나 빛나는 동화속 공주님 같은 아이돌 생활을 너무 동경하니까요.
그리고 미소는 그런 제 아이돌 생활의 유일한 희망이니까요.

 

그래서 치히로씨를 통해 약을 구했습니다.
얼굴 근육을 고무 찰흙 고깃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고약.
이제 저는 웃고 싶지 않아도,
웃는 법을 까먹어도
항상 미소지을 수 있게 되었답니다?
미소를 '만들면' 되니까요.

 

이제는 미소가 사라질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억지로 웃을 필요도 없고,
미소가 사라질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
그저 영원히 죽을 때까지 미소만 지으면 된답니다?

 

시마무라 우즈키, 열심히 미소짓겠습니다!

 

 

ps. 주로 765에 집중되서 쓰긴 하지만,
신데쪽도 좋아합니다.
특히 우즈키나 린, 마유라는 캐릭터들을 아주 좋아하지요.
셋 다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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