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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나나] 엄마,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어? -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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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8, 2017 23:00에 작성됨.

나나 씨, 여기서 뭐하세요?”

“......!”

 

훌쩍이던 나나의 등 뒤에서 서류를 들고 있던 P가 나타났다.

P의 질문에 화들짝 놀란 나나가 급하게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친 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 ... 잠시 좀 쉬고 있었어요!”

이렇게 어둡고 좁은 곳에서요?”

! 아무래도 저는 이런 곳에서 혼자 쉬는 게 편하더라구요! 하하.......”

그러시구나.......”

 

미소를 짓고 있지만 어딘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먹먹한 감정이 군데군데 묻어있는 그녀의 얼굴을 본 P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나는 다시 한 번 감정이 폭발하기 전에 슬픔을 꾹 억누르고 억지로 웃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을 믿어주는 P의 앞에서만큼은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러나 나나는 급했던 나머지 한 가지를 놓치고 있었다.

 

나나 씨, 혹시 울었어요?”

?!!”

화장이 번졌는데... 나나 씨. 잠시 저 좀 봐요.”

 

눈물 때문에 화장이 지워진 것을 발견한 P는 곧바로 나나의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그러자 당황한 나나가 얼굴을 가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 안 울었어요! ... 땀 때문에!”

거짓말 마세요.”

 

얼굴을 가리려 하는 나나의 손을 잡은 P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나나는 당황하면서도 내심 부끄러웠는지 시선을 피했다.

P는 눈가의 화장이 지워진 것을 보고 자신의 생각이 맞았다고 판단했는지 그녀의 손을 놓고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나나 씨, 무슨 일이에요? 누가 괴롭히기라도 한 거예요?”

......?”

왜 우셨어요. 설마 저쪽 패널들 때문에? 하 진짜... 저것들 평소에 마음에 안 들었는데 저 자식들을 그냥.......”

... 잠시만요! 오해에요 P!”

 

순간 울컥한 P가 주먹을 불끈 쥐며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나나가 필사적으로 그의 손을 잡으며 말렸다.

자신의 손을 붙잡은 그녀의 하얀 손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음을 느낀 P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P를 쳐다보고 있었다.

 

“!”

그 사람들 때문에 그런 건... 아니라고는 못 하겠어요. 하지만... 제가 눈물을 흘렸던 이유는 슬펐던 건 아이돌 활동을 너무 쉽게 생각한 제 창피한 모습 때문이었어요.”

나나 씨.”

대형 프로덕션에서 유능한 프로듀서님을 만났으니, 이제 내 인생은 탄탄대로라고 생각했었던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부끄러웠어요. 골목에서 CD 몇 장 못 판 한심한 제가... 데뷔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마음이 흐트러지다니.......”

 

양심고백을 하던 나나의 눈에서 또 다시 꾹 누르고 있던 감정과 함께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죄송해요! 저 역시... 못 할 것 같아요! 이런 큰 무대에 저같이 작고 초라한 사람은... 어울리지 않아요......!”

나나 씨, 진정하세요.”

“P씨는 저를 믿어주셨는데... 저를 믿고 이 자리까지 오게 해주셨는데 막상 저는 힘들어하다니... 너무 한심해요!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여태까지 고생을 해왔으니 뭐든지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가 이렇게 약한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

“.......”

 

P의 손을 붙잡고 있던 나나의 손은 더욱 더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격해지는 슬픔,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그녀는 화장이 지워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눈물을 쏟으며 끅끅거렸다.

 

... 죄송해요... 그리고 고마웠어요... 잠시라도... 이런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셔서.......”

나나 씨. 절 봐요.”

“......!”

 

그 순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나나에게 P가 진지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나가 P를 쳐다보자, 그는 손으로 조심스럽게 나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

 

그의 손이 나나의 뺨에 닿는 순간, 그녀는 화들짝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P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나 씨. 제가 예전에 한 말 기억나요?”

...?”

힘든 상황에 처했음에도, 그럼에도 활짝 웃는 나나 씨의 얼굴이 엄청 아름다웠다고.”

“!”

전 그런 나나 씨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어요. 그리고 당신의 미소를 본 순간 요결심했어요. 당신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P... 하지만.......”

알고 있어요. 나나 씨가 지금 많이 힘들어 하시는 걸. 어쩔 수 없죠. 힘든 건 힘든 거니까. 하지만.”

 

P는 천천히 나나의 떨리던 손을 꼭 잡았다.

따뜻한 그의 손이 차갑게 식어있던 그녀의 손을 감쌌다.

 

“!”

적어도 힘든 일이 있으면 저한테도 알려주세요. 모든 짐을 덜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 할게요. 당신의 꿈을 지지하는 것도, 그리고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온 것도 바로 저니까. 제가 나나 씨를 책임질게요.”

...?!”

...! ... 프로듀서로서 말이에요. 전 나나 씨의 프로듀서...니까!”

 

자신을 책임지겠다는 P의 말에 나나가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히자, P도 많이 놀랐는지 말을 버벅거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아무튼 나나 씨. 이왕 아이돌로 데뷔한 거, 한 번 몸 불살라봅시다. 저도 나나 씨와 같이 갈게요. ?”

“.......”

 

P의 진심이 담겨진 목소리와 표정을 본 나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뜨고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P씨 덕분에... 좀 진정이 된 것 같아요.”

나나 씨...!”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아이돌 활동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조금 힘든 일이 생겼다고 바로 그만두겠다고 한 것 같구요.”

 

나나는 무언가 결심을 했는지, 목소리에 힘을 주며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안 그럴 거예요. 여기까지 오는데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그게 아까워서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게요! 그러니 P, 죄송하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 물론이죠. 최선을 다 할게요. 그러니 걱정마세요 나나 씨.”

 

나나는 기쁨의 눈물 한 방울을 흘리며 활짝 웃었다.

그런 그녀의 미소를 본 P 역시 환한 미소로 답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촬영 시작 5분 전입니다! 어서 준비해주세요!”

 

촬영 시작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스태프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그리고 그의 목소리를 들은 두 사람은 그제야 서로 두 손을 꼭 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며 황급히 맞잡은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갛게 익어버린 나나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멈추지 못하고 격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다급하게 이야기했다.

 

... ! ... 화장 좀 다... 다시 하고 올게요!!!”

...! ! ... 빨리 가보세요!”

 

많이 놀란 건 P도 마찬가지였는지, 처음으로 얼굴을 붉히며 나나에게 어서 분장실로 가라는 듯 손짓했다.

나나는 터질 것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황급히 분장실로 후다닥 뛰어갔다.

그리고 P 역시 가슴에 손을 얹으며 격하게 뛰는 심장 고동을 느끼곤 빠르게 멀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고생 많으셨어요!”

 

방송이 끝나고, 대기실에 들어온 나나가 화장을 지우고 있는 미즈키와 사나에에게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그러자 그녀들도 활짝 웃으며 화답했다.

 

나나도 고생 많았어~”

나나, 오늘 완전 대박이었는데?”

헤헤... 그랬나요?”

! 초반부에는 좀 불안했었는데, 쉬는 시간 이후엔 완전히 방송 분위기를 이끌어가던데? 방청객 반응도 무지 좋았고.”

정말이요?! ... 다행이네요 진짜. 혹시 저 때문에 재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미즈키의 칭찬에 나나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야기했다.

사나에는 나나가 대견하다는 듯 미즈키를 거들며 이야기했다.

 

그 개그맨 콤비가 방송에서는 항상 짓궂은 캐릭터를 맡아서 말이야. 나나가 당황해할 때 솔직히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넘어갔네.”

평소에 메이드 카페에서 일했을 때 진상 손님을 대할 때처럼 하니까 편하더라구요! 제가 왜 그걸 깜빡하고 있었는지... 그래도 그 두 분, 방송 끝나고 바로 달려와서 사과하시더라구요.”

. 아무래도 방송 컨셉일 뿐이니까. 실제로는 되게 착한 아저씨들이야.”

컨셉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저도 왠지 공감이 됐어요.”

우리 나나도 영원한 17세의 우사밍 성인 컨셉이잖아.”

으으.......”

 

사나에의 농담에 나나가 풀이 죽은 척을 하다가도 곧바로 활짝 웃으며 말했다.

 

두 분 다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예능 초보인데 잘 이끌어주셔서... 제가 어떻게 보답을 해 드려야 할지.......”

보답? 보답이라면 간단한데.”

뭐죠?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죠?”

 

나나가 두 눈을 반짝이며 물어보자 사나에는 눈을 감았다 뜨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같이 가줘야겠어.”

... 어디로요?”

술 마시러.”

?!”

 

진지한 표정을 짓던 그녀의 입에서 술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나나가 살짝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미즈키는 이미 사나에와 이야기가 다 끝났는지, 방송에서의 목소리보다 더 힘이 들어간 톤으로 이야기했다.

 

그럼 나나도 우리랑 같이 마시러 가는 걸로!”

?! ... 잠시만요! 저는.......”

“17세라는 소리 하지 말라니까? 나나 너 사실 17세가 아니라 2.......”

악악! 알았어요! 갈게요!”

계획대로야.”

 

두 사람의 협공에 나나는 체념했는지 그녀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은은한 조명과 아늑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주점.

 

원형 탁자와 소파에 앉아있던 세 사람은 연상되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차분히 술을 음미하고 있었다.

나나는 이런 분위기의 술집에 처음 와서 신기했는지,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가게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자 약간 취기가 오른 사나에가 나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것보다 나나, 정말로 P군에 대해서 아무런 감정 없어?”

“......?!”

 

갑작스레 날카로운 질문이 날아오자 나나가 고개를 홱 돌려 사나에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반응에서 무슨 낌새를 눈치 챈 사나에는 재차 그녀를 압박했다.

 

아니 P가 유독 나나한테만 잘 해주니까 둘 사이에 뭔가 있나 해서.”

... 에이~ 아무 일도 없는데요 뭘~”

진짜? P군의 그런 모습, 처음 보는 걸? 그치 미즈키?”

......?”

 

사나에의 물음에 미즈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반응에 사나에는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P, 여태까지는 뭔가 유능하긴 해도 로봇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되게 딱딱하고 사무적인 사람이었어.”

? 진짜요?”

. P군이 담당한 애들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스카우트 할 때만 해도 되게 싹싹하고 친절했는데, 막상 아이돌로 데뷔하고 나서는 사람이 좀 조용해진다더라고.”

오히려 우리는 P군이 항상 조용하길래 스카우트 할 때는 친절하게 변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많이 놀랐지.”

 

미즈키 역시 과거 P의 모습을 기억하는지,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며 이야기했다.

 

그랬던 P군이 최근에 널 만난 뒤로부턴 항상 웃고 그러던데. 솔직히 이야기해봐. 둘이 뭐 있지? 그치?”

... 진짜 아닌데요?!”

괜찮아 괜찮아. 언니들은 입이 무거우니까. 솔직하게 이야기 해두 돼. 우리가 응원해줄 테니까. 솔직히 P군이랑 나나랑 되게 잘 어울리지 않아?”

연상연하 커플. ~~ 괜찮지 괜찮아.”

저 근데 진짜 P씨랑은 아무 관계도.......”

 

애써 변명을 하던 나나는 그 순간, 가슴 속에서 뭔가 찌릿하는 느낌이 들자 이야기를 잠시 멈췄다.

 

‘......?’

 

처음 느껴보는 그 느낌에 나나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녀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분명 자신과 P는 아무런 관계가 아닐 터인데.

그럼에도 P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계속해서 가슴 한 구석이 찌릿찌릿해진다는 것을.

 

짧은 시간, 나나는 많은 생각을 하고는 일단 이야기를 다시 이어나갔다.

 

“......아니에요. P씨랑 제가 사귈 리가~”

? 진짜 아니야?”

... 그럼 대체 P군이 왜 저렇게 변한 걸까?”

... 글쎄요. 전 처음에 P씨를 만났을 때랑 지금이랑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해서.”

허허... 그것 참 이상하네.”

 

나나의 해명에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사나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미즈키는 나나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나나, 오늘 고생 많았지? 그래서 언니들이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 선물이요? 하하... 괜찮은데. 혹시 어떤 거죠?”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내심 선물이라는 단어에 호기심이 생긴 나나.

그리고 그녀가 미끼를 물었다고 생각한 미즈키는 곧바로 나나의 뒤쪽을 바라보며 손짓했다.

그러고는 활기찬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P~! 여기야!”

“?!!!!!”

 

미즈키의 부름에 화들짝 놀란 나나가 재빨리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봤다.

 

, 제가 좀 늦었죠. ...? 나나 씨?!”

“!!!”

 

아니나 다를까, 나나의 뒤에는 P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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