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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판타지] 제 10장 - 출항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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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1, 2017 21:42에 작성됨.

" 아이가.. 아이가 아파요 ! "

 

" 열병이 몇 주 동안이나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발 제 아내좀 살려주십시오... ! "

 

어딜 가나 도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카와시마 영지에만 있었다면 결코 들을 수 없었던, 들을 리 없었던 약자들의 신음과 통탄이 들려온다. 오토노키자카 제국이 함대를 이끌고 대대적으로 침공해올 무렵에 이곳에 있던 수 천은 수 백으로 줄어들었다. 함포사격과 네이팜의 화마 속에서 생물 무생물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잿더미가 되버렸다.

마에카와 미쿠가 열과 성의를 다해서 이 마을의 복구를 돕고 사람들의 복지에 이바지 했다지만, 몇개월로는 완치되지 못할 만큼 전쟁의 상흔은 깊었다. 그 증거로, 아직까지도 마을 곳곳에는 덜 치워진 구조물들의 잔해더미와 아무렇게나 묻혀져 묘비 역할로 나무 판이 박혀있는 투박한 무덤들이 곳곳에 보인다.

 

빛을 머금은 손길이 식은땀으로 가득 찬 어린아이의 위로 훑고 지나가자, 찡그리던 아이의 표정이 이내 편안해진다. 끓어오를 듯 뜨겁던 몸도 본래의 적정한 따스함으로 돌아오고, 가파르던 숨소리도 안정되어갔다. 아이의 부모는 깊은 감사의 인사와 절을 아끼지 않는다.

 

"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당신이야 말로 구세주이십니다... ! "

 

시마무라 우즈키, 구원자로 불리우게 된 그녀는 부모의 절에 눈웃음을 남기고 다른 아파하는 이들에게 다가간다. 우즈키가 몇걸음 앞으로 나서자 뒤따르던 성기사들이 그 자리를 지나간다. 우즈키의 요청으로 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기사들이 그녀의 호위를 위해 동행하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그나마 낫다면, 성기사 뿐만 아니라 그녀가 잘 하는 두명이 있다는 것이었지만.

 

" ... 그러면 지금 주변에 세워진 건물들은 전부 마에카와양이 짓고 간겁니까 ?! 대-단하네요 ! "

" 그렇다는 것 같아요. "

 

전쟁통으로 젊은이들은 징집되고 그나마 남아있던 젊은 사람들도 태반이 전란통에서 목숨을 잃었다. 마에카와 미쿠는 그런 인력난 속에서 실로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업적을 이뤄낸 것이다.

그녀를 포함한 아스타리스크의 일원들은 이제 더 이상 도둑놈들 이라는 오명이 남아있지 않을만큼 건실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자기가 바로 그녀가 일궈놓은 길을 고루고루 피게 만드는것이 당연하다고, 우즈키는 미쿠가 한것들을 떠올리며 사명감에 복받쳐 오른다. 언제나 마음 한구석이 선연찮은 선교 활동이었으나 오늘 만큼은 그렇지 않아 발걸음이 한결 무게를 덜었다.


" 이제 괜찮아요. 자.. "

" 머리 아프던거 사라졌어.. 고마워 누나 ~ ! "

" 후훗, 이제 부모님 걱정시켜드리면 안된다? "

" 응 ! "

" 아이고, 정말 고맙습니다..! 정말로 고맙습니다.. !! "


눈물흘리며 감춤없이 감사를 표하는 이들. 그들의 손을 맞잡아준다. 그들이 웃으니 자신도 웃음이 흘러나오고, 감싸고 있는 빛은 커지며.. 더 많은 이들이 그 빛에 이끌려 신실함을 꽃피운다.


멀리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대주교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서려있었다.

그런 그녀의 뒤편으로 작은 키에 어울리지 않는 쇠로 된 발걸음이 다가온다. 그녀는 작은 신장에 어울리지 않게 진중하고 엄숙한 얼굴로 대주교의 뒤에 잠시동안 묵묵히 서있다가 입을 연다.


" 평화롭기 그지없네요, 대주교. 만반의 대비를 기해야 한답시고 우리까지 부를 이유는 없었을 것 같은데요? 행렬에 포함됬던 성기사들로 충분했다 사려됩니다. "

" 엘드리치께선 그리 생각하고 계시는군요. "


의미를 파악하기 힘든 말을 건네는 주교를 향해 엘드리치, 오오하라 미치루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 대주교는 항상 말을 건넬 때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데.. 이번에는 더 노골적이기에 역으로 수상쩍었다.

 

" .. 요 근래 이 마을사람들이 실종되고 있다는 정보를 얻었어요. "

 

" 실종...! "

 

미치루는 흠칫한다. 동시에, 그녀의 뒤편에 두배는 큰 덩치의 성기사들이 메이스를 곧게 바로잡아 든다. 왕도가 몰락한 날을 기점으로 어딘가 맹하고 둥글둥글했던 분위기는 모조리 사라지고 대신 강렬한 카리스마와 적의가 들어찬 그녀를 얕보는 기사들은 더 이상 존재치 않았다.

 

" 아마도 별 부스러기에 메달리는 이들의 소행으로 여겨지는데, 그들이 우리의 태양을 혹여 노릴까 해 염려가 커서 잠을 이루지 못하겠더군요. "

 

" ... 단순히 구세주의 신변이 염려되는 것이라면 일반 성기사를 증원하는 걸로 충분할... 설마.. "

 

" 후후.. 말 몇마디 섞으니 바로 눈치채셨군요. 엘드리치의 현명함엔 감탄하게 되요. "


늙은 미소가 드리워지고, 미치루는 미간을 찌푸렸다.

 

" 그 광신도들의 소굴은 몇 곳으로 특정해놓았으니, 오늘 밤에 이곳들을... "


아이가 소매 속에서 작은 지도를 꺼내어 그녀에게 건넨다. 지도에는 선명한 붉은 잉크로 X 자 표시가 몇개 그어져 있었다. 대주교로부터 지도를 받아든 그녀의 얼굴에 힘줄 몇가닥이 더 솟구쳐 올랐다. 지도에 표시된 마크를 당장이라도 태워버릴 듯 두 눈이 이글거렸다.

 

 

 

 

 

 

 

 

" 저 사람.. 틀림없어. 오오하라 미치루야. "

" 오오하라.. 그 오오하라 베이커리 말인가요 ? "


회관으로 향하는 무리를 멀찍이 있는 곳으로 역으로 지켜보던 미호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힌다. 너무 오랫동안 능력을 발휘하고 있어서 몸에 힘이 빠져 하늘하늘거렸다. 그런 그녀의 품에는 두껍고 흰 종이가, 그리고 한 손에 펜을 쥐고있었다.

 

" 그런데.. 오오하라 베이커리는 왕도의 재앙 때문에.. "

" 일가가 모두 목숨을 잃었다고 들었는데, 미치루 양은 살아있었던 건가? "

" 미치루는 당시에 캔디 아일랜드에서 파견온 관계자였던 지라 여왕님이랑 동행해서 무사했었다 들었슴다 ! "


뒤에서 아카네가 우즈키와 미호에게 큰 소리로 그리 설명했다.

하지만 그것 뿐이었다. 어째서 그녀가 히다카 아이 대주교와 함께 성기사들을 이끌고 있는지, 그녀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자세하게 알지 못했다.

 

" 키가 작아서 대주교에게 가려 말하는게 제대로 안보였어.. 주교는 지도로 보이는걸 건네준 것 같았는데.. "


" 지도요? "


" 아, 여기에. 대략적으로 적은거지만.. 그래도 입모양을 보고 열심히 따라적어봤어. "

 

미호는 그리 말하며 종이를 건네었다. 내용은 즉슨, 광신자 라고 불리우는 자들이 이곳 마을 사람들을 납치하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자세한 것을 더 이상 알수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안다고 해도 마땅히 지금의 자신들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그들에게는 그것보다 중한 일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우즈키에게 중요한 것.

 

" 우리에 관해서는 그냥 관찰만 하고 있는 듯 보였어. "

" 그런가요 ? "

 

그녀는 혹여라도 대주교가 미호와 아카네에게 해코지 할 계획을 꾸미고 있는것은 아닌가했던 노심초사한 마음을 거두고 걱정을 가라앉힌다. 아직 도와야 할 사람들이 저 멀리까지 아주 많았다. 아카네가 겨우 몸으로 저지해야 하고 있을 만큼...

 

" 도와주십시오 ! 도와주십시오 ! "

" 저희 아이도 많이 아파요.. ! 제발 구원을... ! "

 

' 누우우웃.. ! ' 아카네가 주민들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힘조절하며 막아서려하니 벅차서 한두걸음씩 밀려나고 있었단 사실을, 미호와 우즈키는 그제서야 깨닫는다. 우선 미호가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이어서 차례차례 몸과 마음의 고통을 우즈키가 한껏 덜어내준다. 전란 속에서 신체의 일부를 잃었거나, 전쟁 후에 후유증으로 병을 얻어 오늘내일을 세어가는 쇠락해가는 이들을 돕는다.

그녀의 빛은, 모든 것을 어루만지고 치유하는 것으로 보였다.

허나, 단 한가지. 한 가지의 예외는 존재했다.

 

" 제발 이 아이에게 빛을... ! "

중년의 여인이 눈물자국이 눌러붙은 채 허겁지겁 아이를 껴안고 다가왔다. 우즈키는 언제나처럼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길을 부모와 자식에게 비추다가... 문득 위화감을 느끼고 빛을 도로 거두었다. 이어서 침을 삼키고 숨을 고른다

잠시 후, 그녀는 부모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 죽은 이를 살리는것은, 할 수 없어요... 죄송합니다... "

 

옆에서 지켜보던 미호와 아카네가 흠칫한다. 자세히 보니 안겨있는 아이는 두 눈을 지긋이 감은 채 미동도 않고, 마르디 마른 몸에 더해 피부색도 창백하다 못해 잿빛에 가까웠다. 부모는 우즈키의 입에서 나온 말에 더 이상 짜낼 것도 없을 것 같았던 눈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호소한다.

 

"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다고 목숨을 잃어야 했습니까... ! 제발, 제발 이 아이에게 체온을 돌려주세요 ! 부탁드립니다... 제발.. "

" 죽음만큼은... 이미 잃어버린 생명 만큼은 저도 어쩔 수 없.. "

" 아이를 돌려달라고 ! "

 

" .... ! "

 

어미의 목청이 공격적으로 바뀐다. 그걸 눈치챈 아카네는 재빠르게 우즈키와 여인 사이에 치고들어온다.

 

" 아이를 살려줘... 아이를 .. 내 아이를... !! "

" 거기까지임다 ! "

 

" 아이를 돌려... 쿠억?! "

 

" 아차... ! "

 

깡마른 몸으로 우즈키를 향해 팔을 휘두르려 하자 그것보다 더 빠른 수도가 그녀의 뒤통수로 들어간다. 어미는 죽은 아이와 함께 바닥에 쓰러진 채 움찔거렸다. 목숨을 빼앗을 강도로 후려친 것은 아니었으나, 아카네는 후려친 순간 자기가 취한 조치가 너무 과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미호와 우즈키가 놀란 얼굴로 아카네와 쓰러진 여인을 번갈아본다. 주변에 도움을 호소하며 웅성이던 이들도 그 순간 만큼은 정적으로 일관하였다.

아카네가 쓰러진 여인과 아이의 시신을 수습하여 안전한 장소에 놓아두는 사이, 미호가 우즈키의 손을 붙잡고 갈 길을 재촉한다.

 

측은한 눈길만을 남긴 채 우즈키는 그렇게 그곳을 벗어났다.

 

 

 

 

 

 

시간은 흘러 해가 능선 너머로 저물어 갈 무렵.

사람들에 대한 구호활동을 마치고 회관 방향으로 돌아오자 성기사 몇명과 함께 마을의 장로이자 촌장인 늙은 남자가 맞이해준다. 남자는 조심스레 우즈키의 손을 붙잡고 깊게 고개숙인다.

 

" 죄송합니다.. 저희 마을에서 그런 불상사가 일어나게 하다니, 제가 부덕한 탓입니다. 부디 그 아낙네를 용서해 주십시오.. ! "

 

오후에 있었던 죽은 아이를 살려달라 하던 여인에 대한 말이라는걸 알았다.

우즈키는 마르고 주름진 손을 맞잡고 역으로 고갤 숙인다.

 

" 죄송해요.. 제가 더 도움이 되지 못해서... "

" 앗... 아아.. 이리도 겸손하고 자애로우실 수가... ! "

 

" 태양이시여, 사람들에게 구원을 베풀어주고 오시는 길입니까 ? "

 

육중한 기사들의 열 사이로 대주교가 태연하게 말을 걸어온다. 우즈키는 그녀의 뒤편으로 미호가 봤다던 오오하라 미치루가 없음을 알아챈다. 미호의 관찰 결과가 아니었다면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과 긴밀하게 중대사를 주고받는 다는걸 몰랐었기에, 그것이 더더욱 신경쓰였다.

하지만 그런걸 캐물었다가는 미호와 아카네가 무슨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기에 우선은 함구하고 마을의 이런저런 이야기만을 나눈다.

 

" 다른 기사분들은 어디계시나요 ? 올 때 보다 몇 분이 비어계신 것 같은데... "

" 아아, 괘념치 마십시오. 마을의 치안관리를 위해 몇개의 조로 나뉘어 순찰을 하고 있습니다. " 아이 대주교는 손녀를 대하는듯한 상냥한 미소로 대답을 내놓는다. 확실히 성기사단의 전력이 치안유지를 위해 활용된다면 비록 하루 뿐이라도 그것만큼 훌룡한 것이 없으리라. 더군다나 종교의 심볼로 묘사되는 영광의 태양 그 자체인 우즈키가 하룻동안 머무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것이 좋았다.

 

" 그렇군요. " 우즈키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곤 이어서 대주교에게 전했다.

 

" 오늘은 조금 일찍 들어가서 쉬어도 될까요 ? "

" 네, 원하실 대로. 믿음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제가 저녁에 있을 선교집회를 통해 전파토록 하겠습니다. "

" 그럼 부탁드릴게요. "

 

 

우즈키가 숙소로 들어가는 걸 지켜보는 주름진 두 얼굴은 이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 그러면 아까 말씀드렸던 이곳에 대성당을 건축하려는 기획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드셨나요 ? "

" 이토록 적극적으로 저희를 위해 힘써주셨는데, 거절 할 이유가 없지요... 대주교님께서 옳으셨습니다.. "

" 저희가 만국백성들을 향해 헌신하고 싶다는 마음을 알아주셨다면 그걸로 전부입니다. 그럼 오늘 저녁에..... "

 

 

 

 

 

 

 

 

 

 

 

" 오늘 저녁에, 예정대로 이곳을 벗어날 거에요. "

 

뒤이어 그녀는 어깨에 들어가있던 힘을 풀고 긴 숨을 내쉰다.

미호와 아카네.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즈키가 조심스런 발걸음으로 실내로 들어온다. 미호는 우즈키보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자기 짐을 풀어 안에서 헝겊 인형 세 개를 꺼내들었다. 인형들은 각자, 우즈키와 미호, 그리고 아카네의 모습을 50퍼센트 정도만 닮은 형태를 하고있어 조악하기 짝이 없었다.

 

" 더미들은 다 준비됬어. "

" 선박도 아까 낮에 미리 준비해 두었슴다... ! "

 

" 저를.. 믿고 따라와 주실 수 있나요 ? "

 

갑작스런 질문임에도 둘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 물음에 긍정한다. 두 눈동자에 힘이 가득 서려있음으로 무엇보다 확실하게 알 수 있다.

 

" 나, 다시는 우즈키를 의심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우즈키가 그런 내게 다시 기회를 줬으니까. "

" 저 역시... ! "

 

아카네는 자신에 차 자기 가슴을 통통치며 활기차게 응답한다.

둘로부터 재차 확실하게 답변과 믿음을 얻어낸 그녀는 우선 짜두었던 도주계획대로 머릿속에 순번을 정리한다. 우선은, 미호가 경비 병력의 경로와 규모를 확인한다. 그녀의 능력은 멀리있는 것을 가깝게 볼 수 있으며 사물을 뚜렷하게 관측하는게 가능한 능력이다. 다만,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버리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에 미리 어느정도 봐둘 필요가 있었다.

 

" 고마워요. 그러면 미호, 부탁할게요. "

" 응. "

 

미호가 아이돌의 신체능력을 십분 발휘해 문 밖으로 살짝 나와 지붕으로 가뿐하게 타고 올라간다.

아직 황혼기가 남아있을 무렵이기에 시야가 어둡지만은 않다. 그리고....

 

" 우즈키. "

" 네. "

" 아까 분명 성기사들이 순찰중이라 그랬지 ? "

" 네, 대주교님이 그렇게 말하셨어요. "

 

" 랜턴이나 횃불이라도 보여야 할텐데...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어. "

 

" 네 ? "

 

 

.

.

.

.

.

 

 

한 편, 마을과는 조금 동떨어진 어느 해안이 인접한 숲속 동굴.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보이는 그곳에, 태양의 젤러시교 성기사들이 피로 물든 무장을 든 채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 죄를.. 죄를 뉘우치게 해주소서.... ! "

 

눈이 붉게 물든 이들이 비틀린 나뭇가지같은 문양이 얼굴에 피어오르듯 세겨진 채 비틀거리며 다가온다. 기사들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들을 쳐죽이고.. 베어죽인다. 그리고 그런 이들의 가운데에서,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그들을 쳐죽이는 작은 몸집... 그 안에 든 강렬한 적의의 주인.

 

" 엘드리치시여. 이곳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

" ....그런 거 같아. "

 

메이스에 들러붙은 뇌조각을 털어내며, 오오하라 미치루는 담담하게 응답하였다. 저 너머 동굴에서 수많은 고통에 젖은 신음소리와.. 광기의 비명들이 들려왔다. 미치루가 입은 잿빛의 갑주를 선두로 기사들이 동굴 안으로 진입할 무렵, 기다렸다는 듯이 두 눈이 붉게 물든 광인들이 몰려든다.

 

" 정화해 주소서... ! "

" 우리들을 사하여 주소서 !! "

" 이단자들을 벌하라 !! "

 

그들이 넋을 잃은 채 달려오며 외치는 소리에 듣다듣다 화가 솟구친 미치루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소리친다.

 

" .... 더 이상 못봐주겠군. 싹 쓸어버ㄹ.... ! "

 

" ...불청객. "

" ..... !! "

 

미치루는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다. 깊은 동굴 안에서 들려온,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로부터.

 

" 언니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라져. "

 

 

그 깊은곳에서 피어오르는 맹목적인 광신과, 꿈틀거리는 부정의 유동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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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3화가 끝났습니다 !

 

사실 3편으로 끝내려고 했지만... 스토리의 적절한 전개를 위해 더 끌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 봐주신 여러분 정말 고맙습니다 !

신데판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다음 화에서 뵙도록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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