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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방랑자의 최후일지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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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8, 2017 19:44에 작성됨.

"하아... 하아... 하아..."

소녀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소녀의 왼 팔은 잘려서 바닥을 뒹굴고 있었고, 텅 빈 오른쪽 눈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 외에도 단정했던 머리는 헝클어지고, 온 몸 여기저기에 심각한 상처들이 다수 있었다. 소녀는 알 수 있었다. 길고도 길었던 자신의 이야기도 여기서 끝이라는 걸. 상처만이라면 그렇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꽤나 심각한 상처긴 하지만, 이 정도로 죽을 정도는 아니니까. 문제는 눈 앞에 있는 자신의 동료들이다. 아무리 자신이라고 해도 눈 앞의 이 멤버들을 상대로, 이 몸상태로 여기서 도망칠 수는 없을 것이니까. 뭐, 정상적인 몸상태면 도망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긴 하다만. 애초에 원래는 정상적인 상태였었고.


"그나저나 나 하나 잡으려고 이 정도로 멤버를 보내다니.."


남아있는 왼쪽 눈으로 자신을 둘러싼 멤버들을 바라보며, 소녀는 중얼거렸다. 수천 년전부터 자신이 소속되어 있었던 세력. 자신에게 힘을 주었던 별을... 마마를 숭배하는 집단, 오니기리교. 그 핵심인 우두머리 그룹인 립스의 주력 전투원인 오오츠키 유이와 시오미 슈코 두명에... 그 외에도 몇 사람 더..


"그만큼 너를 인정하고 있다는 뜻인걸."


"하하하, 그렇게 고평가해주다니 기뻐서 눈물 나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립스의 일원인 유이삐가 말해주다니."


"이게 마지막 제안이야, 유즈.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어?"


유즈는 슈코의 말에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하. 슈우도 참. 그 말만 들으면 마치 내가 마마를 배신한 것처럼 보이잖아. 나는 그저 이이상 피를 보고 싶지 않을 뿐이라고."


"그런가... 아쉽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있어??"


슈코의 주변에 수많은 초록색 불꽃이 나타났다.


"유언을 남길 시간을 주는건가... 고맙네. 음... 그렇지."


유즈는 품 속에서 담배를 한개피 꺼내 입에 물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이윽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오는데 정말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셀 수도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잔뜩 하고 싶은 것들을 해오며, 수많은 추억을 남겼다. 괴로운 일들도, 슬펐던 일들도 잔뜩 있었지만 그래도 즐거운 인생이었다고 마음 한 켠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유즈는 자신의 마지막 말을 정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행복한 일만이 있기를.."


그녀는 담았다. 자신의 바람을, 그리고 꿈을.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아마도 자신의 마지막이 될 말 한마디에.

 


죠가사키 재단. 그것은 한 때 미시로왕국에서 활동했던 죠가사키 용병단을 그 대장인 죠가사키 미카가 해체하고, 전국의 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전재산을 털어 만든 재단. 용병단에서 함께 일했던 멤버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내보냈기에 재단을 운영하기에 필요한 멤버를 고용했다. 처음에는 이리저리 착오도 많았지만 지금은 안정되고 있었다. 여전히 트러블은 종종 있긴 했지만, 이사장인 미카가 심히 고민할 정도의 문제는 아직까지는 없었다.


"미캉. 놀이기구를 만들자."


"네??"


죠가사키 재단 본부, 이사장실. 미카는 자신의 책상에 양손을 짚고, 방긋방긋 웃는 오른쪽 눈을 안대로 가린 키타미 유즈를 바라보며 의문을 토했다. 재단을 설립할 때 고용한 멤버 중에서 문서처리나, 고아원부지검토, 재단본부 설계 등 상당히 많은 분야에서 유능함을 보여준 인물이라 미카 본인도 꽤나 신임하는 인물이었다. 과거의 행적 등 여러모로 미스테리한 점이 많긴 했지만, 적어도 그녀가 고아원을, 고아들을 위한 마음은 진실이라고 미카는 느꼈으니까. 뭐, 가끔씩.. 아니, 빈번하게 다짜고짜 이사장실로 들어와 이걸 해보자! 라고 하는 것이나, 공사구분을 거의 안 한다는 것이나, 때때로 멍청한 짓을 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완벽한 인사일테지만. 그것까지 바라는 건 분명히 사치일 것이다.


"'네??'가 아니잖아. '네??'가!! 놀이기구를 만들자고."


"잠깐만 기다려봐. 언제나 그랬긴 하지만, 갑자기 들어와서 말하면 이야기가 못 따라간다고. 차근차근 말해봐."


"차근차근 말하라고 해도, 우리들은 고아원을 운영하는 거잖아."


"그렇지."


"고아들은 다들 어린아이들이잖아?? 어린아이들이면 신나게 놀고 싶어할 거 아냐.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놀이기구를 설계해봤거든. 이걸 만들자."


"뭐, 네 생각은 좋긴 한데, 예산은 어느 정도 들거라고 생각해?"


"예....산....??"


"잠깐만, 설마 생각도 안 한건 아니겠지?? 예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네가 모를리는 없잖아?"


"미안 미안. 그냥 깜빡 했을 뿐이야. 절대로 잊은 게 아니야."


"그게 잊은거지!! 하아, 정말이지. 너는 유능한데, 때때로 멍청한 짓을 한다니까. 예산이 어느 정도 들지 계산해보고 다시 와줘."


미카의 말에 유즈는 설계도를 챙기고 나갔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난 후 다시 이사장실의 문이 벌컥 열렸다.


"계산 끝냇어~!!!"


"빠른 것도 정도가 있지!!! 나간지 10분도 안 됬거든!! 아까 얼핏 봤는데, 몇 분 정도로 계산이 끝날리가 없었다고!! 진짜 제대로 한 거야??"


"걱정 마. 제대로 계산 했어. 내 아이돌 능력 중 하나로 내 개인의 시간의 흐름을 평시의 흐름보다 10배 정도 빠르게 만들긴 했지만, 계산은 확실하게 했으니까 OK라고."


"잠깐만 기다려. 이거 계산 하기위해서 아이돌 능력까지 사용 한거야??"


"하지만 시간 괜히 소모하기 아까운걸. 그리고 아무도 피해를 안 보니까 괜찮잖아."


"확실히 그렇기는 한데... 아니, 됐다. 서류나 내놔."


미카는 유즈가 건네 준 서류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서류를 전부 읽은 미카는 책상에서 자신의 도장을 꺼내 서류 맨 마지막 장에 그대로 도장을 찍었다.


"좋아. 이 건은 전적으로 너에게 맡길게. 예산도 그 정도면 문제는 없을테고. 너라면 이 예측한 예산 내보다도 충분히 적게 소모할 수 있을테니까."


"기대를 받는 건 기쁘지만, 나라고 매번 잘 하는 법은 없어. 실패해도 실망하지는 마."


"매번 말은 그렇게 하면서, 너는 날 실망시킨 적은 없잖아. 때때로 미스테이크가 있긴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국면에는 해주니까, 이번에도 해줄거라고 믿고 있다고."

 

미카의 그 말에 유즈는 씨익 미소를 짓고는 이사장실에서 나갔다. 그 후 유즈의 지휘하에 고아원 근처에 놀이기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타카가키 카에데가 벌였던 쿠테타사건이 점차 안정되어 재단이 운영하는 고아원도 늘어났다. 하지만 왕국의 평화는 그렇게 오래 지속되지 못 했다. 미시로왕국의 서쪽국경에 영토를 맞대고 있는 세계최강의 제국, 오토노키자카. 황제 호노카를 필두로 한 9명의 뮤즈가 이끄는 제국이 미시로왕국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초전은 끔찍했다. 왕국의 국경을 담당하던 러브라이카 부대가 부대장인 아냐를 포함해 거의 절반이 제국에 귀순을 해버리고, 남은 절반마저 심각한 궤멸을 당해 대장인 닛타 미나미를 포함해 극 소수만이 생존했다. 왕국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유폐중이었던 대죄인 타카가키 카에데를 일시석방하고, 왕국 북동부를 공포로 떨던 무카이 타쿠미마저 설득하는 등 왕국 내에 뛰어난 아이돌들을 한 데 모아 드림팀, 앱솔루트 나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재단 쪽에도 일이 생겼다. 재단의 이사장이자, 대표인 죠가사키 미카가 그 앱솔루트 나인의 멤버로 뽑혔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었으니까, 나는 재단의 운영을 전혀 할 수 없을거야. 리나는 캔디아일랜드와 함께 전선의 서포트를 부탁할게."


"맡겨줘~"


미카가 전선으로 가게 된 이상 그녀를 대신 해 재단을 이끌 사람이 필요했다. 더더군다나 지금까지와 달리 전선의 서포트까지 해야 되는 입장.


"그리고, 고아원의 운영 및 관리는 유즈. 너에게 맡길게."


"나?? 이런건 리리카나 뽀요쪽이.."


"리카는 어리고, 리나는 전선의 서포트하는 것만 해도 엄청 바쁠거야. 너밖에 없어."


"유즈라면 짠하고 할 수 있을거야~☆"


미카와 리나의 말에 유즈는 잠시 머리를 긁더니 한숨을 쉬고는 말을 했다.


"알겠어. 노력해볼게. 아, 그리고 미카."


"왜??"


"죽지마."


"하하하. 걱정마. 내가 누군줄 아는거야. 전설의 카리스마 걸. 죠가사키 미카님이라고."


유즈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전쟁으로 죠가사키 미카가 죽지 않는다는 사실 정도는. 그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미카가 무사하길 간절히 바랐기에 그녀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 것이다. 그렇게 미카가 떠났고 유즈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전쟁인가.... 이번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려나..."


유즈는 창문을 통해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무척이나 맑고 푸르렀다.

 

"정말이지. 다들 왜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는 걸까.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켜서 앞으로 나아간다고 해도 그 끝이 제대로 된 것이 아니라는 걸. 어째서 모르는 걸까."


하지만 유즈의 그 말에 대답을 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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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쓰다가 도저히 안 되어서 중단했던 마법소녀와 오니기리교편을 조금 수정해서 다시 쓰기로 했습니다. 제목의 방랑자는 유즈를 뜻합니다.


초반에 나온 장면에서 유즈가 정말로 죽었는지는 아직 미정입니다. 시기도 미정이고요. 다리나님이 알아서 해주실거야.


참고로 이 작품에서 유즈의 포지션은 오니기리교의 최후의 양심. 친우들과 동료들 사이에서 마음 고생하는 인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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