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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블리아 X 데레마스]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 : 제1장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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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30, 2017 15:03에 작성됨.

제2회 어나스테에 출품할 예정인 소설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의 인터넷 연재분입니다. (총 3장 중 제1장 도입부까지 어나스테 전에 인터넷 공개 예정이며, 어나스테 종료 후에 나머지를 공개할지 말지 결정할 예정입니다.)

 

이번 분량은 지난번에 올렸던 제1장 도입부와 내용이 거의 동일합니다. 다만, 기존에 넣으려 했던 제7권 분량 스포일러를 대부분 제거하였습니다.

 

※ 기존에 예정했던 비블리아 고서당 제7권 분량 스포일러를 싹 빼고 스토리를 다시 썼으므로, 스포일러를 걱정해 읽지 않으신 분들도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수요조사도 진행중이니 많이 참여해주세요!

☞ 수요조사는 이쪽


[오리지널 주의]

본 소설에는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7권 이후 내용 및 '아이돌마스터 신데렐라 걸즈'에 대한 글쟁이의 독자적인 설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이돌 CAERULA 사건수첩

~시오리코 씨와 푸른 악단의 수수께끼~

 

제1장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어린이를 위한 동화집』

 

1

균일가 매대의 책들을 정리하기 위해 문을 열자 더운 바람이 가게 안으로 훅하고 들이쳤다. 일기예보에서는 일 최고기온이 34도까지 올라갈 것이라 했다. 이제 막 입추를 지났으니 처서를 맞기 전 여름의 마지막 발악인 셈이다.

 

이 시기에는 가게를 찾는 사람도 줄어든다. 대부분 집에 틀어박혀 에어컨을 쐬면서 보내는 사람이 많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어지간히 돈이 급하거나 공간이 없는 게 아니라면 책을 몇 권씩 짊어지고 고서점을 찾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가게에서 일한 지 2년이나 되는 나조차도 그건 사양하고 싶으니. 오늘만 해도 해가 중천에 뜨도록 손님이라고는 이 균일가 매대에 서서 한참 책을 살펴보다가 동생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붙들려 끌려간 여성 한 명뿐이었다. 가게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사람을 손님이라고 할 수 있다면의 이야기지만.

 

매년 있는 일이라고는 해도 손님이 줄어들면 걱정을 할 수밖엔 없는 우리 점장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볕을 받은 가게 간판이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났다.

 

비블리아 고서당

 

내 이름은 고우라 다이스케. 기타가마쿠라에 있는 작은 고서점, 바로 이 ‘비블리아 고서당’의 2년차 점원이다. 정확히는 1년 넘게 수습점원이었다가 몇 달 전에야 정식으로 점원이 된 것인데, 지난 2년 동안 책을 보는 눈도 어느 정도 생겼고, 체질상 몇 문장 이상 읽지 못했던 책도 짧은 내용이라면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도 그 내용을 읊을 수 있다. 책을 그만큼 읽어서라기보다는 유독 다자이 오사무에 얽혀서 많은 사건을 겪었기 때문, 그리고 우리 점장님이 다자이 오사무를 좋아하기 때문이긴 해도, 책에 관한 내 얼마 되지 않는 프라이드 중 하나다.

 

잠깐 밖에 서있었을 뿐인데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동안 쌓인 경험으로 빠르게 균일가 매대를 정리하고 들어가자는 생각을 하고 매대를 바라보자니, 매대 위에 수평으로 뉘인 책이 눈에 들어왔다. 표지 그림 한가운데에 제목이 적혀 있었기 때문에 무슨 책인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인간실격』

 

바로 그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아무리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일본인 중에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다자이 오사무. 그 다자이 오사무의 유작으로 꼽히는 작품이자 신쵸문고 만으로도 600만 부가 넘게 팔린 작품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기본교양 수준을 의심해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원래 균일가 매대에 있던 것이 아니다. 책을 보는 눈이 생겼다고는 해도, 책의 내용을 그만큼 아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지 못한 채 살아온 이십 년 남짓의 세월은 쉽사리 매워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내용을 아는 몇 되지 않는 책 중 하나가 균일가 매대에 있었다면, 기억을 하지 못할 리 없다. 그렇다면, 누가 놓고 간 걸까?

 

책에 이름을 쓰는 사람도 있으니 혹시나 싶어 책을 이리저리 살펴봤지만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다. 혹시 장서인이 찍혀있지는 않을까 싶어 페이지를 넘겨보자, 장서인 대신 면지에 적힌 책 주인의 이름이 보였다.

 

文香さんへ。

 

아야카 씨에게.

 

볼 것도 없다. 시노카와 아야카(篠川文香), 점장님 여동생의 얼굴이 떠오른다. 올해 도쿄에 있는 대학에 들어가 첫 번째 방학을 맞았는데, 오늘 아침에 친구를 만난다고 밖으로 나간 참이다. 가게 앞에서 신발을 고쳐 신는 것까지 봤는데, 그때 책을 균일가 매대 위에 놨다가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그럼 이건 점장님에게 전해놓는 게 낫겠군.

 

매대 정리를 마치고 들어가며, 나는 계산대 안쪽에서 점장님을 찾았다. 비블리아 고서당은 크지 않은 고서점이지만, 계산대 안은 꽤 넓은 편이다. 매입한 책을 정리함과 동시에 통신판매를 위해 반출할 책도 정리하는 공간을 겸하기 때문이다. 연말같이 거래량이 많을 때는 책이 높이 쌓여 한 사람이 충분히 숨고도 남을 만큼의 공간을 만들기도 하지만, 지금은 무더위에 극단적으로 줄어든 거래량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 롱스커트 차림으로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이 고서점 주인의 모습이 바로 눈에 들어온다.

 

땅에 닿을 것 같은 긴 검은 머리와 가냘픈 콧날, 그리고 그 위에 걸쳐진 굵은 테 안경.

 

이 사람이 바로 비블리아 고서당을 꾸려나가고 있는 점주, 시노카와 시오리코다. 고서점 주인 중에도 그다지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적잖이 있다지만, 이 사람은 완연한 책벌레이면서 동시에 고서 마니아다. 고서 때문에 크고 작은 사건에 휩싸였던 횟수도 양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다. 내가 일을 시작하기 직전에만 해도 시오리코 씨 본인이 돌계단에서 밀쳐져 퇴원 후에도 1년이나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했고, 몇 달 뒤에는 내가 같은 계단에서 다쳐 병원 신세를 졌다. 내가 다쳤을 때는 고서의 대량 거래를 할 수 없어서 가게 운영이 적자로 곤두박질치기도 했었는데, 요즘은 큰 사건 없이 가게 운영이 안정된 편이다.

 

그리고 숨겨 무엇하랴. 이 사랑스러운 여인은 내 연인이기도 하다. 우리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1년이 넘었다.

 

“시오리코 씨.”

“다, 다이스케 군?! 이, 이건 그게, 그러니까…”

 

내 목소리에 시오리코 씨가 딴짓을 하다 걸린 어린 아이처럼 화들짝 놀라 책을 덮었다. 일하는 도중 책을 읽다 불린 것이니 비유라기보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 좀 더 가깝다. 매번 일일이 놀라는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들킬 때마다 저렇게 놀라서야 누가 점주고 누가 점원인지 모를 일이다.

 

2년이 지나도록, 책을 정리하는 도중에 그 책에 빠져버리는 시오리코 씨의 습관은 고쳐지질 않았다. 아야카의 말에 따르면 아침에 이를 닦는 동안에도 책을 읽는다고 하니 이 버릇은 이대로 평생 고치지 못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놀라실 것까지야… 지금은 바쁘지도 않은데 점주가 농땡이 피우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요. 그보다, 이거요.”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인간실격』을 내밀었다. 책을 받아든 시오리코 씨의 눈동자가 빛났다.

 

“2006년에 출간된 신쵸문고판 『인간실격』이네요. 상태도 좋고요. 아직 6년밖에 안 된 책이고 지금도 계속 출간되고 있으니 초판본이라고 해도 고서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하긴 힘든 게 아쉽지만…”

 

이 사람, 아무렇지 않게 자기 여동생의 책을 감정하고 있다. 이대로 두면 매물로 내놓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아뇨, 전 매입한 책이라고 말씀드린 적은 없는데요.”

“아.”

 

순식간에 시오리코 씨의 얼굴이 빨개졌다.

 

“죄송해요, 또 저도 모르게…”

 

평상시에는 그렇게 소심하다가도, 책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른 것엔 전혀 신경 쓰지 못할 정도로 이야기에 열중한다. 그러다 정작 그 이야기를 할 상황이 아니었단 걸 깨달으면 다시 원래의 성격으로 돌아가 어쩔 줄 모른다. 이젠 흔한 패턴이 된 시오리코 씨와의 대화지만, 역시 귀엽다.

 

“아야카가 매대에 책을 놓고 간 것 같아서요.”

“아야카가요?”

“네. 면지에 이름이 적혀있는 걸 보니 누구에게 선물받은 것 같고.”

 

시오리코 씨가 책장을 넘겨 면지를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네요. 아야카가 책 선물을 받았다면 바로 저한테 얘기를 했을 텐데, 아야카가 『인간실격』을 선물 받았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요.”

“도쿄에서 받은 것 아닐까요?”

“그랬으면 받자마자 사진까지 첨부해서 메시지를 보냈을 거예요. 혹시나 바로 보여줄 수 없었다고 해도 집에 오자마자 자랑했을 테고요.”

 

그건 그렇다. 아야카는 시오리코 씨와는 정반대의 성격이라, 새로운 소식이 있으면 곧바로 주변에 소문을 낸다. 내가 시오리코 씨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도 ‘비밀인데’라고 하면서 온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녔었다. 그런 아야카가 책 선물을 받은 일을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오리코 씨에게 말하지 않았을 이유는 없다. 시오리코 씨 몰래 사귄 남자친구에게서 받은 선물일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내 그럴 리 없다는 걸 깨달았다. 아야카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면 가장 먼저 본인이 소문을 내고 다녔겠지.

 

“그럼 이 책은 아야카 것이 아니란 말씀인가요?”

“제 생각으로는 그래요. 아야카가 저한테 뭘 숨기고 있는 게 아니라면…”

 

그 순간 가게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요.”

 

반사적으로 문쪽으로 몸을 돌리며 인사를 했다. 오전에 균일가 매대에서 책을 살펴봤던 그 여성이다.

 

“하아… 하아… 실례… 합니다…”

 

오전에 봤던 그대로 검은 머리에 헤드 드레스를 하고 숄을 걸친 채로, 숨을 헐떡이고 있다. 이 날씨에 저 차림으로 뛰어오기까지 했다면 보통 힘든 게 아니었을 텐데 물이라도 권해야하나 고민하던 찰나, 여성이 용건을 말했다.

 

“근처에서… 책을 잃어버렸는데… 혹시…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인간실격』의… 2006년… 판입니다만…”

 

지금 시오리코 씨가 들고 있는 그 책이다. 이 사람이 놓고 간 것이었나. 시오리코 씨가 그대로 책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네. 마침 이름이 적힌 책을 발견해서 주인을 찾고 있었어요. 이 책인데… 혹시 성함이…?”

 

시오리코 씨의 대답에 여성의 표정이 밝아졌다. 자신의 책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든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방금 전 책 이야기를 하던 시오리코 씨의 눈처럼 빛났다. 이 사람의 눈동자는 새파란 빛, 벽안이라는 게 다른 점이었다.

 

“후미카… 사기사와 후미카(鷺沢文香)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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