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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ER ONE CINDERELLA STORY 21 - 키시베 로한의 동화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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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30, 2017 19:20에 작성됨.

(이전 화 링크)

 

키시베 로한의 동화 ③

 

 

 다람쥐 마을의 다람이는 마을에서 가장 나무를 잘 타는 개구쟁이입니다. 갈림길처럼 뻗은 나뭇가지를 여유롭게 달려서 이곳으로, 저곳으로.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물어 입 안을 채우고 친구들에게 자랑합니다.

 “이것 봐라! 내가 제일 많이 땄다!”

 빵빵해진 볼을 과시하며 다람이는 계속 달립니다. 집으로 돌아와 열매를 장식하고 엄마에게도 자랑합니다.

 “엄마, 이것 봐요! 제가 따온 열매예요!”

 “어머, 정말 대단하구나.”

 으쓱해진 다람이는 쉬지 않고 자랑을 합니다. 나무 타기 대회에서 1등한 일, 날다람쥐 놀이를 한 일, 맛있는 나무열매를 먹은 일. 엄마는 물어봅니다.

 “다람이는 나무 타는 게 좋니?”

 “네! 저는 나무 타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아요!”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다람이의 표정은 정말로 신나보였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신나 보여.”

 노노는 희미하게 웃었다. 지금보다 어린 시절의 그녀는 혼자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독서를 좋아했다기보다는 그저 남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힘들었다. 한 친구가 그녀를 데리러 와서 물었다.

 “뭐해, 노노? 같이 가서 공놀이 하자.”

 “아으……. 괘, 괜찮은데.”

 친구가 두어 번 더 권유하지만 노노는 끝내 거절했다. 며칠 전까지는 이러지 않았다. 그녀는 소꿉놀이가 좋았지만 그 때는 친구들의 뜻에 따라 공놀이를 했다. 놀이에서 지자 다른 친구가 지나가는 말로 불평했다. 노노 때문에 졌어!

 친구들은 이미 다 잊어버렸을 일이다. 그러니까 또 같이 놀자고 찾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모리쿠보는 무리쿠보, 안될쿠보니까.

 그녀는 도서관에 남아서 동화에 빠진다. ‘다람쥐 마을’이라는 멋진 이야기를 보면서 자신도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품어본다. 태어난 작은 소망은 조금씩 영역을 넓혀 책 속의 세상과 맞닿는다.

 숲속을 넘어서 중세의 도시로. 왕자님과 공주님의 성을 돌아서 높은 산으로. 강가의 아낙네와 지나가던 상인의 대화에 웃다가, 마을 구석구석 힘들게 사는 어린 아이들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린다. 그 때의 감동을 한 병의 잉크로 하여 그녀는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서툴지만 한 글자씩, 글씨를 꾹꾹 눌러가며.

 처음으로 이야기를 완성했을 때의 기쁨을 그녀는 잊지 않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드디어 다람쥐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어두운 굴속에서 혼자 추위를 견디는 다람쥐.

 

 *

 

 다그닥, 다그닥. 네 발 달린 의자가 달려들었다. 얼굴달린 꽃들이 꽃가루로 시야를 가렸다. 찻주전자는 코끼리처럼 코를 치켜들고 물을 뿌렸다. 악어처럼 입을 쩍, 벌린 호치키스가 신발을 물었다. 히나는 다리를 털어내고 펜을 휘둘렀다.

 “의자 말, 만드라고라, 주전자 코끼리, 크로커키스!”

 가느다란 뱀들이 발을 타고 올라왔다. 생강과자 군대가 빨대를 던지자 거기에 영혼이 깃들었다. 빨대들은 모기로 변해서 히나의 팔뚝을 노렸다.

 “줄기 뱀, 진저브레드, 빨대 모기!”

 접시 위에 젤리를 빨아먹듯이 반투명한 영혼들이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힘을 잃은 동화의 주민들은 다시 사물로 되돌아갔다. 그 이상으로 많은 녀석들이 사납게 달려들었다. 대부분의 공격은 전부 로한을 향한 것이었지만 정작 로한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잉크 범벅이 된 손으로 히나가 막고 있었다.

 보다 못한 로한이 한 마디 했다.

 “네가 그렇게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 아라키.”

 “아뇨……. 로한 선생님이 당하도록 둘 수는 없잖슴까. 그리고 이건 노노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요!”

 히나는 뛰쳐나갔다. 노노가 동화를 쓰는 한 적은 늘어난다. 계속 방어만 해서는 소용이 없다. 직접 케이크 위로 올라가서 설득해야만 한다. 노노!

 “이제 그만 기분 풀면 안 되는 검까? 로한 선생님이 한 말은 신경 쓰지 말고! 노노의 동화는 충분히 훌륭하니까!”

 “시끄러운 건데요! 히나 씨도 결국 저를 프로덕션으로 데려가려는 거잖아요! 모리쿠보, 그런 건 사양인 건데요!”

 하기야, 그런 말을 들어버렸으니 그럴 만도 하다만. 히나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러면서도 한 손은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노노도 마찬가지. 눈을 노트에 처박은 채 귀신처럼 손을 놀렸다.

 “그럼 말임다, 노노. 왜 그렇게 아이돌이 싫은지 알려주시지 말임다! 지금까지 잘 해왔잖슴까? 이번 이벤트도 성공적이었고, 다음에는 신곡까지 예정되어있다고 하지 않았슴까? 좀 더 열심히 해봐도 되는 거 아님까?”

 글씨가 미끄러져 여백을 침범했다. 노노는 무시하고 내용을 이어갔다.

 “저는 아이돌을 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많이 봤지 말임다. 방에 틀어박혀서 만화만 그리던 저에게 이런 기회가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해봤는데. 정말 만화 같은 스토리라고 생각했슴다. 노노는 그렇지 않았던 검까? 노래하고 춤추고 팬들이랑 소통하는 게 싫은 검까! 노노에게는 재능이 있잖슴까!”

 찌익, 하고 펜촉이 종이를 뚫고나갔다. 구멍 뚫린 페이지를 통째로 뜯어냈다. 새 페이지에 점을 찍었지만 내용을 이어갈 수 없었다. 오고 말았다. 최악의 상황.

 다음 전개가 생각나지 않아.

 이야기의 마무리는 구상이 끝났다. 이제 거기까지 가는 다리만 놓으면 된다. 하지만 건축계획은커녕 설계도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메말랐다. 드디어 찾은 노노만의 오아시스가, 한 방울의 물도 남기지 않고 바닥을 드러내버렸다.

 

 *

 

 보이는 것은 노트 위에 찍힌 동그란 점 하나. 혼자 덩그러니 찍혀있는 검은 점 하나. 안에는 다람쥐 한 마리가 보인다.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고 자신감이 부족해서 숨어버린 다람쥐가. 다람쥐는 그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나. 들여다보면 더 깊숙이 들어가 버린다.

 다람이가 말을 건다. 넌 거기서 뭘 하고 있는 거야? 거기에 있는 게 좋아? 굴속의 다람쥐는 답한다. 이대로…… 그냥 이대로 있고 싶은 건데요. 다람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게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야?

 굴속의 다람쥐는 고개를 젓는다. 되묻는다. 다람 씨는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물론이지! 나는 나무를 타는 게 정말로 좋아. 꼭대기까지 올라간 나를 친구들이 보고 부러워하는 게 정말로 좋아. 너도 같이 가자. 그러면 나무타기가 좋아질 거야!”

 다람이는 굴속의 다람쥐의 손을 잡아끈다. 끌려나온 굴속의 다람쥐는 발버둥치지만 다람이는 듣지 않는다. 자, 얼른 올라가! 손 잡아줄게!

 신경 써주는 마음은 고맙다. 하지만 굴속에서만 살아온 다람쥐에게 격한 운동은 무리다. 도망치려고 해도 다람이는 쫓아온다. 그만두려고 하면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꼭 그만둬야만 하는 거야? 마음 약해진 다람쥐는 결국 나무를 오른다.

 하지만 무리야. 이런 건…… 너무 힘들어. 나는 이런 걸 하고 싶지 않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는데……. 이런 건 무리…….

 

 “무리라고요!”

 히나의 손이 멈췄다. 로한이 고개를 들어 케이크 위를 바라보았다. 노노는 거칠게 숨을 쉬었다. 이내 흐느낌으로 바뀐다.

 점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잉크가 번져서 점점 연해진다. 다람쥐가 숨어야 할 굴이 사라져간다. 굴 밖으로 끌려나온 다람쥐는 소리친다.

 “모리쿠보는 아이돌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 그런데 왜 계속…… 데려가려는 건데요? 모리쿠보 말고도 아이돌은 많잖아요! 다들 왜 모리쿠보를 가만히 두지 않는 거야!”

 감정이 오아시스를 채운다. 슬픔, 분노, 당혹, 수치심, 두려움, 절망감, 어쩔 줄 몰라 그저 쏟아낸 이름 모를 감정. 다양한 색이 모여 한데 뒤섞이자 오아시스는 검게 물들었다.

 펜 끝에 묻은 감정이 잉크가 되어 여백 위에서 형태를 잡아갔다. 상상력이 가미된 설계도가 만들어졌다. 발단부터 결말까지 이야기를 잇는 다리가 지어졌다.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는 영혼을 주체하지 못 하고 밖으로 튀어나온다. 사물에 깃들어 다시 한 번 생명을 부여한다.

 히나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렀다.

 ‘이건 위험해! 나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어!’

 의자 말을 탄 생강기사가 달려왔다. 소설 새들이 페이지를 펄럭거리며 날아올랐다. 빗자루 강아지들은 초콜릿 고양이들과 함께 팔을 노렸다. 히나의 손으로는 따라갈 수 없는 숫자였다. 동화가 하나씩 달라붙었다. 감정을 실은 영혼의 무게가 히나를 압박했다.

 잉크 한 방울이 단말마처럼 떨어져 나왔다. 그 순간 또 다른 펜이 끼어들었다. 동화속의 마법사가 지팡이를 휘두르는 것처럼 움직였다. 그림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영혼들이 빨려 들어왔다. 모든 작업이 끝났을 때서야 잉크 방울이 생크림 위에 떨어졌다.

 “로, 로한 선생님?”

 “잘 했다, 아라키. 이제 비켜도 된다.”

 삼단 케이크의 첫 번째 층. 스펀지처럼 폭신한 땅을 밟고 로한이 있었다. 노노는 눈물을 닦았다. 빨개진 눈으로 그를 노려봤다.

 “또 뭘 하러 오신 거죠? 모리쿠보에게는 그림 같은 거 그려주지 않는다고 들은 것 같은데.”

 “취소하지. 지금의 너는 이 키시베 로한의 일러스트를 받을 자격이 있다.”

 “그런…… 자기 편한 대로 바뀌는 입에 발린 말, 더는 안 통하는데요!”

 다리는 완성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건너는 것. 지금의 모리쿠보는 폭주쿠보.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폭주기관차. 정해진 스토리대로 주체하지 못할 만큼 흘러넘치는 상상력을 쏟아 붓는다. 다람쥐 노신사가 노트에 러시를 날렸다.

 “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무리!”

 주먹이 닿은 활자들이 영혼으로 변했다. 사물 속에 깃들어 이를 드러냈다. ‘발상’이 로한을 덮쳐왔다.

 “받아쳐라, 헤븐즈 도어!”

 동화 주민들의 몸이 페이지로 변했다. 펄럭거리는 몸체 위로 로한의 펜이 지나갔다. 스토리가 영혼이라면 그림은 그릇. 로한이 그린 그릇이 노노가 쓴 영혼을 담아냈다. 제자리를 찾은 영혼은 예술이, 그리고 감동이 되어 모든 과정을 보고 있는 히나의 감정을 울렸다.

 “내가 왜 이제야 너를 인정했는지 이유를 알고 있나, 모리쿠보?”

 “어차피 제멋대로인 사람이니까 그런 거겠죠!”

 “틀렸어! 확실히 작가는 제멋대로여야 하지.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자신의 감성』에 의지하여 창작을 하는 직업이니까.”

 “이상한 건데요. 아까는 남에게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창작을 한다고 했으면서.”

 “그거다! 그것이 작가의 『모순』된 점이야! 오로지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작품을 만들기에 고독하지만, 결국 그 작품을 읽어주는 것은 독자다! 우린 누구보다 제멋대로면서도 누구보다 타인을 신경 써야만 하는 『모순』된 존재인 거다!”

 동화의 군세를 뚫고 로한이 케이크 2층으로 올라섰다. 잠시 펜을 주머니에 넣고 열손가락을 쫙 폈다. 오른손 새끼손가락부터 왼손 새끼손가락까지, 하나씩 접으면서 손을 풀었다. 여기서 다시 질문을 하겠다, 모리쿠보.

 “너는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실행한 적이 있나?”

 다시 펜을 잡고 휘두르려다 잉크가 부족함을 알았다. 발밑의 초콜릿 소스에 펜촉을 찍었다. 아이돌 같은 건 하기 싫다면서 왜 계속 하고 있지?

 “왜 네가 싫다는 일을 남의 부탁에 따라 행하고 있는 거냐!”

 “그건…… 프로듀서가 모리쿠보를 필요해줬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너를 무다쿠보라고 부른 거다. 너는 아이돌로서도 작가로서도 『진심』이 되지 못해. 아이돌은 네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니까. 그리고 정작 하고 싶어 하는 동화는 꽁꽁 감쳐두기만 하지. 그 사실 자체가 아이돌을 하는 이들에게도, 창작을 하는 이들에게도 민폐라는 걸 알아야지. 네가 양쪽에 재능을 가지고 있기에 더더욱!”

 여백 위에서 춤추던 펜이 주춤했다. 동화 주민들도 움직임을 멈췄다. 그래서…….

 “그래서 모리쿠보도 그만두고 싶어 한 건데요. 하지만 아무도 모리쿠보를 놔주지 않아서…….”

 “그만두는 것조차 하지 못 하는 어중간한 마음가짐이 문제라는 거다. 정말로 하고 싶지 않다면 당당히 말해! 방금 전에 울면서 그랬던 것처럼!”

 생크림 벽 위에 초콜릿 벽화가 새겨졌다. 멈춰 있던 동화들이 하나씩 툭, 툭, 힘을 잃고 쓰러졌다. 노노는 아무것도 하지 못 했다. 노트에 쓰인 동화만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

 

 내성적이고 겁쟁이인 견습 마녀가 좋아하는 것은 조용한 숲과 그곳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작은 동물들이었어요. 선배 마녀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만들어낸 과자는 숲의 다람쥐들이 좋아하는 넛츠가 잔뜩 들어간 타르트. 결코 화려한 모양새는 아니었지만, 굉장힌 따스한 맛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견습 마녀는 선배 마녀들의 힘을 빌려서 훌륭하게 과자를 만드는 동료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후우.

 노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드디어 완성된 동화를 보고 만족감에 웃을 수 있었다. 원고를 덮고 표지에 제목을 적었다. ‘여섯 번째 마녀.’ 근래에 있었던 아이돌 활동에서 있었던 일을 모티브로 만든 이야기다.

 아이돌들이 생각한 특별한 디저트를 전문 파티시에들이 만들어주는 특별한 이벤트였다. 노노가 생각한 것은 타르트. 일이 끝난 뒤에는 모두 모여서 서로가 아이디어를 낸 디저트로 파티를 벌였다. 며칠 후에 카나코는 살이 쪘다면서 절망했지만.

 노노로서는 드물게도 조금이나마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그도 그럴 것이 프로듀서가 그녀를 위해 구해온 일이었으니까. 함께 일한 동료들도 친절했고, 무엇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래. 도움. ‘노노 때문에’가 아니라 ‘노노 덕분에.’ 갈수록 무리인 일투성이라 책상 아래로 숨어버린 자신을 프로듀서는 믿고 기다려주었다. 어디에 있더라도 찾아주겠다고 했다. 노노의 의견을 듣고 원하는 무대까지도 준비해주었다. 그 마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서 꾹 참고 아이돌 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그것이 전부 민폐였다고? 정말로 하고 싶지 않다면 당당히 말하라고? 그런 것은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리쿠보는…….

 

 *

 

 “모리쿠보는…… 사실 아이돌이 좋아졌단 말이에요! 처음에는 정말로 싫었지만, 갈수록 즐거워졌단 말이에요! 아이돌 활동 덕분에 좋은 동화도 쓸 수 있었어요! 노래하는 것도 춤추는 것도 좋아해요! 하지만 남들이 보고 있으면 자신감이 떨어진단 말이에요! 그런 모리쿠보가 아이돌 활동을 하는 건 무리라서……. 그래도……. 모리쿠보는 눈을 똑바로 마주보는 건 어려운데요……. 그래도 똑바로 마주 보고 싶어요!”

 

 *

 

 말했다. 말해버렸다. 폐 속에 남아있던 공기를 1cc도 남기지 않고 전부 토해냈다. 보컬 레슨을 할 때 소리를 크게 지르는 것처럼. 너무 힘을 준 나머지 칼칼해진 목에서 기침이 나올 정도로. 생크림 위에 침을 툭, 툭, 쏟아냈다.

 로한이 씨익, 웃었다.

 “여기 있는 아라키는 아이돌로서도 만화가로서도 모두 『진심』을 다 하고 있다. 아이돌을 하느라 피곤한 와중에도 만화를 그렸지. 나에게 평가 받는 것을 두려워 않고, 오히려 의욕을 불태웠다. 그렇게 열정적이기 때문에 너의 스토리에 담긴 『리얼리티』를 발견한 거다! 너는 그 동화에 『진심』을 담았으니까!”

 케이크 3층. 노노와 같은 장소에 로한의 발이 닿았다. 노노의 노트에 로한의 펜이 닿았다.

 “나는 네가 다시 한 번 더 보인 『진심』을 인정했다. 너의 동화가 이 키시베 로한의 마음을 꺾은 거다.”

 헤븐즈 도어가 노트에서 나오던 영혼들을 페이지로 바꿨다. 빼곡히 적혀 있는 상상력에 맞춰 로한의 일러스트가 그려졌다. 메르헨의 마녀와 동화 나라 주민들, 악당 만화가와 그 조수. 싸움의 끝에 드디어 엔딩이 보였다.

 “THE END.”

 마지막 점이 찍혔다. 노노는 생크림 위에 널브러졌다. 로한을 따라온 히나가 낑낑거리며 3층에 올랐다. 로한은 그녀에게 완성된 동화를 던져주었다. 노노는 기겁을 했다. 히익!

 “로, 로한 선생님?”

 “완성된 작품의 평가는 독자가 하는 거다.”

 노노는 떨리는 눈으로 히나를 주시했다. 히나는 조심히 책을 펼쳤다. 그러자 안에서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 으아아아아!

 “대, 대단함다! 아무런 편집도 거치지 않고 완성된, 이른바 생원고! 저도 원고는 많이 그려봤지만 이건 느껴지는 박력이 남다름다! 로한 선생님의 예술적인 일러스트에 판타지인데도 리얼리티 넘치는 스토리! 빨리 다음 장을!”

 미친 듯이 페이지를 넘기던 히나는 깨달았다. 이미 자신은 책을 다 읽어버렸다. 그것을 눈치 채지 못 할 정도의 몰입력. 그녀가 넘기고 있던 것은 페이지로 변해버린 자기 자신의 몸이었다. 원고에 담긴 박력에 감동한 나머지 헤븐즈 도어와 자연히 공명, 그녀의 마음의 문이 열려버린 것이다.

 “최고의 동화임다, 노노! 로한 선생님!”

 그 말을 남기고 히나는 기절했다.

 “히, 히나 씨?”

 “걱정 마. 헤븐즈 도어의 능력 때문이니까. 하지만 이 창작 승부, 이래서는 누가 이겼는지 알 수 없겠군.”

 로한은 히나의 얼굴에 글씨를 적었다. ‘동화의 나라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잊게 된다.’라고. 스탠드유저가 아닌 그녀에게는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

 노노는 노트를 주웠다. 완성된 이야기를 읽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보고 놀랐다. 만화 캐릭터와 함께 그려진 키시베 로한의 사인. 그 격렬한 전투 중에 이런 것까지 남기다니. 작게 중얼거렸다. 로한 선생님이, 이겼는데요.

 “어이, 모리쿠보.”

 “네, 네?”

 “훌륭한 동화였다.”

 “아……. 네! 로한 선생님도요!”

 

 *

 

 346 프로덕션의 명물 ①

 

 -메르헨 마녀와 만화가-

 소년 점프 VS 346 아이돌 기획 제 1탄으로 발매.

 키시베 로한이 일러스트를 맡은 것으로 주목을 받은 이 동화는 의외의 훌륭한 스토리로 호평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일거리가 늘자 모리쿠보 노노는 “무리이이!”를 외쳤지만, 동화와 관련된 일이 많이 들어와 조금은 기뻤다고 한다. 346 프로덕션 공식 홈페이지에서 구입 가능하며, 정가는 15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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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의 주제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가 아니고, 진심에 대하여 입니다.

 

우리는 자꾸 무언가를 하는데 진심을 요구합니다.

진심으로 덤벼봐! 손님에게 진심을 다해! 네가 진심이 아니니까 못 하는 거야!

대체 어쩌라는 걸까요?

우리는 얼마 만큼 진심을 다 해야 진심을 다 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불가능 입니다.

남들에게 마음을 확인시켜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진심을 다 합니까.

그러니 우리는 우리에게 진심이 되어야 합니다.

 

내가 진심으로 이 일을 좋아하고, 진심으로 하고 싶어서 일을 해야 해요.

반대로 하기 싫으면 싫다고 진심으로 말해야죠.

내가 그렇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문제는 나에게조차 진심이 되는 게 어렵다는 거예요.

진심은 참 추상적인 개념이니까.

 

노노가 이런 고민에 빠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돌은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아니고, 남을 의식해서 시작했으니까요.

 

다행히 프로듀서가 노노를 위해 기획을 마련해주고, 노노 전용 무대도 만들어주는 등 여러 가지를 해줬습니다.

원래 춤추고 노래하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라서 프로듀서의 노력에 답했고, 무대를 정말로 즐길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새로운 문제가 생깁니다.

 

바로 자신감 부족이죠.

나는 아이돌을 할 만큼 대단하지 않은데...... 도움이 못 되면 어떡하지...... 피해를 주면 어떡하지......

이런 마음 때문에 여전히 노노는 아이돌에 진심이 되지 못 했습니다.

남의 시선을 계속 신경 쓰니 동화에도 진심이 못 되지요.

 

노노가 이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 그 부분은 창작을 가미했습니다.

잘 표현됐는지 모르겠군요.

 

뭐, 여기까지 다 생각한 건 좋은데 한 가지 황당한 일이 좀 있었습니다.

노노에 대해 참고하려고 데레스테 앤서 커뮤 들어갔더니 제가 생각한 것과 똑같은 말을 미레이가 하고 있더군요;;;;;

네가 거기서 그런 말을 하면 내가 지금껏 고생하고 머리 쥐어짠 건 뭐가 되니;;;;;;

 

결과적으로 소재는 스위트 위치즈 나이트, 주제는 앤서인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네, 뭐. 어쨌든 중요한 것은 노노가 진심을 쏟는 것이었어요.

앤서는 (성우 배정 기념인지)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미레이 중심으로 가서 노노의 고민도 미레이가 다 해결해 주더군요.

여기서는 노노가 진심을 풀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좀 심한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미안하다.

 

아, 그렇다고 여러분이 "이런 걸 전부 예상하고 움직이시다니, 로한 선생님은 대단해!" 라고 생각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노노 극딜한 건 그냥 로한 인성이 그런 거예요. 저 인간은 원래 남의 마음 따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노노가 울고 불며 털어놓은 진심이 마음에 들었을 뿐.

 

앤서 가사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서 예고편 늦게 올라옵니다. 내일 나올지도 몰라요.)

 

해방하라, 한계를 넘어서

쳐부숴라, 허물을 벗어서

대용품 따윈 통하지 않는 너만이 가진 음색을

To give you answer 지평선 끝까지 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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