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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and White Rabbit-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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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5, 2017 15:29에 작성됨.

 1편 2편 3편

 이제야 엄마 아빠랑 같이 있는 시간이 생겼구나라는 기대감으로 확신했을 때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못 만나게 되었어요. 마치 이런 느낌이었어요. 엄마 아빠가 나를 가지고 논 것이다 그리고... 나한테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렇게 말이죠.
이에 어울리는 단어는... 그래요 배신감이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네요. 아직도 생생해요. 그때 느꼈던 배신감을 비롯해 동시에 몰려온 허탈감 또한 포함되어서 말이죠.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그 소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처음에 그 애의 어머니가 여기 프로덕션에 교육 보낼 정도로 아들하고 같이 있는 시간이 많겠구나 생각했지만 걔하고 와의 얘기를 통해서 제가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전 여태까지 그는 부모님과 같이 하는 시간을 나보다 더 많이 지내는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저에게 자신도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하였고 오히려 같이 외식하자고 직접 말한 부모님이 계신 제가 부럽다고 말하였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 아이러니라고 해야 할까요? 제 생각과 달랐다는 것을 말이죠.

 

얘기가 끝나면서 저는 그하고 사기사와 씨를 데리고 파스타를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부모님과의 외식은 못하게 되었지만 왠지 모르게 두 사람을 위해 오래간만에 제 요리 실력을 발휘하였습니다. 평소보다 더 맛있게 하기 위해 더욱더 노력을 하였고요.

 

대접하고 난 뒤... 왠지 모두가 만족스러워 하고 즐거운 분위기가 났었고요. 후훗.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다음날...
평소에 들려오던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레슨 중간에도 그리고 레슨 끝난 뒤에도 들려오지 않았던 거예요. 혹시나 해서 아파서 못 온 게 아닌가 했지만 하루가 지나도 이틀이 지나도 들려오지 않았길래 서서히 불안감이 생겨 나서 그가 항상 연주하던 벚꽃 나무 아래로 달려가 보았습니다.

Acquastic Cafe - Hope for Tomorrow

 

"... 아무도 없어."

 

분홍빛이 감도는 벚꽃 나무에 도착하자마자 나오던 아리스의 말이었다. 마치 유령을 보는 듯하였다. 나무 아래에는 아무도 없었고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애초부터 아무도 없었다고 답해 주듯 아리스의 귀에 들려온 것은 바람에 의해 가지가 흔들리는 소리뿐이었다.
나무를 향해 아무런 미동도 없이 바라보고만 있던 아리스. 마치 혼이 나간 듯 가만히 서 있던 그녀는 자신이 꿈을 꾼 게 아닌가... 최악의 악몽을 꾸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였지만 이젠 들려오지 않는 바이올린 소리로 인해 자신은 꿈을 꾸는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 거짓말쟁이."

 

고개를 축 내리는 아리스. 그녀의 눈가에는 물방울 하나가 떨어져 잔디밭을 이루어진 땅에 부딪혀서 여러 파편으로 나누어졌다. 그 파편으로 나누어진 물방울을 따라 한 방울, 두 방울 그리고 세 방울의 물방울들이 하나씩 떨어져 나오기 시작했고.

 

 

 
그날 이후 아리스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었다. 프로듀서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도 그가 준 스케줄 내용을 받는 거 외에는 아무 대답이 없었고 프레데리카나 시키 그리고 슈코가 장난을 걸어도 평소처럼 화를 내거나 짜증 내는 모습 대신 그냥 걸어가는 걸로 끝낼 정도였다.
아리스는 딱 이 상태였다. 기뻐해야 할 때도 기뻐하지 않고, 화내야 할 때도 화내지 않은 체 그냥 바람이 지나갔나라는 식으로 반응하는...

 

얼마나 걸었을까... 눈을 떠보니 자신은 어느새 바깥에 나와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그녀를 반긴 것은 뭔가 익숙한 광경이었다.
처음에 아리스는 이 광경을 어디서 봤지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멍하니 서 있었는데...

 

"... 토끼."

 

그래 여기서 토끼를 만났었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화이트 래빗처럼 모노클을 끼고  푸른색 점장을 입은 체 앞주머니 속에 시계 하나를 넣고 있던 토끼랑 처음 만난 장소였다. 그 토끼를 쫓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서 온 바이올린 소년과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고...
그 뒤의 일들이 하나둘씩 마치 박스 속에 담아둔 사진들을 꺼내는 것 마냥 떠오르기 시작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 사기사와 씨랑 얘기하던 것을 자신에게 일본어 못한다고 거짓말했다고 오해했고, 부모님이 일이 많아지면서 같이 외식하기로 한 약속을 취소해야 했지만 소년은 그런 그녀를 위로해주고...

 

외식을 못하게 된 대신 소년하고 사기사와씨랑 같이 파스타를 먹게 되었다. 그것도 즐겁게. 모두가 맛있게 먹어주었고... (이마 위에 땀을 흐르면서 몸을 떨고 있었지만)

 

"... 기분 나빠."

 

왜 이제야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그래보았자 현실이 변하지 않아. 그는 아무 말도 없이 떠난 것이다. 최소한의 인사도 없이... 애초부터 그하고 인연이...

 

"타치바나 양."

 

또각 또각-익숙한 발소리와 목소리가 귀에 들려오면서 그녀는 뒤를 돌아보니 푸른색 숄을 몸에 걸치고 하얀색 니트 밴드를 맨 검은색 머릿결의 다크서클의 후미카가 다가오고 있었다.

 

"프레데리카씨들로 부터 요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들었습니다만... 괜찮으세요?"
"... 전 괜찮아요 사기사와씨. 시간 지나면 나아질 테니까요."
"무리는 하지 마세요."

 

매우 친한 사람에게만큼은 차갑게 대하고 싶지 않았는지 나름대로 살가롭게 대해주는 아리스 그녀와 같이 있던 시간이 많길래 후미카는 아리스가 왜 저러는지 알고 있었다. 속으로 많이 실망하고 있겠지... 그 소년이 아무 말도 없이 떠났다는 점에 말이다. 간단한 인사 라도 했으면 좋았을 거잖아?라고 속으로 원망하면서.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친했던 친구가 갑자기 아무 연락도 없이 사라지면 그 실망감은 어떠한 것보다 무겁기 때문에.

 

"타치바나 양. 전해줄게 있어요."
"... 전해줄 거 라니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해주듯 후미카 손에는 하얀색 봉투의 편지를 보여주었다.

 

"편지.... 말인가요?"
"그 애가 떠나기 전에 타치바나양에게 반드시 전해주라고 해서요."
"그 애라면... 설마?"

 

맞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후미카. 아리스는 그대로 편지를 받은 뒤 봉투를 뜯어내면서 내용물을 꺼내 보았다. 후미카씨의 필체로 적혀진 히라가나 위에는 한국말로 추정되는 글씨 또한 적혀져 있었는데...

 

"원래 같으면은 곧바로 전해야 했지만 해석하는데 좀 시간이 걸려서... 미안해요 타치바나양."

 

단어 하나 빠뜨리지 않기 위해 천천히 편지를 읽어보던 아리스.

몇 분뒤...

 

"...하하하..."

 

그녀의 입에서 작은 웃음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종이에는 눈물들이 떨어지길래 오른손으로 눈을 쓱 닦는 아리스.

 

"... 바보..."

 


친애하는 타치바나에게

 

아마 제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많이 놀랐을 거라 믿습니다. 저도 마음 같으면은 직접 만나서 전해주고 싶었었지만 그러지도 못하였고요.


상황을 말하자면...한국에 계신 제 형이 현재 어느 밴드 그룹에 들어가 있는데 그 밴드가 프로덕션에서 개최한 프로젝트에 참여할 밴드 중 하나로 뽑히게 되면서 멤버 한 명을 더 영입해야 했거든요.

 

지금쯤 눈치챘을 거라 믿어요. 맞아요. 그 멤버로 제가 뽑혔거든요.
떠나기 전에 타치바나에게 얘기를 하고 떠나고 싶었지만 하루라도 빨리 귀국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너무나도 시간이 부족했고 만날 틈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떠나기 전 간신히 후미카 누나에게 이 편지를 꼭 전해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마 저에게 많이 실망하셨겠죠. 최소한의 인사나 안부도 없이 떠난 것을요.
죄송해요 타치바나.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타치바나에게 또 실망감을 준게 아닌가 싶네요.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타치바나와의 만남은 어떤 때보다도 매우 소중했습니다. 이런저런 일도 많았지만 결국 저로서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고요. 오히려 전 타치바나와 좀 더 많은 시간을 가졌으면 했어요. 진작에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안타까움과 함께요.

 

타치바나는 어쩌면 조만간 어떠한 것보다 큰 무대로 올라가겠죠. 후미카 누나도 포함해서 말이죠.
생각해보니 저 또한 마찬가지네요. 저도 조만간 무대 위에서 밴드의 형 누나랑 같이 연주를 해야 하니까요 하하.

 

어쩌면 앞으로 우리 둘에게 많이 힘든 일이 있겠죠. 수많은 시련들이 오겠고. 하지만 외롭거나 힘든 일이 있으면은 타치바나를 이 두 가지를 기억해주세요. 타치바나를 응원해주는 팬들을요. 항상 힘내라고 외쳐주는 팬들을 말이죠.

 

그리고 또 하나는... 저를 말이죠.
저 또 한 앞으로 아리스를 위해서 응원해줄 테니까요. 아리스가 무대 위에 올라오는 모습을 TV로 꼭 볼테니까요. 항상 지켜보고 그리고 응원해주는 제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주세요.

 

우리 둘 다 서로가 열심히 하자고요. 각자의 무대 위에서요.
후회가 없이, 즐겁게 그리고 이 순간들을 괴로운 기억이 아닌 즐거운 순간들로 기억할 수 있게끔.

 


편지를 다 읽은 뒤 아리스는 하늘 위를 바라보았다.
여러 모양의 솜털 구름들이 떠다니는 하늘은 왠지 모르게 그 어떤 때 보다 푸른색으로 보였었다.
소년은 푸른 하늘 위로 날아가 이상한 나라로 돌아갔다. 자신의 무대로 올라가기 위해.
이젠 아리스 자신도 조만간 그 무대 위로 올라가야겠지...

 

"나만의 무대 위로."

 

 

 

 

이번 프로젝트 크로네 가을 콘서트를 열심히 한 것도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생각돼요. 그때 편지로 약속했어요.

각자의 무대 위에서 후회 없이 그리고 이 순간들이 즐거운 순간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요.

 

네? 그 애 의 콘서트도 잘 되었냐고요?

 

후후후 뻔한 것을 왜 묻나요?
지금쯤이면... 걔도 거대한 무대 위에 올라와 있겠죠.
맞아요 지금이네요. 그 애가 말 한 콘서트가 시작하는 시간이....

 

 

 

 

 


한국 서울 Project Miracle 콘서트 대기실

 

"공연 시작 10분 전입니다! 준비해 두시길!"

 

스태프 한 명이 엘레멘탈 포스 대기실 있던 멤버들에게 외친 뒤 기타 손질을 하고 있던 라이트 브라운의 투사이드 업 헤어스타일에 검은색의 록 스타일 의 옷을 입고 있던 윤미나가 멤버들을 향해 바라보았다. 멤버들은 각자의 반응을 보였는데 베이시스트인 민선희는 긴장감을 덜어내려는지 후우-하는 숨소리를 내뱉었고, 드러머 정민영은 항상 그랬듯이 팔짱 낀 체 눈을 감은 체 벽에 기대고 있고, 송하람은 UFO 잡지를 보고 있었고...

 

"이야아아 프로듀서 이거 엄청난데요? 사람들이 이렇게 몰려오다니..."
"푸하하-그거야 모두가 열심히 해주었기 때문이죠-열심히 해주는 모두를 응원해주기 위해 팬들이 이렇게 몰려온 게 아닙니까?"

 

붉은색 두건의 키보디스트 박영웅하고 프로듀서가 서로의 잡담이 오고 가면서 미나는 고개를 젓고 있었다. 정말 저 두 사람은 긴장감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뭐 다들 열심히 해준 건 사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이렇게 당당하게 멋진 무대 위로 올라올 수 있게 되었고.

 

긴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 한 명 더 있었으니. 밴드의 막내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박한솔."
"네 누나?"

 

자신의 바이올린을 손보고 있던 한솔이는 미나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보았다.

 

"괜찮아? 시작하기 전에 나에게 얘기할 거 없어?"
"하하하 오늘부로 5번이나 물어보는 거네요 누나. 전 괜찮아요."

 

미나에게 대답을 하면서 한쪽 팔을 붕붕 돌리는 한솔.

 

"이래 보여도 저 팔팔하다고요. 전 괜찮아요."
"그러다가 지난 여름 콘서트 때처럼 쓰러지지 말고. 어디 뭐 이상 있으면 지금 말하라고."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누나 저 지금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되요."
"후훗... 일본에 있는 그 친구 때문이지?"
"그.. 그게..."
"네 속 다 보여 한솔 군."

 

하여간이라면서 고개를 젓는 미나.
한솔이가 미나에게 늘 항상 얘기하던 것이었다. 일본에서 만난 자기 또래의 여자아이. 그 여자아이랑 과의 약속 등..

 

"그때 편지로 약속했거든요 누나. 서로의 무대에서 열심히 하자고. 후회가 없이 그리고 즐거운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서요. 그러니 저는 지금 약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이면 안 돼요. 그 애가 실망하거든요."
"그래그래..."

 

자기 형 닮아서 은근히 고집불통인지... 아니면 로맨티시스트인지...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의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각오의 눈빛이 마치 불꽃처럼 불타오르고 있었고.

 

"다음 밴드는 엘레멘탈 포스! 무대 위로 올라와주시길!"
"우오! 시작이다 시작! 얘들아 후딱 하러 가자! 난 이미 버닝이야!"
"박영웅 네 심정은 이해하는데..."
"내버려 둬 미나. 영웅이가 저러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잖아."

 

흥분해 날뛰는 박영웅에게 일침을 하려 했지만 말리는 민선희. 한솔이는 이 광경을 보면서 고개를 저었다. 언제나 걱정한 거지만 타치바나가 만약 형을 보게 되면 많이 실망할게 뻔한데...
미나가 얼른 따라와라고 말하듯 손을 흔들자 한솔이는 그대로 따라갔다.

 

무대 위로 들어서자마자 그를 먼저 반긴 것은 자신들에게 향하는 팬들의 환호 그리고 물결과 같은 응원봉의 빛이었다.
소년은 생각했다. 타치바나도 설마 이런 무대 위에 올랐을까? 아니면 자신들보다 더 큰 무대에...?
이것만은 확실했다. 자신은 지금 누나와 그리고 형들과 같이 지금 이 무대 위에 올라와 있다고.

 

'나의 무대. 지켜봐 줘요 타치바나.'

 

민영이 형의 드럼 소리가 들려오면서 한솔이는 바이올린 스틱을 그대로 바이올린 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잠시 동안의 침묵과....

 

"원! 투! 쓰리!"

 

미나 누나의 외침이 시작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엘레멘탈 포스 멤버들은 이렇게 외쳤다.

 

"엘레멘탈 포스.... 고!"

 

Alice and White Rabbit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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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and White Rabbit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기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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