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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하라 미치루 『죄와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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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6, 2017 19:27에 작성됨.

차가운 겨울거리, 아무도 없는 구석진 골목.

며칠간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있어야 할 곳에서 쫓겨난 강아지처럼, 롤빵머리의 소녀는 지친 몸을 벽에 기대어 겨우 발걸음을 옮긴다.

소녀가 한 발자국 옮길 때마다 소녀의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래도 배가 고픈 모양, 하지만 주변에는 그 어떤 먹을 것도 찾아볼 수 없다.

소녀는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며 슬픈 눈으로 눈보라까지 휘날리는 거리를 헤쳐 지나간다.

눈물이 조금씩 얼어가는 듯한 이물감이 느껴진다. 여기는 어디일까, 소녀는 그렇게 대답 없을 질문을 던지며 거리를 헤친다.

하얗게 물들어가는 소녀의 머리. 그리고 그 앞에 펼쳐지는 과거들.

 

오오하라 미치루는 별 볼일 없는 아이돌이었다. 

빵순이 아이돌이라고 일단 특성은 잡아져 있었지만, 웬일인지 그녀는 뜨지 못하고 몇 년 동안이나 그저그런 B급 아이돌로 활동했다.

슬슬 아이돌을 접고 빵집이나 해야 되나라고 미치루가 생각할 때쯤 그가 나타났다.

뭐라 그랬더라, 「레벨 어퍼」?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B급에서 썩혀져 있는 아이돌들을 A급으로 올리는데 탁월한 수완가 프로듀서라는 듯했다.

하지만 이미 여러 프로듀서들을 거친 미치루는 그의 능력을 믿지 않았고, 그의 따스한 손길을 잡지 않았다.

그것을 안타까워하던 프로듀서는, 며칠을 곰곰히 생각하던 끝에 일본 전국 빵집 여행을 나섰다.

며칠 뒤 돌아온 프로듀서의 손에 가득 들린 맛있는 빵들을 보며, 미치루는 이런 프로듀서라면 한 번 믿고 가보겠다고 생각했다.

 

미치루 「프로듀서! 이건 제가 먹어도 되는 건가요?!」

 

프로듀서 「아, 응. 많이 먹도록 해. 미치루는 무슨 빵을 좋아했더라?」

 

미치루 「무슨 빵이든 다 좋아해요! 그보다, 이렇게 사와주셔서 저는 너무 죄송한데요...」

 

프로듀서 「괜찮아, 미치루가 조금이라도 힘내줬으면 해서 사온 거니까.」

 

미치루 「그런가요! 그럼 오오하라 미치루, 이 빵들을 먹고 힘내겠습니다!」

 

프로듀서 「그래. 힘내서 A급 아이돌이 되어보자구, 미치루!」

 

미치루 「네, 프로듀서 씨!」

 

그리고 그 후의 몇 개월동안, 미치루는 행복하게 아이돌 일을 했다.

이것보다 더 행복한 것은 없을 거라는 듯이, 그와 함께라면 어떤 것이든 헤쳐나갈 수 있다는 듯이.

하지만, 그 행복은 얼마 가지 못하고 몇 명의 톱 아이돌이었던 아이들에게 깨지고 말았다.

 

아이돌 A 「프로듀서 씨는 요즘 미치루만 싸고 돌지?」

 

프로듀서 「아니, 그건 내가 담당하는 아이돌이니까...」

 

아이돌 B 「우리도 당신이 담당하는 아이돌인데?」

 

프로듀서 「아니, 그러니까 너희들 담당이 된 지는 얼마 안 됐잖아.」

프로듀서 「애초에, 너희들은 내가 올 때는 A급 아이돌이었-」

 

아이돌 A 「그럼 지금은 A급이 된 미치루는 왜 싸고도는거야?」

 

아이돌 B 「기준이 너무 물렁한 거 아니야?」

 

프로듀서 「아니, 그게-」

 

아이돌 A 「프로듀서 씨가 신경써주지 않으면 아버님의 힘으로 눌러버릴꺼야?」

 

아이돌 B 「프로듀서 씨가 우리들을 신경써주지 않으면 그룹의 힘으로 눌러버릴꺼야?」

 

프로듀서 「....그러고보니 너희 둘은 재계 인사의 따님들이었지,」

프로듀서 「...알았어, 이제부터라도 너희들에게 신경을-」

 

아이돌 A 「그것보다도, 미치루의 프로듀싱 그만둬.」

 

프로듀서 「무, 뭐라고?」

 

아이돌 B 「미치루는 이제 올라갈 만큼 올라갔잖아?」

 

프로듀서 「그런 말도 안 되는! 미치루는 아직 올라갈 데가...!」

 

아이돌 A 「이제 A급이 된 미치루에게 당신은 필요 없잖아?」

 

아이돌 B 「그것도 싫다면 확 미치루를 찍어눌러서 아이돌 못 하게 해버린다?」

 

프로듀서 「이 녀석들...」

 

미치루 「프로듀서, 그게 무슨....」

 

프로듀서 「미, 미치루?!」

 

아이돌 A 「뭐야, 미치루인가.」

아이돌 A 「잘 됐네, 프로듀서 씨는 이제부터 우리 둘만 프로듀싱 해주시기로 했어.」

 

아이돌 B 「그래그래, 프로듀서 씨는 이제부터 우리 둘만 프로듀싱 해주시기로 했어.」

아이돌 B 「그러니까, 잘난 A급 아이돌 씨는 꺼져주시는게 어때?」

 

미치루 「프로듀서.... 거짓말이죠?」

미치루 「저 애들이...거짓말 하는 거죠...?」

 

프로듀서 「...미안하다, 미치루.」

프로듀서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정말로 미안해...」

 

미치루 「거, 거짓말!」

미치루 「제가 톱 아이돌이 될 때까지 프로듀싱해주신다고 했잖아요!」

 

프로듀서 「미안해, 미치루.」

프로듀서 「그래도... 널 지키려면 이것밖에는...」

 

미치루 「싫어요! 절대 안 놓을 거야!」

 

아이돌 A 「뭐야, 질척거리는 여자애는 남자한테 인기 없다구.」

 

아이돌 B 「거기서 안 놓으면 아이돌 일 못하게 만든다?」

 

미치루 「그런 횡포가 어딨어요! 저는 프로듀서를 만나 구원받았는데!」

 

아이돌 A 「호오, 그거 우리들에 대한 도전?」

 

아이돌 B 「돈도 없는 흙수저가 재계 아가씨한테 대드는거야?!」

 

미치루 「그런거 몰라요! 여하튼 프로듀서 씨를 가져가는 건 안 돼요!」

 

아이돌 A 「그건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니깐?」

 

그렇게 싸우고 며칠 만에, 일거리가 없어진 미치루는 기숙사에서도 쫓겨나고 거리를 헤메는 신세가 된다.

A급 아이돌이긴 해도, 대중은 TV에 며칠 보이지 않는 아이돌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다.

배가 고프다, 미치루는 쓰러질 것같은 다리를 겨우 움직여본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크리스마스였던가, 미치루는 슬픈 표정을 지으며 좁은 거리를 헤매다 맛있는 냄새가 나자 그 쪽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맛있는 빵의 냄새. 며칠간 먹지 못한 탓인지 입에서 침이 자꾸만 나온다.

하지만 미치루는 돈이 없다. 가지고 있는 것은 자신의 몸 뿐.

잠시 생각하던 미치루는 빵집으로 들어가 주인이 한눈을 파는 틈을 타 빵을 훔쳐 달아난다.

경찰이 미치루의 뒤를 쫓는다. 사방에서 경찰차의 벨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크리스마스의 징글벨같네, 미치루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빵을 먹고는 순순히 경찰에게 가서 잡힌다.

 

TV 「뉴스입니다. A급 아이돌이었던 O양이 빵집에서 빵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이 일어나-」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던 TV에서는 긴급 뉴스를 띄우고 장발장이 되어버린 아이돌의 뉴스를 들려준다.

하지만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그 뉴스에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이것도 벌일까, 오늘도 침식된 눈이 내린다.

 

 

후기

 

이게 뭔 똥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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