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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노세 시키 "잔향殘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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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30, 2017 23:44에 작성됨.

※작가의 실력 부족으로 인한 캐릭터 붕괴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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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중천에 떠오른 작은 공원.

 

 그 한 가운데에서 시계가 서서 째깍째깍하며 무기질하게 두 손을 펼쳐 현재 시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평일. 그것도 12시인 점심시간이 이런 작은 공원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후아암~ 시키 짱, 졸려~”

 

 한 명만, 이 공원의 정글짐 위에서 노닥거리는 사람이 있었다. 정글짐 위에 앉고 몸을 기댄다는 묘기를 보여주는 여자 아이였다.

 

 “앗, 오!”

 

 한순간 그녀는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했지만, 요령 좋게 다시 중심을 잡아 정글짐에 기댔다. 그러자 그녀의 풍성한 다갈색 머리카락이 햇빛을 반사하며 흐트러졌다.

 

 그리고 그녀는 눈을 가늘게 감고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어스름하게 보이는 시계 바늘은 12시 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잠시 후 한 남성이 헐떡이며 공원에 찾아왔다. 급하게 달려왔는지 단정했을 터인 양복은 흐트러져 있고 넥타이도 풀어진 채 손에 쥐어져 있었다.

 

 “이.치.노.세.-! 여기냐!”

 

 남성은 잠시 공원을 훑어보더니 정글짐 위에 있는 소녀를 보고는 바로 소리를 질렀다.

 

 “으얌...?”

 

 그 소리에 눈이 깬 것인지 ‘이치노세’라 불린 소녀는 눈을 뜨고는 남성을 바라봤다.

 

 “냐하하~ 들켜버렸다~♪”

 

 그러자 남성은 머리 위에 혈관을 띄운 뒤 말했다.

 

 “뭐가 ‘냐하하~’야! 이치노세 지금 라이브 직전이라고! 이럴 때에 실종하다니...!”

 

 “괜찮아 괜찮아~ 라이브 전에 연습, 시키 짱 잘 했는걸? 완벽 완벽.”

 

 “그.러.니.까. ‘라이브 장소’에 도착해서 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고! 빨리 내려와!”

 

 “정말~ 어쩔 수 없는 걸~”

 

 잠시 대화를 나눈 뒤 소녀는 정글짐에 걸친 두 다리를 흔들더니-

 

 “야, 잠깐 너 무슨 생각을-”

 

 “영차!”

 

 그대로 남성을 향해 떨어졌다. 그리고 남성은 당황한 듯했지만, 그녀를 받았지만, 내려오는 무게에 못 이겼는지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야야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위험하잖아!”

 

 “당연히 프로듀서가 이렇게 받아줄 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넘어지는 건 예상 못했어! 시키 짱도 깜짝!”

 

 “야, 너 말이야 갑자기 떨어지는 사람을 받고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는 거야? 적어도 나는 아니... 지금 뭐하는 거야?”

 

 이치노세는 떨어진 자세 그대로 남성의 가슴 부분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응~? 프로듀서 분 보급~ 킁킁. 역시 좋은 냄새♪”

 

 “...그거, 땀 냄새니까 맡지마! 그리고 빨리 일어나! 이런 곳을 파파라치한테 찍히기라도 해봐라. 나는 그대로 끝난다고!”

 

 “그 때는 시키 짱이 고용해줄게~ 집사~”

 

 “누가 집사냐! 아아, 시간이! 진짜 위험하니까 일어서! 차는 있는 곳까지 달린다!”

 

 “네~ 네~”

 

 그렇게 달려가는 프로듀서와 손을 잡혀 끌려가는 이치노세 시키의 모습을 태양은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래, 이런 나날이 언제나 계속될 거라고 믿고 있었다.

 

---------

 

 

 그것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이치노세 시키는 알고 있었을 터이다. 세상에는 불합리가 넘쳐흐른다는 것을.

 

 그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프로듀서가, 사고?"

 

 언제나처럼 프로덕션에 온 시키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그런 소식이었다.

 

 말하기를 지역에 파견을 나가 돌아오는 도중에 사고가 났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시키는 알아차리고 말았다. 떠올린 것은 얼마 전 프로듀서가 한 말이었다.

 

 <이제 곧 엄청난 곳에서 라이브하게 해줄 테니까 기다리라고, 이치노세.>

 

 그 뒤 프로듀서는 바쁘게 움직였다. 연락해주면서 시키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고 하며, 항상 눈 밑 부분에는 짙은 다크서클이 생겨있었다.

 

 향기를 맡으려 하면 평소보다 더 격렬히 저항했으며 가까이 다가서면 익숙하지 않은 남성 향수의 냄새가 풍겼다.

 

 그래, 시키의 라이브를 위해서 프로듀서는 뛰고 있던 것이다. 시키를 위해서-

 

 ---

 

 숨이 차오른다. 손발이 저려온다. 허리까지 내려온 다갈색의 풍성한 웨이브 머리카락을 타고 땀방울이 떨어진다.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계속해서 움직인다. 조금이라도 쉬게 되면 분명 떠오를 테니까.

 

 그때 레슨실의 문이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열리면서 한 사람의 여성이 들어왔다.

 

 짧은 단발을 뒤로 묶고 트레이닝 복을 입은 그녀는, 마스터 트레이너. 혹은 마스트레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아오이 레이였다.

 

 그런 그녀는 레슨 룸 한가운데에서 계속 연습을 하고 있는 소녀, 시키를 보며 입을 열었다.

 

 "이치노세, 뭘 하고 있는 거지?"

 

 "으응~ 레슨이야?"

 

 그 말을 들은 마스터 트레이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수분 보급도, 영양 섭취도 제대로 안 하고 하는 건 레슨이 아니야. 게다가 흘린 땀을 보면 탈진할지도 모른다고."

 

 "냐하하~ 시키 짱 천재니까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아~"

 

 "이건 트레이너로서의 판단이다. 쉬어라 이치노세."

 

 그리고는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수건과 물병을 시키에게 건네주었다.

 

 "알았지? 그리고 물은 목을 축일 정도로만 햐 두 모금만 마시도록."

 

 "네에~"

 

 후우, 하는 소리를 내며 레슨 룸의 벽에 기대고는 시키는 페트병을 열었다.

 

 꿀꺽, 꿀꺽. 소리를 내며 2모금 정도 마시고 입을 떼었지만 격렬한 운동을 한 몸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더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었다.

 

 "... 얘기는 들었다. 이치노세."

 

 "응? 무슨 얘기~?"

 

 "너의 프로듀서의 사고 소식, 말이지."

 

 "..."

 

 시키는 그 말을 듣고는 아무 말 없이 페트병을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이치노세, 너라면 벌써 눈치챘다고 생각하지만 그 녀석은 요번에 큰 라이브를 잡기 위해 무리를 했다."

 

 하지만, 하고 마스터 트레이너는 말을 이었다.

 

 "그건 네 탓이 아니야. 누구의 탓도 아니지.... 그러니까 괜히 몸을 혹사하지는 말도록. 프로듀서가 돌아올 때에 이런 짓을 했다는 걸 들키면 쓴소리를 들을 테니까."

 

 "괜찮아~ 시키 짱, 언제나 혼나고 있는걸?"

 

 시키는 명량하게 말했지만 그 말은 평소와 다르게 기운이 없어 보였다.

 

 "그랬었지. 그런 고로 오늘 레슨은 여기까지 해두도록. 뭣하면 기숙사까지 데려다 줄까?"

 

 "됐어 됐어. 혼자서 돌아갈 수 있으니까♪"

 

 "... 그럼 됐다만, 또 도중에 실종하지 말도록."

 

 "네~에"

 

 시키는 능청스럽게 대답하고는 그대로 레슨실을 떠나갔다.

 

 레슨 실에 혼자 남은 마스터 트레이너는 시키가 나간 문을 한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조금쯤은 약한 소리라도 해준다면, 위로해줄 수 있으니 걱정은 덜 할 텐데.... 남을 의지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이치노세."

 

 그녀는 시키가 병원에 가지 않고, 이런 곳에서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이유를 어슴푸레 깨닫고 있었다.

 

----

 

 퐁당.

 

 시키는 귀가한 뒤 바로 기숙사의 욕실에 가서 목욕을 하고 욕조에 잠겨있었다.

 

 목욕을 할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대로 침대에 누우면 여러 가지 상념들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머리카락에 물방울이 맺혀 떨어져 가는 걸 시키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뚝. 뚝.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소리는 옛날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 대디가 자신을 피하고 깨달았을 때도 이렇게 욕조에 잠겨 떨어지는 물방울을 보고 있었지.

 

 어렸을 적 자신에게 재능(기프트)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대디는 매우 기뻐했다.

 

 그렇기에 더 기뻐해 줬으면 해서 노력했다. 밤을 지새우며 어려운 책과 눈씨름을 하며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대디는 칭찬을 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 아예 같은 곳에 있어도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처음에는 무언가 잘못을 했는지 생각해서 사과해 봤으나 사과받을 일은 없다는 말만이 돌아왔다.

 

 그러니까, 옛날처럼 돌아가기 위해서는 더욱 대디를 만족시킬만한 결과를 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대디가 집에 돌아오지 않게 되어버린 날. 잠이 오지 않아 물을 마시러 가던 도중, 방에서 흘러나온 부모의 통화내용을 들어버렸다.

 

 <그 아이가 나를 따라잡는 게 무섭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자신의 이상함을. 그렇기에 다들 자신을 멀리 한다는 것을.

 

 하지만 부모님이 그렇게 말하다니, 당시의 시키에게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동안 보이던 세계는 색 바래, 잿빛으로 뒤덮여 버렸다. 그 뒤는 제멋대로, 색이 보이는 것들. 흥미가 있는 것만 쫓아다니게 됐다.

 

 그리고-

 

 아직 세계는 다양한 색으로 빛나고 있다는 걸 가르쳐주는 사람에게 만날 수 있었다.

 

 그 사람은 장난을 쳐도 받아주고, 실종을 해도 찾아줘서는 상냥하게 혼내주었다.

 

 덕분에 눈에 보이는 경치는 색을 되찾고 모든 게 흥미로운 일로 가득 찼다.

 

 평소에는 장난쳐도, 그 사람의 기대에 응해주고 싶어서 노력도 했다. 그런데도.

 

 "... 역시 시키 짱은, 역신疫神일지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 결국 대디와 사이가 멀어지고 말았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해, 결과적으로 프로듀서가 무리를 하게 만들었다.

 

 쏴아아아아.

 

 차가운 물로 머리를 식혀봐도, 계속 사고는 안 좋은 쪽으로 나아간다.

 

 프로듀서의 수술은 잘 되었을까? 깨어나면 시키에게 뭐라 할까? 어떤 얼굴을 하고 만나면 될까? 과연 만날 자격이나 있는 걸까?

 

 머릿속이 진탕이 되어 샤워를 끝내고 바로 침대에 뛰어들어 이불을 뒤집어써본다.

 

 그래도 상념은 사라지지 않았다.

 

 "안 되겠어."

 

 시키는 중얼거리며 일어서서 서랍을 열고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간단한 가열 램프와 무언가의 액기스가 담긴 병들이 늘어서 있는 상자였다.

 

 시키가 그것들을 살펴보고 있을 때였다.

 

 따르릉, 하며 휴대전화가 울린 것이다. 무기 질적으로 같은 소리를 내는 액정 위에는 '카나데'라고 쓰여 있었다.

 

 시키는 졸린 눈으로 그걸 보고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

 

 시키는 익숙하지 않은 달콤한 향기에 눈을 떴다.

 

 졸린 눈을 비비며 두리번거려 보니 책상 위에서 가열 램프가 일렁이는 불길을 내뿜고 있었다.

 

 멍한 머리로 불길을 바라보며 시키는 어젯밤 있었던 일을 떠올려봤다.

 

 레슨을 한 뒤, 귀가해서 목욕을 하고, 잠이 안와서-. 그래, 카나데 짱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뒤이 기억이 없다. 램프를 켜놨다는 건 통화를 끝냈다는 뜻일텐데.

 

 똑, 똑.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으니 누군가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여왔다.

 

 "야, 이치노세. 일어나 있는거지? 마중나왔다고."

 

 "아, 프로듀서~?"

 

 그렇지. 오늘은 화보 촬영이 있는 날이었다. 저번에 프로듀서가 말했었지.

 

 "문, 열려있으니까 들어와도 돼~"

 

 "나참, 조심성 없다고. 여자 기숙사라고 해도 문단속은 제대로 하라고."

 

 "냐하하~ 괜찮다니까! 여기에 오는 사람은 냄새로 알 수 있고~"

 

 그러자 프로듀서는 깜짝 놀라서는 자신의 몸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진짜냐?!"

 

 "거짓말-"

 

 그런 모습을 보고 시키는 쿡쿡 웃음지었다. 그리고는 휘청이는 걸음으로 걸어가서는 프로듀서에게 몸을 기댔다.

 

 "바보. 뭐하는 거냐."

 

 "냄새 보급중~ 킁킁...? 프로듀서 향수 썼었어~?"

 

 킁킁, 킁킁, 시키는 프로듀서의 냄새를 확인하듯이 몇 번이나 냄새를 맡았다. 하지만 프로듀서에게서는 평소와 다른, 꽃 향기가 나고 있었다.

 

 "아아, 조금 신경쓸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으음~ 전의 향기가 더 좋지만... 이것도 좋은 냄새~"

 

 냐핫, 하고 미소짓는 시키의 옆에서, 램프는 조용히 불을 내뿜고 있었다.

 

---

 

 아침 햇볕이 내리 쬐이는 방 안에서 나눴던 말들도.

 

 “하아암~ 시키 짱 졸려. 좀 더 자도 돼?”

 

 “안.돼. 이치노세 너, 오늘이 라이브하는 날인 건 알고 있는거야? 왜 이리 태평한지.”

 

---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숲 속에서도 장난쳤던 기억도.

 

 “프로듀서, 프로듀서~ 봐봐~”

 

 “뭔데?”

 

 “짠! 장수풍뎅이!”

 

 “저리 치워!”

 

---

 

 그리고, 라이브 회장에서 긴장했을 때 주었던 것도.

 

 “이치노세.”

 

 “응?”

 

 “너는 할 수 있으니까. 아, 그게, 뭐냐...하아...”

 

 프로듀서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해줬었다.

 

 “긴장될 때는 옆에 있어 줄 테니까.”

 

 “냐핫♪ 시키 짱은 긴장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고마워. 프로듀서.”

 

----

 

 일렁 일렁. 낼름 거리며 위에 있는 쟁반을 데우던 램프의 불이 꺼졌다.

 

 마치 하룻밤의 꿈인 것 같이 아까까지 떠올랐던 추억들이 흩어져 사라져간다. ...그래, 깨닫고 있었다. 그건 전부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는 걸.

 

 <시키, 진정하고 들어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네 프로듀서가 방금, 돌아간 것 같아.>

 

 <치히로 씨는 너에게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했지만 아는 게 늦으면 늦을수록 네가 후회할 테니까. 시키, 일이 끝나면 바로 거기로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전신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감각과, 후두부를 망치로 크게 맞은 듯한 충격이 있었다.

 

 카나데 짱에게 뭐라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뒤에 한 행동은 기억하고 있다.

 

 어느 때 만들어놓은 환각제를 아로마 오일처럼 가열 램프에 떨어트려, 모든 걸 잊으려 한 것이다.

 

 ......좋지 않은 행동이라고, 이런 건 도피일 뿐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함께 손을 잡고 꿈을 찾아준 사람이 없어졌으면, 길을 알려주는 별이 사라졌다면.

 

 과거에 빠져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채감으로는 몇 시간은 지난 것같이 느껴지지만, 시계를 보니 집에 도착하고 나서 본 시간과 4시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 이걸로.”

 

 시키는 아까 아로마 오일 대신 가열 램프에 뿌렸던 액기스가 담긴 병을 손으로 잡아, 흔들었다.

 

 이 향기를 직접 마시면, 더욱 더 현실적인 환각이 보일 것이다. 그야말로 과거로 돌아간 것 같은.

 

 ...하지만, 계속 램프를 틀어놓은 탓인지 방안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가 민감한 코를 찔러왔다.

 

 “어떻게 돼도 상관은 없지만...”

 

 시키가 배란다의 문을 여니 차가운 밤바람이 들어오며 퀴퀴했던 냄새가 밤하늘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터벅. 터벅.

 

 “프로듀서, 긴장할 때는 항상 옆에 있어준다고 했었지.”

 

 눈앞이 뿌옇게 되어 모든 게 흐려진 세상에서 시키는 배란다 밖으로 나아갔다.

 

 “...거짓말쟁이.”

 

 그리고는 작은 병의 뚜껑을 열고는 코에 가져다 대었다.

 

--

 

 

 해가 중천에 떠오른 작은 공원.

 

 눈을 떠보니 시키는 그런 공원의 정글짐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서 있었다. 아까까지 무엇을 했는지, 왜 이런 곳에 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이~ 이치노세! 드디어 찾았다고!”

 

 그런 어스름이 떠오르는 생각을 뒤적이고 있자니, 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곧 라이브라고! 빨리 내려와! 이럴 때에 실종해서는...!”

 

 그 소리의 주인을 찾아 밑을 내려다보니 흐트러진 양복을 입고는 풀어진 넥타이를 한 손에 잡고 머리를 잡고 있는 남성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입고리가 올라가고, 몸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냐하~ 대.발.견. 시키 짱 발견 되어버렸어~!”

 

 “됐으니까. 빨리 내려와! 기다리잖아!”

 

 화를 내지만 그 안에는 숨기지 못할 상냥함이 숨어져 있다는 걸, 시키는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응, 응. 갈게~”

 

 그렇게 말하고는, 하나. 둘. 숫자를 세고는 그의 품을 노리고 점프를 뛰었다. 그리고-

 

 

--

 

 시계가 내려다 보고 있는 작은 공원에서 어떤 소녀와 남성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남성이 소녀의 손을 잡고 어디로 데려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집사~ 집사~ 더 빨리가라고~”

 

 “누가 집사야, 장난치지마!”

 

 “냐하~♪ 그건 그렇고 프로듀서?”

 

 “왜.”

 

 “어떻게 시키 짱이 있는 곳을 안거야?”

 

 “감이야. 감. ...은 농담이고. 바보하고 뭐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니까 높은 놀이기구가 있는 곳은 다 찾아봤을 뿐이야.”

 

 “너무해!”

 

 "네가 있을 곳이 너무 뻔할 뿐이야!"

 

 그런 얘기를 나누며 공원에서 사라져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시계는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시계의 양손은 12시 30분에서 움직이지 않고 멈춰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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