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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나나] 엄마,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어? -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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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4, 2017 16:24에 작성됨.

창문을 통해 스며들어온 눈부신 햇살이 얼굴만 내민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던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굳은 표정을 짓고 있던 P는 자신의 눈앞에 있던 나나의 얼굴을 보고 당황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 저기... 이게 무슨 일이...”

그건 제가 여쭤보고 싶은데요?!”

 

평소와 달리 얼빠진 목소리로 자신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묻던 P가 답답했는지, 나나가 뾰로통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그러자 P가 눈알을 열심히 굴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어 그게... 어제... 저희가 뭘 했죠?”

분명히 차트 진입 축하한다고 술집에서 같이 엄청 달렸던 것 같은데.......”

 

나나 역시 눈살을 찌푸리며 어떻게든 어제 있었던 일들을 기억해내려 했다.

 

나나가 데뷔한 지 1년 째.

 

데뷔곡이 음악 인기 차트 10위권 안에 진입할 정도로 제법 인지도도 높아진 나나는 어찌된 영문인지 그녀의 연립주택에서 P와 함께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것도 같은 방, 같은 이부자리 위에 에서 알몸으로 누워있다 깬 두 사람은 어제 밤에 무슨 일이 있었을지 짐작하고는 숙취로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 나나 씨의 차트 진입 축하를 위하여!”

위하여!”

 

시끌벅적한 술집 안.

딱딱한 목재 탁자를 사이에 둔 나나와 P는 이미 많이 취해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건배를 하고 있었다.

맥주가 가득 담긴 잔을 힘껏 부딪힌 두 사람은 아주 자연스럽게 커플샷까지 하면서 그야말로 거침없이 달리고 있었다.

 

푸앗하! ! 역시 시원한 건 맥주가 짱이지 않아요?”

그럼요! , P씨 뭘 좀 아시네.”

 

맥주의 청량감에 또 한 번 취한 두 사람은 새빨개진 얼굴을 옆으로 까딱거리며 낄낄거렸다.

탁자 위에 잔뜩 널브러진 맥주병과 사케병이 두 사람이 얼마나 마셔댔는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술을 진탕 마신 나나와 P는 취할 대로 취했는지 이야기를 하면서도 몸을 비틀거렸다.

 

~ 그런데 진~짜 대박이네요~ 데뷔곡이 차트 10위 안에 들 줄이야~ 진짜 P씨 대단하시네?”

제가 쪼오끔 일을 잘 합니다! 안 그래요?”

아 당연하죠! P씨가 아주 유능하니까 저같은 허접한 애가 데뷔도 해보고! ~ 진짜 감사!”

에이~ 허접하다니~! 나나 씨가 어디가 어때서.”

~! 솔직히 제가 쫌 이쁘긴 하죠?!”

 

취기 때문에 평소보다 텐션이 오른 두 사람은 흡사 만담을 하듯 시끌벅적하게 오두방정을 떨었다.

서로 어깨를 툭 치기도 하고, 놀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스킨십도 잦아지는 등 평소보다 과감해진 나나와 P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분위기를 질기고 있었다.

 

그렇게 취기로 인해 분위기가 많이 달아올랐을 무렵.

 

... 그래도 진짜 P씨 고생 많으셨어요. P씨 덕분에 이런 자리에까지 와 보네요.”

“...나나 씨가 더 고생하셨죠. 저는 뒤에서 보조만 했을 뿐이구요.”

 

그렇게 요란법석하게 떠들던 두 사람이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나 씨는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요즘도 많이 느끼고 있어요.”

...?”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나 씨를 옆에서 지켜 본 소감이에요. 나나 씨는 제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 제일 좋은 분 같아요.”

......?!”

 

그 순간. P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를 들은 나나는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떴다.

그가 여태까지 만난 사람들 중에서 가장 좋은 사람이 자신이라니.

나나는 올라온 취기 때문에 자신이 괜히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었는지 애써 헤실헤실 웃으며 되물었다.

 

~ 일하기 좋은 사람 말씀하시는 거죠?”

“.......”

저도 P씨랑 일할 때가 제일 좋...”

일하기 좋은 사람만 이야기 하는 게 아니에요. ... 나나 씨를 좋아해요.”

...?”

 

하지만 나나의 착각이 아니었다.

P는 평소에는 보여주지 않던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신을 바라보던 P의 표정, 눈빛에서 그의 진심을 읽은 나나는 놀라움 반, 기쁨 반으로 심장이 쿵쾅거리며 요동치고 있었다.

이미 새빨개진 얼굴은 흡사 불가마 근처에 오랫동안 있었던 것처럼 익어버린 지 오래였다.

 

‘......!’

 

나나는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는지 미소짓는 얼굴을 하며 속으로 열심히 머리를 굴려가며 상황 파악을 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둘이서 술기운이 올라 은근슬쩍 서로 스킨십도 하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할 말 안 할 말 안 가리고 막 질렀건만, 갑자기 P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줄이야.

나나는 그가 자신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끼면서도, 혹시 그가 술김에 그냥 이야기를 해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여전히 떨치지 못했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봐선 절대 술김으로 말한 것이 아닌 것 같았지만, 그녀는 쉽사리 그의 고백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나 같은 사람을 P씨가 좋아한다고...?’

 

누군가에게 사랑 고백이라는 걸 처음 받아본 그녀는 속으로 P가 자신에게 고백한 사실이 여전히 믿기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

 

하지만 그녀는 곧 자신을 초조하게 바라보는 P의 얼굴을 보고 일단 활짝 웃으며 이야기했다.

 

... 저도 사실 P씨가 좋아요!”

... 진짜요?!”

! 그럼요!”

 

머릿속이 복잡했던 나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취한 척 리액션을 크게 하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P가 자신의 고백을 진심으로 받아들일지, 취기 때문에 위로 겸 해준 말이라고 받아들일지, 아니면 지금 있었던 일을 기억이라도 할지 그녀로선 알 수가 없었지만 나나는 다급한 마음에 일단 자신의 마음을 P에게 전했다.

 

“.......”

 

그런 그녀의 대답에 P는 멍하니 나나를 쳐다보았다.

기쁨도 실망도 느껴지지 않던 그의 얼굴 표정에 나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잠시 동안의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P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다행이네요.”

“......?”

 

짤막하게 이야기한 P는 갑자기 맥주잔을 들더니 큰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우리 둘이서 서로 좋아하다니~! 무지무지 기쁜데?!”

“!”

나나 씨! 우리 오늘부터 1일 할래요? 확 사귀어버릴까요?!”

 

P는 아까 전까지 보여주던 진지한 모습을 버리고 다시 취기가 오른 우스꽝스러운 주정꾼으로 돌아 왔다.

갑자기 돌변한 그의 모습을 본 나나는 P도 자신과 같은 심정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고는 그가 무안해지지 않게 덩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죠! 그럼 오늘부터 우리 사귀는 거에요?!”

아 그럼 그럼! 아 좋다 좋아! 엄마! 나 솔로 탈출했어!”

그럼 우리 사귀기로 한 기념으로 건배 한 번?”

좋죠!”

 

두 사람은 천연덕스럽게 맥주잔을 들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건배를 했다.

그러고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왁자지껄하게 떠들었다.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진짜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한 상태로.

일단 복잡한 생각은 뒤로 미루기로 한 두 사람은 일부러 생각을 잊기 위해 취기에 몸을 맡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거리를 은은하게 비추는 밤이 되었을 무렵.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나나와 P는 속된 말로 꽐라가 된 상태로 몸이 뒤엉킨 채 어딘가로 위태위태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P는 언젠가 한 번 와본 적이 있는 거리를 걸으며 잔뜩 취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나나 씨~ 근데 우리 어디로 가요~?”

어디긴요~ 우리 집이요~”

눼에~? 나나 씨 집이요?! 괜찮아요?”

버스도 전철도 끊겼잖아요~?”

 

나나의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들은 P는 괜한 걱정을 한 것인가 하고 허허 웃으며 말했다.

 

그런가~? 그런데 정말 괜찮겠어요?”

에이~ 무슨 일이라도 나겠어요오?”

그렇지만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 아녔어요?”

아 그렇네 참.”

근데 나나 씨랑 나는 그 뭐냐... 비즈니스 관계이기도 하잖아요.”

비즈니스 관계라니~ 너무 딱딱하시다~”

제가 좀 딱딱하긴 하죠~”

? 어디가요~?”

와 나나 씨 되게 짓궂다~ 방금 되게 아저씨 같았던 거 알아요? 꺼윽...”

아저씨라니 너무하시네~ 제가 이래봬도 아직 스물 하고...”

 

취기가 잔뜩 오른 두 사람은 비틀비틀거리며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말을 막 던졌다.

그러면서도 서로 재밌었는지 낄낄거리며 발걸음을 옮긴 두 사람은 어느덧 나나의 연립 주택 앞에 도착했다.

작은 몸으로 유난히 비틀거리던 나나는 P의 손을 붙잡으며 이야기했다.

 

~ 추운데 들어가요~”

진짜 들어가도 되요?”

그럼요~ 무슨 일이라도 나겠어요?”

... 하지만...”

에이~ 괜찮아 괜찮아! 저 다른 방에서 자면 되요~ 그럼 괜찮잖아요?”

아하 그렇구나... 그럼 괜찮겠네요?!”

 

나나는 심하게 취한 탓에 자기가 살고 있는 집이 원룸인 것도 까먹고 P를 설득했다.

그리고 P 역시 판단력이 흐려졌는지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며 그녀를 따라 2층 계단을 올라갔다.

그러면서도 뭔가 불안했는지 P가 중얼거렸다.

 

무슨 일 안 일어나겠죠? 그죠?”

아 그럼그럼~ 설마 생기겠어요?!”

 

 

 

“.......”

“.......”

 

그제야 어제 밤에 있었던 일을 전부 기억해낸 두 사람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있던 방에 또 다시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

 

나나는 여전히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는지 이불로 감싸고 있던 몸을 슬쩍 보았다.

그리고 어제 있었던 일이 다 꿈이 아니란 것을 깨닫고 멍하니 있던 P를 보며 중얼거렸다.

 

“......무슨 일이 생겼네요 결국엔...”

“.......”

 

나나의 이야기를 들은 P도 멋쩍었는지 괜히 뒷목을 긁적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저기... 나나 씨 뒤에... 제 옷... 있는데......”

“...!”

... 혹시 이리로 좀... 던져주실 수 있으세요?”

...! !”

 

P의 조심스러운 부탁에 나나가 살짝 놀라며 뒤를 돌아봤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듯, 두 사람의 겉옷이며 속옷이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

 

그 모습을 본 나나는 밀려오는 자괴감과 후회로 표정을 잔뜩 찡그리며 조심스럽게 P의 옷들을 집었다.

 

그러던 그 때였다.

 

... 엄마야!!!”

“?!!”

 

나나가 옷을 집다 말고 P의 사각 팬티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옷가지들을 위로 던져버렸다.

와이셔츠와 바지, 그리고 체크무니의 사각 팬티가 허공에 붕 떠올랐다.

 

... 나나 씨?!”

...! ...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서 그만...”

 

자신을 걱정해주는 P에게 미안했는지 나나는 얼굴을 붉히며 급하게 이리저리 널브러진 P의 옷가지를 주웠다.

P도 나나한테 미안했는지 이불을 몸에 감은 채로 잽싸게 다가와 옷들을 주웠다.

 

그러다가 분주하게 옷들을 정리하던 두 사람의 손이 맞닿은 순간.

 

“......!”

“!”

 

두 사람 모두 화들짝 놀라며 무의식적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나나 못지않게 얼굴이 빨개진 P는 눈을 크게 뜨며 나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그런 P의 표정을 처음 본 나나는 당황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신기했는지, 말없이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자 P가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 나나 씨!”

...?”

... ... 어제 일은 죄송합니다! 자제를 했었어야 했는데... 너무 분위기에 취해서 그만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아요!”

... 그건 저도 마찬가지라서... 저도 죄송해요.......”

, 그래도 이거 하나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

 

P는 침을 꿀꺽 삼키고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비록 취한 상태에서 한 말이었지만... 나나 씨에 대한 제 마음은 진심이에요! , 나나 씨를 좋아합니다!”

“......!”

 

P의 이야기를 들은 나나는 손에 있던 옷가지들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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