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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와 아가씨와 조폭소녀 때문에 P의 멘탈은 아수라장! 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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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3, 2017 16:22에 작성됨.

일단은 내가 취직했다는 걸 엄마한테 알려야 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나는 아이돌 프로듀서가 됐고, 새벽에 전화를 받은 애는 여자친구가 아니라 담당 아이돌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여자친구가 아니었다는 사실 때문에 약간 아쉬워하면서도, 취직했다는 사실 덕분에 기뻐하셨다.

 

이렇게나 기뻐하는데, '저, 사실 아이돌 3명이 전부 노답인 극한직업이어서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습니다만.' 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정신 바짝 차리자.

 

그리고 나는 아카바네를 보았다. 하루카는 여전히 잠에 들어있어서 아카바네를 보지 못했고, 야요이는 아직 출근을 안 해서 아카바네를 보지 못했다. 이오리는 아침 모드여서 아카바네한테 활기차게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나는 미나세 이오리양! 방가방가!"

 

"오옷, 이오링의 아침모드!"

 

아미가 싱글벙글 웃으며 이오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어지러운 꼬맹이라니까.

 

"그런데 P오빠! 저기에 있는 멍멍이P도 치킨 30만원치 샀었는데 P오빠도 사야 하지 않겠어?"

 

"에에?"

 

아카바네는 당황했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나를 봤다. 뭐, 날 본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내 전재산이 다 털렸을 정도인데… 흑흑…

 

"그, 그럼 치킨 30만원치를 시키면 되나?"

 

"그건, 저 혼자서도 다 섭취할 수 있는 양입니다만."

 

타카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30만원치를 혼자서 다 먹는다고? 그럼 어제는 왜 남긴 거야.

 

"물론, 어제는 점보라면을 5그릇 먹었기에 남겼지만 말이지요."

 

그런 거냐. 점보라면을 5그릇이나 먹고 치킨을 그만큼이나 먹은 거냐. 것보다 점보라면은 다 먹으면 돈 안 내도 되는 라면이잖아. 그 라면가게 사장이 얼마나 울었을지 감도 안 잡히는군.

 

……그런 건 됐어. 지금 나한테 중요한 건 소녀들을 오늘부터 어떻게 프로듀스해야 하냐는 거지. 그 소녀들을 어떻게든 데뷔시켜야 나도 월급을 받을 거고…

 

그렇게 생각하며 노트북을 펼쳤는데 돈봉투가 보였다. 이게 뭐지, 싶어서 확인하니 30만원이었다. 대체 누가 넣은 거지? 지문 검사 같은 거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네. 누가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맙구만. 하마터면 오늘 내내 굶을 뻔했으니까.

 

"앗, 안녕하세요! 으음… 그러니까 이름이…"

 

코토리가 날 보며 인사하더니 이름이 기억 안 나서 우물쭈물거렸다. 나이가 몇인지는 모르겠지만 10대 소녀처럼 귀엽다. 왜 아이돌이 아닌지 정말 궁금할 정도로군.

 

"백자성이야, 말 놓아도 되지?"

 

"아, 자성 씨로군요. 그런데 다짜고짜 말을 놓다니, 피요오…… 혹시, 제가 그만큼 어려 보인다는 건가요?"

 

어째선지 즐거워 보이는 것 같다. 어려 보인다는 사실에 즐거움을 느끼는 걸 보면 실제 나이는 꽤 많은 걸로 추정된다. 예를 들어서 혼기가 왔는데 결혼을 못 한 처녀라든가. 솔직히 요즘은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는 추세라서 별 상관은 없지만.

 

일단 나도 비혼주의자니까… 결혼 따위 무상한 짓일 뿐…

 

"그래, 너도 말 놓아도 돼."

 

"아, 아, 아니요! 저는 존댓말이 편해서요."

 

"뭐, 그럼 그냥 편한대로 해."

 

"네!"

 

코토리는 굉장히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정말 사랑스러워서 만약 내가 비혼주의자가 아니었다면 망설임 없이 고백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혼 따위 하지 않을 거다. 연애도 마찬가지. 사랑 따위는 사치니까.

 

그리고 나는 코토리로부터 눈을 돌리고 노트북을 보았다. 일단 하루카, 이오리, 야요이의 능력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이 노트북은 프로덕션에서 지급한 것, 혹시 능력에 대한 파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확인해봤지만 안타깝게도 없다.

 

직접 확인해봐야 하는 건가.

 

나는 한숨을 내쉬며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이오리를 불렀다. 이오리는 동료들 사이에서 웃다가, 내 부름을 듣고 바로 쪼르르 달려왔다.

 

"이오링! 명을 받들어 왔습니다!"

 

음, 아침의 이오리는 정말 귀엽네. 이런 이오리가 밤에는 달밤에 오로치의 피에 미친 이오리가 된단 말이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구만.

 

"그래, 이오리. 난 네 실력을 모르니까 알 필요가 있어. 그러니까 나중에 하루카와 야요이가 전부 모이면 테스트를 할 거야. 그렇게 알아둬."

 

"네에!"

 

이오리는 총총 걸으며 다시 동료들 사이에 들어갔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야요이가 들어왔다. 야요이는 얼굴에 멍이 들어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지만 야요이는 신경도 안 쓰는지 혈기 넘치게 인사했다.

 

"웃우! 출근했어요! 늦게 와서 죄송합니다!"

 

늦게 온 이유는 싸움 때문인가. 대체 뭐 때문에 아침부터 멍이 들 정도로 격렬한 싸움을 하는 거야. 아무리 조폭이라지만 저건 좀 아니잖아. 나는 야요이한테 빠르게 달려가 어깨를 붙잡고서 말했다.

 

"너 괜찮아? 멍은 왜 든 거야!"

 

내가 거칠게 다그쳤기 때문인지 야요이는 어깨를 움츠렸다.

 

"웃우… 그렇지만 갑자기 보복이 와서…"

 

"보복까지 올 정도면 심각한 거잖아. 아이돌이 조폭이라니, 그런 거 그만두라고!"

 

"그, 그렇지만 그만둘 수 없다고요!"

 

야요이는 눈을 부릅 뜨며 나한테 말하더니 밖으로 뛰쳐나갔다. 왜 그만둘 수 없다는 거야. 나는 답답해서 머리를 박박 긁는데, 왠지 어제 이오리가 나한테 한 말이 떠올랐다.

 

자세히 알아보라고 했었던가.

 

그래, 하루카와 이오리의 정신상태는 당장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야요이의 문제는 해결하지 않으면 데뷔가 힘든 상황, 지금은 야요이의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초점을 맞추자.

 

그래서 나는 사장실에 들어갔다. 사장님은 여유롭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그래, 자성 군. 무슨 일인가?"

 

"제가 프로듀스할 아이돌들의 정보가 필요합니다."

 

"하하, 정보라. 좋군. 못 줄 거 없지. 있는 건 다 주겠네."

 

사장님은 서류가 담긴 봉투를 내게 내밀었다. 나는 봉투를 받고는 인사를 한 뒤에,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서류를 꺼내들었다. 제일 처음으로 나온 건 하루카에 대한 정보였지만, 지금 중요한 건 야요이에 대한 정보라서 바로 넘겼다.

 

그리고 야요이에 대한 정보를 본 순간, 나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

 

"뭐야 이건…"

 

야요이는, 몇 년 전에 파산한 타카츠키 그룹의 영애였다.

 

타카츠키 그룹은 꽤 잘 나가는 기업이었으나 여러 악재가 겹쳐서 결국 몰락했었다. 그런데 야요이가 그 타카츠키의 영애였었다니, 생각도 못 했다.

 

그리고 야요이의 부모님은 그 때문에 빚더미에 앉게 되고, 자연스럽게 가난해졌다. 야요이는 그 빚을 해결해주려고, 톱이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되는 아이돌을 선택한 거라고…

 

그렇다면 조폭을 하는 것도 빚을 갚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한다는 건가. 그렇다면 야요이가 속한 조직은 야요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야요이의 싸움 실력을 생각해보면,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인재인 걸까?

 

좀 더 알아봐야 한다. 야요이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아이돌을 그만둬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셋 중에 가장 멀쩡한 야요이를 떠나게 하면 내가 힘들기 때문에 어떻게든 아이돌을 시켜줄 거다. 그래서 나는 야요이를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야요이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프로덕션 바로 옆 골목에서 훌쩍이고 있었으니까. 항상 웃고 다니는 야요이가 저렇게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는 울고 있다니,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계속 사무적인 태도로 야요이를 안 울리게 애쓰며 지내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만약 야요이가 나를 미워하게 되더라도, 그 미움을 견디며 나아가지 않으면 발전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야요이한테 다가가서, 약간 무리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꺼냈다.

 

"야요이, 네 조직원들을 만나보고 싶어."

 

"웃…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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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싱 10년차인 백자성P의 조직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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