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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ER ONE CINDERELLA STORY 20 - 키시베 로한의 동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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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3, 2017 19:50에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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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시베 로한의 동화 ②

 

 

 카미야 나오는 입을 헤- 벌리고 하나씩 기억의 조각을 맞춰봤다. 조금 전까지 자신은 카페에 있었다. 질 좋은 원목으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 계단이 있는 카페에. 다양한 종류의 화분이 있어서 마치 숲 같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피톤치드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거야!’라는 느낌. 어디까지나 ‘느낌’일 뿐 진짜 숲은 아니었다.

 그런데 자신은 어째서 지금 진짜 숲에 와 있는 것인가? 그것도 이렇게 울창한 숲에. 요즘 환경운동이라던가 도시조경을 위해 공원 등에 숲을 만들기는 하지만 이 정도로 커다란 숲을 만들지는 않는다. 설령 만들었다 해도 이렇게 갑자기 끌려나올 리가 없다.

 “근데 왜 숲이냐고!”

 “진정하는 검다, 나오. 조난당했을 때는 침착하게 행동해야 하는 검다.”

 “침착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갑자기 숲이야! 어떻게 온 건지도 몰라! 구조요청 하고 싶어도 핸드폰은 먹통이고, 애초에 여기가 어디 숲인지도 몰라!”

 한쪽에서 떠드는 것을 무시하고 로한은 계속 주위를 살폈다. 이것은 스탠드 능력이다. 카페에서 로한이 앉아 있던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테이블. 그 밑에서 빛이 퍼져 나왔다. 적 스탠드유저는 분명 거기에 숨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 우리를 공격한 건지 알 수 없군. 키라의 소행은 아닌데.’

 로한은 상수리나무로 보이는 커다란 나무에 다가갔다. 어두운 갈색에 두꺼운 코르크 같은 껍질, 길쭉한 이파리 모양. 수액까지 조금 배어있는 것이 완벽한 상수리나무였다.

 “분명해. 이건 환상 따위가 아니다. 쿠죠 죠타로와 히가시카타 죠스케가 만난 ‘네뷸라 스카이’라는 스탠드는 기억을 토대로 환상을 만든다고 했지만, 나는 이런 숲에 와본 적은 한 번도 없어. 하지만 이건 진짜 상수리나무야. 다른 능력을 가진 스탠드의 공격인 건가?”

 로한은 말을 멈췄다. 히나가 다가온 것이다. 나오는 잠깐 볼 일 좀 보러 갔슴다, 로한 선생님은 뭐 좀 알아내셨슴까? 로한은 고개를 저었다.

 “빨리 돌아오라고 전해. 혼자 떨어져 있다가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니…….”

 꺄아아아아아아!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오의 비명이 들렸다. 나오! 히나가 달려가고 로한이 뒤따랐다. 나오는 가까운 장소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오라고 하기에는 애매했다. 20m 정도의 키, 울퉁불퉁한 껍질, 달걀형 이파리. 로한은 외쳤다. 느티나무야!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슴까! 이건 나오라구요! 나오가 느티나오가 돼버렸어!”

 “그래. 아주 기묘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군.”

 그녀의 얼굴은 나무 몸체에 가면처럼 붙어있었다. 안 그래도 풍성한 머리카락은 나무줄기, 잎과 일체화되어있었다. 정신을 잃은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으헿…….”

 “아아아아! 나오! 정신 좀 차려 봐요!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검까!”

 “비켜라, 아라키.”

 히나를 밀치고 로한이 느티나오 앞에 섰다. 정신을 집중해 자신의 스탠드를 꺼내들었다.

 “헤븐즈 도어!”

 작달막한 몸체에 나비넥타이, 속이 투명하게 비치는 실크햇. 핑크 다크 소년의 주인공의 모습을 한 스탠드가 나타났다. 아쉽게도 그 모습이 보이지는 않겠지만, 헤븐즈 도어의 능력은 히나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우오오오! 이, 이건!”

 느티나오의 몸이 펄럭 거렸다. 나무껍질이 뜯어지더니 책의 페이지처럼 펼쳐졌다. 그 안에는 깨알 같은 글씨가 빼곡히 적혀있었다.

 “뭐, 뭡니까, 이건? 설마 초능력인 검까? 로한 선생님이 하신 검까? 그렇다면 핑크 다크 소년은 사실 로한 선생님이 실제로 겪은 일대기라는 소문이 사실인 검까!”

 “조용히 해라, 아라키. 정보를 얻어야 한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카미야 나오가 먼저 당해준 덕에 우리는 적 스탠드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었어.”

 느티나오의 페이지에 적힌 글씨는 그녀의 인생의 요약. 어떤 비밀스러운 정보라고 해도 숨길 수 없이 드러나게 된다. 제일 처음 보이는 프로필부터 읽어나갔다.

 “카미야 나오. 연령 17세, 생일은 9월 16일, 처녀자리. 키 154cm에 체중 44kg. 쓰리사이즈는 위에서부터 83-58-81이었는데 최근에 허리가 56이 되었다. 혈액형은 AB형. 주로 왼손을 쓴다. 취미는 애니메이션 감상이고 가장 재미있게 보는 것은 ‘핑크 다크 소년’과 ‘유체이탈 풀봇코.’ 하지만 동료인 시부야 린과 호죠 카렌이 이런 취향을 가지고 놀려서 곤란하다. 친한 친구들이지만 놀리기 좋아하는 녀석들이라 쉽게 털어놓기 힘든 비밀이 있다. 바로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만, 그만! 아이돌의 프라이버시를 건드리면 안 됨다!”

 “조용히 해. 이제부터가 중요하니까. ‘히나 씨가 위로해줘서 조금은 진정되었다. 그랬더니 오줌이 마려워졌다. 수풀로 들어가서 팬티를 내리는데…….’ 알았어, 알았어. 이 부분은 넘어갈 테니까 죽일 듯이 노려보지 말라고. ‘갑자기 반투명한 나무가 나타났다. 일렁이는 모습이 형태를 가진 에너지처럼 보였다. 촉수 같은 뿌리로 걸어왔다. 도망치려고 했지만 촉수에 잡혀버렸다.’ ……여기서 끊겨버렸군.”

 “그러니까 나오가 정체불명 괴물 나무에게 먹혀버렸다는 검까?”

 먹혀버렸다? 뭔가 이상하다. 이 느티나오의 형태는 그런 것이 아니다. 로한은 페이지를 넘겼다. 묘한 서술을 발견했다.

 

 쌍떡잎식물 쐐기풀목 느릅나무과의 낙엽활엽 교목으로 규목(槻木)이라고도 하는데 산기슭이나 골짜기 또는 마을 부근의 흙이 깊고 그늘진 땅에서 잘 자란다. 높이는 26m, 지름이 3m 정도이며 굵은 가지가 갈라지고, 나무껍질은 회백색이고 늙은 나무에서는 비늘처럼 떨어진다.

 

 느티나무에 대한 정보였다. 이게 왜 여기 적혀 있는 거지? 이 페이지에는 카미야 나오의 인생에 대해 적혀있어야 할 터. 그리고 이 부분만 글씨체가 다르다. 이건 마치…….

 “으아아아! 로한 선생님! 뭔가가 나타났슴다!”

 “뭣? 이건!”

 형태를 가진 에너지처럼 생긴 반투명한 나무. 느티나오의 기억에 쓰여 있는 것과 똑같았다. 촉수 같은 뿌리로 걸어오고 있었다.

 “헤븐즈 도어!”

 로한의 스탠드가 힘을 발휘했다. 나무껍질을 뜯어내자 페이지가 넘어갔다. ‘걸어 다니는 나무는 춤추는 걸 좋아합니다. 뿌리로 걸어 다니며 같이 춤출 상대를 찾아다닙니다. 잠을 잘 때는 평범한 나무처럼 땅 속에 들어간 답니다.’ 묘한 서술이 적혀있었다. 느티나오에게 적혀있던 묘한 서술과 같은 글씨체였다. 걸어 다니는 나무라는 건 이 녀석을 말하는 건가?

 “도망가자, 아라키!”

 “네? 나오는 어떡하고요?”

 “우리까지 잡히면 끝장이야! 적 스탠드유저를 찾아야 해!”

 로한은 히나를 잡아끌었다. 나무의 움직임은 별로 빠르지 않았다. 불필요한 움직임이 많은 것이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촉수를 뻗어 히나의 가방을 붙잡았다. 아, 안 돼!

 “뭐하는 거야! 버려!”

 “하지만 로한 선생님! 여기에는 제 피땀 어린 원고가 있단 말임다! 으어어!”

 촉수가 가방 째로 잡아끌었다. 끌려가는 히나에게 로한이 헤븐즈 도어를 사용했다. 페이지가 펼쳐짐과 동시에 펜을 꺼내 글씨를 휘갈겼다.

 ‘가방을 벗어던지고 전방으로 날아간다.’ 절대적인 명령이 적혀졌다. 히나는 자기도 모르게 가방을 벗고, 날아갔다. 스스로도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 하면서.

 걸어 다니는 나무는 빼앗은 가방을 끌어안더니 가방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방의 형태가 변화했다. 위로는 가지, 아래로는 뿌리가 돋아나고 표면은 거친 나무껍질이 되었다. 껍질 표면의 주름에는 지퍼가 있고, 나뭇잎에는 히나가 그린 만화가 새겨져 있었다.

 “나무와 가방이 하나가 되었다. 아니, 가방이 나무로 변했어! 카미야 나오도 저렇게 된 거야!”

 멍멍! 어디선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왈왈! 왕왕! 수풀을 헤치고 기묘한 개들이 튀어나왔다. 털은 빗자루의 솔이었고, 꼬리는 손잡이처럼 쭉 뻗어있었다.

 로한은 녀석들에게도 헤븐즈 도어를 사용했다. ‘빗자루 강아지는 청소를 좋아해요. 강아지처럼 신나게 뛰어놀지만 빗자루 같은 털 덕분에 집안은 깨끗해지지요. 그리고 침입자를 내쫓는 용감한 경비견이기도 합니다.’ 역시 아까와 같은 글씨체로 적혀있었다.

 “설정이야. 이야기에서 등장인물에게 부여되는 설정. 내 헤븐즈 도어와 비슷해. 이 녀석들은 누군가 부여한 설정을 원동력으로 움직이고 있어. 문체로 보았을 때 이건 만화나 소설이라기보다는…….”

 “로한 선생님, 조심해요!”

 나무 위에서 빗자루 강아지가 뛰어내렸다. 로한은 재빨리 가방으로 방어했다. 가방이 찢어지고 스케치북이 떨어졌다. 로한이 그린 거리의 풍경이 펼쳐졌다. 으르렁거리던 빗자루 강아지가 스케치북을 발견했다. 놈의 몸에서 반투명한 에너지가 뽑혀 나왔다. 강아지의 형태를 한 에너지는 그대로 로한의 스케치북으로 빨려 들어갔다.

 “뭣이! 저건 설마…….”

 로한은 도망을 그만뒀다. 거기서 뭐하는 검까, 로한 선생님! 그의 정면으로 빗자루 강아지 무리가 덤벼들었다. 로한은 펜을 들었다. 그리고 그림을 그렸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정신을 최대한 집중하면 간신히 잔상이 보이는 스피드였다. 밑그림도 없는 공간에 잉크가 퍼졌다. 데생도 없이 복잡한 구도를 가진 강아지 한 마리가 완성되었다. 그것을 본 빗자루 강아지 한 마리의 몸에서 반투명한 에너지가 나오더니 그림으로 들어갔다. 로한은 씩, 웃었다.

 “정체를 알았다. 저 반투명한 에너지는 영혼이야! 생물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영혼! 온갖 사물 안으로 들어가서 그 특성을 ‘부여’하는 능력이었어!”

 빗자루 강아지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로한은 눈 하나 깜빡 않고 그림을 그렸다. 손을 한 번 휘두르자 강아지의 틀이 잡혔다. 다시 한 번 휘두르자 잉크 방울이 표창처럼 날아가 채색을 완료했다. 마지막으로 효과선과 명암을 그어 강아지를 완성했다. 빗자루 강아지들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와 그림 속으로 흡수되었다.

 “대체 어, 어떻게 하신 검까?”

 “옛날에 신라라는 나라에 솔거라는 화공이 살았었지. 그가 어느 절에 나무를 그렸더니 날아가던 새들이 그림을 진짜 나무로 알고 날아와 부딪혔다. 너무나 사실적인 그림이 새들의 영혼에 영향을 끼친 거야. 착각을 일으킨 거다, 감동으로! 이것도 마찬가지야! 억지로 갖다 붙인 영혼들은 진정한 감동을 주는 예술 앞에서 무력하게 힘을 잃는 것이다! 너무나도 사실적인 그림에 감동해서 그림을 진짜로 알고, 영혼들이 날아오는 거다!”

 “감동……. 영혼의 감동!”

 히나의 눈이 번쩍 뜨였다.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림을 보는 새로운 감각이 깨어난 것처럼 로한의 그림에서 광채가 보였다. 경이로움과 함께 어떤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뒤를 조심해라, 아라키.”

 “예? ……으어어!”

 남아있던 빗자루 강아지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당황한 히나에게 로한은 자신의 펜을 던져주었다. 펜을 잡은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달라졌다. 날카롭게 적을 응시하고 손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강아지 한 마리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빗자루 강아지의 영혼이 뽑혀 나왔다. 전부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어? 어, 어? 어어어!”

 생각지도 못한 스스로의 실력에 히나는 얼이 빠졌다. 금세 정신을 차리고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해냈어어! 신나서 춤을 추자 그녀의 등 뒤에서 페이지가 펄럭거렸다. ‘키시베 로한과 같은 스피드로 손을 움직일 수 있다.’ 라고 쓰여 있었다.

 ‘헤븐즈 도어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스피드 뿐. 그림 실력은 오로지 아라키의 힘. 그렇다고는 해도 저 정도의 퀄리티를 내다니. 스탠드 능력이 숨겨져 있던 재능에 영향을 끼치기라도 한 건가?’

 흥미로운 연구대상이었지만 지금은 비밀을 파헤칠 여유가 없었다. 로한은 빗자루 강아지에게서 뜯어낸 페이지를 확인했다.

“ ‘un deux trois. un deux trois. 동화 나라 주민들과 함께 신나게 춤을 추었다. 커다란 케이크를 둘러싸고 파티를 벌였다. 메르헨 마녀가 있는 한 우리들의 파티는 끝나지 않아.’ 역시 이건 동화야. 문체나 내용이 동화를 닮아 있어.”

 “뭘 보시는 검까? 어라? 이건 노노의 글씨체잖슴까?”

 “뭐라고?”

 “노노요. 아까 보여드렸던 만화의 스토리를 짠 아이돌 동료말임다. 그 애랑 글씨체가 같은데. 아, 설마 노노도 영혼들한테 먹혀버린 건가! 어? 그럼 그 때 노노도 가게에 있었다는 거?”

 “……아무래도 스탠드유저를 찾은 것 같군.”

 로한이 품에서 새로운 펜을 꺼냈다.

 

 *

 

 점점 흥분이 고조되었다. 글을 쓰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손가락 마디가 아프고 팔목이 뻐근했지만 노노는 펜을 놓지 않았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머릿속에서 상상력이 솟구쳤다. 그것이 구현된 것이 바로 이 동화의 나라 ‘언더 더 테이블.’

 이 세계에서 노노는 신이었다. 뭐든지 노노의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 남들과 눈 마주치지 않고 노트만을 보면 된다. 억지로 노래 부르고 춤 출 필요 없다. 그런 것은 저들이 대신 해줄 것이다. 자신은 커다란 삼단 케이크 위에 자리를 잡고 저들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 창작만 하면 된다. 다람쥐 노신사가 도와줄 것이다.

 “모리쿠보, 이렇게나 즐거운 일은 처음이에요. 여기서는 무리쿠보가 아니에요. 할 수 있쿠보예요!”

 “즐거우신 것 같아 다행이군요. 노노 양.”

 어느새 노노도 노래를 흥얼거렸다. 노트 십 수 페이지에 동화의 내용이 적혔다. 입꼬리가 점점 올라갔다. 이제 다음 대사를 쓸 차례였다. 메르헨 마녀의 지휘 아래 숲 속에서 뛰노는 주민들. 주민들은 입을 모아 외친다.

 “고양이가 죽었다아!”

 고양이가 죽었…… 어?

 “그런 대사는 쓰면 안 되는 건데요!”

 케이크 아래에서 주민들이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키시베 로한과 아라키 히나가 있었다. 엄청난 스피드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주민들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와 빨려 들어갔다. 아, 안 돼!

 “그러면…… 그런 짓 하면 안 되는 건데요! 지금 대체 뭘 하는…….”

 “네가 모리쿠보인가?”

 키시베 로한이 쏘아붙이듯 물었다. 노노는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 그, 그런 건데요……. 주눅 들었다. 생크림 뒤로 몸을 숨겨버렸다. 로한의 무서운 혹평이 떠올랐다. 이 작품은 최악이다! 이 동화의 세상까지도 최악이라고 헐뜯으려고 온 것인가.

 “그런 건 사양인데요오…….”

 풀려버린 노노의 눈에 생기를 찾아준 것은 로한이 말한 의외의 평가였다. 훌륭했다, 너의 스토리!

 “네?”

 귀를 의심했다. 혹시 자신이 잘못들은 것이 아닐까? 왜 갑자기 그가 평가를 뒤집은 것이지? 노노는 생크림 뒤에서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거, 거짓말 하는 건 싫은 건데요…….

 “거짓말이 아니야. 너의 스토리는 훌륭했다. 재능이 있어.”

 “저, 정말로요?”

 “이 키시베 로한, 예술에 있어서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로한은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얼굴 달린 찻잔들이 영혼을 잃고 바닥에 떨어졌다.

 “아마도 카페에서 했던 말을 듣고 오해를 한 것 같군. 내가 혹평한 것은 아라키가 그린 다른 만화다. 하지만 너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은 괜찮았어.”

 눈물이 맺혔다. 태어나서 이런 호평을 들어본 건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꿈을 말해본 적이 별로 없고 오히려 숨겨왔다. 부끄러웠다. 자신감 없고 네거티브한 자신이 동화라니. 그래도 꿈이니까 남몰래 힘을 냈다. 그것이 지금 인정받았다. 모리쿠보…… 정말로 기쁜 건데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스탠드를 멈춰!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해!”

 “그렇슴다, 노노! 계속 이러고 있으면 노노의 프로듀서랑 동료들이 걱정할 검다!”

 아. 깨달았다. 만나기 껄끄러워 피하고 있던 사람과 마주쳐버린 기분이었다. 퇴로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합석을 해야 하는 기분. 이대로 돌아가면 아이돌 일을 해야 한다. 프로듀서가 싫지는 않다. 동료들은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돌 활동은 하고 싶지 않다. 노노는 마주치지도 않은 눈을 피했다.

 “저기……꼬, 꼭 갈 필요가 이, 있는 건가요?”

 “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러니까…… 모리쿠보는 무리쿠보라서……. 아이돌 활동 같은 거 애초부터 무리……였는데요. 프로듀서가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하고는 있었지만…… 이제는 그만두고 싶은 건데요……. 여기서는 모리쿠보 마음대로 동화도 쓸 수 있고, 남들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는데다, 솔직히 말하자면 돌아가고 싶지 않은 건데요…….”

 푹, 하고 소리가 귀에 꽂혔다. 노노와 히나는 흠칫 했다. 로한이 들고 있던 펜을 집어던진 것이다. 그의 얼굴에 음영이 들었다. 눈을 시퍼렇게 뜨고 노노에게 외쳤다. 모리쿠보오오!

 “히, 히이이익!”

 로, 로한 선생님? 히나마저 깜짝 놀랐다. 로한의 목에 핏대가 서고 혈관이 도드라졌다. 씩씩대는 숨소리가 노노에게까지 들릴 지경이었다.

 “기껏 이 키시베 로한이 너의 스토리에 맞춰 그림을 그려주고 있는데 그 따위 소리를 하다니. 잘 들어라. 창작자는 남에게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해 창작을 하는 거다. 단지 그 뿐이다! 단 하나의 단순한 이유! 그것을 위해 『리얼리티』가 있는 소재를 찾고, 표현하기 위해 머리를 쥐어짜는 거다! 그런데 돌아가지 않고 이런 곳에 처박혀서 혼자 동화를 쓴다고? 실망이군! 환멸 했다! 무리쿠보? 아니, 너 따위는 무리도 아니야! 아무 짝에도 쓸모없어! 『무다無駄』다! 무다쿠보다! 이 키시베 로한의 일러스트를 받을 자격이 없다!”

 “잠깐만요, 로한 선생님! 그건 말이 너무 심하잖슴까. 어떻게든 노노를 달래서 데려가도 모자랄 판에. 프로듀서가 곤란해 할 거란 말임다.”

 “저 녀석은 겁쟁이에 찌질이야. 그저 아이돌 활동에서 도망치기 위해 동화를 선택했을 뿐. 프로의 정신이 결연된 녀석은 민폐라고.”

 둘이 티격태격대는 와중애 케이크 꼭대기에서 노노는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손에 잡은 펜으로 케이크를 찍었다. 로한 선생님은…….

 “완전 귀축! 귀신 악마 로한 선생님인건데요!”

 빽, 하고 지른 소리에 히나는 멍해졌다. 노노가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단 말이야? 강렬한 록 음악을 부를 때나 낼 법한 소리였다.

 “모리쿠보는 정말로, 진심으로, 동화를 쓰고 싶은 건데요! 사람 만나는 게 싫어서 혼자 방구석에 앉아 그림이나 그리는 만화가한테, 그런 소리 들을 이유 없는 건데요!”

 “그거 저한테도 팩트 폭행이지 말임다, 노노!”

 노노의 입술이 떨렸다. 처음 듣는 커다란 소리에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을 쏟아냈다.

 “다른 건 상관없지만 모리쿠보의 작품을 무시한 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건데요!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그 말을 철회시킬 건데요!”

 펜을 뽑았다. 노트에 동화를 퍼부었다. 도망치기 바쁘던 주민들이 갑자기 멈춰 섰다. 몸에서 기운을 발하더니 괴성을 질렀다. 우오오오!

 “지금의 모리쿠노는 열폭쿠보! 로한 선생님이 모리쿠보를 인정하게 만들고 말 건데요!”

 

 평화롭던 동화 나라에 악당 만화가가 나타났습니다. 만화가는 마법의 그림으로 주민들을 봉인했습니다. 주민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메르헨 마법사는 펜을 들고 맞서 싸웠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주민들도 용기를 냈습니다.

 

 노트에서 영혼들이 튀어나왔다. 온갖 동식물과 사물에 깃들거나 영혼 그 자체로 공격해왔다. 접시들이 원반처럼 날아오고, 동물들은 발톱을 세웠다. 구름은 새까맣게 변해서 하늘을 뒤덮었다. 로한은 태평하게 말했다.

 “동화라는 건 본디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지만 예전에는 『교훈』보다 『경고』의 의미가 컸지. 어른 말을 안 들으면 안 된다던가, 늦게까지 돌아다니면 안 된다던가. 나쁜 짓을 해서 호되게 혼나거나 비참한 최후를 맞는 아이들이 많은 이유야. 이른바 『잔혹동화.』”

 “분석만 하지 말고 도와주세요, 로한 선생님!”

 히나는 혼자서 그림을 그렸다. 마감직전의 밤 이상으로 바쁘게 손을 놀렸다. 하지만 혼자서는 역부족이었다. 어느새 그녀와 로한은 포위되고 말았다.

 ‘이대로는 안 돼! 끝장이야!’

 

 

 

 

 

스탠드명 – 언더 더 테이블

본체 – 모리쿠보 노노

 

파괴력 없음

스피드 없음

사정거리 B

지속력 C

정밀동작성 C

성장성 A

 

테이블 아래에 동화의 나라로 통하는 문을 연다. 동화를 쓰면 설정에 맞는 영혼을 만들 수 있다. 영혼은 사물에 깃들어 그 영혼이 가진 특성을 부여할 수 있지만, 감동적인 예술과 마주하면 힘을 잃는다. 다람쥐 노신사는 노노의 상상력이 가미된 아바타일 뿐, 스탠드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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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20화 입니다.

뒷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지금까지, 이번에 처음, 그리고 앞으로도 @ㅓ나스토를 읽어주실 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노노가 아이돌을 하는 과정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렇게 하기 싫다는 애를 굳이 시켜야 하나?" 라고요.

물론 여기에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으므로 너무 엄근진하게 다가가면 안 되겠지만,

소재로서 써보면 재밌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노노가 진심으로 아이돌 하기 싫다고 말하는 이야기를 구상하던 중에 어느 노노P 분의 아이디어를 보았습니다.

3월 23일에 올라온 글이니 오늘(5월 23일)로 딱 두 달 된 글이군요.

아이디어 제공의 동의를 받고, 한참 지나서야 쓰게 된 이야기가 이것입니다.

 

노노가 정말 제대로 빡이 돌아서 화를 내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어려워 보였지만 생각보다 답은 간단한 곳에 있었습니다.

모욕. 그냥 무시나 욕하는 걸 넘어서 아주 모욕과 멸시가 담긴 말을 하는 거죠.

노노가 좋아하는 동화까지 포함해서 제대로 된 극딜을 말입니다.

그걸 할 만한 인물이 바로 로한 선생이었습니다.

 

아무리 노노라도 저 정도로 무시를 당하면 화가 날 수밖에 없겠죠.

안 그러면 그냥 호구고......

 

어쨌든 그러하여 이야기는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과연 노노는 무다쿠보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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