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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나나] 엄마,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어? -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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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6, 2017 01:52에 작성됨.

“.......”

 

화장실에서 쓸쓸하게 나온 나나는 얼굴에 드리워진 어둠을 걷어내지 못한 채 멍하니 복도의 바닥을 쳐다봤다.

 

어느 순간부터 생리가 오지 않아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예상을 했던 그녀였지만 한창 신경이 곤두선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그 일을 상기하게 될 줄은 몰랐는지, 그녀는 충격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총선거를 앞두고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나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P...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죠...?’

 

나나는 속이 울렁거리던 것을 꾹 참고 천천히 P가 있는 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P도 어느 새 총선거가 신경이 쓰였는지 최근 들어 전력투구를 하며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던 P가 총선거 준비로 한창 머리를 싸매며 일을 하고 있었기에 나나는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지만, 이번 일만큼은 꼭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왜냐하면 이미 두 사람의 아이가 나나의 뱃속에 있었기 때문에.

 

어느덧 P의 사무실 앞에 도착한 나나는 어째서인지 굳게 닫혀있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며 입을 열었다.

 

“P, 뭐하고 계신......!!!”

 

하지만 그녀가 문을 연 순간.

책상에 엎드린 채 쓰러진 P의 모습이 그녀의 두 눈에 들어왔다.

 

“P!!!”

 

나나가 다급하게 P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그에게 달려갔다.

 

 

 

...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과로로 인해 몸에 무리가 많이 온 상황이에요.”

“...그렇군요.”

 

침대 위에 누운 P는 팔에 수액 주사를 꽂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서 의사가 하는 이야기를 듣던 나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설명을 끝마친 의사는 P를 말없이 바라보는 나나가 안쓰러웠는지 천천히 병실을 떠나며 자리를 비켜주었다.

 

의사가 떠나고 P와 함께 병실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나는 곧바로 몸을 숙이며 P의 곁에 다가갔다.

그러고는 감정이 북받쳐 올랐는지 끅끅거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P...!”

나나.........?”

 

나나의 애처로운 목소리를 들은 P가 천천히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나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이야기했다.

 

놀랐잖아요...! ... P씨가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얼마나...”

죄송...해요. 좀 쉬면서 일을 했어야...했는데.”

신경 쓰지 말라고 하셨으면서... 그렇게 이야기하셨으면서 P씨는 왜... 이렇게까지...!”

“.......”

 

나나는 조심스럽게 P의 손을 잡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이야기를 계속했다.

 

지금이라도 쉬세요...! ? 총선거... 나중에 준비하면 돼요! 솔직히 제가 이 자리까지 온 것도 과분한데 총선거라니... 너무나도 꿈이 큰 것 같아요! 전 지금도 만족하니까... ?”

하지만... 그래도 첫 총선거인데... 어필을......”

제발요 P! 저 때문에 P씨의 몸이 망가지면 안된다구요...!”

“.......”

 

자신의 손을 붙잡던 나나의 손이 어느새 덜덜 떨리고 있음을 느낀 P는 착잡한 심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나는 표정을 잔뜩 찡그리며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그녀의 모습에 P는 기쁨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럼에도,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어떻게든 하루 빨리 그녀를 최고의 아이돌로 만들고 싶었던 그였기에, 과로로 인해 몸의 한계를 경험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자신을 믿고 의지하는 그녀에게 더욱 더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였기에, 중요한 총선거를 앞두고 쓰러진 자신을 자책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이를 악물더니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러자 나나가 기겁을 하며 가녀린 두 팔로 그의 몸을 막으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만! 이제 좀 쉬어요...!”

나나 씨, 전 괜찮아요. 잠깐 무리를 해서 그런 것뿐이에요.”

잠깐이... 잠깐이 아니잖아요? P씨는 항상... 저 때문에...”

제가 원해서 한 일이에요. 빨리 나나 씨를 최고의 아이돌로.......”

“P씨의 몸을 망치면서까지 최고의 아이돌이 되고 싶진 않아요!”

“...나나 씨.”

 

어떻게든 자신을 설득하려는 P의 모습에 나나는 순간 울컥하여 토해내듯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냈다.

 

“P씨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저랑 아이는 어떻게 살라구요...!”

“......!!”

 

그리고 그 순간.

P는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 몸이 경직되었는지 고개도 돌리지 못하고 크게 뜬 두 눈을 돌리며 나나를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그녀에게 물었다.

 

아이...라면...?”

당연하잖아요! 누구의 아이겠어요...!”

“.......”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자초지종을 파악한 P는 충격이 컸는지 침대를 짚고 있던 손으로 이마를 쓸어내리며 한숨을 쉬었다.

 

.......”

 

찰나의 순간, 많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나나와 하룻밤을 보내기 직전의 일, 나나와 처음 만난 날의 기억, 그녀와 같이 스케줄을 뛰던 어느 날의 순간, 데뷔 앨범 작업 때문에 밤을 새던 기억, 나나와 사귀게 된 순간, 총선거를 어떻게 치러야할지 고민했던 내용들까지.

갖가지 생각, 기억들이 순서에 상관없이 빠르게 튀어나오며 그의 이성과 판단력을 어지럽게 했다.

그는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렸는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몸을 살짝 휘청거렸다.

그러자 나나가 화들짝 놀라 그의 몸을 잡으며 이야기했다.

 

... 괜찮아요?!”

... . 죄송해요... 잠깐 좀... 머리가 띵했어요.”

그러니까 푹 쉬셔야 한다니까요? ?”

“.......”

 

눈물을 흘리면서도 자신을 걱정해주던 나나.

지금 누구보다도 몸과 마음이 힘들 그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걱정해주려 하자 P는 순간 울컥했는지 말없이 그녀를 껴안았다.

 

갑작스런 그의 포옹에 나나가 놀랐지만, 싫지는 않았는지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P......?”

나나 씨... 미안해요.”

“.....!”

 

나나를 껴안은 P는 그제야 나나의 마음도 모르고 자신이 어리석게 행동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그녀의 작은 몸을 감싸던 팔에 힘을 살짝 더 주며 나지막이 이야기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힘든 건 나나 씨일텐데... 그런데도 나나 씨가 절 생각해주고 걱정해줬는데 저는.......”

“P...”

그리고... 정말 죄송해요. 나나 씨를 힘들게 해서... 솔직히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죄책감 때문에 조금씩 몸을 떨던 P는 힘을 내서 겨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갑작스럽지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나나 씨.”

“......?”

이번 총선거가 끝나면... 저와 결혼해주시겠어요?”

“......!”

 

P의 고백에 화들짝 놀란 나나가 눈물을 흘리다 말고 두 눈을 크게 뜨며 P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의 진지한 표정에선 결연한 의지가 느껴지고 있었다.

P는 천천히 말을 계속했다.

 

제 욕심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쇠뿔도 단 김에 빼랬다고 나나 씨랑 저의 아이가 생긴 이상 바로 가정을 꾸리는 게 어떨까 싶어요.”

“!”

물론 앞길이 창창한 나나 씨한테 있어서... 또 다시 희생을 강요하는 선택을 건네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만...... 사실대로 말할게요. , 나나 씨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어요. 물론 우리들의 아이랑 같이. 지금 제가 바라는 꿈은 그거에요.”

“.......”

 

생기가 없던 그의 두 눈이 결연한 의지로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고백을 들은 나나의 얼굴엔 서서히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 챈 P는 살짝 당황하며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

 

... 나나 씨?”

 

우우우우우웅-

 

그 때였다.

어색한 침묵이 두 사람 사이에 감돌기 직전에 기다렸다는 듯,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P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순간 놀란 P는 일단 가슴을 진정시키며 빠르게 핸드폰을 들었다.

 

전화 받았습니다. . ......?!”

“......?”

 

전화를 받은 P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자 나나가 초조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P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리자 그녀는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는 숨죽이며 그의 통화를 엿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예감이 적중했다는 걸 알려주듯, 옆에 있던 나나가 알아들을 정도로 큰 호통소리가 전화기에서 들려왔다.

 

“......!”

 

나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갑게 식은 두 손을 맞잡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떠오른 불안함의 실체가 제발 괜한 걱정이길 빌며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게 숨이 막히는 통화가 끝나고, P는 식은 땀을 흘리며 멍한 표정으로 나나를 쳐다보며 이야기했다.

 

큰일났어요 나나 씨...”

... 무슨 일인데요......?”

 

불안한 표정을 짓던 나나와 P의 시선이 마주친 순간.

P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고해성사를 하듯,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저랑 나나 씨의 관계가... 지금 인터넷 뉴스를 통해서... 알려지고 있나 봅니다.......”

......?!”

 

충격적인 소식에 나나는 그만 맞잡은 손을 힘없이 밑으로 축 늘어뜨렸다.

 

 

 

시간이 흘러, 초조한 발걸음으로 병원을 나온 나나는 어느 새 노을빛으로 물든 하늘을 조용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 나나 씨! 너무 걱정 마세요! 이건 제가 알아서 설명을.......”

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

 

방금 전 P와 나눈 대화가 머릿속에서 그려지던 나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떴다.

 

...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는 생겼는데... 며칠 뒤엔 총선거고... P씨와 저의 관계가 공개됐고... P씨는 저한테 청혼을 하셨고......”

나나 씨. 일단 진정을...”

, 바보인가 봐요... 전 어떻게 해야 하죠?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아요...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나나 씨.”

죄송해요. ... 머리 좀 식히고 올게요...!”

나나 씨...!”

 

슬며시 뜬 눈 앞에 다급하게 병실을 나가던 자신의 모습이 아른거리던 나나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 진짜 어떡하지.......”

 

답답한 마음, 그리고 또 다시 북받쳐 올라온 감정 때문에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나나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 때였다.

 

? 나나 무슨 일이야?!”

나나!”

“......?”

 

눈물을 흘리는 나나의 모습을 본 미즈키와 사나에가 길목 저 너머에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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