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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로 변해가는 마차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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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4, 2017 18:39에 작성됨.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 일이 있던 후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는 것에 놀라게된다.

꿈도 희망도 열정도 지니던 그 시절, 사람들에게, 특히나 어린 소녀들에겐 다가가기 힘든 외모와 성격, 열정만 있었기에 결국 무리시켜서 틀어져버렸던 지난 시절.

만약, 정말로 무의미한 생각이지만 '지금의 나'라면....

....아니, 설령 '지금의 내'가 '당시의 그 상황'이었더라도 언젠간 틀어질 일이다.

그 일이 있은 후...346를 나가려던 나를 붙잡아 준 소녀들의 얼굴이 다시금 떠오른다.

 


 

"정말로...죄송합니다."

고개를, 아니 허리를 직각으로 숙여가며 사죄를 구한다. 

용서받을 일이 아니란 것을 자각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죄책감에 몸이 짓눌려 버릴 것만 같았다.

내 앞에서 눈물 흘리는 세 명의 소녀들...내가 발견하고 내가 키웠으며, 내가 무리시켜 버린, 성에서 나가는 신데렐라들.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그녀들의 시선에서 느껴지는 분함과 슬픔에 무심코 그녀들의 얼굴을 보려하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이 시절의 나는 이렇게 스스로 몰아세운 신데렐라들을 볼 베짱도 용기도, 뻔뻔함 조차 없었던 한심한 남자였다.

"더 이상...듣고 싶지 않아요."

격한 감정에 휩싸인 목소리가 조용히, 그렇지만 무겁게 내 목을 조른다.

"더 이상 프로듀서의 모습도 보고싶지 않아요."

화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어떤 감정이 담기지도 않은 말에 무심코 주저앉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부디 건강하시길."

가운데에 있던 소녀, 처음 발견하여 지금까지 뒤에서 지켜보았던 소녀의 말에 결국 심장박동이 한없이 약해짐을 느꼈다. 

마지막까지, 결국 마지막까지 나는 고개를 들지 못 했다.

"....죄송합니다."

사죄조차도 너무나 늦어버렸다.

 

 

 

"이번엔 안타까웠네요."

양손에 든 서류를 정리하며 말하는 여성.

아이돌 프로덕션에서 일하면서 솔직히 당장 바로 앞에 있는 이 여성을 프로듀싱해야 하지 않을까 자주 생각했던 미인.

트레이드 마크인 땋은 머리와 녹색의 사무원 복장.

그녀가 들고있는 서류는 아까 그만두었던 소녀들의 서류로 곧 처리해야 할 물건이었다.

"안타까운 것이 아닙니다."

평소보다도 더욱 저음인 목소리.

거울을 보진 않았지만 분명 길거리에 서 있기만 해도 잡혀갈 것이다.

평소보다도 들어간 것 같은 팔자주름을 느끼며 최대한 평소처럼 또박또박 말한다.

"저 때문입니다."

"....."

지금 그녀, 동료인 '센카와 치히로'의 표정이 보이진 않지만 나는 뒤돌아 선채로 말을이었다.

"다른 어떤 요인도 문제가 아닙니다.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겁니다."

나는 사무실에서 나갔다.

 

 

사내에 있는 휴게실에 앉아있는 것 만으로 짧은 듯 긴 듯한 몇달이 생각난다.

'처음 뵙겠습니다!'

'열심히 할게요!''

'프로듀서, 우리의 활약을 잘 봐 달라구!'

진한 탈력감에 선체로 기절할 듯 했다만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정신이 차려진다.

"뭐 마실래?"

옆을 보니 같은 날에 입사한 동료가 보였다.

그 얼굴은 이미 사정을 다 알고있는 듯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럼....밀크 커피로."

"의외네, 단 것 좋아했나?"

"아뇨.....지금은 그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러냐."

덜컹 덜컹

 

"후~, 정말....별일이 다 있지?"

"그렇네요.....정말로, 이런 일이 있을 줄은...."

옆에서 신세한탄을 들어주는 동료에게서 고마움을 느끼며 달콤한 커피의 맛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앞으로 이 사람을 다신 보지 않을 생각을 하니 또 슬프기도 한다.

"나, 새로운 아이돌을 프로듀싱할 거야."

땅을 바라보는 나를 보지도 않고 말을 이어나가는 동료.

"이미 한명 봐 뒀어. 사쿠마 마유라고, 아직 14살이지만 묘한 분위기에 왠지 모를 끌림이 느껴지는 아이야."

대답을 바라지 않는 동료는 계속해서 말한다.

"난 그 아이를 프로듀싱하면 반드시 톱으로 밀어올리겠어. 설령 아무리 힘들어도 말이야."

동료는 다 마신 캔을 쓰레기통에 던지며 일어서더니 말했다.

"너도 포기하지마."

 

우직!

찌그러진 캔을 쓰레기통에 버리며 쓰레기통 안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서 약간의 반짝임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쓸모를 잃고 모든 기능이 정지한 말 그대로 쓰레기.

"포기, 라."

천장을 바라보니 다시금 떠오르는 그녀들.

이윽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검은 감정들.

'좋은 말을 하시네요.'

'당신은 기회가 있으니까.'

'새로운 아이라.'

'그걸 왜 제게 말하죠?'

'이미 전.....'

퍼억!

느껴지는 것은 거친 남자의 뺨에서 느껴지는 고통.

너무나도 한심한 자신에 대한 실망,

".......그만, 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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