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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10장 - 출항길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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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6-04, 2017 16:20에 작성됨.


그녀를 감싸고 도는 검은 어둠속 촉수들은 살아있는 생명체 마냥 작은 지체의 팔과, 허리를 끌어안고 다리를 돌며 기이한 속삭임소리 같은 것을 흘렸다. 이렇듯, 명백하게 비정상으로 보이는 아이의 모습에 미치루를 비롯한 교단 성기사들의 기세는 다소 위축되어 보였다.

 

 

" 찬양하라. 찬미하라. "

 

어린 외형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어려운 단어가 튀어나온다.

그리고.. 그 꿈틀거리는 어두운 기운들 뒤편. 동굴 안쪽에서부터 많은 발걸음들이 걸어나온다.

 

 

" 별의 은혜가아아아아아아아아.... "

" 그분의 빛이 퍼진다아아... ! "

" 힘이 솟는다.. ! 그분의 은총이 내 몸에... "

 

 

그들은 각자 입고있는 복장이나 피부의 때깔같은 것도 각자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같이 신체의 한 부분이 아이를 감싸고 있는 촉수와 같이 같은 물질에 물들어 있었다. 물질들은 슬라임마냥 각 숙주(?)로 보이는 이들의 몸을 스멀스멀 타고 올라가 점점 차지하는 면적을 넓혀가고 있었으나, 정작 먹혀가는 이들의 얼굴엔 당혹감이나 두려움은 커녕 기쁨의 미소로 만연했다.

 

인생 중 가망 행복한 때를 맞이했다는 듯 입이 찢어져라 웃고있는 광신도들을 미치루는 둘러본다.

그리고 나서 혐오감을 되살린 뒤, 잠시나마 위축됬던 기세를 기다듬고 외친다.

 

" 모두 정신 바짝 차려 ! 결코 두려워 마라 !! 우리에게는 믿음의 증명이 존재한다 ! "

 

이어서 그녀가 앞에서 대치중인 기운에 둘러싸인 아이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 비록 아이라 할지라도 사악한 이단은 처단되어야 함을 명심해라 ! 저 아이가 선량한 이들의 가슴에 비수를 꽃을것을 우려해라 ! "

""" 네 !!! """

 

 

 

기사들의 전투태세가 다듬어짐을 보고서, 작은 아이... 유사 코즈에가 행동을 보인다.

작은 손길과 함께 그 손을 감싸던 검은 출수들이 뻗어나와 기사들을 지목한다.

 

" 언니를 싫어하는 사람들.... 모두 없애. "

 

" 심판....심판받아라 이단자들아 - !! "

" 별을 우러러 봐ㄹ - "

 

 

퍼억 !

 

 

맨 앞에 선두로 달려들던 광신도의 머리가 어김없이 미치루가 꺼내든 것에 부서진다. 그녀가 들고있는것은 무거운 쇳덩이인 것으로 짐작되어보였지만, 그것은 의외로 길다랗고 갈색을 띄고 있었다. 그녀는 바게트라 불리우는 그것을 들고 이어서 오는 광신도를 후려칠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 더러운 광신도 자식들... ! " 그리 중얼이며 그녀가 다시금 바게트를 휘두르자, 신도의 허리가 얇게 찌그러지며 코즈에를 향해 날아갔다. 날아가던 신자는 분명 날려지는 순간 목숨을 잃었겠지만, 고인에 대한 예우는 어디에도 없이 작은 몸집을 감싸던 검은 물질들은 신도의 사체를 받아내 그대로 잡아먹을 따름이었다.

신도가 다 먹혀가고.. 포식중인 검은 안개의 뒤편으로부터 더 많은 광란에 찬 함성과, 발길들이 쏟아져 나왔다.

 

겉보기에는 스무명 전후로 머무는 것으로 추측되던 땅굴에서 나오기에는 너무나 많은 수의 신도들이었다. 하지만 난감해하긴 커녕, 미쳐버린 기사를 플레이트와 함께 찌그러트려 뭉게며 미치루는 당당한 어투로 외친다.

 

" 광신도 아니랄까봐 한번 더 확신을 심어주는군 ! 전원, 구제를 실시해라 - !! "

 

 

"" 영광의 태양이 함께하노니 !! ""

 

 

미치루의 외침에 기합이 잔뜩 들어간 기사들이 각자의 전투력을 발휘하여 광신자들을 쳐내며 몰아친다.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한 동굴 일대에 솟은 풀과 나무에 핏방울이 흩날리고, 동시에 으깨진 사람의 파편들도 흩날린다. 물론, 흩날리는 것은 대부분 광신자들의 것이었다. 검은 물질에 몸이 먹혀서 일종의 강화효과가 존재하는 것인지 초장에 무력하게 쓰러지던 것들보다는 저항이 거세다고 하여도 결국에는 그들 중 대부분이 잘못된 믿음 하나밖에 없은 민간인 들이다.

반면, 이쪽 기사들은 일반 태양의 젤러시교 성기사를 넘어 그 안에서도 이단축출과 독실한 믿음으로 잘 알려진 '깊은 곳의 교단' 의 정예 성기사들이었다. 믿음뿐만 아니라 그 믿음을 뒷받침해주며, 또한 그 믿음을 지킬 수 있을만한 힘과 자격을 갖춘 이들의 무력행사는 차원이 달랐다.

삽시간에 우세를 점하기 시작하는 성기사들의 무리와, 그에 도륙당하는 자기네 신도들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코즈에의 시선.

 

 

 

" 잘못된 믿음이라 해도, 저정도면 본받을만 하군. 아주 신실해. "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잠시 관심을 그쪽으로 돌린다.

 

 

" ....너. 나오라고 한 적 없어. "

 

코즈에와 마찬가지로 검은 안개를 품은 채 스멀스멀 흘러가듯 걸어나온 그녀를 향해, 코즈에가 쏘아붙였다. 중년에 안경을 쓴 늙은남자가 특이한 양식의 복장을 입은 채로 서있는 모습은, 명백히 난장판인 그곳주변과는 매치되지 않으리만큼 한적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그는 쓰고있는 안경을 한번 슥 올리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의 눈 안에는, 보통의 인간이 가지고있어야 할 요소 대신 끝없이 어두컴컴한 어둠만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 그렇게 너무 화내지 말게나, 꼬마 아가씨.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은 없으니. "

 

 

" 저건... 사람...인가 ? " 미치루는 광신자들을 쳐죽이다가 그를 발견하곤 중얼거렸다. 그 중년 남자에게서 흘러나오는 검은 가루나 안개같은 것은 그 옆에 있던 여자아이를 감싸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왕궁을 덮쳤던 대 재앙 그 자체였던 것과도.

그녀는 재앙이 일어날 때의 순간을 잊지 않았다. 잊을 수 있을 리 없다.

 

 

 

 

 

 

 

 

' 오라버니 ! 오라버니... ! '

 

울상이 되어 무너진 베이커리 안으로 뛰쳐들어갔다. 기사들이 붙잡고 말렸으나 꿋꿋이 뚫고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가서 본 것은, 검은 형체들에 의해 이미 난자당할만큼 난자당해 상반신과 얼굴 일부분만 겨우 남아있는 남매의 모습.

 

미치루는 말 그대로 산산조각나버린 오라버니의 시신 앞에서 망연하게 주저앉아 오열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 절대로, 절대로 너희만큼은 살려두지 않을거야... 절대로 - !!! "

 

피로 흥건해진 바게트를 꾹 쥔채 그녀는 광인들의 머리를 발판삼아 도약한다.

그녀의 발돋움은 순식간에 꼬마와 중년이 있는곳까지 다다를 정도로 신속하며 강렬했다. 착지하여 둘을 노려보는 눈동자 속에는 검은 형체를 일깨워낸 오니기리교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이 맹렬히 불타오르고 있었음을 바라봐지는 당사자들조차 단번에 알 수 있었다.

 

 

" 먹거리를 무기로 쓰다니, 신박한 '능력' 이군. '팅' 하고 올 뻔했어. "

" 너...앞에 왔으니까 없앨거야... 직접. "

 

당당한 선언과 함께 코즈에를 감싸고있던 검은 기운들이 맹렬하게 요동치며 삐죽삐죽하게 솟아난다. 안개나 젤리같던 그것은 이윽고 사나운 뱀의 머리처럼 먹잇감을 노리며 아구를 벌리고 있는 태세로 변했다. 미치루 역시 그 단단한 바게트가 부서질 기세로 세게 쥐며 이를 간다.

어린아이의 입에서 나왔다기에는 너무나 험한 단어지만 미치루의 눈에 보이는 코즈에는 어린 여자아이가 아니었다.

이미 자신의 가족과 삶을 처부숴버린 사악한 광신자들의 수괴 그 이상도 이하도 못되는, 들고있는 바게트로 쳐죽일 악(惡).

 

단지 그것 뿐.

 

 

"없어지는건 너희들이다 ! 이 빌어먹을 광신교자식들 !! "

 

 

" 타카기, 도와. "

" 그러도록 하겠네. 꼬마 아가씨. "

 

어린 목소리에 남자는 대답하며 점잖게 웃었다.

 

 

 

.

.

.

.

 

날이 깊어가는 해안가 마을.

어느센가 해는 저물어서 마을에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

수많은 횃불들이 아직 복구중인 마을의 거리를 비추고, 길을 따라 듬성듬성 이어지는 횃불들이 점점 잦아지고 모여드는 곳에는, 아마도 마을사람의 대부분으로 추정되는 군중들과 성기사들.. 그리고 태양의 젤러시교 사제복을 입은 이들이 모여있었다. 나무로 만든 단상 위에 고위사제를 상징하는 태양문양의 로자리오를 맨 이들이 한줄로 늘어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침묵으로 일관한다.

쑥덕거리는 군중들 가운데에, 갑자기 침묵이 들어서면서 발걸음이 단상쪽으로 올라온다.

 

묵묵히 단상에 오르는 늙은 여성.

 

" 모여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태양이 잠시 안식을 취하는 오늘 밤에 우리들은 그 무궁한 빛의 중요함에 대해 알게 되겠지요. 우리가.... "

 

 

 

 

그리고, 마을에서 태양의 젤러시교를 설파하는 사이 숙소의 지붕 위에서 망원경을 거두며 코히나타 미호는 아래를 향해 보고한다.

 

" 성기사들의 숫자는 대략 50여명.. 아마도 거리 순찰을 돌던 기사들은 모두 저쪽으로 모였나봐. "

" 그렇군요.. ! 그러면.. "

 

우즈키의 말에 미호가 고갤 끄덕인다. 아카네는 한시간 전에 배를 띄워놓기 위해 미리 출발했고, 지금 사용인들도 전부 물러놓은 덕분에 숙소에는 둘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둘은 살며시 걸음을 밖으로 나선다. 이곳에서 배가 있는 해안가에 도달하려면 평범한 경로를 통해서는 필연적으로 마을회관을 지날 수 밖에 없게 되어있었기에, 둘은 지붕과 나무를 타고 옥상으로 움직이는걸 택했다.

 

물론 이렇게 옥상으로 움직이면 막상 발각당할 위기일때 임기응변으로 몸을 숨길곳이 없어진다는 단점은 명확했으나, 지금 횃불이 가득하고 발걸음이 없는 거리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나을것이라 그녀들은 판단했다. 살금살금 아직 차마 붙지 않은 나무와 지붕판 사이로 발걸음을 옮긴다.

숙소 주변도 성기사들이 방어를 단단히 하고있는 장소긴 했으나, 그들은 대부분 실력은 출중하나 경험이 부족한 흔히 말하는 엘리트들 이었다.

 

당연스레 경비임무도 거의 해본적이 없기에 그들은 자기들 위로 설마 누군가가 지나가리락고는 상상도 못하리라.

우즈키와 미호가 바람이 불어오는 때에 맞추어 나무들 사이를 지나 너머의 지붕에 착지한다. 아니냐 다를까 그 풋내기 기사들은 둘이 숙소를 빠져나와 도주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숙소의 불이 꺼져있지 않은걸 확인하고 그저 다시 정면의 진입로를 바라볼 따름이다.

 

 

" 일단은 들키지 않았네요. "

" 응. 이대로 별다른 일 없이 무사히 도착하기만 하면 좋으련만... "

 

 

미호는 그리 중얼이며 앞으로 나아갔다.

 

눈 앞에 드리운 어두컴컴한 풍경 속으로 나아가던 중, 문득 인기척을 감지하고 멈춰섰다. 곧이어 둘을 가로막으며 선 그것은 강렬한 빛을 내뿜으며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발걸음이 둘의 앞에 나섰다. 빛에 눈이부셔 반사적으로 올렸던 팔을 도로 내리고 앞을 보니, 그 섬광을 뿜어낸 주인은 금빛으로 치장된 면사포를 한 채로, 무척이나 익숙한 나긋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 대주교님...?! "

 

" 어딜 그렇게 바삐 가시는 것이온지요 ? " 대주교 아이는 태연하게 질문을 던진다. 강렬한 섬광에 이은 질문. 그것이 마치 신호였다는 듯이 비어있는 것 같던 불꺼진 집안에서 성기사들이 우루루 몰려나왔다. 지붕에서 대치하고 있는 늙은 여성과 두 명의 소녀 사이에 흐르는 긴장의 끈이 점점 팽팽해져간다. 우즈키가 당황을 금치 못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주춤거리자, 여성은 자애로운 미소를 일관하며 입을 열었다.

 

 

" 외람된 말씀이오나 구세주께서 어찌 움직이실지는 어느정도 파악이 되어있던 참이었답니다. 정확히는, 선교에 선뜻 나서신다고 하신 시점에서. "

 

" 그런.. 그러면 단상에서 이야기를 하고있던 사람은 대체.. "

 

" 당연한 소리지만, 제 대리인이지요. 아주 변장에 능통한 아이랍니다. "

 

" 으읏... ! 대주교님, 부디 비켜주세요.. ! 저는 꼭 해야만 하는 일이... "

 

" 왕국 백성들이 그대의 손길을 원하는 가운데에 홀로 대양을 가로질러 어디로 가시려고 하는지, 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 해야만 하는 일이 왕국을 구하고 사람들의 아픔을 구원하는 것 보다 중한 것이리라곤 여겨지지 않는군요. "

 

아이가 정연하게 우즈키에게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의무의 강조. 일의 중요성. 시마무라 우즈키 역시 그것을 중히 여기고 있다. 이제 자기가 아니면 아파하는 이들을 온전하게 구해낼 수 없다는 것도.

그러나, 그럼에도 그녀는 저택에 돌연 나타났다가 사라졌던 카미야 나오의 메세지를 떨쳐낼 수가 없었다.

아카네가 찾아와 했던 말을 잊을 수 없었다.

 

 

 

' 미오를 부탁할게 ! '

 

' 미오짱이, 살아있을 지도 모릅니다 ! '

 

 

 

 

혼다 미오에 대한 은혜와 죄책감. 보답해주지 못한게 너무나 많은데도 사라져버린 그녀에 대한 마음때문에 이렇게 무모한 탈주를 감행한 것이다.

그녀의 마음속에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쪽으로 향하겠다는 의지가 사람들을 구해야한다는 의무감을 아주 약간이지만 상회하고 있었다.

 

" 어떻게서든, 저는 가야겠어요. 대주교님. "

 

우즈키가 당황한 기색을 싹 씻어내고 담담하게 통보한다. 동시에, 그녀를 바라보던 나긋나긋한 미소 역시 정색을 띈다.

 

 

" 그렇게 나오시는군요. 허나, 그냥 보내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

 

히다카 아이가 입고있는 수도녀 복을 벗어던지고 본모습... 이라고 해도 좋을 무장이 드러난다. 성기사의 갑주를 압축하고 압축한 것 같이 딱 맞는 얇은 갑주는 마치 새것처럼 번쩍거렸고 허리춤으로 반딧불이 같은 점멸을 반복하는 빛나는 검과, 빛나는 메이스가 한 쌍이 되어 달려있었다.

여지껏 나긋하고 편안해보이는 미소로 일관하던 늙은 여성의 모습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정도로 무인(武人)에 가까운 모습이 드러나자 우즈키와 미호가 충격을 금치 못한다.

 

 

" 감히 구세주께 말씀드리기 무례하오나, 저 역시 한때는 성녀라고 불리우며 신실함을 앞세워 투쟁해온 몸. 젊음의 기세가 죽었을지언정 경험과 기술은 녹슬지 않았습니다. "

 

말을 마치고 늙은 여성... 아니, 늙은 성기사는 메이스와 빛나는 검을 양손에 뽑아들고 돌진한다.

미호가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어 회피하자마자, 휘두른 메이스의 풍압에 아직 덜 다져진 지붕이 산산조각나 톱밥이 되어 흩날린다. 분명 정통으로 맞게되면 날라다니는 나뭇조각처럼 자기 몸도 조각조각나 흩날리리라. 미호는 침을 꿀꺽 삼키며 양 허리춤에서 두자루의 단도를 꺼내들었다.

제국과의 전쟁을 거치면서 용케로 부러지지 않은 두 자루의 단도는 그녀가 P.C.S로 생활하며 함께해온 친우나 다름없는 무기였다.

 

" 쿠마, 쿠마미코.. 부탁할게.. ! " 속으로 중얼이며 아이를 막아선다.

 

' 챙 ! '

 

거센 쇳소리가 귀를 때린다. 그러나 미호의 행동은 너무나 무모했다. 애초에 코히나타 미호가 아이돌이라 하더라도 그녀의 능력이나 PCS 에서 의무를 다하며 맡은 역할 역시 전투에 특화된 것이 아니었기에 더더욱 그랬다.

 

허나 또다시, 방금같은 위력을 목도했음에도 그녀는 막아선다.

전면전으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았지만, 목적은 이기는 것이 아녔다.

 

 

" 이런... 모두 쫓으세요 ! "

 

 

미호와 대치하던 그녀는 눈앞의 상대에게 눈을 팔린 사이에 우즈키가 보이지 않음을 알아챈다. 그리고 시선을 조금 옆으로 돌리자 아니냐 다를까 지붕루트를 포기하고 건물 사이로 떠나가는 뒷모습이 보임에, 아이는 맞대고 있는 힘을 강하게 한다.

' 으윽.. ! ' 신음을 흘리면서 미호가 힘에 밀려 건물 지붕들 위를 구르다가 가까스로 난간에 메달려 추락을 면하고 다시 올라선다.

 

 

아래 있던 성기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자, 아이 자신도 가려하는 찰나. 그녀는 또다시 막아선다.

 

 

" 우즈키에게는 못가 ! "

 

" ....어째서 이런 비합리적인 행동을 돕는거죠 ? 이해하기 어렵군요. 지금 구세주께서 하시는 행동은 본디 더 많은 사람을 구해야 할 구세주로서의 의무를 내팽게치는 아주 위험하기 짝이없는 일입니다. "

 

" 헛소리... ! 당신들은 그저 우즈키를 이용해서 교세를 넓히려는 것 뿐이야 ! 누가 모를 줄 알고 ! "

 

" 안타깝군요. 투항해 이실직고 했다면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었겠습니다만... "

 

" 우즈키가 당신들의 도구가 되게 두지 않아 !! "

 

.

.

.

.

.

 

시마무라 우즈키는 뒤돌아볼 틈도 없이 전력질주하여 건물 사이를 뚫고 해안가로 향하고 있었다. 미호가 목숨을 걸고 대주교를 막아주는 사이에 사전에 정해놓은 대로 혼자 옆길로 세서 도주하고 있는 그녀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아니, 실시간으로 더욱 무거워져 가고 있었다.

 

 

" 태양이시여 ! 부디 멈춰주십시오.. ! "

 

" 저희를 저버리지 말아주십시오... ! "

 

 

자신를 쫓으면서 호소하는 기사들의 절실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를 꽃는다.

히다카 아이의 말은 대부분 맞는 말이었다. 뜻하던 뜻하지 않던 적합한 힘을 가진자는 그 힘에 걸맞는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녀의 가슴속 한가운데에 양심이라는 삼각형이 있다면, 그 양심이 절찬리에 고통을 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망치면서도 연신 '미안해요' 를 반복하며 차오르는 숨과 함께 약속장소로 도망치는 그녀의 걸음을 쫓는 성기사들. 그들 역시 억지로 그녀를 잡고싶다는 생각은 추호도 없을 것이리라. 자기들의 믿음의 상징이자 구원의 현현체인 그녀가 자기들을 어째서 떠나려 하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고싶을 따름이다.

하지만 만약에 우즈키가 그들에게 정연하게 설명하려고 해도 그녀가 이곳을 떠나 바다를 건너려는 이유를 그들은 납득할 수 없을것이, 우즈키 본인도 정확하고 구체적인 이유가 없기에 더욱 그렇다. 그녀는 지금 정말로 살아있을지 어쩔지도 모를 미오를 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확정적이며 마땅한 구원의 의무를 저버리고 불확실한 친우의 행방을 밝혀내기 위해 막연히 떠난다는건 이성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었다.

 

 

" 제발.. 쫓아오지 말아주세요 ! "

 

무엇보다도 우즈키 자신이 이렇게 이성이 아닌 소위 '사사로운' 감정에 움직이는 것이 처음이었기에 그 무거움은 더 심했다.

그리고 양심이 그녀의 발목을 무겁게 하는 것인가, 다리가 점점 느려지더니 이윽고 성기사들과의 거리또한 좁혀져만 가고 있었다.

' 그래 차라리 이대로 잡혀버리자' 라며 마음 한켠으로 체념까지 하는 수준에 다다를 무렵에 바로 옆으로 쏜살같이 뭔가 다다랐다. 반의 반박자 늦게 그것이 몰고온 바람이 몰아치며 기사들의 투구에 뚤린 눈구멍 사이로 흙먼지가 날아들어온다.

 

" 예정시각보다 늦으시길래 와봤슴다만... 미호양은요 ?! " 주황빛 머리가 밤하늘에서 야광처럼 번뜩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 미호는.... 곧 올거에요 ! "

 

차마 ' 못 올것 같다. ' 라고는 말하지 못한다. 아카네는 그런 우즈키의 심상을 어느정도 짐작했는지 작게 고갤 끄덕일뿐 다른 이견을 표하지는 않았다.

 

" 알겠슴다. 그럼... "

 

아카네가 곧이어 우즈키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리곤 자세를 살짝 숙였다.

 

" 눈 꽉 감으시고, 멀미 조심하십쇼 ! "

" 에 ─── " 

 

" 봄- 바 !!! "

 

지면이 움푹 파이며, 뒤따라 오던 성기사들에게 흙더미 세례를 안겨줌과 동시에 거리를 벌려간다. 음속으로 움직이는 그녀의 능력을 알고있던 기사들은 혀를 차고 흙을 털어내며 재정비한다. 결국에 이 길을 따라서 다다르는곳은 해안가이다. 목적이는 완벽하게 막다른 장소임을 알기에 그들은 추적을 멈추지 않는다.

 

 

 

한 편, 그 사이에 아카네는 해안가에 다다라 있었다.

우즈키는 안겨서 눈을 감고 '으 - ' 하는 입모양을 일관한채 비명조차 못지르고 아카네에게 안긴 채 굳어있다가, 살살살 흔들어주자 그제서야 정신줄을 부여잡고 고개를 흔든다. 자기였으면 몇 분을더 뛰어야 다다랐을 장소를 십여초 만에 도착하는 그녀의 능력은 경이로울 수준이었다.

눈 앞에는 전쟁으로 중파되었던 어선을 아카네가 보수하고 개조한 작은 선박이 얉은 바닷가에서 흔들리고 있음에, 그녀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쉬려다가 번뜩 중요한 것을 떠올리며 아카네의 품에서 내려온다.

 

" 미호짱.. ! "

 

" 미호는 제가 구하러 가보겠슴다 ! "

 

 

 

 

 

 

" 이제 슬슬 한계로군요. 목숨을 빼앗고 싶지 않습니다. 어서 항복하세요. 그렇게만 한다면.... "

 

주름진 입가에 다시금 미소가 드리워지기 직전에, 부러진 단검이 바로 앞에 날아와 박힌다.

히다카 아이의 나긋한 미소와는 반대되게 메이스와 빛나는 검에서는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반대편에 서있는 상대의 몸에는 시퍼렇다 못해 보랏빛으로 문드러진 멍과 베인 상처들로 가득했다. 그 중에 팔 한쪽은 팔꿈치가 역방향으로 깊게 꺾여들어가 인간의 것이 아니라는 착각까지 들 뻔 할 수준이었다.

 

" 절대로, 못... 비켜... ! "

 

피가래가 끓으며 힘겹게 숨을 내쉬면서도 그녀의 주장은 일관적. 일변도 그 자체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비키기 않으리라. 우즈키에게 가까이 가게 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흘러 넘쳤다. 그 일관됨에서 고결함마저 느낀 아이는 입고리를 진정시키고 진지한 얼굴로 다시한번 입을 연다.

 

 

" 진정으로 충의있는 사람이 있다하면, 아마도 당신과 같은 이들을 말하는 것이겠죠. 하지만, 마음만으로는 바램을 이룰 수도 굳건해질 수도 없음을 알 "  " 봄 - 버 !!! "

 

' 윽?! ' 말을 차마 마치기도 전에, 저 너머에서 쏜살같이 날아온 몸통 박치기를 받고서 쇠가 찌그러지는 묵직한 소리와 함께 아이는 저 너머 건물 몇개를 뚫고 처박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대주교가 있던 자리에 서있는 아카네를 보고 미호는 일순간 멍한 표정으로 일관하다가 눈가에 내려온 피를 닦는다. 그녀가 이곳에 있다는 것은 즉, 우즈키가 무사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 아카네? 다행이다... "

" 구하러 왔슴다 ! 어서 안기십쇼 ! "

 

두 팔을 크게 벌리며 그리 말하자 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몸을 맡긴다. 그와 동시에, 건물들 뒤편에서 잔해가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강렬한 섬광이 번쩍였다.

 

" 나름 힘 빡 주고서 들이받은건데 저렇게 빨리 일어나다니... 당장 도망가야겠슴다 ! 눈 꽉 감으십쇼 ! "

 

덜 포장된 지붕의 잔해가 폭죽마냥 사방으로 흩날리며, 전력질주하는 소녀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부서진 잔해들을 거슬러 올라와 갑주입은 모습이 도로 지붕에 발을 내딛었다. 내딛은 모습은 주변을 몇번 둘러보다가 긴 한숨을 내쉰다.

 

 

" 이거... 엘드리치께는 부탁드려야 할 일이 더 늘어나겠군요. "

 

뒤이어, 그녀 역시 아카네가 훑고 지나가며 부서진 흔적을 따라 해안가로 향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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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재.

두캇 공화국, 아크라 항구.

 

 

" 그런 일이 있어서, 죠카사키 재단쪽 인맥을 통해 지금의 그쪽과 이렇게 만나게 된거죠. "

 

" 와우~? 그런데 광신도... ? 를 소탕했었다 했잖아요? 결국에 그쪽은 다 때려잡은건가요 ? "

 

" .... 노코멘트. "

 

" 아, 역시 그런건 깊은 문제라서 그런가요 ? "

 

" 그렇... 어라 ? " 미치루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가려하는데, 뜬금없이 비둘기 한마리가 나탈리아의 어깨 위로 날아오는걸 발견하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비둘기를 주시했다. 

그것의 다리에는 아니냐 다를까 작게 돌돌 말린 종이가 꽃혀있었다.

 

어깨에 앉은 비둘기의 작은 두루마리를 꺼내어 펼쳐보고서, 나탈리아는 빙그레 웃어보인다.

 

 

" 선박이 준비됬다네요. "

" 엣, 이렇게 빨리요 ? "

" 그럼요! 이 나탈리아의 인맥은 생각보다 대단하답니다 ? 가죠, 오오하라양 ! 슬슬 범선들이 떠나는걸 보니 봉쇄도 풀린 듯 하니. "

 

나탈리아가 한결 산뜻한 걸음으로 안내하는 겸 앞서가고, 그 뒤를 바게트를 후고후고 섭취하며 미치루가 따라간다. 따라가는 그녀의 얼굴에는, 방금 전까지 나탈리아와 대화할 때는 없었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녀가 자기에게 소탕이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봤을 때 부터 그녀를 감싸던 부위기는 미묘하게 바뀌어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탕은 성공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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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카기, 여기까지. "

" 흠흠... 이거 안타깝군. 지금부터 본방이려고 했는.... "

 

" ... 본 모습, 드러내지 마. 언니한테 혼나. "

" 그러겠구먼. 후후후... "

" 여기는.. 버림말. 실험체는 다른곳에도 많아... 충분히. "

 

 

" 허억....허억... 이 빌어먹을 광신도들, 무슨 얘기를 하는거냐 !! "

 

한창 여유로워 보이는 중년 남성과 코즈에에 비해, 미치루는 거친 숨을 씩씩거리고 있었다. 계속 대등하게 싸웠던 것 같아보였던 것에 비해 전혀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으니 그녀는 더더욱 화가 치솟았다.

 

" ... 너에게는 알 바 없는 이야기. 그럼... "

 

일방적으로 말을 마치고서 유녀는 감싸고있던 검은 기운과, 중년의 남성과 함께 천천히 허공에 녹아들더니 이내에 사라지고 말았다.

깊은 곳의 교회 소속 성기사들이, 맞서던 광신자들을 거의 다 곤죽으로 만들어버렸을 무렵에, 바게트가 분에 차서 바닥을 처부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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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군, 제 3함대.

 

" 출항 전에 인원 체크는 전부 끝낸거겠지 ? " 제국군 해군 군모를 쓴 여성이 아랫사람으로 추정되는 장교에게 뭍는다.

 

" 네 ! 물론입니다 함대장님 ! 인원파악은 모두 끝났습니다 ! 다만... "

" 다만 ? "

" 물품 검수중에 약간의 오류가 있던 듯 합니다. "

" 얼마나 문제지 ? "

 

" 큰 문제는 아닙니다만... 항해 중 지급될 빵이 세 개 정도가 부족하다고... "

 

 

하급 장교의 말에 함대장이라 불린 여자가 고개를 갸우뚱 거린다. 분명히 승선 전에 각자의 사비로 이곳 아크라 항에서 식사를 포함한 모든 끼니를 해결했을 텐데.. 라고 생각하던중 그녀는 손가락을 튕겼다. 

 

" 그 망할 5함대 남정네들이 또 빼돌린건가... 하여튼간에., 징그럽구만 징그러워. "

" 색출해서 징계를 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 "

" 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너는 그것보다도 선원들에게 전달사항 잘 전해졌는지 확인바란다. "

" 넵 ! "

 

 

제국의 검게 물든 범선들이, 하나 둘 아크라 항을 떠나갈 무렵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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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롯을 좀 재정비하느라 늦었습니다 ! 죄송합니다 ! 그리고 기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

 

후하- 이걸로 출항길도 마무리 되었네요.... 

 

우즈키와 미호, 아카네는 왕국 땅을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행보는... 보시면 어느정도 파악하게 편하게 짜놓았습니다. (사실은 대놓고 보이지만요.)

사실 비하인드로.. 이 에피소드에서 미호를 댕강 ! 해버리려 했습니다만, 이후 전개를 고려해서 목숨줄을 붙여놓았습니다.

그리고 미치루가 맞서 싸운 상대중에... 아실분은 아는 익숙한 성씨가 (대놓고)출연 했는데, 이것 역시 이번 2페이즈와 아주 연관성이 깊지요.

두 명의 거대한 빌런 중 한 축에 붙어있는 인물이죠.

 

별개로, 니노미야 아스카의 외전 이야기 말입니다만... 생각보다 이야기가 원만하게 풀리지를 않아서 2편은 만화로 그릴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외전 2편이 안올라오는 이유 역시 그것과 상통합니다.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만... 조금만 더 참아주십시오.

 

 

자, 본편을 기다려주신 분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 여기까지 봐주신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그러면 여러분, 11장에서 뵙도록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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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 끈적하다.

 

시야에 빛이 돌아온다. 주변이 보인다.

 

보이는 것은 촉감으로 느껴졌던 것 만큼 끈적하고.. 분명히 보통의 사람이라면 졸도하고 말았을 풍경.

 

인산인해. 말 그대로... 사람들의 산과 사람들이 곤죽이 되어 거대한 수로를 따라 흐르는 마경.

 

" 윽... 이건 무슨... "

 

발 아래로 철벅거리는 사람과 사람이 아닌 살아있는 것들의 내용물이 뭉게지고 범벅이 되어 사방팔방 바닥을 메꾸고 있었다.

 

나는 한순간이지만.. 이곳을 지옥이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이곳은... 지옥보다도 더 끔찍한 피과 살이 흐르는 잔악함의 소굴이었음을.. 나는 조금 더 뒤에 절실히 알게되었다.

 

 

 제 11장 - 주지육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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