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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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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5, 2017 19:56에 작성됨.

휴식은 정말 소중하다. 만약 누군가가 내게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휴식 시간 전부를 투자해서 거기에 대답해 주려다가 귀찮아서 관둘 정도로 중요하다는 거다. 이러한 사고의 귀결이라면 꿈나라로의 여행을 방해받은 내가 키라리 녀석에게 짜증을 내는 것은 지나치게 합당하지 않은가? 아니면 말고.

 

"더이상 P 쨩을 볼 낯이 안서는거양... 우우..."

 

저 웅얼거림만 벌써 백번은 들은것 같은건 절대로 기분탓이 아닐것이다. 웅크린채로 마치 저주의 주문을 읊는듯한 키라리 덕분에 이미 잠기운은 무한한 우주 저 너머로 날아가버렸다. 나는 고마움을 담아서 키라리에게 입을 열었다.

 

"안즈, 자고 싶은데."

 

푹 숙이고 있던 고개가 들리며 벌겋게 달아오른 눈가가 흘긋 나를 향했다.

 

"...안즈 쨩 탓도 조금은 있다구 생각한다니."

 

아니아니, 그건 내 탓이 아니다. 오전 웨딩컨셉 사진촬영에서 키라리를 안고 사진을 찍던 프로듀서가 요통으로 쓰러진 주 원인은 프로듀서의 품에서 날뛰던 키라리의 탓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그 골렘같은 몸을 갖고서 허망하게 무너져버린 프로듀서에게 책임이 있거나. 내게 죄가 있다면, 그저 둘이 잘 어울린다고 추임새를 넣은 것 뿐이라고.

 

"정확히는 '둘이 결혼하는게 어때'였죠? 곧 레슨이니까 일어나는게 좋을거랍니다."

 

어느새 뒤로 다가온 녹색 악마가 내 양 어깨를 잡아 일으켜세우며 소름끼치는 말을 꺼냈다. 물론, 그런 우회적인 말을 선택하긴 했지만 그런 결과가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좋은 의도가 언제나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잖아? 그런 고로 안즈의 책임이 아닌걸로.

 

"우우..."

 

...하려고 했으나 답지않게 추욱 쳐져서 훌쩍거리는 키라리를 보고 있자니 마음속 한편이 영 좋지 못했기에 좀 더 친절하기로 결정했다. 아 정말 귀찮네.

 

"그러니까, 키라리는 그거지? 미래의 낭군님이 그렇게 다쳐서는 아무래도 원활한 부부생활에 애로사항이..."

"아니야아!"

 

붉어진 눈가에 더불어 귀까지 빨갛게 된 키라리가 내 몸을 흔들며 말했다. 이렇게 순식간에 키라리의 기운을 회복시키다니, 나도 참 대단한걸. 대신 내가 멀미가 날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말이야. 우웨에에.
슬슬 키라리가 분신술을 쓰는 것처럼 보일 무렵, 옆에서 지그시 지켜보던 미리아 쨩이 걱정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미리아, 알고있어. 프로듀서는 불능이 된거지?"

"뇨와아아앗! 그렇지 않은거야니! 키라리는, 키라리는 P 쨩의 코끼리 씨는 건들지 않았어엇!"

 

방금 아이돌로서 입에 담지 말아야 할 소리를 듣게된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키라리가 받는 자극이 역치를 넘어선 듯 하다. 얼른 진정시키지 않으면 키라리가 내 머리를 뽑아버릴것 같았기에 미리아 쨩에게 살포시 춉을 먹이며 말했다.

 

"으응, 우웨엑. 프로듀서는 그냥 오에에엑. 허리가 조금 아픈 것 뿐이야에에엑."

"안즈 쨩 죽지마!"

 

의사소통에는 조금 문제가 있었지만 어쨌든 내 절박한 마음이 키라리에게도 닿았는지 진동모드를 중지했다. 아아 뇌가 흔들린다!



"프로듀서 씨는 괜찮으실 거랍니다. 그리고 키라리 쨩의 잘못이 아니니까 너무 안좋게 생각하지 마세요."

 

다시 키라리가 침울 모드로 들어가기 전에 치히로 씨는 따뜻한 말투로 그녀를 달래주었다. 못내 설익은 웃음을 지어보이긴 했지만 자괴감 덩어리가 된 키라리가 원래의 그녀로 돌아가려면 오랜 시간과 완치된 프로듀서가 필요하겠지. 그 마음을 알았는지 치히로 씨는 키라리의 손을 잡으며 덧붙였다.

 

"아니면 레슨이 끝나고 집에 찾아가 보는건 어때요? 프로듀서 씨는 지금 집에서 요양 중 이랍니다."

"...하, 하지만 P 쨩한테 미안해서..."

"프로듀서 씨는 지금 거동이 불편할테니까 키라리 쨩이 가준다면 큰 도움이 될거에요."

 

치히로 씨의 사근사근한 회유에 키라리도 어느정도 프로듀서를 만날 용기가 생겼는지 뭔가 결심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나를 잡아 일으키며 말했다. 나는 대체 왜.

 

"안즈 쨩! 같이 프로듀서를 돌보러 가는거양!"

"안즈는 레슨이 끝나고 할 일이 많읍...!"

 

내 휴식을 위한 항의는 문장을 끝마치기도 전에 키라리의 큰 손에 의해 제지당했고, 뒤이어 신변 역시 키라리의 옆구리에 구속되었다. 난 가기싫어!

 

"읍, 으읍읍읍!"

 

 

 


결국 레슨이 끝나고 치히로 씨가 알려준 주소대로 프로듀서의 집까지 찾아오게 되었다. 물론 나는 찾아왔다기 보다는 키라리에게 호송되어서 온거지만 말이다. 뭐, 사실 나도 키라리에게 지은 죄가 있으니 할 말은 없다. 이걸로 키라리가 예전의 미소를 되찾는다면 싸게 먹히는거지 뭐.
그런데 어째서인지 키라리는 벨도 누르지 않고 우두커니 서있을 뿐이었다. 뭘 얼마나 긴장한건지. 뺨이라도 꼬집어주고 싶었지만 나와 키라리의 신장 차이가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이 순간 만큼은 작은 내 키를 탓하며 나를 구속하던 그녀의 옆구리를 대신 꼬집어주었다.

 

"뇨와앗!"

"벨 누르지 않고 뭐하는데? 어서 왕자님을 구해야지."

 

키라리는 날 원망스럽게 바라보며 작게 궁시렁댄 후 벨에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내 손을 가슴에 가져가 심호흡을 두어번 하더니, 다시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 정말 답답해서 못봐주겠다!

 

'딩동'

 

항상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진 않는다. 우물을 대신 파서 물을 끌어올려 직접 입에 갖다 주어야하는 사람도 존재하는 것이다. 기겁을 하며 문에서 떨어지는 키라리를 보니 답답함을 넘어서 딱하게 느껴졌다. 아이고...

 

'네 나가요~'

 

프로듀서가 아내가 있던가? 아니면 다른 가족이 함께 사는걸까? 예상치 못했던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벨을 넘어 들려와서 조금 당황해버렸다. 그러고보니 프로듀서와 함께 일을 꽤 해왔는데도 그에 대해 아는게 별로 없구나. 그런 쓸쓸한 생각을 하는데 문이 열리며 익숙한 여성이 등장했다.

 

"어머나, 안즈 쨩이랑 키라리 쨩 아니니? 프로듀서를 도우러 온거로구나? 알고 있어~"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의 등장에 놀랄만도 했지만 그녀의 숨결에서 느껴지는 기분나쁜 향기에 질색부터 하게 되었다. 주로 병원에서 자주 맡을 수 있는, 알콜솜의 냄새가 났다. 술 냄새였다.

 

"안녕 미즈키 씨. 그런데 혹시, 안에서 지금 술 마시고 있던거야?"

"정답~ 안즈 쨩 귀여워어~"

 

내 말의 의도는 질문이라기 보다는 질책에 가까웠지만 술의 힘으로 기분이 한창 업 되어있는 미즈키 씨에겐 아무래도 좋았나보다. 문답무용으로 키라리와 나는 그녀에게 손을 잡혀 집 안으로 이끌려가게 되었는데, 안쪽에서 들리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조금 전부터 상상되던 불길한 상황을 점점 현실화하였다. 이거 백 프로 그 사람들이 분명한데...
아니나 다를까 방으로 들어선 우리는 침대에 누워있는 프로듀서와 옆에서 그를 돌보고 있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신이나서 괴롭히고 있는 카에데 씨와 사나에 씨를 볼 수 있었다. 노답 삼인방이다!

 

"카에데가 주는 술은 약술이랍니다~ 술이 술술 넘어갈거에요~"

"허리가 아프면 장가를 못가요! 아~ 못난 사람~"

 

어떻게든 술을 입에 흘려 넣으려는 두 사람으로부터 프로듀서는 홀로 입을 굳게 다물며 눈물겹게 버티고 있었다. 눈 앞에 벌어진 참상에 뭐라 할 말을 잃고 있는데 키라리가 앞으로 나서며 술잔을 가로채며 말했다.

 

"뭐하는 거야아아아아니이이이잇!"

 

손 안에 들려있던 술잔이 사라지자 잠시 어리둥절해 하던 카에데 씨가 키라리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포옹했다.

 

"키라리 쨩~ 같이 마셔주러 와준거구나~ 카에데는 기쁘답니다~"

"나도 안을거야!"

 

꽃다운 17세에게 방금 기가막힌 권유를 한거 같은데? 화를 낸 사람들한테 역으로 포옹을 당하자 키라리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아수라장을 애써 무시하며 일단 거의 죽은것 같이 보이는 프로듀서의 상태부터 확인해보기로 결심했다.

 

"프로듀서, 여러가지로 괜찮아?"

"저는 괜찮습니다. 그것보다 후타바 양과 모로보시 양이 어떻게 여길..."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 그의 모습이 어디에서 기인했는가는 구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바였지만 곧 죽어도 남 앞에서 우는 소리 안하는 프로듀서답게 대답만은 철옹성 같았다.

 

"프로듀서를 도와주러 왔어. 주로 키라리가. 그런데 이미 멋진 간호사들이 잔뜩 있었네?"

"...그분들의 의도는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아마도..."

 

이 사람은 프로듀서가 아니었으면 부처가 되었을 것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주변이라도 정돈해 줄까 하는 믿을 수 없는 발상이 떠올라 잠깐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고 있는 틈을 타 사나에 씨가 끼어들었다.

 

"치우면 안돼! 이 술은 미수를 넘긴 할아버지의 허리조차 신혼날 밤의 상태로 돌려놓는다는 궁극의 술이라구!"

 

별로 알고싶지 않은 정보가 들려버린 덕분에 대충 술의 정체에 대해 감이 잡혔다. 이거 키라리가 알면 놀라 자빠질텐데. 키라리도 어렴풋이 불길함을 느꼈는지 떨떠름한 표정으로 손에 있는 술잔을 바라보자 카에데 씨가 다시 술잔을 받아가며 속삭이듯이 정체를 밝혔다.

 

"네에~ 뱀술이랍니다~"

"꺄아악!"

 

진짜 뱀이라도 본 것처럼 기성을 지르며 키라리가 내 뒤로 빠르게 달려와 웅크렸다. 미안하지만 안즈는 키라리를 숨겨줄 수 있을만큼 큰 덩치가 아니야...

 

"키라리, 저건 뱀이 아니라 그냥 뱀이 몸을 담갔던 술에 불과해. 그러니까 괜찮아. 옳지, 옳지."

"꺄아악! 미즈키도 뱀 무서워어~"

"...미즈키 씨는 입에 묻은 술이나 닦고 그런 말을 해."

 

여러모로 상황이 곤란해졌다. 카에데 씨와 사나에 씨는 키라리가 내 뒤로 쪼르르 도망오자 다시 프로듀서에게 마수를 뻗치기 시작했고 난 자꾸만 앵겨붙는 키라리와 미즈키 씨도 감당이 안된다. 이대로면 정말 프로듀서가 신혼날 밤의 기세가 되어버려!

 

"일어나봐. 지금 키라리의 낭군님이 체크메이트라고!"

 

하지만 어지간히 소녀감성인 키라리가 쉽게 일어날리 만무했다. 여기선 아무래도 그녀의 소녀감성을 좀 더 자극하는 요법이 필요할 것 같다. 미안해, 키라리. 이게 다 너와 프로듀서를 위한 안즈의 골육지책임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난 가까스로 옆 쪽에 있던 술병을 집어 키라리의 손에 살짝 부었다.

 

"키라리, 미아..."

"후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핵탄두의 발사 버튼에 손을 가져다 댄 자의 심정이 이러할까. 키라리는 그야말로 폭풍처럼 프로듀서의 방을 휩쓸었다. 정신을 반쯤 놓아버린 키라리의 손속엔 자비가 없었고, 세 엉터리 간호사들은 그 물리적인 쇼크에 큰 감명을 받아 자발적으로 무릎을 꿇고 양 팔을 들며 벌을 섰다. 그렇지 않으면 키라리가 목을 뽑아버리려고 했으니까. 나는 어떻게 됐냐고? 정수리 양 옆으로 혹이 하나씩 생겼다. 미쿠가 좋아하겠는걸.

 

"미안해 키라리. 안즈가 심했어."

"...흥, 이야."

 

큰일이다. 너무 큰 자극 때문에 키라리가 삐쳐서 말투까지 변해버렸다. 뭐 프로듀서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으니 그럴만도 하지만. 덕분에 키라리는 프로듀서 쪽은 쳐다보지도 못하고 묵묵히 방을 치우는 중이었다. 평소엔 눈치도 없는 프로듀서 였지만 키라리의 분위기가 변한걸 알았는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모로보시 양, 정리는 나중에 제가 하겠습니다."

"아니에요오..."

 

프로듀서는 시선을 회피하며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하는 키라리에게 다시 말했다.

 

"모로보시 양에게는 평소에도 항상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더이상 폐를 끼칠 순 없습니다."

"아냐! 오히려 항상 키라리가 P 쨩한테 폐만 끼치는걸... 오늘 오전에도 그렇구."

"제가 쓰러진 이유는 촬영 중 우연히 찾아온 급성요통 때문이지 모로보시 양에게 원인이 있지 않습니다. 이 마저도 그리 오래가진... 않을겁니다."

 

프로듀서는 보란듯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거동이 영 시원찮았고, 키라리의 걱정만 사게 되어 그녀가 부랴부랴 프로듀서의 옆으로 가서 상체를 부축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한층 더 의기소침해진 키라리가 우울하게 입을 열었다.

 

"키라리는 알고있어. 키라리가 크고 무거운 주제에 날뛰는 바람에 P 쨩이 다쳤다는 걸. 하지만 우리들에게 항상 상냥한 P 쨩은 그런 말을 부정할거야. 왜냐면 키라리가 상처입을까봐. 나쁜 건 키라리인데 말이야."



가감없이 솔직한 키라리의 심정은 씁쓸하다 못해 안타까웠다. 키라리는 자신이 어렸을 때 부터 품어온 컴플렉스에 대해 초연하지 못한 편이었다. 그 해묵은 컴플렉스와 연결된 프로듀서의 부상이 키라리에게 미친 자괴감이란게 저렇게 담담하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에 나는 못내 마음이 미어졌다.

 

"모로보시 양을 든 정도로 허리를 다칠 제가 아닙니다. 생각보다 당신의 프로듀서는 튼튼하답니다."

 

침체된 분위기를 살려보고자 그의 딴에는 꽤나 유쾌한 어투로 허세를 부렸지만,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로 그런 말을 해봐야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프로듀서는 머쓱하게 뒷목을 어루만졌다. 그는 여전히 바닥만 바라보는 키라리에게 허둥지둥 말을 덧붙였다.

 

"구태여 원인을 찾자면 이번 사고는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자세를 소홀히 한 제 불찰입니다."

 

그렇게 프로듀서는 평소 자신이 얼마나 불규칙적이고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을 가져왔는가에 대한 일장연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자신이 앉아서 자는 버릇이 있어서 허리에 무리가 갔다는 둥, 사무실에 있었음이 분명한 그저께 등산을 가다 허리를 이미 몇 번이나 삐끗했다는 둥 평소의 그 답지 않은 엉뚱한 발언은 의외의 효력을 보여서 우중충했던 키라리의 얼굴에 조금씩 햇살을 비추었다.
진땀을 흘려가며 키라리를 달래는 그의 생소한 모습에서 였는지, 아니면 그런 모습을 조심스레 바라보며 옅게나마 웃음을 되찾아가는 키라리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두 사람을 보는 내 입가에도 어느덧 미소가 번져있었다. 둘은 분명히 좋은 한 쌍이 될 수 있을거야. 그렇게 좋은 분위기로 흘러갈 무렵 돌연히 옆에서 산통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아~ 타케 쨩, CP 애들에게만 항상 친절하고... 너무해!"

 

조용하게 둘을 지켜보던 사나에 씨가 느닷없이 일어나며 프로듀서에게 반기를 들었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들이 있었지...

 

"정말 프로듀서 씨는 프로 세듀서 씨네요~"

"어린애들이 취향인게 분명해... CP도 다들 어린 편이고. 나도 토토키라 학원 나가고 싶어~"

"로리콘 반대! 로리콘은 검거대상이야! 은 팔찌 채운다구!"

 

그렇게 수갑까지 들고서 달려드는 사나에 씨 때문에 키라리는 프로듀서의 레어한 모습을 포기하고 육탄전에 돌입해야 했다.

 

"뇨와앗!"

"비켜줘 키라리 쨩! 일벌백계야!"

 

일벌백계해야 할 대상이 잘못된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아무튼 그렇게 투닥거리는 와중에 사나에 씨가 수갑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장난감이겠지 싶어서 만져본 수갑에서 차갑고 단단한 금속의 촉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거 진짜잖아! 황당한 나머지 사나에 씨에게 뭐라 말하려 하는데 그녀가 나를 보며 살짝 윙크하고 있었다.

 

"이건 무슨..."

 

이건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려던 와중에 어떤 생각이 번개같이 뇌리를 찔렀다. 이 수갑으로 키라리를 위해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이 떠오른 것이다. 아픈 프로듀서가 양 손에 수갑을 차고 있는 안쓰러운 모습보다 훨씬 바람직한 그런 그림이. 사나에 씨도 같은 의도를 가졌을 것이라는 확신이 그녀의 윙크를 통해 서게 되었다.
그렇다. 인연의 고리 치고는 조금 살벌한 재질로 되어 있지만, 친애하는 키라리의 친구로서 그녀가 프로듀서와 좀 더 발전적인 관계가 되길 염원하며 나는 키라리의 손을 잡아 끌었다.

 

"키라리, 손."

"안즈 쨩, 뭐야... 응?"

 

방심한 키라리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 나는 나머지 한 쪽을 프로듀서의 손목에 채우는데 성공했다. 바보같은 키라리, 안즈의 함정에 걸려들었구나! 아하하하! 난 얼이나간 표정으로 자신들의 손목을 바라보는 둘에게서 멀찌기 떨어지며 주례사를 읊어주었다.

 

"둘 다 오늘 하루 서로 아끼고 보듬어가며 잘 보내도록 해.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 까지의 시간은 아니지만..."

"안즈 쨔아아아앙!"

 

키라리는 내 입을 막으려고 다가오려 했지만 수갑으로 연결된 프로듀서를 당기는 바람에 "크억!" "P 쨩!" 나에겐 신경을 쓸 틈이 없게 되었다. 덕분에 난 유유히 삼인방과 함께 프로듀서의 집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프로듀서와 키라리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서 하루를 보내는게 너무 이른건 아닐까? 뭐 우리 프로듀서라면, 엄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테니까. 그런 일이 발생해 버린다면 프로듀서는 나머지 한 쪽 손목에까지 수갑을 차게 되겠지만. 이번 일을 기회로 키라리가 프로듀서에게 좀 더 다가설 수 있게 된다면 바랄게 없다.

 

"나이스 콤비였어 안즈 쨩. 열쇠는 맡길 테니까 내일 아침에 가서 제대로 상태를 확인할 것!"

"에에~ 안즈 귀찮은데..."

 

거짓을 담지 못하는 내 순수한 입이 진심을 꺼내고야 말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키라리는 지금 내 볼을 당기며 헤헤 웃는 사나에 씨의 수십 배는 귀찮은 아이니까. 아마 키라리는 여태까지 그랬듯이 평생 나를 귀찮게 할 것이다. 하지만 뭐, 그런 친구 한 명쯤 갖고 있는게 나쁜 기분은 아니다.

 

"아아~ 프로듀서 씨랑 한 잔 하고 싶었는데. 오늘은 키라리 쨩을 당해낼 수가 없었네요~"

"청춘이네~ 알고 있... 으흑, 미즈키도 알고 싶어! 청춘을!"

 

술 냄새 풍기는 세 성인 아이돌들과 함께 밤길을 걸으며, 나는 소중한 친구의 행복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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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키라 좋죠. 타케키라도 정말 좋아합니다. 안즈가 프로듀서와 키라리를 밀어주는 포지션에 있다고 가정해본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해 봤어요. 그 결과가 이렇게 되었네요.

짧지 않은 글 시간내서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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