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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사무소에 새 프로듀서가 들어왔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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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1, 2017 01:24에 작성됨.

7.

프로듀서에게 전화를 걸고는,

오늘 저녁에 잠깐 공원에 나와줄 수 없겠냐고 부탁해본다.

 

프로듀서는 잠깐 동안의 침묵 끝에 알겠다고 대답했고,

석양이 저물어가며 슬슬 어둠이 찾아오는 시간에

나는 공원에서 프로듀서와 만났다.

.

저 멀리서 프로듀서가 다가오고 있다.

마치 그 때처럼..

..그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걸까?

이번이 처음인데..

 

프로듀서가 날 발견하고는, 손을 흔든다.

그를 향해 영 어색한 태도로 머리 숙여 인사한다.

 

프로듀서 「..이렇게 만난건..오래간ㅡ아니, 처음이구나.」

 

치하야 「그러게요..」

 

긴 침묵.

 

침묵을 먼저 깬 것은 바로 나였다.

 

치하야 「정말로, 프로듀서씨 같은 사람은 처음이였어요.

제 입맛이랑, 취미 하나까지도 모두 알아주신 분이였으니까요.

그리고 쌀쌀맞고 싸늘한 저한테 당신만큼 잘 대해주신 분은 없었어요.」

 

프로듀서 「..당연한거야.」

 

치하야 「솔직히 저, 지금까지 프로다운 것이라고 포장하면서 애써 감춰왔어요.

그런데 더 이상은 감추지 못할 것 같아서, 그래서 부른 거에요.」

 

프로듀서 「..」

 

치하야 「사랑해요, 프로듀서.」

 

프로듀서 「미안하다. 치하야.

널 위해서라도, 받아줄 수가 없다.」

 

치하야 「..절 위해서라고요?」

 

치하야 「그런 말 하지 마요. 비겁하게.(울먹)

저요, 요즘 당신을 보면 설레고,

목소리만 들어도 행복하고

내일 당신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살아가요.

그런데 절 위해서 절 사랑해 줄 수 없다고요?

이제 당신이 제 유일한 희망인데요.」

 

프로듀서 「미안..하지만 난 널 사랑할 수 없다. 미안하다.」

 

매정하게 떠나려는 그이를 붙잡는다.

 

치하야 「제발요..다시 생각해줘요.」

 

프로듀서 「..아냐, 이번에도 똑같을꺼야. 치하야.」

 

치하야 「예?」

 

프로듀서가 말 없이 핸드폰을 넘겨준다.

버튼을 누르자, 동영상 하나가 재생된다.

나도 모르는, 내가 나오는..

 

'키사라기 치하야, 나는 너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줘..'

 

8.

'나는 프로듀서, 그 사람이랑 헤어졌어.

그 사람은 프로듀서이면서 내 아이돌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기적인 사람이였어.

내가..무엇 때문에 아이돌을 시작했는지 알면서..

(울컥)

그래서 난, 오늘부로 아예 기억을 지워버릴꺼야.

사실 벌써 몇 번이고 계속해왔어.

싸운 기억을 또 지우고, 또 지우고, 또 지우고..

그렇지만 다시 싸우고, 다시 다투는걸..

나중에는, 아예 그이와 나와의 기억이 텅 비어버려서

허무함만이 남을 때까지..

 

우리 둘 다 아직 서로를 사랑할지도 몰라.

하지만 이제는 함께 있으면 다투는 시간이 더 많은걸..(울먹)

이제는..더 이상 계속 참을 수가 없어.

같이 있으면, 사라진 기억들 속에서 나만 괴롭고 허무한걸.

이럴꺼면 차라리 모두..지워버리고 싶어..

프로듀서도 동의했어.

못 참겠으면 차라리 자신과의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라고.

제발 다시는 나타나지마요. 프로듀서..자기야.

 

이 영상을 보게 된다면,

어떤 이유로든 우린 다시 만나게 된 거겠지.

부탁해요 프로듀서, 그리고 치하야.

더이상 아픈 선택은 하지 말아줘. 부탁이야."

 

치하야 「...」

 

치하야 「정말로..우리 사귀었었나요.」

 

프로듀서 「응. 정말로, 사랑했었어.」

 

치하야 「..그런데 제가 차버렸고요?」

 

프로듀서 「..그래.」

 

프로듀서「사실, 나는 치하야가 신인이였을 때부터 프로듀서였어.

처음에는 많이 다투기도 했지만,

함께 톱 아이돌의 길로 나아가면서 같이 울고 웃으면서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

그러다보니까..」

 

치하야 「누가 먼저 고백했었어요?..」(울먹)

 

프로듀서 「..그 때에도, 치하야였어 

이 시간에, 여기에서.」

 

치하야 「그런데..왜..」

 

프로듀서 「치하야가 점점 아이돌 일이 늘어나면서,

나랑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어갔어.

프로듀서이면서도, 나는 그걸 감당하지 못하기 시작했지.

크고 작은 오해도 점점 늘어났고..

그게 꼭, 누구 때문만은 아니야.

단지..너랑 내가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아직 어렸던 것일 뿐이였어.

..그 의사 말로는, 우리처럼 정말로 안 맞는 사람도 없었데.. (피식)」

 

프로듀서 「미안하다.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했었는데..

나도, 765 프로의 아이들이 비밀만 지켜주면 언제까지고 상관 없을 줄 알았어.

하지만, 하루카랑 아이들이 말해줘서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떠나고 난 다음부터, 치하야가 날이 갈수록 시들어가고 있다고 말해서

..정말로 어쩔 수 없었다. (울먹)」

 

프로듀서 「널 다시 괴롭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치하야 「..저 진짜 경우없고 못된 여자였네요. (울컥)

제 멋대로 사귀자고 해놓고, 차버리고..

지금 또 여기서 이런 거였네요.

..진짜 추하다..」

 

치하야 「..그런데 어쩌죠?

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마음이 너무 아파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요.

저, 더 이상 이 기억을 담아두고 싶지 않아요.

이렇게나 슬프고, 가슴 아픈걸..

(뚝뚝)

 

프로듀서 「이해한다.

네가 무슨 선택을 하던, 난 언제나 도와줄꺼야.

나에 대해서도 신경쓰지 마.

지금 치하야는 그저 조금 남은, 기억의 잔재가 만들어낸 착각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것일 뿐이니까..」

 

프로듀서 「기억의 잔재까지도 완벽하게 지우는 방법이 있어.

그런 괴로움과, 허무함까지도 모두.」

 

프로듀서 「..네가 무슨 선택을 하던 존중할께.

내일 다시 보자. 미안하다.」

 

8.

프로듀서와 헤어지고, 휴대폰을 꺼내어 미키에게로 전화를 걸어본다.

 

미키「..결국 들은거야?」

 

치하야 「응.」

 

미키 「그래서..어떻게 할꺼야? 」

 

치하야 「모르겠어.」

 

정말로, 모르겠다.

내가 프로듀서를 보고 느꼈던 그 모든 감정들이,

사실 이전에 프로듀서와 사랑했던 기억이 만들어낸 착각일 뿐이였다니.

 

다시 간간히 떠오르기 시작한다.

가슴 아픈, 지운 줄로만 알았던 옛 기억들이.

프로듀서에게 소리지르고, 물건을 마구 집어던지는 나.

그 상냥했었어야 할 목소리로, 나 때문에 거칠고 험한 욕설을 토해내는 프로듀서.

 

휴대폰 너머로, 미키의 목에 잠긴 음성이 들린다.

 

미키 「저기..치하야씨.

나 사실 고백할게 있어.」

 

미키 「프로듀서는 말 안했겠지만..

그 날 치하야씨가 프로듀서랑 헤어진거, 사실 다 나 때문이야..

 

치하야 「그게..무슨?」

 

미키 「(울먹) 치하야씨가 마지막으로 헤어지고 기억을 지운 그 날에..

미키, 프로듀서가 너무 좋아서..

안되는 줄 알면서도 프로듀서에게 계속 달라붙어서 치하야씨가 오해하게 만들었어.」

 

미키 「그날도 정말루, 일부로 한 건 아니였는데..

프로듀서는 안된다고 말했는데..

..미키, 그냥 심술이 나서 그랬어.

내가 가질 수 없어서 너무 가슴 아프고 괴로워서 그랬어(울컥)」

 

그제서야, 그 날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사무소에서 소리가 나서, 문을 여니 미키와 프로듀서가 서로 입을 맞추고 있었고..

그 둘은 놀라고,

나는 울면서 그대로 뛰쳐나가고..

그리고, 따라오는 프로듀서에게 아무거나 닥치는대로 집어던지고는

헤어지자고.

.

머리가 아파.

 

미키 「다 미키 때문인거야.

미키가 제일 나빴던거야.. (뚝뚝)」

 

치하야 「..아냐. 미키는 잘못 없으니까..

이만 먼저 끊을께.」

 

그날 밤은 잠이 오질 않았다.

그저 달빛 아래 고민과 타들어가는 마음을 애써 달래가며,

몸을 뒤척일 뿐.

 

 

 

 

9.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하다.

오늘은 스케쥴을 취소하고, 대신 프로듀서와 함께 그 기억을 지워준다는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기억을 완벽히 지워줄 수 있다고 한다.

단 한 점도 남기지 않고.

 

차장 너머로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며 계속 생각한다.

내 사랑은, 정말로 옛 기억이 만들어낸 착각이였을까?

아니면..

 

치하야 「...」

 

치하야 「여기서 멈춰주세요.

그 병원까지는 혼자서 걸어갈께요.」

 

프로듀서 「..안녕. 치하야.」

 

...

의사 「죄송합니다. 불완전한 요법으로 오히려 마음의 상처만 내 버렸군요..

하지만 이번 요법은 관련된 기억의 흔적까지도 모두 깔끔하게 덮어버릴 겁니다.」

 

치하야 「...」

 

의사 「그래서..준비는 되셨나요?

이번 최면 치료를 통해 아마 고객님께서 지우고 싶으셨던 기억들은 완전히 사라질 겁니다.」 

 

치하야 「..예.」

 

 

엔딩.

치하야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비 내리는 밤거리를 조용히 걸어본다.

한산한 새벽의 거리.

우리들이 함께 지나갔었던, 옛 추억의 거리.

 

오늘이 지나면, 치하야는 영영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

이 마음 영영 나 혼자만 간직할 터이다.

언제나, 영영 돌아오지 않을 너만을 그리워하면서.

 

참 미련하지만, 너와 함께 했던 모든 기억들, 죽는 그 순간까지 소중하게 간직하련다.

다만 내 마음 속에만 품고 있을 테니까,

그 모든 아름다웠고 아픈 순간들까지도, 모두 나만을 위한 짐으로 홀로 오롯히 짊어질 터이니,

그러니까 치하야.

부디 앞으로는 행복하게 살아라.

 

"잠깐만요!"

 

비 속에서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

환청인가 하여, 무시하고 발길을 떼보지만

다시 한번 그 목소리가 내 발목을 붙잡는다.

 

치하야「저기, 잠깐만요!」

 

치하야다.

그녀도 비를 맞으며 한산한 거리 한복판에서 날 부르고 있다.

벌써 치료가 끝난 것일까?

 

그녀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렇다고 슬퍼할 수도 없기에

억지로 미소지으며 인사한다. 빗 속에서 어색하게.

 

프로듀서 「아, 혹시 누구세요?..처음 뵙는 것 같은데..」

 

치하야「...」

 

프로듀서 「..무슨 말이라도 해줄래?」

 

그녀가 미소 지으며 말한다.

 

치하야 「사랑해요. 프로듀서」

 

프로듀서 「기억을 지우지 않았구나. 

왜 그랬어..」

 

치하야 「프로듀서는 왜 지우지 않았던 거에요?」

 

프로듀서 「지우고 싶지 않았거든.

너와 함께한 그 아름다운 날들을,

심지어 가장 아픈 순간일지라도.

평생 괴롭더라도, 그래도 계속 안고 살아가고 싶었어.

나 너무 미련하지?」

 

치하야 「예, 미련하네요.」

 

치하야「그리고 저도 똑같이 미련하네요.(피식)

사랑해요. 프로듀서

 

프로듀서 「..난 겨우 내 앞가림도 하기 벅찬 무능력한 사람이야.

완벽하지도 않아.」

 

치하야 「하지만 제겐 완벽한걸요. 그거면 되요.

 

프로듀서 「지금이야 그렇지.

결국 넌 또 다시 실망하게 될꺼야.

아이돌 생활과, 나와의 사랑 사이에서 지쳐서.」

 

치하야 「그렇다면, 이번에는 사랑을 택해볼까 해서요.

아이돌, 이정도면 오래 했잖아요?」

 

프로듀서 「..언젠가 또 싸우게 될지도 모르는데?

나 때문에 또 아파하게 되면?」

 

치하야 「그래도 상관 없어요. 사랑하니까요. 

이번에는 행복한 기억도, 아픈 기억까지도 모두 가슴에 품고 살아갈래요.」

 

치하야 「사랑해요, 프로듀서.」

 

그제서야 달려가, 그녀를 다시 껴안는다.

다시는 만나지 못할 줄만 알았던, 그 따뜻한 온기와 심장 박동을 다시 느낀다.

영영 이대로 널 잃어버리는 줄 알았어. 치하야

그녀의 한쪽 어깨에 머리를 묻으며, 떨려오는 목소리를 부여잡고 말한다.

 

프로듀서 「..나도 사랑한다. 치하야.」

 

ps. 오래간만에 정상적인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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