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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P "아이돌에 흥미는 없으십니까?"(수정완료)

댓글: 1 / 조회: 611 / 추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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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4, 2017 22:43에 작성됨.

"하아..."

 

오늘도 간신히 일이 끝났다. 실수 투성이 후배놈 때문에 지방까지 내려오게 되었는데, 보너스라도 주지 않으려나...
일단 그녀석에게선 술 한번 뜯어내야지.

 

-덜컹

 

차에서 내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방 로케일로 온 만큼 도쿄와는 다르게 하늘에는 별이 보였다.
요즘은 시골도 도시와 비슷하게 하늘이 맑지 않다고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역시 도시의 싸늘한 그것과는 다르단걸 알 수 있다.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은, 달의 빛에도 지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뽐내고 있다.
그리고 그건, 사람들이 아무리 매연이나 인공위성 따위로 가려내더라도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스타(Star). 저 하늘의 별과도 같은 존재.

 

톱 아이돌을 노리며 달려가는 아이들을 지지하며, 나는 그 아이들이 하늘에 서는것을 가장 앞에서, 팬 1호로서 본다.
그 얼마나 멋진 광경일까.

 

"...뭐, 아직 멀었지만."

 

맡은 아이돌들은 잘 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노력한다고 해서 톱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그건 조금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들이 부족하다던가, 내가 부족하다던가, 그런 1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다.
부족하다면 채우면 된다. 별다른 문제거리도 아니다. 나와 우리 아이돌들은 채워넣는 것 정도는 해낼 수 있다. 믿는것도 아니고 확신한다. 너무 당연해서 별다른 말이 필요 없을만큼.

 

단지...

 

"운기가 부족하다고 할까... 하아. 푸념밖에 안된다만."

 

할 수 있는 건 전부 다 했고, 앞으로도 할 예정이다.
하지만 한걸음. 한걸음이 모자라다.
...전력. 전력이라. 흠. 그래.

 

"진인사대천명, 이라고 했었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했으니, 신께 빌어나 볼까."

 

차를 멈춘 앞에는 신사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애초에 이런 곳에서 갑자기 멈춘건 멀리서 이 신사를 보고 왠지모를 이끌림을 느꼈기 때문이다.

 

다 쓰러져가는 허물어진 신사지만, 묘하게 어둡거나 불길한 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의 마음속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기이한 감각이 나를 이끌었다.

 

돌계단을 한단한단 올라가며 주변의 기운을 느꼈다.
뭐라고 할까, 그동안 영업일을 하거나 도쿄에서 힘들게 살아가면서 알게모르게 쌓인 피로가 날아간다고 할까.
카에데 씨와 함께 갔었던 온천로케의 노천탕에서도 이런 기분은 느끼지 못했지.
역시 영험한 신사인게 아닐까.

 

토리이를 지나 본전에 다가갔다. 멀리서 봤을때는 본전이 꽤나 허물어진 것만 봐서 몰랐지만, 가까이서 보니 의외로 사람의 손이 닿고있는 모양새가 났다.
특히 토리이에서 새전함까지의 길은 그 바로 옆과는 다르게 제대로 빗자루로 쓸린 흔적이 남아있었다.
누군진 모르지만 신앙심 깊으신 분이겠지. 덕분에 편하게 걸어갈 수 있으니 만만세다.

 

"그럼..."

 

주머니를 뒤져서 아까 빵과 튀김을 사고 받은 거스름돈을 꺼내들었다. 잡다한 돈과 5엔짜리를 나누고, 잡다한 돈을 먼저 넣은 후에 5엔을 두손모아 꽉 쥐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디부디 저희 아이돌들에게 운기, 좋은 연을 부탁드립니다."

 

간절한 소망을 담은 후, 새전함에 넣었다.

 

-짤랑!

 

아까와는 다르게 이상하게 귀에 남는 울림이 머릿속에 남았다. 이상하기도 하지.
역시 신사라서일까. 나는 한손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시간이...

 

-딸그랑.

 

"어라?"

 

주머니에는 동전이 만져졌다. 아아, 생각해보니 낮에 군것질 하면서 현금으로 계산하고 왼 주머니에 잔돈을 넣었지.
우연히도 딱 5엔이었다.

 

"음. 뭐, 이것도 묘한 연이겠지."

 

마침 신사에 왔을때 발견한 5엔이라는 것도 신기한 일이다. 어차피 5엔을 쓸일은 잔돈 계산할 때 뿐이고... 뭐, 아까 잔돈도 다 집어던졌으니 됐다.
운이 없는데, 운을 부르기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겠지.
그치만, 운은 이미 방금전에 빌었고... 아이돌 중 한명만을 위해 비는것도 그렇고.

 

"뭐, 이정돈 괜찮겠지? 비나이다. 저에게도 좋은 인연을 비나이다. 기왕지사 제 고민을 해결해줄만한 대단한 사람이면 더 좋겠지만! 부탁드립니다!"

 

아까전의 진중한 모습과는 다르다. 어차피 나를 위해 비는거,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니까... 간단히 빌어두면 되겠지.
나도 슬슬 30대 초반. 결혼을 고민해볼만한 시기이니. 아이돌들 담당하다보니 눈만 높어져서 문제다, 정말.

 

-따박.

 

그때, 계단 아래에서 나무신의 소리가 났다. 아마 이 주변을 치웠던 사람이겠지.
온 김에 인사나 하는것도 좋겠다. 이런 신사를 관리하시는 분이니만큼 나이가 조금 있으신 분일까?

 

계단위로 비춘것은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
곧바로, 작은 이목구비와 기모노 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상대에게도 갑자기 조금 놀란 표정을 짓고있는 정장입은 아저씨가 보여서인지 눈을 살짝 더 뜨고는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호- 거기의 그대여, 어이하여 이런 산 속의 신사에 오신 것이온지? 이미 산 아래에서는 잊혀졌을 것이온데-"
"아, P라고 합니다. 길을가다 우연히 신사가 보여서요. 기원이 있기에 잠시 들렀습니다."

 

신묘한 얼굴로 고개를 두어번 끄덕인 소녀가 마친내 내 근처에 와서는 내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음, 그, 우리 아이돌들 덕분에 어느정도 익숙해지긴 했다만 처음보는 소녀가 이렇게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면 조금 얼굴이 붉어지는 그런 기분이 든다. 카사노바도 아니고, 여자에게 그렇게까지 익숙하진 않으니까.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미간인지라- 혹여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말동무라도 필요치 않으신지-"
"제 미간이 좁은건 선천적입니다. 덕분에 조금 인상이 험악해지긴 했지만요. 됐나요?"
"으음- 그런것이 아니오라- 속에 어두운 기운이 느껴지는지라-"

 

어두운기운이라니, 아... 보통이라면 의심하겠다만. 이 아이, 뭔가 '그런'분위기는 아니고, 거기에 오늘 아침 코우메도 걱정했으니까.
거기에 카코도 오늘 귀인을 만날거니 의심하지 않는게 좋다, 라고 했었고.
사실 카코를 믿고 하는거다만.

 

"그럼, 잠시만 부탁드립니다."
"잘 된 지라- 위험했던 것이오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눈앞의 소녀를 잠시 내려다 보았다. 음... 왠지 코즈에를 닮았을지도.
앗, 여자아이를 비교해선 안된다고 카에데씨가 말했었지. 다행히 입밖으론 내지 않았으니 세이프... 겠지?

 

"그러면 차와, 다과로 센베이를 준비하겠사오니- 안으로 드시지요-"
"아, 배려 감사히 받겠습니다."

 

앞장서서 살짝 무너진 신사의 본당으로 들어가는 소녀의 뒤를 따라 움직이다가, 문득 머릿속에 질문이 떠올라 입을 열었다.

 

"한가지 물어도 될까요?"
"무엇이온지-"
"아가씨의 이름은 뭔가요?"

 

질문을 들은 소녀가 잠시 곰곰히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요리타 요시노. 요시노로 좋은 것이오니-"
"알겠습니다, 요시노 양."

 

고개를 끄덕이고, 소녀, 요시노 양의 뒤를 따랐다.

 

 

**********************************************

 


"가장 좋은 손님용 차이오니- 부디부디 편히-"

 

내어진 차를 받아 양 손으로 들어올렸다. 다도는 잘 모르지만, 고작해야 향을 맡았을 뿐인데도 지금껏 맛봤던 차와는 다르단 걸 알 수 있을 정도의 차라는 걸 문외한인 나도 알 수 있을 정도다.
기본적인 예의 정도는 지키면서 마시지 않으면 안되겠지.

 

잠시 향을 맡고 입에 머금은 후 마시고 감탄을 내뱉은 나에게 요시노 양이 입을 열었다.

 

"처음보는 저에게 고민을 얘기하는건 어려운 일이오니- 허나 지금의 저는 이 신사의 신을 대행하는 이인지라- 부담없이 말하고 싶으신걸 밖으로 꺼내시면 되는것이에요-"
"으, 으음. 알겠습니다."

 

처음보는 타입의 마이페이스다. 카에데씨라던가, 카나데같은 이쪽을 농락하는 타입도 아니고, 노노같이 무서움에 의한 마이페이스도... 차라리 노아씨가 이쪽에 가까울까.
차를 호록 마시면서 잠자코 기다리고있는 눈앞의 소녀는 굉장히 거북했다.

 

"어... 그, 어두운 기운과 고민은 연관된 것인가요? 요시노 양."
"엄밀히 따지면 아니온지라- 고민이 커지면서 삿된 기운이 그를 쫓아 붙은 것이오니- 고민을 해결하면 간단히 끊을 수 있사오니-"
"고민, 고민 말이지요."

 

오컬트적인 건 코우메를 통해 많이 만났다. 이제와서 새삼스레 부정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믿는건 아니지만.
아무튼, 고민인가.

 

"...딱히 큰 고민은 없습니다. 자잘한 고민이라면 많지만... 큰 고민은 딱히...?"
"어이하여 거짓을 말하시는 것이온지- 떽! 이오니-"
"읏?!"

 

나보다 훨씬 작은 아이가 떽, 하고 작은 아이를 혼내듯 조금 화낸 것 뿐인데, 왠지 울 것 같다.
와와, 뭐야 이거. 친한 누나한테 거짓말 해서 혼나는 것 같은 느낌이야. 우와, 싫다. 눈물날것같아!

 

"우읏, 그, 아니, 저, 걱정될까봐."
"괜찮은것이오니- 그대의 고민은 그대에게는 무거우나, 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오니- 자기걱정을 하는것이에요-"
"으, 우으, 그치만, 이런걸로 고민하는건, 바보같은 일이 아닙니까. 그걸 남에게 알려 걱정시키는건 더더욱..."
"노력하고 노력한 그대- 어이하여 공연히 무거운 짐을 지는것인가요- 자신의 고민은 타인과 관계없이, 항상 가장 무거운 것이오니-"
"읏."

 

차를 놓은 요시노 양이 다가와 조용히 감싸안고 등을 토닥여준다. 여자아이의 체향이 느껴지고, 따뜻한 몸이 느껴지지만, 그래도 아니다.
이건 성욕이니 애정이니 그쪽이 아니다. 엄마나 친누나의 그것같은 토닥임이다.

 

"툭툭 털어내고, 내일은 내일로 향하는 것이오니-"
"--읏!"

 

한쪽 손으로는 툭툭 등을 두드리고, 다른 손으로는 머리 뒤를 가볍게 쓰다듬는다.
마음속에서 썩어가던 추한 고민을 더이상 감출수가 없었다.

 

 


"나는, 나는, 노력했다고? 아이돌들이 엇나가진 않을까, 고민했다고! 모두를 앞으로 내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뒤에서 노력하는 일이지만,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만큼 전력을 다했다고! 수수한 일이란건 알고 있어! 드러나지 않는 노력이란 것도 알고있어! 그런 나를, 멋대로 무시하고! 나도, 나도 중요한 사람이야! 나도, 나도 힘들게, 전력
을 다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그런 노력을 봐줘! 내가 힘내는 걸 눈치채줘!"

 

 

 

아아, 토해냈다. 토해내버렸다.
썩어버리고 추한, 내 내면. 영업일에 깍이고 깍여나간, 내 추한 자기과시욕.

 

"나를, 봐줘!!!"

 

 

 

 


그건 도망이었다.
후배의 실수는 사실이지만, 이쪽 업계에 굴러먹은지 10년이 더 된 나같은 사람이 도울 일은 아니었다. 실제로 후배도 다른 이에게 부탁하려 했고.
다만 내가 부탁했다. 이 빌어먹을 도시에서 떨어져나가고 싶었으니까. 더는 버티지 못할것 같았으니까. 그걸 알았으니까. 시간이 필요했다.

 


"타카가키 카에데 양의 프로듀서 자리에서 물러나주게."
"네? 자, 잠시만요! 이번 라이브 준비는 거의 끝나간다지만, 아직 이후 일정은 조정도 별로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제가 해야 할 일이,"
"시끄럽네. 그정도는 후임도 잘 할 수 있어."
"뭐라고요? 그래서는 카에데 양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그러니까, 그런건 내가 알아서 하네. 정말이지, 자네가 할 수 있는건 누구라도 할 수 있어! 그게 자네보다 더 뛰어난 민완 프로듀서라면 더더욱!"
"부, 부장님...?"
"회사에는 자네가 사퇴했다는 걸로 해두지. 설마하니 카에데 양에게 알릴 생각은 없겠지? 누가봐도 이건 자네가 욕심을 부리는 모양새야."
"........."
"카에데 양을 위해서라도 그녀를 놔 줘. 자네의 그건 아집이야. 자네보다 훨씬 나은 사람의 프로듀스를 받는것으로, 그녀는 마침내 톱에 다다를걸세."
"................"

 

".............................................................하?"

 

무단결근을 한 건 처음이었다. 하핫, 정신이 나가서 무단결근이라던가, 영화나 소설속에서나 봤는데.
카에데씨의 스케쥴이 있었다. 아리스의 라디오 출현이 있었다. 란코의 의상컨셉 결정이 있었다. 린의 연습이 있었다.
다 내던지고 와버렸다.

 

다음날 출근한 나는 그녀들이 일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했다. 추한 발악이었다. 내가 없으면 안된다! 이건 결코 내 아집이 아니다!
부장의 설명으로 나는 긴급 외근을 나간 일이 되었다. 나의 무단 결근은 없던 일이 되었다.
아이돌들은 각자 자신의 일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졌다.

 

아집이었다. 부장의 말대로.
프로듀서의 일은, 아니. 나의 일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특별하지 않았다.
그녀들의 팬 1호로서, 누구보다도 노력했고, 누구보다도 그녀들을 지지했다. 그렇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해왔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하찮은 톱니바퀴였고, 그녀들의 빛나는 재능을 더이상 꺼낼 수 없는 B급 렌즈였다.

 

아이돌들의 화난 말도, 위로하는 말도, 선물을 요구하는 말도, 걱정하는 말도, 아무것도 더이상 내 마음을 울리지 못했다.
당연하다. 애초에 울릴게 남아있지 않으니까.

 

그대로 카에데씨를 찾아가 담당 프로듀서를 그만둔다고 말했다.
카에데씨는 얼굴을 굳혔다.
그대로 말했다. 거짓말이냐고. 그렇게 좋아하는 말장난도 못하고, 진지하게 묻는 카에데씨에게, 나는 진심이라고 말했다.
카에데씨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고, 뒤돌아 멀어졌다.

 

나는 첫사랑을 잃었다.

 

 

"나는, 나는 이렇게나 노력하고 있는데! 어째서야? 어째서,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거야? 나는, 내 손은 어째서 하늘에 닿지 못하는거야! 나는 어째서 하늘을 나는 새가 될 수 없는거야! 하늘을 나는 날개를 가지고 싶어! 그녀들을 업고, 하늘 끝까지 날아 그 위에 데려다 주고 싶어! 하지만 무리잖아! 안되잖아! 이까짓 일로 한계라서 숨을 몰아쉬는 나 따위는 땅에서 발을 뗄 수 없잖아! 나는, 날 수 없잖아!!!"

 

카에데씨의 담당 프로듀서를 그만두고도 나는 최대한 나를 유지해나갔다.
꺽이고 깍여나가는 내 안의 무언가를 매일매일 필사적으로 보수해서 그대로인것처럼 꾸몄다.
렌즈에 난 기스를 지우기 위해 깍았고, 새로 생긴 기스를 지우기 위해 깍았다.
깍이고 깍여, 내 안의 렌즈는 이미 종잇장처럼 얇아져있었다.

 

 


그래서, 나는 도망친 것이다.

 

도망.

 

....

 

어때서 사는걸까.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데.

 

 

 

"그대여, 떽!"

 

화가 난 음성이, 귓 속을 파고들어왔다.
오열하던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요시노 양은. 누구보다도 자애롭게, 신과도 같이 사랑을 담고 내 머리를 품으로 껴안았다.

 

"그대여. 그대는 땅을 긴다 하였습니다. 하늘 끝까지 날 수 없는, 안타까운 아이라 하였습니다. 허나 보십시오. 저는 땅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그대도 땅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허나 저는 안타깝지 않습니다. 알겠습니까?"
"........."
"하늘을 나는 건 좋습니다. 저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고고한 하늘 속에서 홀로 빛나는것은, 실로 외롭답니다. 홀로 있는것에 지쳐서, 땅으로 돌아가고 싶을 만큼."

 

이상하게도 실감이 깃든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혔다.

 

"그대의 일은 하찮지않습니다. 땅을 기는것이 아니라, 땅에 토대를 세우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대라는 기둥이 있기에, 별은 하늘에서 빛날 수 있습니다. 외로움에 사무칠때면, 그대라는 기둥이 든든하게 자기를 받쳐주고 있다는걸 문득 깨닫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들은, 그 별들은 땅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그대여. 그녀들에게 한번이라도 그대의 심정을 토로했습니까? 말하고 싶은걸 제대로 전달했습니까? 알겠습니까. 전하고 싶은 말, 전해야 하는말은 전해야 합니다. 전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론 결코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대의 노력은 그대가 전하였기에 그녀들에게 전해졌지만, 그대의 마음은 그대가 전하지 않았기에 그녀들에게 닿지 않았습니다. 그것뿐인 일입니다."

 

전하지 않았다.
그런가.
내가 전하지 않았던 건가.

 

바보는, 나였구나.

 

"으, 크, 으으, 으어어어어....!"

 

오열.
나는 오열했다.
추하게 눈코입에서 액체를 내뿌리며, 어미잃은 아이처럼 한탄스레 울었다.
모자란 나 때문에, 카에데씨가 상처입었다.
아까까지 전혀 깨닫지 못했지만, 카에데씨의 그 굳은 표정은 상처받은 표정이었다.
나는, 자신의 생각만을 한다고 그녀의마음을 괴롭혀버렸다.

 

"으아아아아아...!"
"그대여- 바보인 그대여- 안타까운 그대여- 제대로, 진력하는 것이오니- 그리하면 반드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오니-"

 

나는 한참을 울었다.

 

 

**************************************

 


"그대여- 속은 시원해진것이온지-"
"네. 더할나위 없을만큼."

 

더럽혀버린 옷을, 이제와서 눈치채봤자 늦었다. 이 사람은, 요시노 양은 세탁비라던가 받을 사람도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돈이 아닌 부분에서라도 반드시 이 일에 대해서 감사를 표해야겠지.

 

"다행이오니- 불길한 기운도 사라진 것이오니-"
"아, 그러고보니 몸이 가볍다 생각했습니다만..."

 

어깨뿐 아니라, 가슴에 붙어있던 추까지 날아가버렸나. 정말, 요시노양에겐 얼마나 감사해도 모자라다.

 

아침해가 살짝 떠오르려 하는 신사 앞에서, 나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요시노 양. 저, 다시 카에데 씨를 찾아가 볼 생각입니다."

"음음. 더할나위없이 잘된 일이오니- 그대라면 잘 될 것인지라-"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가 조금 신사의 토리이 방향으로 향했다.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쪽도 슬슬 일할 시간이오니- 그대여- 그대의 삶에 후회남지 않도록 진력하는 것인지라-"

 

태양빛에 감싸여 환히 빛나는 그녀의 미소를 보고, 나는 아까 이 신사에서 빌었던 것을 떠올렸다.
좋은 인연. 응. 좋은 인연인가.

 

안 주머니에서 빠르게 명함을 꺼내,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향해 내밀었다.

 

"호오-?"
"---------------"

 


손에 들린 명함이 사라진 것을 느끼고 고개를 들자, 환한 태양만이 이쪽을 비추었다.

 

...따뜻한 태양빛이, 요시노 양처럼 나를 비춰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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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쿨 P는 이후 요시노를 시작으로 후레쨩과 시키냥을 만나게 됩니다(거짓말)

 

 

*5엔 의 발음은 고엔, 어떠한 '인연'을 뜻하는 고엔(こ縁)과 발음이 비슷해 일본 신사에서 세전을 바칠때는 보통 5엔을 자주 쓴다고 합니다.

*이후 어느날 요시노님이 "이곳이 그대가 일하는 곳인지-"하면서 나타나 파란이 일어나게 됩니다(뻥광고)

*일본신화 최고신이자 태양신 이름이 아마테라스라죠? 관계없지만.

 

 

*수정완료.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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