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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프리의 심야의 티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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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7, 2017 02:28에 작성됨.

※ 주류와 몸에 썩 좋지 않은 기호식품이 나옵니다.

 

"왔어?"
린은 거품이는 잔을 내려놓고 돌아보았다.
"많이도 사왔네."
"아니, 나빼고 둘이서 마시고 있었어? 와… 그럴 줄 몰랐다... 이 배신자들…"
가장 먼저 보인 것이 집주인이라도 되는 듯 태평히 다리를 뻗고 앉은 린이었는지, 톡쏘는 알코올 향이었을까는 몰라도, 그녀는 현관에 슬리퍼를 벗어던지듯 벗어두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위바위보는 절대적인 거란다… 나오… 운명의 희생양이여…"
붉은 머리를 가진 소녀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를 맞아들인다는 듯 장난스럽게 양팔을 벌렸다.
린은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나오의 손에 들린 커다란 봉지를 받아들고는 바로 자리로 돌아가 풀썩 앉았다. 맨바닥이었다면 통증을 느꼈을 정도였겠지만, 핫팬츠 아래로 보이는 두터운 방석은 쿠션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었다.
검은 봉지를 뒤집으니 십 수 개도 넘어 보이는 과자봉지가 우수수 쏟아졌다. 카렌은 쏟아진 과자봉지들을 눈으로 훑어 보다가, 문득 한 곳에서 멈췄다.
"문어땅콩!! 나오, 역시 눈치가 빠르네~ 고마워!"
"눈치라기보다… 국민 안주라고 할까... 카렌은 특히 좋아하긴 하지만."

 

"쟁반 가져올게."
린이 재차 일어서서 부엌으로 향했고, 나오는 그런 린을 지나쳐 베란다로 향하는가 싶더니 이내 베란다와 가까이 놓인 선풍기 앞에 무릎을 꿇고 땀에 젖은 티셔츠를 펄럭였다.
"으하아…… 살 거 같아…… 밤이라도 엄청 덥다고… 망할 열대야…"
궁시렁대며 지구온난화의 선심을 격하게 거부하던 그녀는, 결국 티셔츠를 펄럭이는 것만으로는 참지 못하고 티셔츠를 젖혀,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하게 빠진 소녀―아이돌― 의 몸매를 무방비하게 드러냈다.
펄럭이는 티셔츠 너머로 힐끗힐끗 바깥을 쳐다보는 굴곡이―펄럭이는 천의 그림자 외엔 그 어느것도 살갖을 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욱―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자로 하여금 욕망을 자극하기엔 충분했으리라.

 

"오~ 나오~ 몸매 좋은데? 늑대한테 물려가기 전에 이 카렌님이 먼저 접수하겠노라―"
슬쩍 무릎을 일으켜 나오가 있는 방향으로 짦게 도약한 카렌은 무방비한―티셔츠 한 장을 제외하면 정말로― 소녀의 신체에 자신의 팔을 두르며 몸을 밀착시켰다.
"후꺄앗!? 뭐하는 거야!! 카렌!! 더워 죽겠는데 들러 붙지 말라고…!"
새된 목소리로 깜짝 놀란 소리를 지른 소녀는 곧장 티셔츠에서 손을 떼고는 엉겨붙는 카렌의 팔을 떼어내려 했다. 그러나 카렌의 팔은 저항따윈 무의미하다고 말하는 듯이 손가락을 곤충의 다리처럼 움직이는 시늉을 하더니, 티셔츠 아래로 슬금슬금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카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던 소녀는 굴곡 바로 밑에서 갑작스레 멈춘 카렌의 손과 시간차를 두고 들려온 말에 의해 당황함을 느꼈다.
"……나오, 설마…"
대답은 없었다.
"……흐응…… 에잇!"
"후, 꺄하아아아아아앗!!???"
자신의 신체의 일부분이 뒤에 있는 악마의 손길에 그 형태가 눈에 띄는 차이를 보이며 변형되어, 탄성에너지를 한껏 지니게 되었다는 사실에 아까 전보다 몇 배는 더 놀란, 그리고 더 커다란 비명을 지르며 온 몸을 튕겨 온 힘을 다해 악마의 손을 밀쳐냈다.
"뭐, 무슨, 허, 어딜 만지는 거야!!!!!! 카렌!!!!!"
"속옷도 안 입고 밤거리를 나돌아다닐 정도로 자신있는 아이돌의 가슴은 어떤 가슴일까 해서… 안 돼~?"
"어, 어쩔 수 없었다고! 이미 옷은 갈아입었지, 교복은 개놨지…"
"귀찮았구나."
소녀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침묵으로 답했다.

 

"더워 죽겠는데 방 더 덥히지 말고 과자나 까자."
어느새 자리로 돌아온 린은 쟁반에 과자를 쏟아붓고 있었다. 쟁반위엔 과자가 동산처럼 쌓여갔다. 두 소녀는 그녀를 도우며 남은 잡담을 이어갔다.
마침내 수북하던 과자봉지들을 전부 꾸깃꾸깃하게 구겨 쓰레기통에 구겨넣고는 린이 냉장고로 향했다.
"난 맥주마실 건데, 뭐 마실래?"
"소주 있으면 소맥, 없으면 그냥 맥주."
"카렌은?"
"으음… 나도 그냥 맥주로."
"손이 없네... 카렌, 컵 좀."
"아, 오케이."

 

"어허, 안 되지. 안 돼!"
카렌의 혼내는 듯한 어조가 나오의 손을 멈추었다.
"셋이나 모였는데 자작은 아니지~ 나오, 섭섭하게 그러지 말자구…"
자신이 따라주겠다는 양 손을 가까이 하니 나오도 말없이 잔을 기울였다. 기분좋은 소리가 울리며 잔이 채워져 갔다. 소리는 가득 차지 않고 멈추더니, 또 다른 액체가 부어졌다.
"너무 많이 타는 거 아냐?"
가득 찬 잔에 젓가락을 찔러넣으며 중얼거렸다.
"자신의 젊음을 믿어 보는 건 어떨까. 나오."
확실히 그렇다. 17살의 간이란 더도 덜도 없이 가장 건강할 때일 테니까. 그렇게 생각한 청소년은 다행히도 금세 생각을 고쳐먹었다.

 

"자, 그럼… 짠!"
""짠~""
한 소녀의 구호에 맞춰 두 사람이 동시에 건배를 외치며 잔 세 개가 부딫혔다. 찰랑거리며 작은 파도를 일으킨 잔은 곧이어 소녀들의 입으로 향했다. 잔이 줄어드는 속도는 제각각이었지만 안주거리를 찾아 손을 뻗는 모습은 같았다.
"크하아… 살 거 같네… 밖에 너무 덥다고…"
"후우……… 그래서 나오, 잘 돼 가?"
"뭐가?"
"연애사업."
주어없이 질문을 던지는 린을 무신경하게 쳐다보며 무슨 말? 이라고 써진 듯한 표정을 짓다가, 뒤따라온 말에 입을 뻐끔거리며 다급히 적절한 단어를 찾았다.
"…뮤슨, 뭐, 아니… 나 남자 없거든!? 무슨 소리시래!?"
"그래도… 그치? 린."
"응… 뭐… 어쩔 수 없다고 할까… 그렇게 되는 거니까."
의미심장한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을 보며 그새 포기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나오. 뱉어낸 것이 부러움인지 실망감인지, 혹은 화인지는 두 사람은 알 수 없었다. 잠깐의 시간을 두고 나오는 입을 열었다.

 

"에휴…… 모르겠다… 처음엔 밀당인가 생각도 했는데, 아무리 대쉬를 해도 눈하나 깜빡 안 하고 모른척 넘겨버린다고. 이건…"
나오는 술잔을 기울이며 단골 주제를 꺼냈다.
"오호? 카미야 나오가 대쉬를? 그래서? 카렌님의 비장의 기술을 사용했느뇨?"
카렌은 그렇게 말하며 히죽히죽 웃는 표정으로 나오의 몸을 훑어보았다. 그런 시선을 느낀 것인지 눈을 살짝 찌푸린 듯 하다, 이내 무시해 버렸다. 카렌의 질문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했다.
"…진짜?"
방금까지 만연했던 장난끼라고는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한 카렌의 표정이 이 사실이 얼만큼이나 대단하고, 혹은 신기한 일인지 체감하게 해 주었다.
"나오… 그걸 진짜로 한 거야? 사무실에서?"
"응."
린 특유의 논조가 변하지 않는 말투를 감안하면, 엄청나게, 아주 기가 막히다는 듯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나오는 군말없이 긍정했다.
"프로듀서랑 단 둘이서?"
"…응."
"수영복 입고?"
"……응."
"대사도 똑같이?"
"아니, 그건 아니지."
중간에 카렌이 끼어들었지만, 나오는 즉답했다.
"하는 김에 해 버리지~~ 부끄럼쟁이라니까."
카렌이 양 팔을 올려 괴이한 제스쳐를 취하며 야유하듯 반응했다.
"부끄럼 수준이 아니라 그건 그냥 변태잖아…"
"노브라로 돌아다니는 건 괜찮고?"
"…그 얘긴 그만…"
나오는 창피하다는 듯 한 손으로 눈을 가리듯 덮은 채로 대답했다.

 

"와… 그래도… 그런 짓까지 했는데도 모른척했단 말이야? 다른 반응 일체 없이?"
여전히 놀람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린이 의아하게 물었다.
"놀란 건지 놀란 척인지, 어쨌든 흠칫하더니, 평소대로 웃으면서 뭐라는지 알아? '아무리 여름이라도 그런 차림으로 있으면 감기걸린다'고! 진짜!"
나오는 일부러 화난 듯한 논조로 한탄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커다란 담요를 갖다 줬어! 내가 자주 쓰던 사무실 담요를!! 갖다 줬다고! 담요를!"
전부 토해냈다는 듯 한숨을 내뱉으며 그 뒤로도 감정을 토로하는 건지, 들릴까 말까 한 작은 목소리로 주저리주저리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실제 감상은?"
카렌이 술을 삼키며 물었다. 나오는 그 물음에 멈칫하는가 싶더니, 말없이 술잔을 들었다.
"……담요 갖다 줄 땐… 뭐… 솔직히 기쁘긴 했지…"
나오는 홀짝거리며 찰랑거리는 술잔에 눈을 돌려 부끄러워하면서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솔직하네."
"나오네~"
"응… 역시 나오네."
둘은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같은 표정으로 나오를 바라보며 안도의 심정을 주거니 받거니 전했다. 그런 둘을 바라보며 나오는 말없이 캔에 손을 뻗더니, 이내 멈추었다.
"어라, 벌써 비었네."
"나도 이게 마지막 잔이야. 더 가져올까?"
"그럼 내것도 부탁해. 카렌."
카렌은 안주를 두어 개 집어 입에 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로 향했다.

 

"아, 린!! 방안에서 피지 마!"
양손에 맥주캔을 들고 부엌에서부터 돌아오던 카렌은 갑작스레 목소리를 높였다. 카렌의 말이 가리키는 것은 린의 손에 들린 한 개피의 기호식품이었다.
"앗, 미안해. 습관적으로."
린의 옆자리에 앉은 나오가 아니라 부엌에 있던 카렌이 먼저 반응한 이유는 역시 과거의 몸가짐이 몸에 배인 탓일 터이다. 그러나 그러한 경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때만 되면 가장 적극적으로 술판을 벌이는 것은 나잇대 특유의 반항심과, 그동안의 보상심리에 기인한 것이리라.

 

린은 곧바로 베란다로 향했다. 나오는 린의 모습을 한결같이 바라보기만 했다. 난간에 걸터 서,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는 모습까지 지켜보더니 휙하고 고개를 돌려 억지로 텅 빈 잔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직도 금연?"
어느새 자작했는지 카렌의 잔엔 거품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카렌이 무게감 있는 캔을 나오의 잔에 가까이 하더니, 나오는 예의에 맞춰 잔을 기울였다.
"… 하루에 딱 한 개비로 타협봤어."
나오의 자책감 섞인 목소리에 카렌이 조용히 나머지 잔을 채웠다.

 

린은 두 사람의 대화를 흘려들으며 밤거리를 내려다 보았다. 때때로 뿌연 연기가 잠시나마 형형색색의 불빛들을 흐렸지만, 그러려니 하며 무시해 버렸다.
그렇게 열대야를 한껏 느끼던 와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린에게 누구인지 확인할 기색따윈 없어 보였고, 고개를 돌리는 대신 손을 안주머니로 향했다.
자신의 옆에 힘없이 팔을 걸친 소녀는 린과 같이 밤거리를 내려다 보았다.
"땡큐."
린의 호의를 가볍게 입에 물고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들었다.

"… 한 개비째지?"

적적한 심야에 거리를 거니는 한 쌍의 커플을 바라보며 던진 장난스러운 물음을 나오는 쓴웃음으로 답했다.
둘은 차가 달리는 소리만이 들리는 열대야 속에서 아무 말도 없이 그렇게 있었다.

 

"자자… 그럼 잔도 채웠고, 나오의 연애사업으로 돌아가 보실까!"
카렌은 밝은 목소리로 화제를 던졌다.
"아니, 왜 거기로 돌아가는 건데!?"
일부러 과장한 듯한 나오의 반응에, 린이 카렌의 말을 거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하나의 주제가 오래 이어지는 일은 없었고, 이내 또다른 주제로 떠들썩해졌다.
"그런 거라면 카렌도――"
이야기는 시시각각 바뀌었다. 그러나 대부분 시시콜콜한 잡담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때마다 그녀들은 기분좋게 달아오른 분위기에 올라타듯 잔을 비웠다.
"맞아, 그 때 우즈키가――"
한 때는 서로를 주제로, 어떤 때는 자랑하고 또 한탄하며, 때론 제3자의 이야기로도 흘러갔다. 시계가 어디를 가리키는지도 모른 채, 별것도 아닌 주제로 한여름의 티파티는 이어져갔다.
그리고 밤도 그렇게 깊었다.

 

 

 

 

아이커뮤에서 폭발시켰던 망상들을 디테일하게 망상해 봤습니다… 재밌네요… 후후… 차근차근 다른 망상들도 올리게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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