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통달거리 3.46km!"

댓글: 14 / 조회: 1057 / 추천: 6



본문 - 05-15, 2017 08:34에 작성됨.

※ 아이돌과 프로듀서 간의 관계에 대해 약간 민감한 요소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읽으실 때 주의 바랍니다.
※ 본 내용은 어나더 스테이지 H10부스에 출품될 아이돌 마스터 단편집 <LINK>에 수록될 소설의 초고입니다. 본 단편에는 혼다 미오와 타다 리이나가 등장합니다. 단, 모든 소설이 이런 내용은 아닙니다.
 
 
 
 
 
 
 
 
 
"신데렐라 해적 방송!"
"...오늘 제목 뭐 하지?"
"<미드나이트 록!>"
"미, <미드나이트 록!>"
"자! 오늘도 힘차게 시작했습니다!"
 
둘은 박수를 막 쳤다. 말이 사라지자 낡은 코일에서 나오는 진동음이 방 안을 메웠다. 진동음을 다시 미오의 목소리가 덮었다.
 
"그래서 리-나, 오늘 제목의 의미가 뭔가요?"
"언제나 자정에 하는 거지만 괜시리 뭔가 자정이고 싶어서 미드나이트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록이라고 하면 뭔가 록하니까?"
"아하하하, 록하네. 그럼 오늘의 주제는 <미드나이트스러움>인가?"
"지난 주처럼 <에너지드링크스러움> 같은 게 아니어서 다행이야..."
"왜 그래. 뭔가 불끈불끈한 분위기였잖아?"
"불끈불끈 그거 뭐야! 아니 근데 에너지드링크가 그런 용도로도 쓰인다는 거야?"
"어쩌면 일반적인 사용 용도보다 그 쪽으로 쓰는 게 더 많을지도?"
"어, 그, 그런가..."
 
잠시 휴지.
 
"뭐 처음 들으시는 분들한테 설명을 드리자면 이 방송은 대충 이런 분위기로 흘러가는 해적 방송이 되겠습니다! 언제나 장비를 지원해 주시는 이케부쿠로 씨에게 감사를 드리면서 오늘의... 제목 뭐였지?"
"<미드나이트 록!>"
"<미드나이트 록!>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이 반주는 <부탁해! 신데렐라>인가. 음악까지 흐르는 걸 보니 뭔가 제대로 된 모양을 갖추려고는 하는 것 같다.
 
"그나저나 미오, 오늘 무슨 변명 해서 밤 샌 거야?"
"나? 일 늦게 끝나서 회사에서 자고 온다고..."
"그거로 되는 거야?"
"몰라. 대충 그렇게 말하면 되지 않나?"
"우리 부모님 엄청 걱정하시던데..."
"최소한 걱정 안 시키게 어른스러운 나 자신을 연기했어야지."
"그런 건 좀 거부감이..."
"어라? 록은 반항하는 거 아니었나?"
"미오 너 그거 예전부터 계속 미는 거 같은데 아니거든! 록은 어? 록은 반항을 해도 아름답게 반항하는 거라고!"
"오오오... 리-나의 록 이론..."
"아니아니, 이럴 게 아니라 진행하자 진행!"
"아니 리-나 네가 먼저 말 꺼냈잖아..."
"뭐 그렇게 됐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미드나이트스러움>이고요, 이전 방송에서 사용하던 트위터 계정, @enerugidorinku에 접수된 사연들을 미드나이트스럽게 읽어 보는 <미드나이트 끝말잇기>코너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트위터로 사연을 받는다고? 황급히 라디오 볼륨을 줄이고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프로필 설명도 없이, <미드나이트 록!>이라는 이름만 남긴 채 계정은 잠겨 있었다. 아무래도 특정한 사람만 팔로우를 받는 것 같았다. 문제라면 팔로워가 무려 사백 명이나 된다는 거였지만. 처음 멘트처럼 전파 통달거리가 3.46km라면 도쿄도의 인구밀도를 따져 보았을 때 해적방송이란 걸 감안해도 상당수가 라디오를 듣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다못해 라디오 주파수를 찾다가 얻어걸려서라도 말이다.
 
"그러면 미오가 한 번 뽑아 볼래?"
"어떻게 해야 하지? 뒤적뒤적~ 뒤적뒤적~"
"뽑혔습니다!"
"뽑혔습니다!"
"제목 뭐야?"
"음... 필명 '어묵은 꼭 가다랑어 국물에 삶아 먹을 것'님. 제목은 <우즈키쨩에 대해서>입니다."
"어째서 아이돌 뒷담화 방송이 된 걸까나..."
"뭐 그게 미드나이트스러운 게 아니겠어?"
"어째 에너지드링크스러울 때도 그런 거 같은데..."
"뭐 어때. 미드나이트스럽게, 사연 읽어보겠습니다. [삐리릭 안녕하세요 혼다 씨. 타다 씨.]"
"삐리릭 안녕하세요!"
"삐리릭 안녕하세요!"
 
음. 이게 사연 읽을 때 인사말인 건가.
 
"[우즈키쨩을 정말로 좋아하는 한 팬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한 가지 고민이 있어서 이곳으로나마 사연을 올려 보려고 합니다.] 원래 그런 방송이니까 듣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최근에 우즈키쨩의 화보를 자주 보는데 많이 유명해져서 그런가, 이제는 노출이 많이 적더라고요. 물론 안 유명하면 노출해야 한다는 생각도 좋지 않지만요, 그냥 뭐랄까 좀 아쉬워져서 이렇게 사연 보내 봅니다. 우즈키쨩의 노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두 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노출이라..."
"노출..."
"미오는 비키니 화보도 찍었었지?"
"찍은 적은 있는데, 일단 이 사연 보내신 분이랑 시마무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싶어."
"무슨 얘기 하려고?"
"그 아이돌 화보 말인데, 사실 전적으로 노선 같은 문제지 딱히 유명하고 안 하고가 문제는 아닌 거 같아. 유명하면 자주 안 나오겠지. 사진 찍는 거 얼마나 시간 많이 잡아먹는데."
"아 그런 거 있어. 이게 뭐라고 해야 하나, 너무 자주 나오면 그게 또 수준을 떨어트리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그러니까 일을 안 한다는 게 아니라, 알게모르게 일 하면서 큰 데에는 자주 안 나오는 거지."
"시마무도 지금이야 이상적인 여고생? 뭐 그런 노선을 타고 있어서 그런 거지 또 몰라. 여름휴가 컨셉으로 나올지도 모르잖아? 나온단 얘긴 아냐. 그렇다고 여기서 기밀유출을 하진 않는다고."
"사실 우리도 잘 모르고 말야."
"그리고 이거 보내신 분도 아마 우리 또래인 거 같은데 흠..."
"...뭐 사실 또래라고 하기엔 우린 너무 음..."
"아하하, 그렇지. 너무 많이 봐버렸지. 아직 그 나이즈음이면 이상적인 여자아이 모습 정도 품고 살 수는 있는 거니까 말야. 우린 그 여자아이를 연기하는 거고."
"연기...인가. 뭔가 원래 있는 모습에서 쬐금 각색해서 낸다고 해야 하나? 록 밴드들도 그렇잖아. 아무리 그래도 매일 무대에 기타를 내려쳐서 부수는 삶을 살지는 않는다고."
"그래서 이런 방송이 필요한 게 아니겠어?"
 
음... 좋아. 일단 통달거리 범위에 있는 거 같으니까 움직여 봐야겠다. 우선 진짜 통달거리가 3.46km일 리는 없으니 아마 그 날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 전파 장비에 대한 지식은 없지만 지금의 방송 음질을 보더라도 절대로 발신 안테나의 성능이 좋을 리는 없었고, 안테나가 건물 옥상에 달려 있지도 않을 것이다. 몇 개의 가정이 정말로 맞다면 전파의 세기가 같은 곳을 세 군데만 찾아도 바로 진원지를 알 수 있다. 측정기의 숫자는 우연히도 -34.6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GPS의 경위도를 메모해 두고 시동을 걸었다.
 
"음... 하여튼 미드나이트스럽게 반응하자면 원래 사진집이라던가 앨범 같은 거도 마찬가지고, 내는 것도 어느 정도 간격이 있어야지 안 그러면 판매량도 안 나오고 완전히 망한 마케팅이 된다고."
"시마무가 노출하는 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면, '아무 생각 없다'가 답이 되겠네. 노출이 지나치면 우리로서도 걱정이 되지만 아직 그런 적도 없고 시마무도 충실하게 자기 일에 임하는 거니까."
"말 나와서 말인데, 그럼 이 사연은 얼마나 미드나이트스러운 걸까나?"
"미드나이트라... 왠지 한밤중에 고민하는 남고생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아?"
"...뭔진 모르겠지만."
"그러니까 미드나이트스러움에는 합격이라 할 수 있겠네?"
"그...런가?"
"네 그러면 합격 드리겠습니다!"
"그런 거야?! 어쨌든 합격하신 분은 트위터 계정에 사연 고유번호랑 주소를 메시지로 남겨 주시면 우즈키 사진집 하나 집어서 보내 드릴게요!"
"역시역시. 나랑 생각이 같구먼 리-나. 시마무 사진집 보고 조금 아쉬움을 달래라구!"
 
그리고 다시 휴지. 나는 차를 몰고 새벽 거리를 돌고 있었다. 도쿄의 도심은 심야였지만 여전히 차가 많았다. 측정기의 숫자가 점점 내려가는 걸로 봐서 아마 아까 멈춰서 라디오를 듣기 시작할 때의 -34.6874 지점을 찾으려면 반대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차를 돌려 다시 346프로덕션 쪽으로 갔다. 신호 세기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대치를 찍더니 다시 줄어들었다.
 
"그럼 노래 한 곡 듣고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미드나이트니까 이걸 안 들을 수 없겠죠. 엄청 록한 곡이지 리-나?"
"맨날 록한 거만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
"오, 그 발언 NG인데."
"NG밖에 안 말하면서 이제 와서 뭔 소리야."
"...하여튼 반주 나오고 있죠? <순정 Midnight 전설>. 이 분들 단체 화보도 좋았죠. 듣고 오겠습니다."
 
선곡이고 뭐고 뭐가 이렇게 딱딱 맞아떨어지는지. 의문 투성이다. 이 친구들은 무슨 이유로 이렇게 NG 투성이인 방송을 하는 건지. 그리고 이런 방송을 지속적으로, 그것도 트위터 계정까지 쫓아다니면서 듣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단순히 아이돌 활동을 오래 해서 생긴 관록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체계가 잡혀 있다. 이들 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 이들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있을 터. 아무리 생각해도 프로듀서가 이렇게 뒤를 밟는 건 좋은 일이 아니었지만, 괘씸해서라도 그 현장을 직접 습격하고 싶었다.
 
미오가 9시에 일이 끝나고 돌아오면 어쩐 일인지 그냥 사무소에서 자는 일이 부쩍 잦아졌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리이나가 무단외박으로 기숙사 사감에게 경고를 받은 날이 미오가 매 주 9시에 일을 하는 날이랑 일치했었다. 또 346 경비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분명 모두 퇴실하고 불도 꺼진 건물 어딘가에서 자꾸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도 하고. 단서들은 부정확하기 짝이 없었지만 퇴근하던 중에 라디오 주파수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전파를 잡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래. 그 <에너지드링크 피버!> 편의 끝 부분을 듣게 된 것이다.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346프로덕션 내부에서 방송을 했다면 언젠가는 경비에게 들키기 마련이고, 또 라디오 수신기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346 직원 중에 한 명이라도 늦은 퇴근길에 라디오를 켜게 되면 바로 들켜버릴 텐데. 게다가 이걸 직접 사람들한테 방송하기까지. 들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철없게도 들키지 않을 거라고 확신을 했거나였다. 아무리 어른인 척 해도 후자일 것 같지만.
 
업계의 현실이고 뭐고 나는 잘 몰랐다. 지금 저 애들이 틀린 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이 쪽에서 현실적으로 나온다면 나도 현실적으로 나올 필요가 있다. 방송이 퍼지기라도 하면 어떡할 거냐. 손해 보면 너희들이 책임질 거냐. 그런 말 하기 뭐하니까 서로서로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거지. 하지만 아직은 둘을 용서해 줄 생각이 있었다. 이제라도 멈추면 된다. 그리고 왜 그랬는지 제대로 말로 풀면 된다.
 
"네! <순정 Midnight 전설>, 듣고 왔습니다."
"점점 뭔가 진짜 라디오방송 모양새가 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어..."
"그거야 우리가 하려고 했던 거니까 당연하지."
"그럼 또 그거 해야 해?"
"아... 아직은 청취자를 모아야 하니까, 뭔가 그냥 흘러가 버리기 전에 정리 좀 해야겠네."
"이런 거 말할 때마다 조금 긴장돼서 말이지."
"뭐 어때. 그냥 읽는 거잖아. 리-나가 읽을래?"
"처음에 하자고 한 건 미오였잖아!"
"으으... 알았어. 읽을게. [이 방송은 신데렐라 해적 방송을 표방합니다. 두 사람이 평소에 입이 근질근질해서 못 말했던 것들을 말하는 방송입니다. 가끔 좋은 게 좋은 거라서 관계자한테도 말하기 뭣한 게 있어요. 그래서 평소의 순진한 척은 아주 쬐금 벗겨내고 NG인 얘기만 잔뜩 하고 싶습니다.] 으아아아악! 이거 누가 쓴 거야!"
"네가 썼잖아!"
"'순진한 척~' 부분은 리-나가 썼잖아!"
"어쨌든 잘 읽었네! 됐네!"
"[가끔 사연 같은 데다가 이거 346한테 이익이 되는 게 전혀 아닐 텐데 괜찮으신가요? 하는 질문도 들어오는데...] 음... 이 부분은 리-나가 읽으면 안 돼?"
"[...저희도 아이돌 계속 하고 싶습니다만, 그냥 이런 마음을 알고 있는 아주 작은 조각의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맨날 주파수랑 장소 옮기고요, 사연도 아무 데서나 안 받습니다. 하지만 매 주 화요일에 하는 건 똑같으니까요.]"
"...빨리 다음 코너 하자 다음 코너."
"그래그래! 다음 코너 하자!"
 
말하는 내용만 아니면 정말 훌륭한 라디오 진행이라고 칭찬할 만하건만. 나는 측정값이 같은 지점을 한 번 더 표시하고 우회전해서 다시 측정값을 보기 시작했다. 슬슬 슬퍼지려고 하는데.
 
"다음 코너는 <미드나이트 서술형 답변>입니다!"
"<미드나이트 서술형 답변>에서는 각자의 미드나이트스러웠던 경험에 대해서 말합니다. 가장 미드나이트스러웠던 경험을 말한 사람이 이번 주의 승자가 되고, 타이틀을 정할 권리를 얻게 됩니다. 처음에 보셨다시피, 지난 주 승자는 리-나였어요. 에너지드링크 재밌었어!"
"아니 그냥 어... 에너지드링크의 이상한 성분들에 대해서 말한 건데..."
"그래도 불끈불끈 피버스러웠으니까 내가 승리를 인정한 것이 아니겠나 리-나 군!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으아... 그럼 내가 선공권 있으니까 나부터 말할게."
"응응!"
"...좋아. 음... 내가 처음 이 방송 할 때였어. 그러니까 기숙사 담 넘는 게 영 익숙하지 않던 시절에."
"절묘하게 그게 방범시스템이 안 닿는 곳이 있지 그지?"
"이건 내 안전이랑 관계 있는 거니까 절대로 안 말할 거야. 하여튼 거기 넘을 때 말인데. 그 때 프로듀서가 일찍 일 끝나는 날이었단 말야. 맨날 일찍 퇴근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 날이었는데 담 너머로 웬 이상한 사람이 보이는 거야."
 
뭐?
 
"그래서 그 사람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는데 끝까지 안 지나가고 그냥 거기서 통화하고 있는 거야. 그냥 그래서 다시 기숙사 쪽으로 내려가서 심심하니까 그 사람 통화 내용 엿듣고 있었는데..."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드는데."
"나 그거 통화 내용 녹음해 놨어. 들어 봐봐. 하도 큰 소리로 얘기해가지고."
 
측정값은 다시 -34.6874를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지도를 꺼내서 삼각형의 세 꼭지점을 지나는 원을 그렸다. 측정값이 같은 세 지점. 그리고 그 지점을 지나는 원의 중심이 전파의 진원지이다.
 
"[솔직히 열심히 한다는 거, 못 믿겠어. 346이 대기업이어서 팍팍 밀어 주는 거지 열심히 해서 되는 거면 타고난 건 어디로 가? 그리고 두 배 세 배로 열심히 한다고 해도 이 쪽에서도 판매 주기란 게 있잖아. 리이나 걔만 푸시해 줄 수는 없다구. 그러면 완전 망한 마케팅이지. 그 나이쯤 됐으면 열심히 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정도는 알아야지.]"
"크하하하하!"
"완전 쩔지? 막 그런 느낌 있잖아. 서로 안 믿는 거 아니까 오히려 안심되는 거 있잖아."
"하하하하하... 아아... 진짜. 쩐다. 우리도 알아요! 가슴 크기는 라디오로 안 전해지지만 이거 타고난 거라구요!"
"뭐 엿들은 쪽도 나쁘지만 말야. 뭐 할튼 서로서로 현실 아는 거, 우리 사이에라도 좀 잘 지내요."
 
난 원의 중심을 다시 보고 또 보았다. 대충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결과를 보는 건 또 다른 얘기였다. 346 프로덕션 신관. 건물 구조를 알고 있으니 좀 더 정밀하게 위치를 측정하면 층별로 돌아보면서 추적해 볼 수 있었다. 몇 층인지는 알 것 같지만 말이다.
 
"우리가 이 라디오를 왜 하겠어."
"뭐 그런 게 아닐까? 서로 할 수 있는 최소한이라도 하면 그래도 일은 성립되니까. 하지만 더 해 주기를 바라지는 않는 거지."
"더 마음 불편해지긴 싫으니까 믿는 마음이 있는 것처럼 말하는 거고."
"그러면 경험 얘기는 여기서 끝?"
"뭐 그거 듣고 나서 그냥 담 넘고 녹음하러 갔지만... 응. 그럼 미오 차례!"
"흠... 내 미드나이트스러운 경험이라면..."
 
그냥 라디오를 꺼 버렸다. 생각이 넘쳐서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회사 건물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측정기를 꺼내서 정문 앞의 신호 세기를 기록했다. 내 예상이 맞다면 라디오 전파는 신관 30층 3045호 연구실에서 나오고 있을 것이다. 건물 주변을 돌고 또 돌면서 신호 세기가 같은 곳을 찾았다. 그리고 다시 지도를 꺼내어서 원의 중심을 찾았다.
 
빙고. 사과니 죄책감이니 하는 이야기는 일단 만나고 나서 할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다. 이 방송이 3.46km 범위에라도 들리게 놔두었다간 우리 모두에게 좋을 것이 없었다. 아무래도 들켜도 상관없겠지 하면서 마구 보내는 거겠지. 잘못한 건 사과하고,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한다. 어떻게든.
 
한 밤의 346프로덕션은 당연히 문이 굳게 잠겨 있었다. 하지만 난 보안 시스템에 걸리지 않는 장소를 알고 있다. 미끄러지듯이 회사 주변 담을 돌아서 동편 세 번째 기둥에 섰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담을 넘어 정원을 가로질렀다. 그러면 바로 앞에 열쇠로 여는 문이 있는데 그 열쇠를 내가 가지고 있다. 늦게 퇴근할 때를 위한 대책이었다.
 
30층이니만큼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었지만 로비를 그냥 가로지르는 순간 경보음이 울릴 테니 생으로 계단을 오르는 수밖에 없었다.
 
'신데렐라 해적 방송!'
'완전히 망한 마케팅이 된다고.'
'평소의 순진한 척은 쬐금 벗겨내고...'
 
아무래도 괘씸했다. 말로 하지 그랬어.
 
'[못 믿겠어.]'
 
엿들은 쪽이 잘못이잖아.
 
'우리 사이에라도 좀 잘 지내요.'
 
그래. 잘 지내는 척 좀 하자. 이상적인 아이돌과 프로듀서의 관계가 되자.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너희 아이돌 활동이 잘 될 때 이야기야. 이렇게 망치면 안 되지.
 
3045호 명판 앞이다. 내 지식이 맞는 거라면 아까 방송에서 언급한 이케부쿠로 씨의 연구실이다. 기본적으로 컴퓨터실도 담당하고 있어서 아이돌의 출입이 잦은 곳이기도 하다. 어차피 계단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부터 동작센서에 걸려서 경보기는 세차게 울리고 있던 터라 경비원이 30층까지 올라오기 전에 둘의 낯짝이라도 보고 싶었다. 문손잡이를 돌리자 잠기지 않은 문이 그냥 휙 열렸다.
 
"그럼 오늘은 누가 이긴 걸로 할까나?"
"이미 알면서 그렇게 의기양양하게 묻지 마..."
"에헤헤, 그런가? 그럼 오늘은 이 미오의 승리인 걸로!"
"쳇... 비장의 무기로 가져온 녹음이었는데 설마 더한 걸 가져올 줄이야..."
"그럼 다음 주 주제는 바로 저, 혼다 미오가 정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신데렐라 해적 방송 <미드나이트 록!> 오늘 준비한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마구 달렸다. '전산실'이라고 쓰여 있는 문이 있었다. 우리 사이에라도 좀 잘 지내보자고.
 
"트위터 계정명 바꿨어요. 잠금은 12시 30분부터 오전 7시까지만 푸니까 그 때까지 들어온 사연만 받을게요. @midnightrockk으로 들어오셔서 여러분이 못 할 말들을 해 보세요!"
"그럼 그 때까지, 삐리릭 안녕히 계세요!"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멎자 다시 진동음과 경보기 소리가 귓 속을 가득 메웠다. 전산실 안에는 벽을 뚫어 놓은 안테나 선 하나와 음성파일을 재생 중인 노트북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
 
 
 
 
 
 
 
 
 
 
 
네. 1인 서클 [변두리]의 케이드입니다. 거의 한 달 만에 뵙네요.
 
어나더 스테이지에 부스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본 단편을 포함한 11편의 단편이 실리게 되며, 아주 다양하게 실을 생각입니다. 그리고 마스터피스에 올라갔던 <마츠다 아리사의 회고록>도 1천 자 정도 빼고 더한 다음, 삽화를 추가하여 32페이지 분량의 얇은 책으로 낼 생각이에요.
 
수요조사를 받고 있으니 혹시 어나스테에 참가하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부디 폼을 작성해 주세요. 그럼 이 소설도, 단편집도 잘 부탁드립니다.
 
6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