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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로 변해가는 마차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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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4, 2017 21:41에 작성됨.

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 중에서 가장 마음을 끌었던 것은 신데렐라였다.

잿투성이 소녀는 마법사를 만나 아름다운 아가씨가 되어 호박마차를 타서 성에 들어가 왕자를 만난다.

다들 왕자와 공주, 간혹 마법사를 마음에 들어하며 자신을 투영했지만 유독 호박마차를 마음에 들어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제로 동화에선 호박마차는 성에 신데렐라를 데려다주고 나오지 않기 때문에 인기가 없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예전부터 특이한 아이였다.

내 마음을 끌었던 것이 바로 호박마차였다.

인기없고, 대단하지도 않은 그저 신데렐라의 탈것.

그렇지만 반대로 마법사조차 하지 못한 '성을 향한 안내'를 맡은 배역.

누군가를 이끌고 성공시키는 성보다도 찬란한 호박마차.

나는....내가 호박마차이길 원했다.

 


 

쓰다가 지우기를 1시간째 반복하며 타자를 두드린다.

제목 '사표'

그 뒤에 내용을 도저히 쓸 수 가 없었다.

이미 각오를 했다고 생각했건만 그것조차 아니었던 모양이다.

더 이상 써지지 않는 사표는 포기하고 자택의 침대에 누었다.

"....여러분."

만약 다시 한번 내게 기회가 있다면.

만약 처음 만났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만약.....처음부터, 호박마차가 되길 포기했었더라면.

"내가.....그녀들의 미래를 짓밟았어!"

아직 10대 소녀들인데.

꿈을 가지고 고된 연습을 반복하고.

생전 처음보는 남성에게 희망을 걸었다가 실패해버린 소녀들.

그녀들이 다시 신데렐라가 되기 위해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나 때문에 모든 꿈도 희망도 잃었으니까.

 

 

낮게 진동하는 소리에 눈을 뜬 것은 밤 11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다.

어느새 자버린 건지 자각도 못 한채로 휴대폰을 바라보니 이마니시 부장님이었다.

내일 출근한다면 늦은 시간이지만 다행이도 주말이었기에 부장님이 있는 곳으로 갔다.

"여어, 타케우치군. 이리와서 앉게."

근처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드시는 부장님을 보며 가볍게 인사하고 옆자리에 앉았다.

부장님께 술을 따라드리고 자신도 잔을 기울인다.

"요새, 어떤가?"

아무런 걸러냄도 없이 직접적으로 묻는 부장님.

연세가 있으신 만큼 쓸데없는 미사여구가 지금의 내겐 필요친 않다는 것을 아시는 지도 모른다. 

"그다지.....좋지 않습니다."

"뭐, 그렇겠지."

가볍게 기울인 잔을 내려놓으시곤 가방에서 노란봉투를 꺼내 건내시는 부장님.

아무런 글도 적혀있지 않은 노란봉투에서 안 좋은 느낌을 받는다.

"이게, 무엇인가요?"

"뭐, 자네에게 들어온 일감 같은걸세."

봉투를 열고 안에 있는 내용물을 읽자 등골이 서서히 추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내 등은 땀으로 젖고 있었지만.

"자네, 더 맡아 보겠나?"

 

 

"죠가사키 미카, 15세. 뭐, 일명 갸루라고 하는 여중생이지."

어묵에 겨자를 발라 드시는 부장님.

아무래도 이 봉투 때문에 오늘 저녁도 드시지 않고 일 하신 모양이다.

"지난 번에 오디션을 보고 합격한 아이인데 재능도, 끼도 있어서 합격시킨건 좋지만, 하필 맡아줄 프로듀서가 없는 게 문제지."

아무래도 다들 바쁘고 이미 프로듀싱하는 아이돌들 사이에 신입이 갑자기 들어가면 좋은 경험을 가지긴 어려울 것이다.

거기서 아무래도 이제 더 이상 아무도 맡지 않는 내가 걸린 모양이다.

"부장님, 말씀은 이해하지만 저는....."

"저는? 자네에게 무슨 문제가 있지?"

언제나 푸근한 분위기를 지닌 부장님이지만 그 푸근함이 지금 이 자리에선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고 있었다.

"자네가 그 아이들을 잃은 것은 알고있다네. 그 아이들에게 각별한 감정을 가지던 자네도 이해는 하고 있어."

"하지만 지금 이렇게 김 빠진 풍선같은 자네는 자네답지 않아."

"내가 아는 자넨 과묵한 것이 산 같지만 열정적이기는 화산같은 남자네. 자네 나이가 이제 23 정도로 알고 있네만, 맞나?"

"네, 네."

"23. 무언가에 시도하기는 별처럼 많이 하고 실패도 그 만큼 하는 나이라네. 그러나 실패하는 수보다도 포기하지 않는 수가 더 많은 나이이기도 하지. 자네는 이번에 3번의 실패를 경험했지. 내가 알고, 그리고 바라는 자네는 4번째를 향해 포기하지 않는 남자라네." 

그렇게 얼마나 마시고 먹었을까.

부장님의 질타같은 격려가 내 마음을 엉망진창으로 두들겼을 즈음, 취하신 부장님을 보내드리고 자택에 들어와 서류를 바라본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스트레이트 헤어. 머리는 염색한 건지 분홍색.

사진기를 향해 보이는 웃음은 그녀의 고른 치열이 잘 보일 정도로 환했다.

그녀들과는 다른 타입의 씩씩한 소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이내 부들부들 떨리는 손.

내가, 그녀들의 웃음을 앗아갔다.

그렇다면, 이, 아이마저도!!

가팔라진 고동소리에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찢어버려야 해.

버려야 해.

그만둬야해.

이제, 더 이상, 망치고 싶지...!!

 

'내가 아는 자네는....'

'나는 그 아이를 톱으로....'

'3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4번째는 포기하지 않는다네.'

'너도 포기하지마.'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울고있었다.

눈물에 젖어가는 서류.

거기에는 환한 웃음을 띈 소녀가, 신데렐라가 되려는 아이가 있었다.

"나는...."

어릴 적에 가장 감명 깊었던 동화는 신데렐라였다.

"나는...."

나는 특이한 아이여서 공주나 왕자보다도.....

"나는....."

마법사조차 하지 못한 성까지 신데렐라를 데려다 주었다.

"호박마차가, 되고 싶어.....!"

 

 

 

 

 

"안녕~★ 당신이 내 프로듀서? 나는 죠가사키 미카야. 잘 부탁해★"

긴 스트레이트의 분홍머리와 활기찬 얼굴, 무엇보다 환한 미소.

이 아이가 내가 데려다줄 다음 신데렐라다.

"잘 부탁드립니다. 타케우치라고 합니다."

"헤에, 목소리 엄청 좋잖아★ 생각보다도 무섭고 커서 걱정했는데 괜찮겠는데?"

"칭찬, 감사합니다."

예상대로 그녀는 지금까지의 아이들과는 다른 타입이었다.

환하고, 활기차며, 친근한 분위기를 만드는 아이.

이 아이는 반드시....

"죠가사키씨."

"응?"

"당신이, 바라는 아이돌 상은 있나요?"

"응! 당연히 있지. 나는 얼마 안 있으면 고교생이 된단 말이지? 그럼! 모두에게 카리스마 JK라면 나를 생각나게 하는 게 지금 내 꿈이야!!"

"그런가요?"

그렇다면...

"제가, 당신을 모셔드리겠습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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