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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사무소에 새 프로듀서가 들어왔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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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1, 2017 01:23에 작성됨.

 

https://bgmstore.net/view/OnA8b

 

(추천 브금)

 

1.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예. 괜찮아요. (울컥) 여기가 너무 아프니까,

이제는 고통을 끝내ㅡ."

 

ㅡ식은 땀과 함께, 악몽에서 깨어난다.

쓰린 위장을 우유로 달래본다.

악몽으로 지세운 밤 끝에 맞이하는, 우울하고 공허한 아침.

 

최근 마음이 너무 공허하다.

텅 비어버린 느낌.

무언가 중요한게 없어진 기분.

 

그저 노래를 부르기 위해 시작했던 아이돌 생활.

이제는 그 정상 언저리까지 도착했다.

처음에는 분명히 즐거웠는데..

왜일까..

중간에서 무언가, 텅 비어져버렸다

 

내게 중요했던게 무엇이였을까.

내가 잃어버린게 무엇이였지?

 

떠올리고 싶어도 떠오르지가 않아.

그래서 답답하다.

알고 싶어. 다시 채우고 싶어.

 

언젠가는 다시 채울 수 있을까?

 

2.

오늘도 똑같은 하루. 똑같이 우울한 일상.

일상적으로, 우울증 약을 들이킨다.

먹지 않으면 또 무심코 짜증을 부려서,

리츠코랑 코토리씨랑 다른 아이들을 힘들게 할지도 모르니까.

 

하루카 「치하야짱, 들었어?

오늘 새 프로듀서님이 오신데!」

 

치하야 「응..」

 

약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입맛이 쓰다.

 

하루카「헤헷. 정말 잘된거 같아.」

 

히비키 「응! 안 그래도 우리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리츠코랑 코토리씨만 너무 고생했다죠?」

 

리츠코 「이제 새 프로듀서가 오면 같이 더 열심히 할테니까..

다 같이 힘내자고.」

 

미키 「미키적으로도 허..프로듀서가 새로 오는게 좋은거야!

정말로 신나는거야! 얏호인거야!!」(함박웃음)

 

특히, 미키는 정말 신난 모양이다.

미키가 저 정도로 흥분하는 모습은 오래간만이다.

다른 아이들도 대체로는, 다들 들뜬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를 거부감과 불쾌함에 굳게 다물어진 입이 펴지지가 않는다.

왜? 이제 신입이였을 때는 지났잖아.

이제는 음반 회사 측에서 먼저 컨텍이 올 정도로 다들 톱 아이돌인데,

지금까지 다들 잘하고 있는데 구태여 프로듀서 같은게 필요할까?

어느새 생각은 부정적으로 흘러간다.

 

난 왜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예전에, 아이들과 함께 웃었던 때가 있었는데..

..잘 기억이 나질 않네.

 

야요이 「웃우! 치하야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치하야씨는 기쁘지 않으세요?」

 

치하야 「...」

 

모르겠다. 

요즘 들어, 기쁨이라는 감정이 너무나도 생소하게만 느껴진다.

 

유키호 「음..그래도, 프로듀서가 없으니까 다들 여러모로 힘들어했잖아..

스케쥴도 점점 많아지는데 리츠코랑 코토리씨 둘이서만 모두 감당해야 했으니까.

이제는 우리도 정식 프로듀서가 한 명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치하야짱?」

 

치하야 「유키호 생각이라면야..」

 

타가키 사장 「자, 제군들! 당장 내일부터 온다고 하니 기대하도록 하게.」

 

아이들 「예!」

 

치하야「...예.」

 

2.

또다시 이상한 악몽 속에 잠을 설친다.

기억나지 않는 이상한 꿈.

다만, 자고 일어나면 언제나 마음 속 응어리와 함께

흘러나온 눈물만이 흔적으로 남아 기분을 심란하게 만든다.

냉장고를 열어 우유를 꺼내, 컵에 천천히 따르고

토스트 기계에 빵을 넣고는 기다려본다.

그동안 버릇처럼 티비를 켜서 뉴스를 확인해본다.

 

"ㅡ억을 지우는 치료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무미건조한 빵. 무미건조한 삶.

아이돌 활동만이 유일한 내 삶의 탈출구지만,

가끔은, 그것 만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무엇인가가 있다.

 

오래 전에는 있었던 것 같은데..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니, 있었던가?

 

이유 모를 우울증이 다시 찾아온다.

자꾸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집착에 가까운 상실감.

사실은 아무 것도 잃어버린거 없이 그대로인데도 말이다.

 

 

 

 

3. 

결론부터 말하자면, 새 프로듀서는 영 미덥지 못한 모습이였다.

넥타이는 헐렁하고, 유행에 맞지 않게 촌스럽고

키만 멀대같이 큰 주제에 싸구려 테두리 안경이 어벙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나마 조금 기대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식어버린다.

 

하루카 「헤헷 프로듀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혹시 과자라도 드실래요?」

 

미키 「하루카, 미안하지만 프로듀서는 이미 내가 찜해둔거야!」

 

아미, 마미 「에엥?」「벌써부터 경쟁하기 시작하는 건가Yom, 하루룽?」

 

아즈사 「아라아라. 얘들아, 아무리 반가워도 벌써부터 그러면 곤란하시지 않겠니?

어찌되었건 잘 부탁드릴께요. 후훗」

 

프로듀서 「아..하하. 저야말로..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꾸벅)

 

이오리 「뭐야 그 흐릿한 태도는..정말 하나도 안 변했ㅡ 아니..

그나저나 치하야, 어디가?」

 

치하야「잠깐, 바람 좀 쐘께」

 

이오리 「야 치하야! 인사도 안하고 어디ㅡ」

 

치하야 「잠깐이야. 신경 쓰지마.」

 

왠지 모를 묘한 허무감과 그리움에 조용히 밖으로 나가본다.

거리를 조용히 걸어본다.

사실 나 자신도 이해가 가질 않는다.

이거, 꽤나 무례한 건 아닐까?

구태여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야.

 

다만, 그냥 왠지 그 사람 앞에서 나를 다시 소개하고 인사하는게 너무 어색했을 뿐이였다.

..아니, 처음이겠지.

자주 방문하던 까페에 들어가서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밖의 거리는 분주하다.

학교로 향하는 학생들, 바쁘게 직장으로 걸어가는 직장인들

서로 미소를 지으며 사랑하는 연인들까지.

다들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지고, 저마다의 복잡함을 가지고 오늘도 살아가겠지?

까페에 앉아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시간은 어느새 훌쩍 흘러간다. 

그런 것도 나쁘지 않아.

 

최소한, 끝없는 우울감의 수렁에 빠져 번민하는 것 보다는 나으리라.

 

점원 「손님, 혹시 어떤 걸 주문하실건지 여쭈어봐도 될까요?」

 

치하야 「아 저는ㅡ」

 

??? 「에스프레소, 솔로로 2잔이요.」

 

익숙한 목소리, 누구지?

..아 그사람이다!

그 새로 들어왔다는 프로듀서.

왠지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버려서,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가린다.

 

치하야 「여기까지 따라오신 거에요?

그나저나 제 것까지 시키셨네요.

부탁한 적도 없는데 부담스럽게..」

 

프로듀서 「아..미안. 주제넘은 짓이였니?」

 

그 어벙한 모습. 당황한 표정.

왠지 모르게 근래 들어서 처음으로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원래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는 절대 그런 적 없는데, 이상할 정도로 풀어진다.

그냥 익숙한 느낌이랄까.

남에겐 오래간만에 보여주는 모습이라,

나 스스로도 신기하다.

 

치하야 「아뇨. 정말 우연이지만, 

저는 에스프레소를 좋아하거든요.

그나저나 프로듀서도 특이하네요.

보통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에스프레소를 시켜주는 사람은 없지 않나요?」

 

프로듀서 「그, 그런가?..커피에 대해선 잘 몰라서..

그냥 평소에 시키던 걸 시킨 거거든.

아 아니 내말은 내가 평소에 시키던 거.」

 

어벙한 표정. 어색하지만 밝은 미소.

예의 바른 태도.

사실 좋은 사람이였나 싶기도 하고,

인사도 없이 그냥 나가버린 것에 미안한 마음도 들어온다.

 

보통은 안 그러는데,

새로 왔다는 프로듀서에게, 오늘 처음 본 사람에게 먼저 인사해본다.

 

치하야 「키사라기 치하야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프로듀서」

 

4.

새로 일하게 된 프로듀서는 겉모습과는 달리 꽤나 유능한 사람이였다.

이쪽 업계에 처음 일하는 것 같지 않다.

아이들의 스케줄 조정이라던가, 음반 업체들과의 거래를 보면 

이건 분명히 전에 이쪽 업계에서 일했던 것이 분명하다.

 

아이들과의 관계도 좋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요즘, 부쩍 미키와 프로듀서의 관계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어쩌면 미키한테만큼은 정말로 그 이상의 관계 아닐까?

 

나와의 관계도 좋다.

765 프로의 동료들을 제외하고, 누군가 다른 사람들과 친해진 것은 정말로 오래간만이다.

 

그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옷 매무새를 다듬게 되고

먼저 인사를 하게 된다.

요즘은 우울증 약도 줄여나가고 있다.

 

프로듀서가 오고 나서부터 모든 게 다시 돌아오고 있어..

다시 와줘서 기뻐요.

아니, 처음 온 사람이였지 참.

..내가 무슨 말을 한거지?

...

사무소에서 들리는 미키의 목소리에, 잠깐의 상념에서 깨어난다.

 

미키 「허니 허니! 」

 

프로듀서 「..그런 식으로 부르면 곤란해. 미키」

 

미키 「에? 왜 곤란한거야?

이제 곤란할 이유는 없는거야. 왜냐하면 이제ㅡ」

 

프로듀서 「거기까지!..미안하다, 미키.

작곡가 분과 약속이 있어서..먼저 나가볼께.」

 

미키 「에..시시한거야.

하지만 나중에 다시 보는거야 '허니'」

 

프로듀서가 나가고, 나랑 미키만이 사무소에 남는다. 

적막한 분위기,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데 문득 알고 싶어진다.

미키는 정말로 프로듀서를..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정말로 사랑하는걸까?

 

미키 「치하야씨, 무슨 생각하는 거야?」

 

치하야 「아니..그냥 별로..」

 

치하야 「아니, 사실은..궁금해서.

미키는 정말로..프로듀서를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거니?」

 

미키 「..치하야씨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치하야 「...」

 

치하야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해.」

 

미키 「헤에?」

 

미키 「그거, 치하야씨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대답이네..」

 

치하야 「응? 그게 무슨 소리ㅡ」

 

미키 「뭐 됬어.

어차피 치하야씨가 선택한 일이니까..

다만 치하야씨,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건데..」

 

미키 「치하야씨는, 지금은 프로듀서를 어떻게 생각해?

직업 동료야, 아니면 그 이상이야?」

 

치하야 「..왜 그런 질문을ㅡ」

 

미키 「그냥 듣고 싶어서 그런거야.

그냥 솔직하게 말해줘.」

 

치하야 「(흠칫)..당연히, 직장 동료야. 그 이상은 있을 수 없어.」

 

미키 「뭐 그거면 됬어. 그러면 이제 허니는 내 허니인거야!

다른 누구의 허니가 아니라. 헤헷

치하야씨, '이번에는' 비즈니스 관계 꼭 계속 지켜주는거야!」

 

치하야「..응」

 

미키 「치하야씨 정말 좋은거야, 아핫!」

 

미키의 말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하다.

가슴이 비수가 박힌 마냥, 쿡쿡 쑤셔온다.

 

그건 아마, 프로답지 못해서겠지?

미키가,

그리고, 나도..

 

그 날부터, 나는 프로듀서를 피하기 시작했다.

미키는 프로듀서와 더욱 가깝게 지낸다.

 

우울감과 허무함이 마음 속에 다시 차오른다.

후회와 자괴감이 차오르는 우울과 허무 속에 떠밀려온다.

 

5.

솔직히 고백하노라면,

나는 프로듀서를 사랑하고 있는게 맞다.

어느새부턴가, 그이의 바른 정장 차림이 설레기 시작했다.

어느새부턴가 단정한 머리와 안경이 잘 어울리는 얼굴을 그리워하며,

남자답게 묵직한 목소리에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그이의 곁에 있는건, 미키다.

미키의 각오를 보아하니, 어쩌면 조만간 프로포즈라도 할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런 그녀를 나무랄 생각은 없다.

다만, 비겁하게 피해버린 나를 원망할 뿐.

 

왜 그랬을까.

왜 나는 미키처럼 적극적이지 못했을까?

밤 중에 자다가도 문득 그런 후회가 찾아오며 씁쓸한 뒷맛이 감돈다.

 

왜 나는 솔직하지 못했을까.

 

집에 돌아오면, 후회 속에 멍하니 티비만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늘도, 씁쓸한 첫사랑의 후회 속에 티비를 틀어본다.

 

"우리들의 뇌는 사실 단순해서, 일련의 최면 요법으로도 이전 기억에 대해서는 간단히 지워ㅡ

대표적으로는 심리학자 Abdul Alhazred씨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도쿄ㅡ"

 

ㅡ지이잉

 

치하야 「..미키의 전화네?」

 

미키 「..치하야씨, 할 말이 있어. 잠깐 사무소로 나와줄래?」

 

6.

사무소에 도착했을 즈음엔, 저녁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리고 창문 바깥으로 저무는 석양 아래 미키가 혼자 눈물 흘리고 있었다.

 

치하야 「미키..괜찮니?」

 

미키 「이번에도 미키는 져버린거야.

치하야씨가 정말로 미워.」

 

알 수 없는 말이다.

다만, 우는 미키를 조용히 감싸며 달래볼 뿐.

 

치하야 「괜찮아. 괜찮아..」

 

미키 「..(훌쩍) 치하야씨가 밉지만, 정말로 미워할 수는 없는거야.

..난 이제 포기했어. 정말이야.

그 사람은 언제까지고 한 사람만 바라보는 사람이니까.」

 

미키 「그러니까 프로듀서와 만나줘. 치하야씨.

이제는 정말로 선택할 시간인거야.

..그렇지 않으면 프로듀서는 언제까지나 기다릴 사람이니까.」

 

치하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미키 「치하야씨, 자기 자신까지 속일 수는 없는거야.

프로듀서한테 치하야씨의 마음을 고백하면 그 때 알게 될 꺼야.

설령 무엇을 듣게 되던, 다시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해 주는거야.

그리고 미안한거야. 치하야씨..(뚝뚝)」

 

치하야「솔직히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 이번에는 솔직하게 말할 테니까..고마워, 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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