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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X 데레마스]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 : 제1장 - 3-②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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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6, 2017 15:10에 작성됨.

 

제2회 어나스테에 출품할 예정인 소설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의 인터넷 연재분입니다. (총 3장 중 제1장 도입부까지 어나스테 전에 인터넷 공개 예정이며, 어나스테 종료 후에 나머지를 공개할지 말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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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주의]

본 소설에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 이후 내용 및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에 대한 글쓴이의 독자적인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안데르센 동화전집』이네요. 쿠스야마 마사오楠山正雄가 번역해서 다이쇼 13년(1924년), 신초문고에서 발간한 책이에요.”

 

아리스는 물론 책의 주인인 아스카까지 표정이 변했다. 정확히 짚은 모양이다.

 

“그리고 한 가지 확인해두고 싶은 건데,”

 

하지만 시오리코 씨의 답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다섯 분은 모두 기타가마쿠라에는 처음 오시는 거죠?”

 

아이돌 다섯 명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 책은 분명히 아스카 양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저희 비블리아 고서당을 거쳐 갔겠네요. 책 사이에 가격표나 명함이 끼워져 있겠죠. 제 기억에는 없는 책이니, 저희 할아버지나 아버지 대에서 지나갔을 테고요. 자연히, 아스카 양이 직접 구한 책이 아니라 누군가에게서 받은 책이라는 얘기가 되겠죠.”

 

아까 아리스가 질문을 던졌을 때와는 비교도 안되는 적막이 식탁에 내려앉았다. 시오리코 씨와 아스카를 번갈아 살피던 카나데가 그 적막을 깼다.

 

“그래서, 정답은 뭔데, 아스카?”

 

심판을 기다리듯, 모두의 눈이 아스카에게 쏠렸다. 아스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전부… 정답이야.”

“오! 봐. 가능하잖아, 아리스!”

“대… 대체 어떻게…”

 

슈코가 탄성을 질렀고, 아리스는 넋이 나간 듯 시오리코 씨와 책을 번갈아 쳐다봤다. 정말 반응 하나는 확실한 두 사람이다.

 

답을 들은 시오리코 씨는 펠트 커버가 씌워진 책의 표지를 넘겼다. 어릴 때 종종 봤던 안데르센의 초상화와 함께 고풍스러운 서체로 적힌 ‘안데르센 동화전집 / 쿠스야마 마사오 역譯’이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후미카도 눈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대단하네요…”

“그러게요. 저도 이 책이 이렇게까지 깨끗한 상태로 남아있을 줄은 몰랐어요. 정말 대단해요!”

 

시오리코 씨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후미카는 시오리코 씨가 책의 제목과 번역자를 정확히 알아맞힌 게 대단하다고 한 것 같지만, 시오리코 씨에겐 그런 자각이 없겠지.

 

“꼭 마술을 보는 것 같군. 어떻게 맞힌 거지?”

 

아스카가 떨리는 목소리를 애써 감추며 물었다. 시오리코 씨는 흥미롭다는 듯 책을 한페이지씩 넘기며 대답했다.

 

“아스카 양이 메르헨한 책이라고 해서 판타지 서적이 아니면 동화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색이 이렇게 바랬으니 아마 전쟁 이전의 책일 거고, 크기는 지금의 컴팩트판 정도에 두께는 350장, 700페이지 정도였고요. 그 외에 이 책의 외양을 고려하면, 동화나 판타지 중에서는 이 쿠스야마 마사오가 번역한 『안데르센 동화전집』밖에 남지 않아요. 안데르센의 첫 번째 동화인 「부싯깃 통」부터 서른여덟 번째 동화인 「홀거 단스케」까지 총 서른여덟 편을 번역해서 실었어요.”

“안데르센의 초기 서른여덟 편이라면…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이 많은 시기네요.”

 

후미카가 옆에서 거들었다. 이젠 저 두 사람이 안데르센의 동화가 나온 순서까지 외우고 있다고 해도 그다지 놀랍지 않았다.

 

“네. 「엄지공주」, 「인어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미운 오리 새끼」, 「눈의 여왕」, 「빨간 구두」 같은 유명한 작품들이 이때에 몰려있어요. 특히 쿠스야마 마사오의 번역판이 가치 있는 이유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각색을 거치지 않고 연대순으로 그대로 번역했다는 데에 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동화는 번역 과정에서 재창작을 거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쿠스야마 마사오의 번역본에는 원문을 거의 그대로 살아있죠. 「빨간 구두」는 물론, 첫 두 작품인 「부싯깃 통」과 「장다리 클라우스와 꺽다리 클라우스」도 교육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번역 중 생략되곤 하는데 쿠스야마 마사오는 그걸 전부 번역해서 실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두꺼워진 거군요.”

“지금의 안데르센 전집들과 두께를 비교해보면, 쿠스야마 마사오가 168편의 안데르센 동화를 전부 번역했다면 2,500페이지 정도는 됐을 거에요.‘

“이천…!”

 

비명이 절로 나왔다. 종이로만 따져도 천 장이 넘는데, 그쯤 되면 동화집이 아니라 논문집이다. 저 700페이지짜리 동화전집도 충분히 두껍지만. 시오리코 씨는 그 두꺼운 동화집의 책장을 쉬지 않고 넘기면서 평가를 계속해나갔다.

 

“이건 정말… 정말 대단해요. 전쟁 전의 동화가 이렇게 깨끗하게 남아있을 줄이야.”

“희귀한 책입니까?”

“책 자체가 희귀하다고 하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전쟁 전의 서적은 전쟁 중에 불타버린 게 많고, 또 두껍다고는 해도 이건 동화집이에요. 어린이들은 실수로든 일부러든 책을 상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서, 아동서가 깨끗하게 남아있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여러 가지 이유로 파손될 일이 많았던 책인데도 흠집 없이 깨끗하다는 건가.

 

“그럼 가격으로 따지면 어느 정도야?”

 

아야카가 어느새 시오리코 씨 뒤로 돌아와 책을 쳐다보며 물었다.

 

“번역서다보니 가격이 그렇게 높지는 않아. 그래도 보존상태를 감안하면… 최소로 잡아도 5만 엔 정도.”

 

책 한 권에 5만 엔이라. 지금까지 봐왔던 희귀판본들에는 미치지 못해도, 결코 적지 않은 가격이다. 얼마 전 내가 진열한 고단샤의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50권이 모두 합해 4만 엔 정도였으니.

 

책장을 넘기던 시오리코 씨의 손이 멈췄다. 「전나무」가 끝나고 「눈의 여왕」이 시작되는 페이지에 종이 한 장이 끼어있었다. 익숙한 글귀와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비블리아 고서당

점장 시노카와 노보루

 

3년 전 세상을 떠난, 전대 점장의 명함이었다. 이름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비블리아 고서당의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어! 우리 아빠 명함이다!”

 

아야카가 귓전에서 꽤 큰 소리로 외쳤지만 시오리코 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명함을 손끝으로 잡아들었다.

 

“역시…”

 

시오리코 씨가 책장을 넘기는 걸 지켜보던 다섯 명 중 아스카를 제외한 네 명의 입에서 일제히 탄성이 터졌다.

 

“그 명함의 존재는… 어떻게 안 거지?”

“아까 네 분이 후미카 양을 찾아 가게에 들어왔을 때, 슈코 양이 그랬었죠. 아스카 양이 이쯤에 책방이 있을 거라고 했다고요. 그런데 아리스 양은 다섯 분이 모두 이곳에 처음 온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섯 분 모두 기타가마쿠라가 초행이신지 확인한 거에요. 초행인 마을인데 이런 고서점의 위치를 알고 있다면, 지도를 찾아봤거나 주소가 적힌 명함을 가지고 있었단 얘기가 되겠죠. 그런데 이쯤에 서점이 있을 거라고 말한 건 아스카 양인데도, 길을 찾아온 건 아리스 양이라고 했어요. 아리스 양은 태블릿을 들고 있으니 그걸로 인터넷 지도를 켜서 찾아온 거죠?”

 

아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아스카 양이 지도를 찾아본 건 아닐 테고, 상호와 주소까지만 알고 있거나, 그게 적힌 뭔가를 갖고 있었겠죠. 예를 들면 이 명함 같은 거요.”

“좀 비약이 있지 않나? 내가 촬영 전에 지나가면서 간판을 기억해뒀다는 가능성도 있을 텐데.”

“네. 아스카 양이 지도 없이 직접 찾아왔다면 저도 확신하지 못했을 거에요. 하지만 아리스 양이 인터넷 지도를 찾았다는 건 아스카 양이 저희 가게를 보고도 상호만 기억하고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다는 건데, 그럴 수는 없어요. 저희 가게는 역 바로 앞에 있으니까. 즉, 아스카 양은 저희 가게 근처를 지나간 적이 없다는 말이 되죠. 자동차를 타고 지나갔다면 상호를 볼 틈도 없이 빠르게 지나갔을 테고요. 따라서 남는 건 명함밖에 없었어요. 고서점의 명함이 끼어있을 자리라면, 그 고서점에서 산 책 사이가 제일 가능성이 높겠죠. 아스카 양이 초행이니 원래 책을 산 사람은 따로 있을 테고요.”

“대단하군… 책을 펼쳐보지도 않고 거기까지 알아내다니…”

 

시오리코 씨가 다시 명함을 제자리에 꽂고 책을 아스카에게 돌려주었다. 아스카는 책을 가방에 넣으며 말했다.

 

“맞아. 이 책은 반년 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물려받은 거야. 일본 곳곳을 돌아다니며 책을 수집하셨는데, 여기도 다녀가셨었나 보군. 기연이네.”

“네. 좋은 책이니 소중히 하시고, 나중에도 다시 읽어 보세요. 안데르센은 창작동화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만큼 그 작품도 훌륭해서, 하나하나가 후대에도 재창작이 계속 되는 명작들이니까요.”

 

그 말대로, 어릴 때 읽었던 동화 중에서도 안데르센은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책을 읽지 못하게 된 지금도 안데르센 정도는 다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데자키 오사무(出﨑統)의 『눈의 여왕』 이 떠오르는군. 「눈의 여왕」의 틀 안에 다른 안데르센 동화들을 녹여내서, 마치 하나의 이야기처럼 만든 아름다운 작품이었어.”

“「눈의 여왕」…은 여러 번 영상화가 되었죠. 1957년 소련에서 최초로 영상화된 뒤로 1986년 핀란드, 1995년 영국, 2002년 미국, 2005년 영국, 같은 해 NHK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각색되어 전파를 탔고… 지금도 러시아에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있고, 위자트 애니메이션과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도 「눈의 여왕」의 영상화를 진행 중일 정도로… 길이 남는 작품이 되었죠.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는 안데르센 작품을 각색해서 다뤄본 경험이 있으니, 기대를 해볼 만할지도… 모르겠네요.”

 

아스카가 「눈의 여왕」 이야기를 꺼내자 후미카에게서 관련 작품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내가 기억하는 「눈의 여왕」은 분위기가 꽤 어두웠던 것 같은데, 의외로 인기가 있는 모양이다. 그 디즈니와 「눈의 여왕」이라니 내 안에서는 그다지 인상이 맞아떨어지지 않기는 하지만.

 

“맞아맞아. 『인어공주』는 재밌었지~ 엔딩도 해피엔딩이고! 왕자가 나쁜 마녀를 배로 뺑소니치는 장면은 지금도 기억나네!”

“뺑소니라니, 표현이 이상하잖아요, 슈코 언니!”

 

그리고 슈코와 아리스는, 식사가 끝나는 순간까지 계속 투닥였다.

 

 

4

 

식사를 마치고, 나는 계산대로 돌아왔다.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니 평소보다 식사시간이 길어졌는데, 중간에 손님이 오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원래 손님이 뜸해지는 계절이긴 하지만.

 

오지도 않는 손님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가게 안쪽에서 드문드문 들리던 아야카의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슈코가 설거지를 잘 하는 건 처음 알았어!”

“화과자집 딸 19년이면 전문가 다 된다니까. 끈적이는 것들이 얼마나 안 떨어지는데.”

 

뒷정리는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면서 나는 계산대나 보라고 떠밀더니, 아이돌들이랑 뒷정리를 같이 한 모양이다.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정말 대단한 친화력이다.

 

“아, 고우라 오빠! 미안한데, 우리 잠깐 놀러 나갔다 올 테니까 그동안 가게 좀 봐줘요! 혼자라도 괜찮죠?”

 

그새 같이 놀러 나가는 사이가 된 건가. 어차피 내 일이야 가게를 지키는 거니까 상관없고, 시오리코 씨도 같이 있으니까 혼자도 아닐 터다.

 

잠깐만. ‘우리’?

 

“있지, 아야카. 그 ‘우리’에는 시오리코 씨도 포함한 거야?”

“그야 당연하죠!”

 

내가 아는 시오리코 씨는 이 날씨에 아야카를 따라서 같이 놀러다닐 사람은 아닌데,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걸까.

 

“다…다이스케 군…”

 

그 의문에 대답이라도 하듯, 방금 아야카가 나온 쪽에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미…미안해요… 저는 후미카 양이랑 가게에 있겠다고 했는데…”

 

당혹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시오리코 씨의 옆에는 역시 비슷한 표정의 후미카와 잔뜩 골이 난 아리스가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다른 세 명이 아야카와 함께 놀러나가겠다고 했을 때, 후미카는 가게에서 시오리코 씨와 좀 더 책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 거다. 아리스야 후미카와 함께 남아있겠다고 했겠지. 이 뒤로는 하루종일 일정이 없다고 했고, 이 동네를 다 돌아보려면 시간이 꽤 걸릴 테니. 그런 세 사람을 슈코와 아야카가 반협박으로 구슬러서 데리고 나가는 상황일 것이다. 안 봐도 눈에 선하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다.

 

그래도 시오리코 씨가 오랜만에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맞나 나들이를 나가는 데 마음이 무거운 건 싫다.

 

“저는 괜찮으니 나갔다 오시죠. 시오리코 씨도 바깥 공기는 좀 쐬셔야죠.”

“그래도, 다이스케 군 혼자 남겨두는 건… 아! 가게 문 일찍 닫고 같이 갈래요?”

 

혹시 시오리코 씨에겐 내가 혼자 남겨두면 고독사하는 알파카로 보이는 걸까?

 

시계를 보니 이제 2시를 가리키고 있다. 아직 영업시간은 꽤 남았다. 아무리 손님이 잘 오지 않는 철이라지만, 지금부터 폐점시간까지 한 명도 오지 않을 리는 없다. 그리고 내게도 저 가운데에 갑자기 끼어들지 않을 정도의 눈치는 있다.

 

“모처럼 생긴 말이 통하는 친구잖아요. 또 언제 만날지 모르는데, 마음껏 이야기하고 오세요.”

“정말… 괜찮겠어요?”

“저야 매일 가게에 있지만, 후미카 양은 아니잖아요.”

 

시오리코 씨의 표정이 밝아졌다. 시오리코 씨가 즐거워지는 걸 보니, 나도 즐거워진다.

 

“좋아! 그럼 고우라 오빠도 찬성했고! 기타가마쿠라 원정대 출발!”

“이예이!”

 

아야카와 슈코가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나갔고, 카나데가 그 뒤를 따랐다. 아리스도 한숨을 푹 쉬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가게를 나섰다.

 

“그럼, 다녀올게요.”

 

시오리코 씨도 내게 인사를 해주고 후미카와 함께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남은 한 명…

 

“꽤나 즐거워보이네.”

 

…니노미야 아스카만은 일행을 따라나서지 않고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있잖아, 고우라 씨.”

“응?”

“시오리코 씨 말인데, 사라진 책을 찾거나, 책의 비밀을 파헤치는 일에도 관심이 있는 건가?”

“갑자기 무슨 말이야?”

 

책에 관한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의뢰를 종종 받기는 한다. 그것도 초대 점주인 시오리코 씨의 할아버지, 시노카와 세이지 대부터 계속 해온 일이다.

 

“아까 점장… 시노카와 씨가 내 책을 감정하는 걸 봤더니 해리엇 베인이 떠올라서 말이지.”

 

해리엇 베인(Harriet Vane)이 누군지 한참 생각을 하고야 떠올릴 수 있었다. 시오리코 씨에게서 추리소설 이야기를 들을 때 나왔던 이름이다. 도로시 L. 세이어스(Dorothy L. Sayers)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미스테리 작가로, 피터 윔지 경(Lord Peter Wimsey)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인 『맹독』에서 처음 등장해 피터 윔지와 결혼하고, 그 뒤 시리즈에서는 단독으로 주인공을 맡기도 했다. 그러고보면 피터 윔지도 고서 모으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고 했었는데, 그런 면에선 시오리코 씨는 해리엇 베인과 피터 윔지를 반씩 섞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 연인을 독살한다는 말은 아냐.”

 

내 표정이 미묘해진 게 『맹독』의 줄거리 때문이라 생각했는지 아스카가 덧붙였다. 그야 해리엇 베인도 연인을 독살한 적은 없다. 그런 누명을 썼을 뿐이지.

 

“의뢰를 받고는 있어. 해결에 얼마나 걸릴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그런가…”

 

아스카는 내 대답에 잠시 턱을 쓸더니 고개를 돌려 책장들을 슥 훑어보고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다시 돌아오게 될 것 같군.”

 

뭔가 궁금한 게 있는 걸까 싶었지만, 굳이 묻지는 않았다. 유명 아이돌이 없는 시간을 쪼개서 돌아오는 것보다 지금 물어보거나 시오리코 씨에게 이야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지만, 지금 이야기 하지 않는 것에도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동안 여러 사건을 마주하면서 생긴 감이다.

 

“그러면, 나도 출발해볼까. 오늘은 신세를 졌어.”

 

그렇게 영문 모를 말만 몇 마디 남긴 채, 아스카는 비블리아 고서당을 나섰다.

 

 

아스카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건, 그 주 토요일 저녁이었다. 전화를 받은 시오리코 씨에게 아스카는, 전화 너머에서 마지막으로 헤어졌을 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남기신 책 중 이상한 게 한 권 있어서 말이야. 이 책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확인해줄 수 있을까? 아무래도 보통 일은 아니었던 거 같아.”

 

아스카의 집이 있다는 아타미까지 한참을 가야하는 의뢰였지만, 시오리코 씨는 그 의뢰를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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