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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です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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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20, 2017 23:16에 작성됨.

이 이야기는, 어쩌면 서사시일 지도 몰라요. 

절대로 끝나지 않는, 머나먼 희망을 찾아 떠나는 기나긴 서사시.

...일단은 희망이라고 표현하긴 했는데 희망인 걸까요. 

좀 더 적절한 단어가 있는지 고민하며 사전을 찾아보다가 이내 덮습니다.

쭈뼛거리며 첫 카메라 앞에 선 그 날처럼 잘은 표현 못하겠지만, 희망이라고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기분이예요.

당신과 좀 더 가까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까이 있으면 행복해질 거라는 희망....

...이 기분은 뭘까요?

 

 

당신도 아시다시피, 저는 표현을 잘 하질 못해요.

당신이 다른 아이돌들과 붙어 있을 때도 저는 보고만 있죠.

...저를 보지 않는 건 아니겠죠?

...저의 눈빛을, 보아주지 않는 건 아니겠죠?

...저를, 잊어버리는 건 아니겠죠?

...저의 이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껴주시고 계신 거겠죠?

당신이 맞추는 당신의 삶이란 퍼즐에 하나의 파츠가 되고 싶어요.

당신이 이루어가는 그 반짝반짝한 꿈에, 하나의 빛이 되고 싶어요.

 

...안 될까요?

 

 

요즘 전 고민이 생겼어요.

당신을 지나칠 때마다 표정이 잘 지어지지 않아요.

당신을 볼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요?

기대하는 표정? 약간은 새침데기같은 표정? 환한 미소를 가득 띄운 표정?

잘 모르겠어요, 대체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까요....

답이 없는 구불구불한 미로 속을 헤메이는 아리아드네같아요.

네에, 붉은 실만을 따라 미로 밖의 왕자님을 찾아가는 여정이네요.

두근두근거리면서도 조금은 불안한 이 여행의 끝에, 당신은 어떤 표정으로 서 계실까요?

...당신은 그 끝에서, 저를 기다려 주실까요? 

 

 

아, 오늘도 다른 아이돌이랑 이야기하고 계셔...

일단, 이 쪽의 구석으로 몸을 피하죠.

아이돌과 즐거운 듯이 이야기하시던 당신은 제가 있던 쪽으로 잠시 시선을 주시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대화를 하시네요.

저와 이야기 할 때보다 즐거워보여....

...그보다, 피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어째서 저는 피하는 걸까요.

지금의 표정이 즐거워 보이는 당신과는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금 저는 자신이 그렇게 느낄 정도로, 망가져버린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요....

모르겠어요. 이 감정도, 당신도, 저 자신도....

정말, 저는 왜 이러는 걸까요?

 

 

바쁘실 텐데도 시간을 내준 당신과 함께 달콤한 스위트를 먹으러 교외의 카페로 이동합니다.

무슨 특별한 말씀이라도 하실 거냐고 은근히 물어봤더니, 그건 아니라고, 그저 요즘 좀 피곤해 보여서 이러면 기분전환도 될 것 같아서 데려가 주신다네요.

그렇군요, 절 봐주시고 계셨던 거군요.

...기뻐.

카페에 들어가니 자리에 앉으니 미리 주문해 놓으셨던 듯, 달달한 마카롱이 든 접시가 제 앞으로 놓여집니다.

마카롱을 특별히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이 마카롱은.... 특별히 달달한 맛이에요.

문득 당신이 앉아있는 앞을 쳐다보니 자신의 몫으로 별다른 것은 주문하시지 않았는지 아무것도 놓여있지 않네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당신을 쳐다보니 자신은 이런 카페엔 자주 오지 않는다고, 이런 분위기는 자신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씀하시며 농담을 하세요.

결국, 그날은 별다른 의문을 가지지 못한 채 저만 마카롱을 먹고 카페에서 나왔어요.

...그 카페가 엄청나게 유명한 데고, 제가 먹은 마카롱의 가격에 0이 몇 개가 들어갔는지 안 건 조금 후의 이야기죠.

정말,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괜찮은데...

...하지만, 역시 기쁜 건 어쩔 수 없는 거겠죠?

 

 

오늘은 카메라 앞에 서서 노래하고 춤추는, 정례 라이브의 날.

저는 화려한 조명 아래 서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몇십 번이고 연습해던 손짓과 발짓, 그리고 표정으로 무대를 꽉 채운 관객들에게 저라는 아이돌을 보여 드립니다.

....정작 이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은 분은 무대 뒤에서 다른 아이돌돌을 신경쓰시느라 바쁘시네요.

이 멋진 무대의 저편에서, 저의 이 아름답고 슬픈 아네모네의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죠, 당신은 바쁘신 분이니까요.

...그러니까, 조금 더 힘내서, 무대의 저편에서도 들릴 수 있도록 노래하겠습니다!

 

 

노래를 마치고 무대의 뒤편으로 내려오는 저에게, 긴 타올이 덮어지고, 당신의 격려하는 말이 들려옵니다.

이번 노래도 정말 좋았다고, 하지만 역시 몇 군데 틀린 곳은 더 연습을 해야겠다는 말들이 들려옵니다.

...역시, 저를 보고 계셨던 거군요.

...그 시선을, 제가 독점할 수는 없는 걸까요.

뭐, 없겠죠. 농담입니다. 당신이 보아야 하는 아이돌이 몇 명인데요.

....그래도, 역시, 일이 아니라면-

 

 

정례 라이브를 마치고, 늘 그렇듯 아이돌들에게 며칠간의 휴가가 주어집니다.

몇 명의 아이돌들은 자신의 집에서 쉬러 가고, 몇 명은 여행을 가고, 몇 명은...그러네요, 오키나와의 바다에 간다고 합니다.

오키나와라, 늘어져서 쉬기에 알맞은 휴양지죠.

저한테도 바다에 가지 않겠냐는, 친한 아이돌 동료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오키나와라, 나쁘지 않겠죠. 하지만.... 저는 다른 곳에 가기로 이미 선약을 해 두었습니다.

...휘황찬란한 호텔의 레스토랑에서, 그와 같이 식사를 하기로 말이죠.

정말로 기쁩니다. 석양이 지는 레스토랑에서 당신과 식사라니, 꿈만 같아요.

...그렇네요, 레스토랑에서 제 감정을 말해야겠습니다.

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그 레스토랑에서-

 

 

그리고 지금, 저는 유명 호텔의 레스토랑입니다.

...정말로 창문 저쪽에서 천천히 저물어가는 석양이 아름다워요.

평소 후줄근한 양복만 입던 당신도, 역시 이런 날에는 새 양복을 입고 오셨군요.

하지만 당신은 말이 없이 그저 식사만 하고 계십니다.

이 곳에는 왜 온 걸까요. 확실히, 음식은 맛있지만....

천천히 지던 석양이 조금씩 빛을 잃어갈 때쯤, 당신이 헛기침을 몇 번하고는 식사 하던 식기들을 내려놓습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걸까요, 서론이 조금 긴 것 같습니다만....

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자니, 당신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저에게 한 마디를 나직히 합니다.

그 한 마디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서, 저는 울어버립니다.

그래요, 사랑이에요. 이건 틀림 없이 사랑이란 거겠죠.

울어버린 저를 보며 당신이 당황해하며 저에게 손수건을 내밉니다. 

정말, 그런건 필요 없는데도...

잠시 감정을 추스르던 저는,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한 마디 합니다.

 

『...Loveです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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