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이오리 「집착하는 미키 때문에 조금 피곤한 나날들.」-2-

댓글: 4 / 조회: 1032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5-27, 2017 10:49에 작성됨.

 

5.

미키가 안 나온게 벌써 2주째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프로듀서든 누구든 직접 찾아가봐도,

미키는 아예 말 자체가 통하지 않는 사람처럼 나오기 싫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였다.

결국 프로듀서는, 이오리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

 

뚱한 얼굴의 이오리에게 프로듀서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빌었다.

 

프로듀서 「..부탁한다. 미키, 이제는 연락도 안되고,

아무리 문을 두들겨도 열어주질 않아.

히비키나 타카네를 보내봤지만..

이오리 네가 아니면 얼아주지 않는다고 막무가내야.」

 

이오리 「..그래서, 어쩌라고?」

 

또다시, 속이 쓰린다.

왜 당신은, 그 아이만 보는 건데?

나는? 당신 앞에 나는요?

 

솔직히 나도, 그 무서울 정도로 순수한 멍청이가 또 멍청한 짓을 할까 무서우면서도,

애써 또 거짓말해버렸다.

 

이오리 「..그런 바보 멍청이, 이젠 내 알 바 아냐」

 

프로듀서 「...이오리, 그리고 고백할 게 있다.

사실 나는 미키를ㅡ」

 

6.

ㅡ똑똑

 

미키 「..아무도 상대하기 싫은거야.

안 열어줄꺼야. 경찰에게 신고해버릴 꺼니까ㅡ」

 

이오리 「..난데?」

 

미키 「...마빡!..아니 이오리님!」

 

문이 열리고, 수척해진 미키가 날 맞이한다.

어두컴컴하고 뭔지 모를 쓰레기들이 가득한 냄새나는 거실.

몇날 몇일을 정리 정돈하지 않은 건지 떡지고 기름진 노란 머리에,

까칠까칠한 피부에 쾡한 눈동자.

 

내가 알던 미키가, 아닌 것 같다.

 

미키 「어 어서 들어오세요.」

 

미키가 굽신거리며 말한다.

단 한번도 보여준 적 없는 미키답지 않은 비굴하고 이상한 모습이라, 괴리감이 살짝 든다.

내가 신발을 벗자마자, 미키는 말릴 새도 없이 내 신발을 조심스레 품어서 한 켠에 가지런히 정리한다.

..자기 신발은 아무렇게나 내팽겨처서 어지럽힌 주제에.

 

대충 쓰레기를 치우고, 거실에 앉는다.

 

이오리 「...」

 

미키 「...」

 

이오리 「할 말 없어?」

 

기다렸다는 듯, 속사포처럼 사과가 쏟아진다.

 

미키 「이오리님, 제가..제가 잘못했어요.(울컥)

프로듀서님이든 뭐든 바칠테니까,

제발..저를 용서해주세요」

 

이오리 「..미쳤구나.

그리고 그런거 필요 없어.」

 

이오리 「...그렇게보지 마.

에휴..차나 한잔 줄래?」

 

이오리 「그리고, 그 이상한 존칭어 쓰지 말고.」

 

미키 「예..아니..응..인거야」

 

차를 끓이고 있는 미키의 뒷모습을 지켜본다.

정말..저 아이는 어떻게 저렇게까지 자기 마음에 헌신할 수 있는 걸까.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프로듀서에게 저렇게 할 수 있었을까

..어차피 이제는 상관 없지만.

미키가 차를 내왔다.

미키답지 않게 꽤나 정성스럽게 우려낸 녹차다.

데일세라 조심스레 향을 음미해본다.

 

ㅡ홀짝

 

이오리 「넌 안마시고?」

 

미키 「이오리가 마시는 것만,봐도 좋은거야.」

 

가만히 미키를 바라본다.

정말..폐인이 다 되어버렸잖아?

초췌해진 미키의 모습이 안쓰러워서,

일부러 쓴 소리부터 해버렸다.

 

이오리 「..야, 너 입에서 똥 냄새나.

그리고 너 안 씻은지 얼마나 되는거야? 머리는 왜 그렇게 떡졌고 얼굴에 기름기 봐라 응?

진짜, 자기 관리 안할꺼야?

내가 자기 관리 하라 그랬지?」

 

미키 「(당황)아 아 그게..

이렇게 안 하면 이오리..가 안 올 것 같아서..」

 

..그런데, 왜 이렇게 졸리지?

 

이오리 「야 잠깐만. 갑자기 나 졸린 ㅡ」

 

눈 앞이 흐려진다.

미키가 그걸 보더니, 씩 웃으며 말한다.

 

미키 「그래도 이렇게 왔으니까 됬어.

이제 이오리의 진심을 듣는거야! 아핫!」

 

이오리 「...너 진짜..」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엔딩

눈을 떠보니, 내 몸은 푹신한 토끼 인형 위에 테이프로 묶여 있었다.

방에는 사진들이 가득하다.

...전부 내 사진들이.

 

미키 「..아핫! 이제 일어났어?」

 

..미키다. 미키의 방이구나..

미키는, 내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미키 「미키,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

왜 나는 사랑하는데, 이오리는 나를 사랑하지 않을까, 하고.

그래서 듣고 싶어서 불렀어.」

 

이오리 「..이건 부른 수준이 아닌데?」

 

미키 「솔직하게 말해줘.

사실은 나 사랑하지? 응응?」

 

이오리 「아니. 절대로」

 

미키 「아냐!!」 (버럭)

 

소리지르는 미키가 무서워서,

순간 나도,모르게 움찔해 버린다.

슬슬 무서워진다. 이 이렇게 있다간 저 바보가 진짜 사고라도 쳐버릴ㅡ

 

그 때 미키가, 책상 쪽으로 걸어간다.

책상 위에 널부러진 칼과 가위들을 보노라니,

나도 모르게 무서워진다. 

 

미키 「후후..미키는 이오리가 솔직하게 말할 땨까지 괴롭힐거야.

정말 아프니까 각오하는거야? ♡」

 

.미키가 책상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내게 다가오고 있다.

어두워서 잘은 안 보이지만, 길고 뾰족한 무언가다.

 

무서움에 비명을 질러본다.

하지만 미키는 이미 코 앞에 그것들 들이밀고 있었다.

 

이오리 「사 살려..꺄악!」

 

이오리 「...」

 

이오리 「.....」

 

이오리 「야, 너 뭐하냐?」

 

미키 「(간질간질) 미키, 지금 붓으로 공포의 간질간질 고문 하는거야.

겨드랑이 간지럽지?

그러니까 어서 고백하는거야

사실 이오리는 미키, 좋아한다고」

 

미키 「...난 간지럼 안 타. 바보야」

 

미키 「꺄악!  미키, 소 손바닥이 간지러운거야.」

 

이오리 「..너 바보냐?」

 

미키 「..우우! 미키한테 버보라고 말하면 손해인거야!

미키, 이오리가 솔직하게 대답할 때까지 절대로 안 풀어줄 테니ㅡ」

 

ㅡ툭

 

이오리 「..너 진짜 바보지 그렇지 응?

..스카치 테이프로 한쪽만 묶으면 누가 못푸냐..」

 

미키 「..너무 두꺼운 걸로 묶으면 이오리가 아플 것 같아서..

난 사랑하는 이오리가 아픈거 죽어도 싫어!」

 

이오리 「..고마워해야 하는 부분이냐?」

 

풀이 죽은 미키를 보니, 처음에 내버리려던 화도 없어진다.

차분하게 말해본다.

 

이오리 「야. 나 프로듀서 좋아하는거 알지?」

 

미키 「프 프로듀서라면 확실하게 처리할 테니까!

나 좋아한다고 또 말해버리면 그 때에는 내가 다시는 그 말 못 말하게 처리해버릴께.

확실하게!」

 

..어두운 방에서 음험하게 눈을 빛내는 미키를 보니 제법 무섭다는 생각도 들지만,

하는 짓을 보니 이제는 못 믿겠다.

 

이오리 「어떻게?」

 

미키 「강제로 먹여서..입을 영원히 막아버릴꺼야. 후후」

 

이오리 「뭘? 독을?」

 

미키 「응? 아닌데?..미키 특제 고통 와사비 주먹밥인거야!」

 

미키 「프로듀서, 아마 매워서 다시는 입도 못 열꺼야.

어때? 미키 계획, 무섭지?」

 

얘..혹시 내가 아는 이상으로 바보인가?

히비키랑 비교할 수준이 아니였네.

어쩌면 사무소 제일 바보일지도..

 

이오리 「..퍽이나 무섭다 으이구..」

 

이오리 「...」

 

이오리 「..야 미키, 나 프로듀서를 사랑했어.」

 

미키「..역시..그런거구나?」 (울먹)

 

미키가, 부드러운 손길로 팔이랑 다리에 붙은 스카치 테이프 찌꺼기들을 하나하나 떼주며 울먹인다.

손등 위로 미키의 눈물이 방울져서 떨어진다.

 

미키 「..미키, 사실 알고 있었는데..

나 혼자서만 고집피우고, 집착햐서 민폐인 것도 알았는데..

지금까지 미안했어, 이오리.

이제 진심을 들었으니까..」

 

미키 「미키는, 다시는 이오리 앞에 안 나타날께ㅡ」(뚝뚝)

 

이오리 「..나 그러란 적 없는데?」

 

미키 「..아..응? 하지만 프로듀서 좋아한다고 방금 그랬잖ㅡ」

 

이오리 「아니, 좀 끝까지 들어라 응?」

 

이오리 「..뭐, 그것도 이젠 과거형이야.

프로듀서는 임자가 따로 있다더라.

..코토리씨야.

코토리씨랑 결혼 약속도 했다데?」

 

이오리 「..결국엔 닭 쫓던 개지.

나도 너처럼 멍청했나보다.

그냥, 그날 프로듀서는 정말로 미키 니가 걱정되서 위로해준 건데 내 맘대로 착각해버린 거였데..」

 

이오리 「...」(울먹)

 

미키 「..이오리..」

 

이오리 「..바보야, 이럴 땐 좀 껴안아주는거야.」

 

미키 「..이오리..우아앙!! 

이오리 불쌍해..우아앙!」

 

미키는 날 힘껏 껴안고서는,

내 품에서 나보다도 더 서럽게 통곡한다.

마음이 묘하다.

나 때문에, 나보다 더 서럽게 울어주는 미키를 보자니,

그 살짝..고맙달까..뭉클하달까

 

미키 「우아앙..푸흐흥! 패엥!!」

 

이오리 「야 내 원피스에 코 풀지 맛!!」

 

이오리 「떨어져! 안 떨어져?!」

 

미키 「우아앙..이오리 힘내는거야! 우아앙」

 

이오리 「야 떨어져 떨어지라니까!

아 진짜 찐득찐득하잖아!

야! 아 좀 진짜!! 뭐든 다 하게 해줄테니까」

 

미키 「우아앙..그러면 이오리 계속 좋아해도 되는거야?」

 

이오리 「..맘대로 해! 아 진짜 콧물 범벅인채로 얼굴 비비지 맛!!」

 

미키 「(훌쩍)...킁킁! 그러면..마빡이라 불러도 되는거야?」

 

이오리 「야 맘대로 하시고 좀 떨어 ㅡ 

아 잠깐만, 그건 취소고 이제부턴 존경하는 이오리 님이라 불러ㅡ」

 

미키 「(훌쩍) 헤헷. 그러면..다시 마짝이 좋아하는거야! 

다시 마빡이랑 사이졸게 지내는거야! 아핫!」(미소)

 

..눈물 때문에 눈이 팅팅 불고,

얼굴 아래 절반은 콧물 범벅이 되어서도 해맑게 웃는 미키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본다.

..참 더러운데, 왠지 모르게 아름답다.

이런게 바로 사랑에 빠진 사람의 얼굴이라는 건가?

 

미키 「크르릉..킁킁! 크그그릉!! ~(꿀꺽)」

 

이오리 「..내 감동 물어내..」

 

미키 「미키, 콧물 때문에 코가 막혀서 삼켯다? 헤헷」

 

이오리 「그런거 일일히 안 말해줘도 돼!!」

 

손수건으로, 더러워진 미키의 얼굴에서 눈물과 콧물을 조심스레 닦아내며 진심을 다해서 말해본다.

 

이오리 「미키, 있잖아..

난 여자를 사랑하지 않아. 그건 이해하지?」

 

미키 「..응..」(불안)

 

이오리 「풋. 그래도, 언젠가는 좋아질 지도 모르니까.

내가 언젠가 네 사랑을 이해하는 날이 오면,

그때는 나도 받아줄께.」

 

이오리 「하지만 그때까지는, 서로 지킬 건 지키고

집착하지 말고

지금처럼..추하게 있지 않기로 하는거야.

알았지?」

 

미키가,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환한 미소로 답한다.

 

미키 「응! 인거야.

미키, 정말로 사랑하는거야

사랑해 이오리!」

 

 

 

 

 

 

 

원래 구상한 엔딩2

(비위 약하신 분들은 아래 절취선까지 그냥 스크롤 내리세요)

 

"야, 안풀어? 풀라고!!"

 

미키가 책상 위에서 칼 하나를 집어든다.

히죽히죽 묘한 표정으로 웃는 것이, 꽤나 오싹하다.

 

오싹함과 불길함을 느낀 이오리가 통제를 잃고 버럭 소리지른다. 

 

"풀라고 이 정신병자년아!!" (버럭)

 

"있잖아..미키 곰곰히 생갈해봤어."

 

"발버둥치는 이오리를 사랑 가득 담아 지켜보면서,

미키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오리가 날 싫어하는건..내가 잘못해서잖아?"

 

"그러면.."

 

"그러니까 이오리도 미키에게 잘못을 하게 되면,

이오리는 날 사랑해야하는거야."

 

ㅡ드르륵

 

"야 잠깐! 그러지 마 그러지 마"

 

하지만 이미, 날선 커터날은 미키의 목에 붉은 선을 그어가고 있었다.

 

"아아..아프다 헤헷

약 이미 먹었는데..그래도 조금은 아프네

미키, 이오리 땨문에 긋는 거야.

이오리가 날 용서 안햐줘서 아픈거아.

그러니까, 이제 이오리는 날 사랑햐야 하는거야"

 

"야 하지 마 하지,말라고 꺄악!"

 

피가 살짝 튀며, 이오리의 원피스를 적신다.

흘러나오는 검붉은 피가 바닥을 적신다.

 

"하지만..미키 같은 바보는 또 실수를 저지를지도 모르니가..

또 실수를 저질러 버리면,

이오리가 용서하지 않으니까..

그럴꺼면 아예 영원히 바보 같은 미키가 실수 하지 않도록.."(울컥)

 

"죽어버려야지"

 

"꺄아악! 꺄악 꺄아악!!"

 

쓱삭쓱삭.

커터날이 고기 자르는 혐오스런 소리.

약에 취했다지만, 그래도 고통스러울 텐데

미키는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칼을 좌우로 왔다갔다 밀고 당긴다.

칼날이 뼈를 긁으며 나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나올 땨까지

미키는 칼질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숨이, 다한 미키가 이오리의 무릎 위에 엎어진다.

이오리는 공포와 절망 속에 비명을 지르지만,

그 비명 소리는, 방음벽에 가로막혀 아무도 듣지 못했다.

 

정확히 일주일 후에야,

경찰은 이오리를 발견했다.

악취가 풍기는 방에서, 반쯤 썩어가는 한 구의 시체와 함께

미키의 피와 자신이 배설한 오물로 범벅이 되어, 감당 못할 공포와 충격에 정신이 나가버린 이오리.

 

이오리는 다시는 일상 샹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망가져서,

인간으로써는 내지 못할 기이한 소리와 함께 경찰들의 손에 짐승처럼 끌려나갔다지만,

바닥에 굴러다니던 창백한 미키의 머리는

그것을 수거하는 경찰의 두 손 위에서도 여전히 해맑게 미소짓고 있었다고 한다.

 

 

 

 

---------------------------------------------------------------------------------------------------------------------------------------------------------

 

 

 

 

 

ps. 문득 지난번에 썼던 ss가 생각나서 후속작 개념으로 한 번 써봤습니다.

달달한 ss로 썼으니 다음번에는 공포와 절망이 가득한 ss로 찾아뵙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댓글.. ㅎㅎ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