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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and White Rabbit-You are not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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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1, 2017 17:16에 작성됨.

1편 2편

 솔직히 말할게요. 그때의 일을 얘기했을 때 이런저런 생각이 오고 갔어요. 꼭 얘기해야 하나. 그냥 넘어가면 안 될까? 사기사와 씨하고 얘기한 것을 저에게 일본어 못한다고 거짓말했다고 생각했을 때 일을 말이죠. 아직도 기억이 나네요. 그 남자애는 나에게 장난을 친 거다, 거짓말을 한 거다, 나를 어린애로 보았다, 하지만 사실은 그 소년은 거짓말한 게 아니었어요. 사기사와 씨는 애초부터 한국말을 알고 계셨고 그 덕분에 소년하고 얘기가 가능했던 것이었어요. 두 사람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때문에 고개를 내리고 다시는 들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지만.... 잠시 생각해보면 잘 된 거라고 생각되기도 하네요. 그 일로 인해 사기사와씨랑 같이 바이올린 연주를 둘이서 같이 듣게 되었으니 말이에요.

 

Always with me (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OST) 바이올린 버전

 

후미카가 바위에 앉아서 책을 읽는 사이 귓가에는 바이올린 연주가 들려왔다. 마치 돋보기를 껴야 간신히 보일 것만 같은 깨알 같은 크기의 글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읽고 있던 후미카 무릎 위에 모노클을 쓰고 양복을 입은 소년의 애완 토끼가 올라왔다. 다크 써클로 짙어진 그녀는 잠시 토끼를 바라보다가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토끼의 눈과 같은 하얀 털을 쓰다듬어 주면서 고개를 들어보았다.

 

참으로 책을 읽기 좋은 장소였다. 봄의 따뜻한 바람이 그녀를 스쳐 지나가면서 바이올린 연주가 그녀의 귀로 들려오니 책 읽는데 분위기가 났길래 후미카는 속으로 왜 진작에 이런 곳에 오지 않은 거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소년이 데려와주지 않았다면 하마 평생을 몰랐을 장소였다. 바람을 맞고 분홍색 벚꽃을 보면서 책 읽기에 좋은 장소를 말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벚꽃 나무 아래에서 소년의 연주를 듣고 있는 아리스가 보였었다. 한참 동안 연주를 계속하던 소년의 연주가 끝나면서 소년은 양손에 스틱과 바이올린을 든 체 고개를 숙였고 아리스는 그런 그를 향해 박수 를 쳐 주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침울해져 있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길래 후미카는 안심이 되었다. 아리스가 워낙에 섬세한 면이 많은 여자아이라서 한번 토라 해지 면 그대로 평생 갈지도 모르는데 금세 오해가 풀리고 동시에 기분도 풀렸으니...

 

흐뭇한 미소를 지은 뒤 다시 책을 바라보려고 하던 찰나 아리스에게서 스마트폰이 울리는 것을 들려왔다. 아리스는 소년에게 잠시만요-이라고 말하는 듯 손을 뻗은 뒤 그대로 스마트폰을 귀에다 댔는데... 스마트폰으로 얘기하는 아리스의 모습을 보면서 소년은 뭔가의 미약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반가운 사람이 전화 건 것이라고 말해주려는 듯 미소를 짓던 아리스는 서서히 무표정으로 변해 갔고 곧 이어서 표정이 조금 찡그러 졌는데...

 

"오래간만에 같이 있기로 약속했잖아요!"

 

소년이 왜 그래요?라고 말하려고 할 때쯤 아리스가 소리 질렸고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후미카도 읽던 책도 덮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이를 들어내 있었고 몸을 부들 부들 떨고 있는 모습은 곧 그녀는 화가 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고.

 

"엄마 아빠는 거짓말 쟁이에요!!"

 

이 말의 끝으로 스마트폰을 끊어버렸다. 소년은 스틱을 바이올린을 들고 있는 왼손에 쥔 체 아리스에게 다가갔지만 후미카가 그대로 다가와 소년의 어깨를 붙잡았다. 눈빛으로 지금은 내버려 두라고 말하면서.
바람의 불기는 여전했지만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바람의 불기가 더 세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소년은 한국말로 괜찮아요라고 물어보자 아리스는 소년의 심정을 알았는지...

 

"저 혼자 있게 해줘요."

 

라고 말하면서 그대로 자리에서 떠났다.
소년하고 후미카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기만 하였고...

 

토쿄는 오전이라 그런지 매우 혼잡한 상황이었다. 거리의 비즈니스맨들과 학교로 등교하는 학생들은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길거리의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은 그런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붙잡으려고 목청껏 소리를 외치고 있었지만 아리스는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고 갈 길을 걷고 있었다. 아리스가 인식했는지 모르지만 그녀의 곁을 지나가던 사람들 몇 명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왜 저런 어린 여자아이가 혼자서 걷고 있는 거지?
길을 잃은 게 아닌가?
부모는 누구길래 왜 저런 어린아이를 혼자서...

 

한참 동안 걷고 있던 아리스는 고개를 들어보았다. 언제부터 왔는지 자신은 도시 깊숙한 곳에 와 있었다. 보통 아이들 같았으면 길을 잃었다면서 엄마 혹은 아빠라고 외치면서 부모님을 찾았을 테지만.... 아리스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것은 "갈 곳이 있나?"였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 프로덕션에 돌아가기 싫었다. 그랬다가는 모두에게 어린아이 다운 모습을 보이면서 프로덕션 내로 소문이 퍼질게 뻔하니까....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 생각에 아리스는 풋-하면서 웃음을 내뱉었다.

 

"돌아가 보았자 뭐 해요..."

 

아무도 반겨주지 않을 텐데... 엄마 아빠도 나 따위에 신경 쓰지 않고 일에만 전념하시는데...
아이돌이 된 이후에도 레슨을 구경하러 와주시지도 않고 데뷔 라이브 때도 나타나 주지 않으셨고...

 

부아앙-

 

차 한 대가 그녀의 곁으로 지나가면서 누군가가 아리스의 손을 잡은 뒤 잡아당겼다. 무슨 일이지?라는 질문에 답해주는 듯 고개를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갈색 머릿결과 눈동자의 청바지에 붉은색과 흰색의 스웨터를 입고 한 손에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있던 소년이 그대로 자신의 곁으로 끌어주었다. 어깨 위에 있던 토끼가 뀨-하고 울고 있던 것은 덤.

 

소년은 아리스의 손을 잡은 체 그녀가 알아듣지 못하는... 정확히는 한국말로 말하였는데...

 

"뭐 하시는 거예요 타치바나? 위험했잖아요."

 

확실히 들려왔다. 그 한국말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는 것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는 듯 엄격하면서도 진지한 표정도 포함해서.

 


소년은 아리스를 데리고 가까운 공원으로 데려다주었다. 원래 같으면은 프로덕션에 다시 데려다줘야 했지만 현재의 상태로는 아리스를 데려다줘 보았자 오히려 감정이 악화될 수 있으니 그녀의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벤치에 앉혀 주기로 하였다.
소년과 아리스 사이에서 정적이 흘러나오면서 소년은 아리스를 힐끗 바라보았다. 검은색 구두를 신은 다리 위에 손가락을 모은 뒤 고개를 내리고 있던 소녀.

 

마치 그녀의 반응에 따라 하듯 머리 위에 달려져 있던 푸른색의 앙증맞은 리본이 약간 흔들리는듯하였고 아리스 역시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말 대신 숨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이럴 때 고맙다는 간단한 인사를 해야 정상인데 이상하게도 그런 간단한 거조차 못하고 있으니...

 

"뀨-"

 

귀엽고 작은 울음소리가 귀에 들어오면서 그녀의 무릎에 포근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감고 있던 눈을 떠보니 언제 왔는지 토끼가 모노클을 낀 체 아리스를 붉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고개를 돌아보니 마치 자신이 했다는 듯 소년은 손을 흔들면서 싱긋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잠시 무표정으로 소년을 바라보고 여전히 미소를 짓는 소년을 보면서 아리스는 입을 가린 체 고개를 돌았다. 처음에는 왜 저러나 했지만 그녀에게서 미약하게 들려오는 것이 있었으니.

 

"...쿳-"

 

곧 이어서 쿠쿳...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모두에게 들리지 않게 하려는 듯 손으로 입을 막는 그녀. 표정조차 보일 수 없다는 듯 고개 또한 돌려놓은 상태였지만  마치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고 있는 그녀의 몸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소년은 짐작할 수가 있었다.
웃고 있다는 것을.

 


이젠 기분이 푸셨나요?

 

조금요.

 

아리스하고 같이 스마트폰 해석 APP으로 대화하는 소년. 토끼는 피곤했는지 아리스 무릎 위에서 졸고 있었고 토끼의 코 고는 소리가 은근히 귀여웠는지 아리스는 미소를 지은 체 쓰다듬어 주면서 한 손으로 스마트폰에 문자를 입력해갔다.

 

죄송해요...

 

문자에 적혀진 내용은 소년의 고개를 기웃하게 만들었다. 무엇 때문에요?라고 간접적으로 말해주듯.

 

저희 부모님은 늘 항상 집을 비우시는 편이어서 거의 제가 혼자서 살거든요. 아침에 일어날 때도 밥 먹을 때도 학교에 나갈 때도... 늘 혼자였고요.

 

스마트폰에 천천히 그것도 아주 천천히 써내려져 가고 있었지만 몇 단어가 써진 뒤 서서히 그녀의 타이핑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쌓인 게 많았다는 듯 말이다.

 

오늘은 부모님이랑 오래간만에 레슨이 끝나는 데로 같이 외식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매우 기대했었죠 오래간만에 엄마 아빠랑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는구나 하면서요.

 

아리스는 잠시 타이핑을 멈추었다. 꾸벅꾸벅 졸고 있던 토끼는 고개를 들어보니 아리스 입가에 그려져 있던 미소가 조금씩 사라지고 그 뒤 뭔가 망설이는 듯 입을 쭈뼛 하는 모습이 보였었다. 토끼는 알 수 없었지만 스마트폰을 쥐고 있던 아리스의 손가락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어진 상태였고 마치 마저 칠까 말까라고 고민하는 듯 손가락을 허공에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었다.

 

마치 소녀의 기분을 알아챘는지 소년은 자신을 톡톡 치면서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을 가리켰다. 어느 순간 무표정으로 변한 아리스는 그대로 소년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니 소년은 빠른 손가락 놀림으로 문자를 써 내려갔다.

 

전 오히려 지금 타치바나가 부러워졌는데요.

 

소년의 문장이 곧 아리스의 고개를 기웃하게 만들었다? 부럽다니? 그게 무슨...?

 

타치바나의 부모님은 적어도 같이 식사하자고 하셨잖아요. 저희 어머니는 그러신 적이 전혀 없으셔서 말이에요.

 

저처럼 부모님이 거의 일 나가시나요 혹시?

 

그것도 그렇지만, 저희 어머니는 매우 엄격하신 편이거든요. 저하고 같이 밥 먹자고 하신 적이 거의 없으셨고 그리고 같이 놀러 간 기억이 거의 없는데요.

 

하지만 미시로 프로덕션에 바이올린 수업에 보내실 정도면 적어도 좋으신 분이라 생각했는데? 아들을 생각한다는 의미잖아요.

 

그거와는 별개의 문제에요. 버릇 나빠진다는 이유로 그리고 저에게 무슨 독립성을 키워준다는 이유로 그러시거든요. 그러니 저도 타치바나와 마찬가지예요. 거의 저 혼자서 시간을 보내요 집에서.

 

소년의 얘기가 끝나면서 아리스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분명히 문자로 이렇게 말하였다. 어머니랑 같이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그래서 집에서 거의 혼자서 지낸다...
원래 같으면은 슬퍼해하거나 혹은 서운해하는 낌새를 보여야 하는데 소년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소년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은 괜찮다는 듯 그리고 그런 일로 너무 가슴 아파하지 말라고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었고.

 

소년과 소녀는 서로가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곁에는 또다시 벚꽃을 휘날리는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머리카락이 약간 나부끼고 있었고 아리스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다듬으려는 듯 휘날리는 머리카락을 한 손으로 잡았다.

 

혹시 파스타 좋아하세요?

"파스타?"

 

파스타 좋아하냐는 말에 소년의 입에서 파스타가 나왔고 그의 질문에 대답하려는 듯 아리스는 계속 문자를 입력했다.

 

제가 자신 있어 하는 음식이 파스타거든요. 외식도 못 가게 되었으니 이왕에 같이 파스타를 먹자고요. 아 사기사와씨랑도 같이 말이죠. 우리 둘만 먹으면 미안해지니까.

 

파스타를 준다는 말에 소년은 잠시 멍 때렸다가 곧이어서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성숙했던 그의 모습은 어디 가고 어린아이처럼.

 

파스타 좋아해요 매우! 저야 대 찬성이죠. 후미카 누나도 좋아하실 거예요!

 

 


그때는 저도 놀라 버렸어요. 저만 엄마 아빠가 집을 거의 비우고 혼자 살 때가 많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그 소년도 저와 비슷하구나라는 것을 알게 됐을 때 말이죠.
이 기분은 마치 뭐라고 해야 할까요?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나요? 가까이 있던 사람이 그렇다고 하니까요.

 

한가지 차이라면... 그 소년은 뭔가... 어른스러웠어요. 이런 일이 있어도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 흘러 넘어가려고 했고요. 저는 뭔가 의아해했죠.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건가? 마음이 아프지 않나? 여러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그날 저는 그하고 사기사와씨를 위해 파스타를 준비했어요. 이왕이면 모두와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지 몰라도 어떤 때보다도 파스타 요리를 열심히 했어요. 모두가 좋아할 만한 그리고 평생을 기억할 파스타를 만들기 위해서요. 후훗.

 

.........하지만 그 다음 날부터 하루에 한 번씩 들려오던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레슨 중간에도 그리고 레슨이 끝난 뒤에도 들려오지 않았고요.

 

 

 

 

 

 

 

 

 

 

 

 

 

 

 

 

 

 

 

 

 

 

 

 

 

 

 

 

 

 

 

 

 

 

 

 

 

 

 

 

 

 

 

 

 

 

 


프로덕션으로 돌아오던 두 사람. 어느새 시간이 흐르니 오렌지색 저녁놀이 하늘을 물들였다.
아까까지만 해도 북적이던 사람들의 숫자도 많이 줄어든 상태였지만 그래도 자칫하다가는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서로가 붙어 있었다. 아리스는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쯤 프로듀서가 자신을 찾느라 동네 곳곳을 뒤지고 있겠지 하면서.

 

걷던 중간 소녀는 잠시 빌려달라는 듯 스마트폰을 가리켰고 소년은 그대로 스마트폰을 빌려주었다.

 

전부터 물어보지 않은 것이 있네요. 저만 알려주고요.

 

자신만 알려준 것? 물어보지 않은 것? 그것이 뭐길래?라고 물어보려는 듯 응? 하는 소리로 답해주니 스크린에는 이런 문자가 적혀져 있었다.

 

이름 말이에요. 아직 그쪽 이름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요.

 

눈을 크게 뜬 체 아-라고 답해주는 소년. 이제야 생각난 것이다. 아직까지 타치바나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을.
소년은 뭔가 쑥스러워진 느낌이다. 자신의 형의 말에 의하면 원래 이름이란 것은 남자 쪽이 먼저 가리켜야 젠틀맨이라고 신신당부했는데 타치바나 쪽이 먼저 알려주었으니...

 

소년은 쓴웃음을 지은 체 문자로 하나하나 천천히 적어갔다.

 

알아보실 수 있게 잘 적어드릴게요.

 

자신의 이름을. 히라가나뿐만 아니라 그에 해당되는 한자도 포함해서 말이다.

 

제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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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이 본격적으로 많아지기전에 그리고 공부할 량이 적은 사이에 이렇게 쓰고 갑니다. 다음편에는 에필로그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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