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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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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11, 2017 21:52에 작성됨.

치하야가 하기와라 유키호의 무대, 그리고 평상시 모습을 보고서 가장 처음 느낀 것은 위화감이었다. 정확하게 말해서 무대 그 자체에서 느껴진 것이 아닌, 아이돌의 3요소인 보컬, 댄스, 비주얼 중 보컬, 즉 목소리에서 느끼고 있었다. 물론 노래 자체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무척이나 멋진 저음, 그 안에서 느껴지는 덧없음, 크게 강하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들리는 그 보컬은 실로 유키호가 현재 발을 담그고 있는 랭크에 걸맞는 것이며 그런 유키호를 키워낸 쿠로이 사장의 안목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치하야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 외의 요소, 특히 비주얼에 눈이 빼앗긴 탓에 확실한 이미지는 얻을 수 없었지만, 치하야는 그 위화감을 기분 탓이라고 하면서 떨쳐낼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 위화감은 다른 것이 아닌 ‘본인이 아닌 것 같다’였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바로 옆에 있는 자신의 프로듀서, 그리고 유키호의 프로듀서와 쿠로이 사장은 그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것 같아 치하야로서도 자신의 판단을 신용할 수 없는 것이 현재 가장 크게 느끼고 있는 곤란함이었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묻지 못하는 것도 역시 어찌할 도리가 없는 문제였다.

 

그렇다면 본인에게 묻는 것이 가장 빠를까. 그것 또한 치하야가 건드는 것이 힘든 문제였다. 아무래도 961 프로의 지침인 듯 유키호는 대화할 타이밍이 올 때마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입을 잘 열지 않았고, 치하야 본인도 상당히 커뮤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도, 일상적인 대화를 하면서 말을 이끈다는 방법도 몰라 결국에는 치하야가 느낀 위화감의 정체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치하야는 과거에 961 프로에 소속되어 있던 사람들에게 묻기로 했다. 그 사람들도 이 위화감의 정체는커녕 존재하고 있는지 모를 확률이 높았지만 적어도 하기와라 유키호라는 사람의 정보 하나나 둘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통해 추측이 가능하겠지. 자신이 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었냐는 의문을 꾹꾹 밀어 넣으며 치하야는 그 사람들이 있을 사무실로 걸어갔다.

 

“과연, 하기와라 유키호에 대해 묻는 건가요.”

“그렇지만 자신들이 도움이 될 지는 잘 모르겠다구.”

“그게 무슨 소리야, 가나하 씨?”

 

익숙하게 소파에 앉아 노래를 듣기 위해 이어폰을 꺼내던 치하야가 자신의 목적을 겨우 떠올려, 그 사람들에게 질문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애매한 부정이었다. 같은 사무실에 있었으니까 물어보면 적어도 가벼운 대답이라도 들을 줄 알았건만, 언제나 쾌활한 히비키도, 신비롭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가진 타카네도 모두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그와 저희들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꿈을 목표로 했습니다.”

“그렇지만 쿠로이 사장의 지침 때문에 같은 유닛이 아닌 이상 접점은 크게 막혀서 말이야...”

“치하야, 당신이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도 저희들은 그 원하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이라ㅡ”

 

곤란하게 됐다며 치하야는 시선을 왼쪽으로 흘렸다. 다른 아이돌(과 다른 사람들)과의 접점을 최소한으로 하는 건 그동안의 유키호의 행동을 보고서 대강 예상은 했지만, 설마 같은 사무실 동료와도 그 지침이 유효했을 줄이야. 치하야가 그동안의 고민을 모두 담아 한숨을 쉬었을 때, 타카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가볍게 소리를 올렸다.

 

“시죠 씨...?”

“타카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한숨을 쉬던 치하야와 발을 동동 흔들면서 어깨에 누워있는 애완동물에게 시선을 향하던 히비키가 일제히 소리의 근원지인 타카네에게 향한다. 타카네는 시선이 모인 것을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손에 계속 센베이를 든 채 치하야를 불렀다.

 

“무언가 떠오른 게 있습니다. 이것이 치하야, 당신이 바라던 정보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줄 수 있는 것을 주지 않는 것보단 훨씬 당신에게 이득이 되겠지요. 말해도 괜찮겠습니까?”

 

질문을 듣고서 몇 번 눈을 깜빡이던 치하야는 타카네의 말대로 없는 것보단 자잘한 것이라도 있는 게 낫다는 판단 하에 타카네에게 말을 해주기를 청한다. 치하야의 부탁에 고개를 아래로 까딱이며 타카네는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이건 저와 하기와라 유키호가 961 프로에서 연습생으로서 존재하고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때 저와 그는 이미 아이돌로서의 노선이 결정되어 있어, 그는 비주얼 중심으로, 저는 보컬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저와 그는 만나는 일이 극도로 적었고, 만나는 건 복도에서 이동할 때 우연히 지나치거나, 노선이 같아 함께 가는 것 정도였습니다. 그런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한 가지, 자신은 스스로를 바꾸고 싶다고 드물게 언급을 한 것이 제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렇지만 처음 만났을 때의 그는 만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바뀌어가고 있었습니다.”

“바뀌어?”

 

신경 쓰이는 말이었다. 자신이 느낀 위화감과 분명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한 치하야는 어정쩡한 자세로 들고 있던 이어폰을 다시 가방 안으로 넣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그 사이 잠시 센베이 하나를 다 먹은 타카네는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히비키와 치하야의 모습을 보면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처음 그와 만났을 때는 목소리는 매우 가녀리고 굳이 말하자면 고음에 가까웠습니다. 행동거지도 목소리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상당히 작았고, 쉽게 우울해지는 모습을 상당히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아, 맞아. 자신도 유키호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구.”

 

히비키가 무언가를 떠올리며 타카네의 말에 긍정의 추임새를 넣는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목소리는 지금처럼 저음이 되었고, 행동거지 또한 굳이 말하자면 지금 치하야 뿐만 아니라 모두가 볼 수 있는 그의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눈빛 또한 변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 변화에 크게 놀라면서도 그 눈빛에 담긴 것이 결코 진실된 강자에게서 태어나는 빛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위화감. 치하야가 유키호에게 느끼고 있던 단어가 타카네의 입에서도 나온 것에 놀라면서도 적어도 자신이 느끼던 위화감이 허상이나 신기루 따위가 아니라는 것에 씁쓸한 안도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하기와라 유키호는 바뀌었습니다. 그것이 본인이 바라던 형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그래도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그 방법은 크게 잘못 됐습니다. 그것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어째서 그렇게 확신할 수 있나요?”

 

확신이 담긴 타카네의 발언에 치하야는 진심으로 궁금한 모습을 하면서 물었다. 말을 들어보면 깊게 대화를 나누거나 오랜 기간 함께 행동하지는 않아 보이는데, 어째서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 치하야의 의문을 읽은 듯 타카네는 한 번 옅게 미소를 지었다가 다시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가며 답을 했다.

 

“그것은 제가 딱 한 번, 하기와라 유키호가 어깨를 안타깝게 떨며 우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

“유키호가?”

“네, 물론 제가 다가갔을 때는 이미 저를 한 번 보고서 눈물을 닦고 어디론가 이동했기 때문에 왜 울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때 하기와라 유키호가 하고 있던 눈은 제가 언젠가 느꼈던 눈빛이 아닌 과거에 그를 처음 만났을 때의 눈빛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확신했습니다.”

 

“그때의, 그리고 지금의 하기와라 유키호는 진정한 강자가 아니라고. 분명 잘못된 변화를 겪은 것이라고.”

 

그 말을 끝으로 타카네는 입을 다물었다. 이것이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이라는 뜻이겠지. 그 후의 분위기는 상당히 무거웠다. 자신이 다가갔어야 했다며 애완동물의 뺨을 쿡쿡 찌르는 히비키를 힐끗 보며 치하야는 자신이 느꼈던 위화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기 시작했다.

 

일단 물리적인 위화감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유키호의 평상시 목소리도, 무대 위에서의 목소리도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이겠지. 본래 얇고 상당한 고음일 자신의 목소리를 억지로 상대적으로 굵은 저음으로 만들었으니 위화감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면의 위화감. 그것은 유키호가 자신의 목소리를 억지로 바꾼 것처럼 성격, 그리고 남에게 보이는 자신의 모습을 억지로 바꿨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을 계속 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이어가는 것이 어떤 의미로는 대단했지만, 치하야는 약간의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하기와라 유키호라는 아이돌은 노래에 진심을 담지 않았다는 소리인가.

노래를 부를 때 거짓으로 자신을 무장한 채 노래를 속였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치하야의 머릿속을 태풍처럼 쓸어가고 있었다. 급격하게 어지러운 감각이 치하야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몇 번이고 무대 위에서 충돌하면서 치하야는 유키호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었다. 그것 자체의 형태는 치하야 본인도 알 수 없었지만, 확실한 건 치하야는 유키호를 자신과는 다른 ‘아이돌’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른 아이돌처럼 미소를 흩뿌리지는 않는다. 언제나 진지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멋지고 쿨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노래를, 그 속에 있는 노래의 마음을 전하는 그런 ‘아이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 특히 프로듀서와 쿠로이 사장이 자신과 그를 라이벌로서 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만큼 치하야는 유키호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치하야는 일종의 배신감도 들고 있었다. 이래서야 유키호에게 한 마디 쏘아주지 않으면 가슴속에서 들끓는 이 감정이 꺼지지 않을 것 같았다. 치하야는 어느새 자신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보는 타카네와 히비키에게 작게 자신의 질문에 답해준 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하며 잠시 어디 갔다 올 테니 프로듀서를 만나면 말해달라고 전언을 남기며 몸을 일으켜 사무실 문을 열고 유키호를 찾으러 가기 시작했...

 

지만 치하야는 유키호의 스케줄을 전혀 모르기에, 치하야의 발길은 어느 방송국 정문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자신이 이렇게나 열을 잘 받는 성격이었냐고 한탄하고 싶었지만, 그만큼 자신이 노래를 향해 가진 감정은 진지하고 크다는 것을 재차 확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치하야는 또 다시 큰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무언가 자신에게 향한 것이라 알 수 있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숙였다.

 

치하야의 조금 감긴 눈에 표정이 거의 보이지 않는 얼굴로 치하야를 힐끗 보는 유키호의 모습이 있었다.

 

유키호의 모습이 눈에 담기고서 몇 초도 지나지 않은 사이 치하야는 정신을 차리며 유키호의 어깨를 강하게 붙잡았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이 내는, 뿌득 치아가 강한 힘에 의해 빗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치하야는 유키호를 놓아주며 계속 열려 있던 입을 통해 말을 집어 던졌다.

 

“당신, 그러고도 프로야?”

 

갑작스러운 말에 유키호는 표정관리가 잘 안 되는 듯 계속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표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 건 그만큼 유키호가 961 프로에서 상당히 레슨을 받은 덕분이겠지. 물론 그런 건 치하야에게 있어 알 바가 아닌 것이었고 치하야는 불처럼 튀어오르는 감정을 숨을 고르는 것으로 억제하며 말을 이어간다.

 

“시죠 씨에게서 당신의 이야기는 들었어.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 그렇지만 노래를 부를 때는 노래에게 실례가 돼서는 안 되는 거 알아? 그렇게 거짓말투성이로 노래를 잘도 불렀네. 당신을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내가 어리석었어.”

 

갑작스러운 폭언에 유키호는 상당히 동요한 듯 눈동자가 안타깝게 흔들리고 있었다. 입술 또한 떨리는 것을 보아 상당한 충격을 받았겠지. 그렇지만 그것 또한 치하야에게는 관계없는 이야기였다. 치하야가 폭발적으로 말을 하는 사이, 치하야가 봐왔던 쿨한 아이돌은 그곳에는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마무리로 치하야의 “뭔가 변명할 거라도 있어?” 라는 말에 결국 유키호는 그대로 시선을 아래로 향하고 말았다.

 

그 후 두 사람 사이에서는 그 어떤 말도 태어나지 않았다. 치하야는 더 이상 당신과는 엮이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온몸으로 전하고 있었고, 유키호는 크게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 외에도 치하야와 똑같이 유키호 또한 먼저 말을 거는, 그런 외향적인 성격이나 활발한 성격이 아닌 것도 이유였다.

 

그렇지만 유키호는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았다. 크게 떨리는 입술은 몇 번 들썩거리며 목구멍 너머에서 나가려고 아우성치는 말을 억제하려고 하고 있었다. 유키호 본인은 자신의 의견을 억누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지만, 결국 어깨를 떨구며 어쩔 줄 몰라하는 감정을 낮은 목소리로 떨어트리고 만다.

 

“맞아. 치하야 쨩이 하는 말에는 틀린 게 전혀 없어. 나는 거짓말만하는 한심한 여자예요.”

 

그와 동시에 치하야는 조금 놀라고 말았다. 분명 낮은 목소리인데 이렇게나 높고 옅다니. 이게 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진짜 목소리인가. 언제나 치하야를 부르는 ‘키사라기 씨’가 아닌 ‘치하야 쨩’인 것 또한 치하야를 놀라게 하고 있었다.

 

“나도... 나도 치하야 쨩처럼 진짜 모습으로 진짜 감정을 외치고 싶어... 노래를 힘껏 부르고 싶어...”

 

“그렇지만 나는 너무 약해. 이런 나를 바꾸고 싶어서 아이돌이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금처럼 자신을 숨기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고 하고 있어... 쿠로이 사장님도 너는 별 볼일 없으니까 자신을 꾸미라고 해... 그럼 나는 지금처럼 있을 수밖에 없어...!”

 

조금씩 올라가던 감정도 목소리도 다음 순간 크게 폭발하고 있었다.

 

“난 치하야 쨩이 부러워! 나랑은 다르게 솔직하게 당당하게 무대 위에 서고, 모두를 대하고 있으니까!! 치하야 쨩은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걸 잔뜩 가지고 있는걸!!! 겁쟁이인 나와는 다르니까!!! 나와는 달리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으니까!!”

 

너무 소리를 지른 탓인지 유키호는 몇 번 기침을 한다. 그 사이에 아까 전에는 전혀 보이지 않던 눈물이 마치 폭포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실은 난 이런 거 싫어! 나도 치하야 쨩처럼 진심을 담아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 모두와 진심을 나누고 싶어!!”

 

말이 끝난 것과 동시에 유키호는 무너지듯이 무릎을 꿇고 앉고 말았다. 상당히 오랫동안 묻고 있던 감정이었던 듯 유키호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고, 표정은커녕 감정까지 그대로 쏟아지고 있었다. 그것을 그대로 지켜보면서 치하야는 괴로워지는 가슴을 부여잡고서 단 한 마디를 바깥으로 표출한다.

 

“그렇다면 하면 돼. 진심을 담아 노래를 부르세요. 당신이 아직 아이돌로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면, 노래를 속이지 마. 지금처럼 계속 한다면 노래에 실례가 되고, 그걸 듣는 팬에게 실례가 되고, 당신에게도 실례고, 당신을 긍정적으로 보던, 라이벌인 내게도 실례가 되니까.”

“...치하야 쨩...?”

 

치하야의 말에 유키호가 눈물로 엉망인 얼굴로 치하야를 올려다본다. 마치 주인을 잃은 강아지를 떠오르게 하는 애처로운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아까 전처럼 위태로운 격렬한 감정은 없다. 그것은 연소가 된 것이 아닌 잠잠해진 느낌을 주고 있었다. 치하야는 제대로 떠오르지 않는 말에 곤란을 느끼면서도 오늘의 세 번째 한숨을 쉬며 말을 했다.

 

“그러니까 이 이상 노래에 폐를 끼치지 말아줘.”

“...응, 노력해볼게.”

 

유키호는 천천히 몸에 힘을 넣으며 일어선다. 아무렇게나 눈물을 닦으며 눈물로 젖은 땅바닥과 치하야의 모습을 번갈아서 보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양 팔을 안쪽으로 넣으며 아래쪽으로 내리면서(마치 기합을 넣는 것 같다고 치하야는 생각했다) 고개를 끄덕인다.

 

“치하야 쨩이 말했던 것처럼 노래에 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내가 진짜 자신으로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나 961 프로에서 나가려고 해.”

“...어째서 그런 결론이 된 건지 알려줄래?”

 

갑작스러운 발언이었다. 어째서 그런 결론을 내린 것일까. 치하야는 그런 의문을 그대로 꺼냈다. 그에 유키호는 치하야가 처음 보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그야... 961 프로에서 나가서 치하야 쨩이 있는 765 프로로 간 시죠 씨랑 히비키 쨩이 모두 미소를 짓고 있었는걸. 나 말이지? 언제나 그 두 사람이 부럽다고 느끼고 있었어. 여유가 있고, 모두를 봐주고, 무대 위에서, 그리고 무대 뒤에서도 빛났으니까. 그리고...”

 

유키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어 말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다시 말을 이을 때의 얼굴은 눈물을 흘린 자국으로 엉망진창이었지만 치하야의 눈에는 붉어진 걸로 보였다.

 

”...치하야 쨩이 크게 전진하는 걸 보면서 나도 치하야 쨩의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는걸.”

 

“치하야 쨩과 함께 노래 부르고 싶었어.” 그 말을 끝으로 유키호는 두 번째 미소를 지었다. 치하야는 그 미소에 저렇게 미소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냐고 놀라면서도 자신이 유키호를 보면서 들었던 그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드디어 깨닫는다.

 

아아, 나도 이 사람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싶었구나. 이 사람의 곁에서 함께...

 

그렇기에 거짓말을 내세워 노래를 부르는 유키호에게 분노를 느끼고 말았다고, 잘 모를 부끄러움에 오늘의 네 번째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어긋날 필요는 없겠지. 치하야는 잠시 자신의 뒷목을 쓰다듬다가 유키호에게 이 한 마디를 건냈다.

 

“잘 부탁해, 하기와라 씨.”

 

그런 치하야의 앞뒤를 모두 자른 말에도 유키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을 이해한다.

 

“응, 치하야 쨩.”

 

 

***

 

“으으, 어쩌지... 너무 떨려...”

“그렇게까지 떨 필요가 있어?”

“있어! 그야 오늘은 치하야 쨩과 듀엣을 하는 첫 날인걸! 망치고 싶지 않아...”

“그렇게 떨면서 961 프로에 있었을 때는 그렇게나 많은 무대에 올랐구나...”

 

그런 영양가 없는 말을 나와 하기와라 씨는 몇 번이고 무대 위에서 나눴을까. 분명 하기와라 씨가 765 프로로 이적하고 난 이후로 상당한 횟수가 나왔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겁을 먹고서 뒷걸음질 치려는 하기와라 씨와 그 옆에서 하기와라 씨의 곁에 있는 내 모습은 프로듀서가 최근에 가장 많이 보는 모습일 거라고도.

 

“어, 억지로 참았는걸! 게다가 그때는 꽁꽁 숨기고 있었으니까...! 그때도 지금도 엄청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떨고 있는걸...”

 

그렇지만 나는 그런 하기와라 씨를 꾸중하지 않는다. 하기와라 씨 또한 나를 놔두고 도망가지도 않는다. 아마도 하기와라 씨가 961 프로에 있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강함을 지금은 나도 하기와라 씨도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스텐바이!”

 

“자, 올라갈 시간이야. 관객들이 우리들의 노래를 기다리고 있어.”

“치, 치하야 쨩이 손 내밀어주면 안 될까...?”

“후훗, 어쩔 수 없네. 자, 갈까?”

“응!”

 

하기와라 씨에게 손을 내밀고, 하기와라 씨는 그런 내 손을 잡고서 무대 위로 향한다. 노래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하기와라 씨의 진심을 전하는 것을 돕고, 내 모든 것을 노래에 바치기 위해. 하기와라 씨가 진짜 자신을 보여주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나와 하기와라 씨는 손을 잡고 뜨거운 스포트라이트 아래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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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저 글 이상해!

그나저나 솔까 제일 어려운 게 제목 짓는 것 같읍니다 걍 그래.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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