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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 별은 홀로 반짝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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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3, 2017 08:12에 작성됨.

기승전결도 없고, 주저리주저리 맥락없이 감성만 잔뜩담아 쓴 글이니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1

어두운 숲길,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초겨울 다가올 시기라 다 져가는 단풍잎이 땅바닥에 잔뜩 쌓여있고 날씨도 쌀쌀한 기분이 드는게 온몸이 으슬으슬 떨리기 시작했다. 아무도 없어서 그런 것인 걸까. 항상 누군가가 옆에 있었고 같이 걸어갈 사람이 있어서 지금 더욱 추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항상 걷던 길은 익숙하거나 넓고 사람이 많은 길이였다.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리고, 자연스럽게 누군가가 걸어간다는 사실을 당연히 여기는, 그런 일상으로 받아들였었다. 아무도 없는 길을 걷는 다는 것은 상상만으로, 그래, 그저 상상만으로 걸어볼 수 있었던 길이였다. 아아, 추운걸.

이제 와서 돌아가기도 늦었고, 어쩔 수 없겠다. 고개를 들어 하늘 한번 올려다보았다. 맑은 밤하늘 공기 들이마시며 넓게 펼쳐져 있는 별들 즐기고 걸어갈련다. 눈동자 속에 이름 모를 별들 가득 담아 앞을 비추는 불빛 삼아야지. 조금 험하든 뭐 어떨까, 위험한 일들이 잔뜩 있다 해도 뭐 상관없겠지. 별빛 담은 내 두 눈으로 앞으로 나아간다면 무서울 것 없다. 그래도 지팡이 삼을 나뭇가지 하나정도는 들고 갈까.

 

앞으로 나아갔다.

한동안 쭉, 걸었다.

 

#2

“이 요오오오망한 계집애에에....”

잔뜩 머리위로 올라오는 술기운에 제 몸 가누기도 힘든 상태에서 겨우 도착한 집. 본능적으로 현관문을 따고 들어가 술 냄새가 진동하는 옷은 갈아입을 생각도 하지 않고 침대로 직진하였다. 익숙한 감촉을 느끼며 잔뜩 편안함을 즐기고 있을 무렵, 어지러운 머리에서 떠오르는 것은 오늘 있었던 일이였다.

“그렇게.... 기쁜 얼굴로 다가오면 어쩌라는거야아~ 이 요망한 계집애야아아!”

어두운 새벽, 아무도 없는 오피스텔 안에서 술에 취해 소리 지르는 여자의 모습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았겠지만 어쩌랴? 취했을 땐 그냥 자기 내키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좋은걸.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아까 꾸역꾸역 쌓아뒀던 울분을 토해낸 후, 지쳐서 그냥 멍하니 천장을 응시했다.

생각해보면 울분이 쌓일 일이 뭐가 있겠는가. 긴 시간을 노력 했다는 사실도 옆에서 같이 걸어갔기에 잘 알고 있었는걸. 다 알고 있으면서 뭐가, 도대체 뭐가 그렇게 울분이 쌓여있는 건데? 신데렐라고 뭐고 이런 것이였다면 그 때 필요 없다고 거절할 걸 그랬다. 괜히 이런 생각만 하게하니까, 카에데는 그냥 소중한 동생이라고, 동료라고, 내 소중한 친구라고. 그러니까 정말로

 

질투 같은 건 하기 싫단 말이야.

 

“사나에씨~ 저~ 드디어! 신데렐라 걸이 됐어요!”

“헤헤헤, 생각보다 기쁜걸요.. 헤헤헤..”

머릿속을 지나가는 바로 몇 시간 전의 모습

 

얼마 지나지 않아 속에서 올라오는 메스꺼움에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우웁!”

속에서 나오는 이것들이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저, 꼴보기도 싫어서 계속 토해내고 토해 내보냈다. 나올 것도 없는 속을 억지로 꺽꺽거리며 토해낸 뒤 재빠르게 물을 내렸다. 다리에 힘이 쭉 빠져버려 화장실 바닥에 축 걸터앉았다. 차갑고 딱딱한 바닥은 얼음바닥 위에 앉은 듯해서 엉덩이가 무감각해지기 시작했지만 머릿속이 복잡한 것이 더 고통스러웠다. 아니 정확히는 마음을 좀먹는 내 생각이 훨씬 더 고통스러웠다.

 

욕이라도 한바탕 내뱉지 않으면, 소리라도 지르지 않으면 답답해 속이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3

“спокойная... 좋은 밤이네요 프로듀서 씨?”

아름다운 밤하늘 아래, 아냐스타샤와 그의 프로듀서는 그녀를 기숙사로 데려다 주기 위해 운전을 하고 있었다.

“아, 그러게. 오늘은 꽤나 공기가 맑은 편 인가봐.”

평소와는 다른 도쿄의 밤하늘 모습을 보고 프로듀서는 아냐스타샤의 말에 동의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확실히, 아나스타샤는 별을 좋아하는구나. 항상 밤하늘 보고 있는 것 같고.”

“да, 별은 좋아합니다. 저 하늘 위 높이 빛나고 있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그런가.”

“물론, 그런 점 말고도 좋아하는 이유는 더더욱, 있어요?”

묘하게 성의 없이 대답한 프로듀서를 한번, 흘깃 노려보며 아나스타샤는 말을 이어나갔다.

“홀로 밝게 빛나는 그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기도 하지만 고독..해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멀리 본다면...”

“멀리 본다면?”

“그 주변을 채워주는 별들.. 별자리가 있어요. 서로서로 연결되어 아름다운 별자리를 만들고, 그렇게 모두와 함께 빛나는 모습.”

“красивый..아름다운, 그런 모습을 동경해요.”

아나스타샤는 하늘을 올려다본 뒤 재차 말했다.

“저도... 홀로 고고히 빛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вместе, 함께 빛나는 별!”

“오늘 그녀와 같은 별이 되고 싶어요!”

 

눈 속에 별을 담은, 또 다른 소녀를 보면서 프로듀서는 말없이 부드럽게 웃었다.

 

#4

기숙사에 아나스타샤를 돌려보내놓고 오늘 술자리에 있었던 아이돌들에게 전화해본다.

“에에~ 뭐야 뭐야 프로듀서군~ 걱정되서 전화해본거야?! 하트 기뻐라~!”

“아아, 잘 도착했어 프로듀서군. 걱정하는 마음은 나도 알겠지만 괜찮아. 내일 보도록 하자고?”

“프로듀서씨? 아, 잘 도착했는지인가요... 물론! 나나는 우사밍성인인걸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프로듀서씨인가요? 아, 잘 도착했는지... 네, 잘 도착했답니다.”
그리고 두명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문자 2통

[집, 도착했어.]

[저기, 길을 헤매는거 같은데. 아까 그 술집으로 와주시면 안될까요?]

사나에씨는 도착했다 하더라도 이 몸만 컸지 머리는 아직 덜 큰 어른이는 아직도 술이 부족한 모양인 것 같았다.

문자로 답했다.

[핑계대지 마시고 빨리 들어가서 주무시죠?]

[에이, 그러지 말고~ 빨리요~]

“하아, 진짜 어이가 없네 허.”

사람 걱정하는데 귓등으로 넘기고 술 마시자고 저렇게 조르는 모습이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지. 한숨 푹 내쉬며 다시 술집으로 방향을 향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도착한 술집, 안으로 들어가니까 얼굴 붉으스름하게 헤실헤실거리는 모습이 보통 취한 것은 아니였다.

“프로듀서씨~ 여기에요 여기~!”

“얼마나 더 마셨던 겁니까?”

곤란하다는 표정을 팍팍 지으며 돌아가자는 무언의 압박을 계속하였으나

“싫~어~요! 조금만 더, 마시는 것 정도는 괜찮다구요?”

통하지 않았다.

 

#5

“그게 말이죠~ 프로듀서!”

“예이 예이.”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였는가, 파생되는 말로 아이돌 이기는 프로듀서 없다고 할 수 있겠다. 결국 끝없는 조름에 이기지 못하고 2차를 시작했던 프로듀서와 카에데였다.

“드디어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구요?”

“그럼요, 옆에서 지켜봐서 잘 알고 있습니다.”

“꺄아아~ 옆에서 지켜봤다니요~! 프로듀서씨... 혹시 관..음..증..? 변태~ 아하하하하!”

뭐람 이 글러먹은 어른~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은데요~ 이제 무~리인데요...

“그래서 말이죠 프로듀서.”

“저는 이제, 고독한 별로 남아 있어야 하는 걸까요.”

갑자기 그렇게 말하는 카에데의 눈을 바라보았다.

밝게 빛나던 눈은 잠시, 뒤를 돌아보는, 약간의 후회가 담기기도 한, 그리고 수많은 감정이 교차하는 눈으로 변모해있었다.

“열심히 노력해서 걸어온 길이지만, 그 길을 걷던 마차에 치여 넘어진 사람도 있지 않았을까요.”

“같이 걷다가 넘어지거나 도중에 내려버린, 그런 사람들도 있지 않았을까요.”

“그리고 끝까지 남아서 종착점에 도착한 공주는, 홀로 외롭게 그 성을 지키고 있어야 할까요.”

많은 고민, 그 고민이 담긴 말은 술이 담긴 술잔을 대신 채우고 있었다.

카에데씨를 마주보았다.

고민의 빠진 그 얼굴을 잠시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그리고 그 시름이 가득 담긴 술잔을 들어 한 입에 털어 넣었다.

“그거 아십니까, 카에데씨?”

“그 곳은 절대로 종착점이 아니에요. 종착점이 아니라 더 앞까지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휴게소랄까요, 아니요 단순한 지점이 더 어울리겠네요.”

독한 술을 한입에 털어 넣어서인지 후끈해지는 속을 달래기 위해 시원한 냉수 한잔 담아 마시고 말을 이었다.

“후우~ 그러니까 단순한 지점이고, 지금은 카에데씨가 홀로 그 곳에 도착했다고 칩시다?”

잠시 끊고 카에데씨를 자세하게 바라보았다.

취해서 멍-하니 바라보는 것 같았지만, 눈동저 더 깊숙이에서는 분명히,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 눈동자를 확인하고 빙긋 웃으며 말했다.

“얼마지나지 않으면 동료들 또한 그 지점에 도착할 것이에요. 그러니까..”

“절대로 혼자가 아니란 말입니다. 알겠어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카에데씨를 보고 있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에는 모두 그 지점에 도달하고, 다시금 다같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게다가 최소한 저라도 있지 않습니까?”

마지막 말은 조금 감정을 담아 이야기했다. 이게 뭔 감정인지는 자세히는 나도 잘 모르지만 뭐, 사람 감정이라는 것이 본인도 모르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조금 부끄러웠기에 혼자 술잔에 술을 따라 마시려 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 손에서 술병을 낚아채 나의 술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흐응~ 혼자 그렇게 마시려고 하는 사람은 싫다구요? 제 옆에 계셔주시는 분?”

뭔 말인지 이해는 하고 그렇게 말한 건지는 몰라도 빙긋 웃으며 술을 따르는 그녀.

 

그녀의 술잔에 술을 따라주고 건배를 하였다.

눈 마주치기가 조금 부끄러워서 조금 고개를 돌리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새액 새액 하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나 참, 이렇게 주무시면 어떡하라는 겁니까.”

잠이 든 그녀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서 답이 없었다. 이 곤란한 어른이 같으니라고!

 

#6

별을 보면서 사람들은 각각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높이 뜬 저 별들을 보며 아름다운 그 모습을 보며 감탄할 수도 있다. 저 별처럼 고고히 빛나기를 동경하며 노력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괜히 울적해지는 마음에 애꿎은 별을 보면서 욕을 한바탕 할 수도 있겠지.

그래도 가장 중요한건, 홀로 고고하게 빛나고 있는 저 별도, 사실은 다른 별들과 함께 무리지어 아름다운 은하수를 이루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모습이든 절대로 혼자서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넓디넓은 우주에서 혼자서 빛나고 있는건 너무 외롭지 않은가. 손잡고 뭉쳐서 지내기에도 차가운 공간인데.

취해서 정신 못 차리는 그녀를 차에 간신히 태워 집으로 데려가는 길. 문득 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았다. 그래 저기 저렇게 떠있는 것처럼, 다같이. 혼자가 아니라 다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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