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NOTHER ONE CINDERELLA STORY 18 - 히가시카타 죠스케 토토키라 학원에서 일하다

댓글: 6 / 조회: 1211 / 추천: 1


관련링크


본문 - 05-12, 2017 20:16에 작성됨.

(이전 화 링크)

 

히가시카타 죠스케 토토키라 학원에서 일하다

 

 

 “토토키와!”

 “키라리의!”

 토토키라 학원!

 제목을 외치자 화면 구석에서 마스코트 캐릭터 ‘피냐코라타’가 튀어나왔다. 녹음해둔 울음소리가 “피냐~”하고 울렸다.

 ‘토토키라 학원’은 시청자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346의 각 부서에서 모인 어린이 아이돌들이 학생으로, 진행에 능숙한 토토키 아이리와 항상 밝은 모습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모로보시 키라리가 선생님 역할로 나오고 있다. 작년 중순부터 시작해 주시청자인 아동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연령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었다. 학생 출연진들이 나이에 맞지 않는 유치원생 복장을 입었기 때문에 특정 시청자들에게서도 주목을 받았다.

 “류자키 카오루! 오늘도 선생님과 함께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치하라 니나입니다! 열라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사키 치에에요. 오늘도 반가워요, 여러분.”

 “오늘도 저, 사쿠라이 모모카의 활약을 기대해주세요.”

 “아카기 미리아입니다! 오늘도 TV 앞의 언니들의 고민을 들어줄게요!”

 “야호-! 섹시 카리스마 걸! 죠가사키 리카야!”

 “공주님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싶은 코가 코하루예요~.”

 “후쿠야마 마이예요! 오늘 체육시간에 외발자전거를 탄다고 해서 기대 중이에요!”

 “사죠…… 유키미……. 잘 부탁해…….”

 초기 출연진은 위의 아홉 명. 나중에는 옆 반의 벚꽃 반 학생(이들은 어린이는 아니다.)이라는 설정으로 게스트가 추가되었으며, 그 중에서 ‘캔디 아일랜드’의 세 명은 키라리와 함께 고정 코너까지 따냈다. 안즈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며 벚꽃 반은 신인 아이돌이라면 한 번 쯤은 거쳐 가는 일종의 등용문이 되었다. 여기에 있는 오늘의 전학생들도 마찬가지.

 “요리타 요시노라고 하오니-. 고민해결은 특기이기에- 아무쪼록 잘 부탁드리지요-.”

 좋아, 컷! 전원의 자기소개를 마치고 촬영은 바로 다음 준비에 들어갔다. 세트에 필요한 장비를 옮기느라 스텝들은 분주해졌다.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리얼한 현장의 모습은 보고 있을수록 놀라웠다. 죠스케는 얼핏 들었던 이 프로그램의 탄생 비화를 떠올렸다.

 미시로 상무의 대대적인 개혁 방침에 대하여 신데렐라 프로젝트를 비롯해 기존의 아이돌 부서 사람들은 크게 반발했다. CP의 프로듀서는 상무의 뜻을 꺾기 위해 ‘신데렐라의 무도회’를 기획했다. 토토키라 학원은 무도회 전에 아이돌들의 전체적인 인지도 향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그 프로듀서만이 아니라 여기 있는 스텝들 모두가 그레이트하게 노력한 덕에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거겠지. 느껴져. 하지만 그거랑 이거는 별개라고!’

 죠스케는 답답한 인형 옷을 벗었다. 피냐코라타 안에서 나타난 사내에게 아이들은 관심을 보였다. 피냐 안에서 리젠트가 나왔다!

 “잠깐, 잠깐! 달라붙지 마! 아아아악!”

 아직 다 벗지 못한 인형 옷에 애들이 달라붙어 이리 끌고 저리 당기자 중심이 흐트러졌다. 죠스케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자 아이들은 이번엔 죠스케게 달려들었다.

 얘들아, 그럼 안 돼! 떽! 키라리가 말렸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순간 죠스케는 어떤 스탠드와 싸울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500마리나 되는 녀석들이 우글우글 달려드는 모습을. 사, 살려줘!

 “푸흡!”

 노골적인 조롱에 죠스케는 고개를 쳐들었다. 뭐가 웃긴 검까? 앙!

 “뭐가 웃기냐고? 네가 당하는 모습이면 뭐든 웃기지! 히가시카타 죠스케!”

 키시베 로한이 손가락질로 비웃었다.

 

 니나와 친해진 덕에 죠스케는 346 프로덕션의 관계자와 비슷하게 되었다. 멋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전과 비교하자면 비교적 높은 자유도를 얻은 것이다. 니나의 프로듀서 대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덕분에 토토키라 학원의 촬영장에도 드나들 수 있었다. 의상실에서 준비 중인 니나를 기다리며 죠스케는 세트장을 둘러봤다. 엄마가 자주 보던 예능프로 같은데. 흐릿한 기억을 떠올리던 중 옆에서 누군가 옷자락을 끌어당겼다.

 의상을 갈아입었지만 머리 위의 리본은 그대로인 요리타 요시노였다.

 “오! 요시노!”

 “오랜만이오니-. 죠스케 씨-.”

 “요시노도 여기에 출연하는 거야?”

 “네-. 신인이라 함은 많은 이들에게 얼굴을 알릴 필요가 있는 법-. 저의 팬인 그대가 보는 앞인 만큼- 열심히 하겠사오니-.”

 이 의상도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들었사오니-. 그러면서 요시노는 한 바퀴 돌아보였다. 확실히 잘 어울렸다. 하지만 16살의 고등학생이 입기에는 민망한 유치원 복이다. 어울린다고 해서 마냥 좋은 것일까.

 “그것보다 죠스케 씨-. 아무래도 이곳에 스탠드가 있는 것 같사온데-.”

 “뭐? 요시노, 이제 몸은 괜찮은 거야? 스탠드유저를 찾을 수 있어?”

 요시노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지의 감각에 눈을 뜬 것은 처음이기에-. 아직은 완전히 적응했다고 할 수 없으나- 가까이 있는 존재라면 느낄 수 있지요-.”

 저기에-. 그녀가 가리킨 곳에 있는 것은 확실히 스탠드유저였다. 죠스케가 잘 아는 스탠드유저. 만화가 키시베 로한이 촬영장 안을 스케치하고 있었다.

 그림을 완성하고 실물과 비교해 보던 중 그의 눈이 죠스케와 마주쳤다. ‘뭐냐? 너도 있었냐? 나에게 신경 꺼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경멸의 시선이 돌아왔다. 죠스케는 혀를 찼다. 저 인간은 일단 괜찮아, 괴팍하지만.

 모호한 답에 요시노는 고개를 갸웃했다. 로한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그를 피하려는 죠스케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아직 문제가 있사온데-.

 “뭔데?”

 “스탠드는 아니나- 촬영장에 곤란이 있기에-. 도움을 구할 사람을 찾고 있었으니-.”

 요시노는 죠스케를 데리고 스텝들에게 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확실히 곤란해 하고 있었다. 저기, 뭔 일이 있는 검까? 슬쩍 물어보는 죠스케를 보고 스텝들은 수군거렸다. 수상한 사람으로 몰린 건가? 아니다. 키를 재보고 있는 것 같았다.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가 죠스케에게 조심히 물었다.

 “저기, 학생. 혹시 우리 좀 도와줄 수 있나? 자칫하면 방송이 펑크 날 수도 있을 것 같거든.”

 “아, 네. 요시노에게 대충 들었슴다. 도와드릴게요.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니나도 요시노도 모두 열심히 하고 있다. 그녀들의 팬이 된 이상 곤란한 일이 있다면 돕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하지만 죠스케는 ‘그것’을 보고 당황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스텝들이 가져온 것은 커다란 인형 옷이었다.

 토토키라 학원의 마스코트 ‘피냐코라타.’ 녹색 몸체에 쳐진 눈매, 마스코트 치고는 귀염성 없게 생겼으나 의외의 컬트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녀석이었다. 단순히 마스코트가 아니라 출연진들과 마찬가지로 토토키라 학원의 학생이라는 설정이었다.

 이 녀석의 역할을 해야 하는 슈트 액터가 갑자기 오지 못 하게 된 것이 문제라고 했다. 목소리는 나중에 따로 편집하면 된다지만 직접 들어가서 연기할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 급하게 스텝 중 한 명이 뒤집어쓰려고 했으나 마침 요시노에게 걸린 죠스케가 온 것이다.

 잘 맞네! 아주 딱이야! 진심인지 뭔지 모를 찬사들이 날아왔다. 인형 옷 속에서 죠스케는 절망했다. 덥다. 이 여름에 이 옷은 고문이다. 그리고 이 캐릭터는 정말 못생겼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션에 공을 들이는 죠스케다. 이런 걸 뒤집어쓰고 있으라니.

 안 되겠어, 이건 거절해야 돼! 그런 생각으로 인형 옷을 벗었을 때 어느새 찾아와 눈을 반짝이는 니나를 보고 말았다.

 “죠스케! 피냐의 기분이 된 겁니까!”

 “아니, 그게 말이지, 니나.”

 ‘역시 안 될 것 같아’ 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스탠드보다도 무서운 공격에 당해버렸다. 어린아이의 동심이라는 공격을.

 

 “피냐한테 공격!”

 “얼른 일어나는 거예요, 죠스케!”

 “미리아도 할래~!”

 니나가 사전에 얘기를 해뒀는지 아이들은 머리를 건드리지는 않았다. 대신 머리 외의 모든 곳을 건드렸다. 간신히 버둥거리며 빠져나왔다가 죠스케는 식겁했다. 코하루라는 여자애의 어깨 위에 공룡을 닮은 파충류 한 마리가 떡하니 올라타 있었다. 눈을 끔뻑거리며 죠스케를 보고 있었다. 그, 그건!

 “아, 제 친구인 이구아나 ‘효군’이에요. 자, 효군. 죠스케 씨랑 인사하세요~.”

 코하루는 효군을 번쩍 들어서 죠스케에게 내밀었다. 죠스케는 몸을 뒤로 뺐다. 예전부터 파충류는 질색이었다. 특히 거북이 싫었는데 이구아나 역시 친해질 수 없는 종족이다. 이 아이는 그것을 자기에게 내밀면서 “효군도 죠스케가 좋은가 봐요. 마음껏 날름날름 하셔도 돼요~.” 라고 하고 있다.

 거절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아이의 표정이 너무 해맑았다. 여기서 거절하면 기대감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핥는 건 무리지만 눈 딱 감고 한 번만 만져주자! 딱 한 번만…….’

 눈을 찔끔 감고 손을 내밀었다. 아마도 머리로 추정되는 부분에 닿았다. 오돌토돌한 감촉이 느껴졌다. 장하다, 죠스케, 이제 그만하면 됐어! 손을 떼려는 순간 미끈한 것이 손가락을 스쳤다.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 효군의 혀가 자신의 손을 날름날름 핥고 있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혼절할 뻔한 죠스케를 구한 것은 요시노였다. ‘도우러 온 사람을 곤란케 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하고 아이들에게 주의도 줬다. 진이 다 빠진 죠스케를 보며 키시베 로한은 비웃었다.

 “뭐가 웃긴 검까? 앙!”

 “뭐가 웃기냐고? 네가 당하는 모습이면 뭐든 웃기지! 히가시카타 죠스케!”

 죠스케는 발끈했다.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상대는 로한. 화를 내는 것이 손해다. 더군다나 험악해진 분위기에 옆의 어린애들이 긴장하고 있었다. 일하는 중이니까 방해 말고 꺼지십쇼. 그렇게 말하고 세트 바깥으로 빠졌다. 니나가 따라와서 걱정스레 물었다.

 “죠스케는 만화가 선생님이랑 사이가 나쁜 겁니까? 니나는 싸우는 거 싫은데…….”

 “사이가 좋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님다. 신경 쓸 필요 없슴다.”

 아마도 그럴 검다, 라고 속으로 덧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죠스케와 로한의 악연은 첫 만남부터해서 뿌리 깊은 악연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꼭 로한만의 잘못은 아니고 죠스케도 로한을 등쳐먹으려고 한 적이 있으니 더더욱.

 “그건 됐고. 다음 코너는 운동회인가? 첫 번째 종목은 콩주머니 던지기. 옛날 생각나네. 나도 초등학생 때 자주 했었는데. 힘내는 검다, 니나. 응원 열심히 할 테니까.”

 “응? 죠스케는 니나랑 같은 팀인 거예요?”

 “……뭐? 아니!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인형 옷을 입어야 한다고! 더군다나 손도 짧은 짜리몽땅 인형이 어떻게 콩주머니를 던진다는 검까!”

 “피냐는 토토키라 학원의 학생이라 예외 없이 수업에 참여해야 하는 거예요.”

 맙소사. 죠스케는 당장 대본을 확인했다. 스텝에게도 물어봤다. 그리고 절망했다. 벌써부터 로한 녀석이 무슨 반응을 보일지 훤히 보였다.

 “그레이트 하지 않아아아아!”

 

 *

 

 세트 중앙에 두 개의 기다란 봉이 세워졌다. 봉 끝에는 바구니가 달려있고 그 안에 콩주머니를 던져 더 많이 넣는 팀이 이기는 경기. 매우 간단한 규칙이지만 인형 옷이라는 핸디캡 앞에서는 초고난이도의 미션이었다. 바닥에 널린 주머니를 잡기 위해 죠스케는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애초에 허리를 굽히는 것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 의상이었다.

 ‘틀렸어. 대충 움직이면서 참여하는 척만 하고 경기는 애들에게 맡길 수밖에.’

 경기 시작! 제작진의 호루라기가 울리고 양 팀은 일제히 주머니를 던졌다. 죠스케는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곳을 찾아 적당히 던지는 시늉 정도만 했다. 어차피 마스코트 캐릭터인지라 제작진들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덕분에 멀리 떨어져서 촬영을 구경할 수 있었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됐음에도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주머니를 던졌다. 열정적이었다. 아까는 출연진의 입장에서 스텝들의 노력을 알았다면, 이번에는 스텝의 입장에서 출연진의 노력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상황이 이상했다.

 ‘우리 팀이 던지는 주머니가 전혀 들어가지 않고 있어.’

 바구니까지 합쳐진 봉의 높이는 꽤 높았지만 주머니를 넣는 게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아까부터 아이들이 던지는 주머니는 계속 빗나갔다. 바구니의 입구에 부딪혀서 자꾸 튕겨나갔다. 중간중간에 몇 개가 들어가기는 했지만 전부 요시노가 던진 것들이었고, 다른 애들이 던진 것은 다 땅에 떨어졌다. 왜 자꾸 저렇게 빗나가는 거지? 잠깐. 빗나간다?

 죠스케는 상대 팀을 확인했다. 그쪽은 순조롭게 주머니를 집어넣고 있었다. 이런 게임에서는 반칙이라고 할 수 있는 모로보시 키라리의 키까지 더해져서 엄청난 기세였다. 그리고 상대 팀에는 후타바 안즈가 있었다.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

 “훗. 드디어 눈치챘나보네. 죠스케!”

 들켰으니 할 수 없다는 듯 안즈는 스탠드의 모습을 드러냈다. 죠스케 외에는 아무도 그것을 보지 못 하고 있었다. 목표물을 찾지 못 하게 만드는 능력은 주머니 던지기에도 적용된다. 안즈가 있는 한 죠스케의 팀이 이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는 안 되지! 죠스케는 카메라 앵글로 들어갔다. 거의 눕듯이 고개를 숙이고 주머니를 잡으려 했지만 실패였다. 결국 스탠드를 꺼내들었다.

 “눈에는 눈. 스탠드에는 스탠드지!”

 인형의 덩치로 카메라를 가리고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의 손으로 주머니를 쓸어 모아서 던졌다. 하지만 아무리 던져 봐도 바구니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의 능력으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젠장! 어떻게든 해보기 위해 힘을 줘서 던져봤지만 바구니 입구만 스치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봉이 기울었다. 바구니가 흔들리더니 모모카의 방향으로 쓰러졌다.

 “꺄아!”

 덮쳐오는 그림자에 모모카는 눈을 꾹 감고 움직이지 못 했다. 죠스케는 달리려 했지만 인형 옷을 입은 상태로는 느렸다.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의 다리를 겹쳐 순간적으로 점프했다. 순간 날듯이 움직여 모모카를 감싼 순간 바구니가 떨어졌다.

 “촬영 스톱!”

 감독의 중단 선언이 떨어지자 스텝들이 움직였다. 모모카를 챙기고 죠스케의 인형 옷을 벗겼다. 괜찮아요? 죠스케는 손을 휘저어 괜찮다고 전했다. 그보다 모모카는?

 “저, 저는 괜찮아요. 감사해요.”

 “휴우. 그럼 다행임다.”

 간단한 정리만 하고 경기는 다시 속행하기로 했다. 스텝들이 쓰러진 봉을 일으키는 사이 안즈가 슥, 다가왔다.

 “이기겠다고 너무 열 내네.”

 “네가 할 말이냐. 애초에 이런 일에 열심히 안 하는 거 아니었어?”

 “안즈는 편하게 이기고 싶어서 실력 발휘 좀 했을 뿐이야~. 이렇게 안 하면 공을 던져야 하거든. 후반전도 잘 부탁해.”

 안즈는 유유히 떠나버렸다. 이대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걸까? 고민하던 죠스케는 땅에 떨어진 무언가를 발견했다. 작고 동글동글한 콩 조각이었다. 콩 조각을 집어 들고 죠스케는 씨익 웃었다.

 

 “공이 안 들어가니 답답해요.”

 모모카는 분함의 한숨을 쉬었다. 좀 전의 다칠 뻔한 데다 압도적으로 지고만 있으니 의욕이 나지 않을 만도 했다.

 “콩주머니의 기분이 되어 봐도 전혀 안 되는 거예요.”

 “카오루도. 원래 공 던지기 잘 하는데 오늘은 왜 이러지?”

 니나와 카오루가 기운 없어하자 미리아는 고민했다. 언니로서 어떻게든 기운을 북돋아줘야 했다. 괜찮아, 얘들아!

 “다시 시작하면 분명 주머니를 잔뜩 넣을 수 있을 거야!”

 “근데 애초에 게임이 너무 불리해. 키라리가 저쪽 팀이면 못 이길 게 뻔한데.”

 리카는 불평하면서 볼을 부풀렸다. 그러다 죠스케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죠군! 이리 와봐!

 “야, 잠깐! 끌어당기지 마! 죠군은 또 뭐야?”

 “짜잔~! 죠군은 키라리 만큼이나 크니까 피냐 인형 옷만 벗으면 분명 주머니를 잔뜩 넣을 수 있을 거야! 좋은 방법이지?”

 리카의 작전에 아이들 모두 표정이 밝아졌다. 확실히 좋은 방법이었다. 일반적으로는. 촬영 때문에 죠스케는 인형 옷을 벗을 수 없다. 그리고 이 경기에 있어서 최대의 적은 키라리가 아니라 안즈였다. 아이들로서는 알 리가 없겠지만.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죠스케는 아이들을 모아 작게 얘기했다.

 “모두 잘 듣는 검다. 이 경기를 한 번에 역전할 수 있는 작전을 생각했거든요. 성공하려면 모두의 힘이 필요함다.”

 아이들은 집중해서 들었고, 회의가 끝났을 때 다시 촬영이 시작됐다. 죠스케는 다시 피냐를 입었다. 그러는 사이 모모카가 불안하게 말했다.

 “저 분의 작전……. 열심히 설명하긴 했지만 별로 특별할 게 없는데. 이런 걸로 괜찮을까요?”

 “괜찮슴다! 죠스케의 기분이 되어서 믿는 검다!”

 “카오루도! 역전할 수 있으면 뭐든 할 거야!”

 “미리아도 열심히 할 거야!”

 “어쩔 수 없잖아. 여기서는 죠군 말을 따라야지.”

 아이들은 전의를 다졌다. 그 모습을 기특하게 바라보며 요시노도 몸을 풀었다. 이윽고 후반전을 알리는 호루라기가 울렸다. 안즈는 여유롭게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를 꺼내들었다. 이번에는 저쪽 팀 관전이나 해볼까? 고개를 돌리자 아이들은 기묘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주머니를 던지지 않고 한 곳으로 모으고 있었다.

 “응? 뭐하는 거야?”

 요시노는 아이들을 지휘했다. 주머니가 피냐 앞에 수북하게 모여들었다.

 “좋아! 그럼 이제!”

 안즈에게는 똑똑히 보였다. 인형 옷 안에서 크레이지 다이아몬드의 팔이 튀어나왔다. 피냐의 짧은 팔과 겹쳐서 콩주머니들을 끌어안아 집어던졌다. 저렇게 던지면 스탠드 능력이 없더라도 못 넣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자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엄청난 양의 콩주머니들이 마치 끌려가듯이 바구니 안으로 들어갔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아이들은 계속 주머니를 모아왔고 죠스케는 계속 해서 던졌다. 백발백중. 바구니 안은 금새 가득 차 버렸다.

 삐익! 시합 종료를 알리는 호루라기 울렸다. 승자가 누구인지는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인형 옷을 벗어 던지고 죠스케는 아이들과 함께 외쳤다.

 “이겼다!”

 죠스케 팀은 왁자지껄 해졌다. 안즈는 죠스케에게 가서 물었다.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죠스케는 교복 주머니에서 콩 조각을 꺼냈다.

 “이건 콩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콩 조각이야. 주머니마다 하나씩 빼서 바구니 안에 넣어놨지. 그리고 크레이지 다이아몬드로 고치는 거야.”

 그렇게 하면 콩주머니는 고쳐지기 위해 자동으로 콩 조각이 있는 바구니 안으로 끌려가게 된다. 그것만은 슬로우 라이프 판타지로도 방해할 수 없는 일. 요시노를 제외한 아이들은 그저 죠스케가 주머니를 엄청 잘 던진 것으로 알겠지만 말이다.

 망연자실한 안즈를 데리러 키라리가 왔다.

 “일어나자, 안즈.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까 열심히 하면 역전할 수 있엉!”

 “안즈는 열심히 하기 싫어어어어!”

 발버둥 치는 안즈를 끌고 가던 중 키라리는 로한이 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안즈를 내려놓고 쫓아갔다. 만화가 선생님! 복도에 목소리가 퍼지자 로한이 뒤돌았다.

 “뭐지?”

 “잠깐만, 만화가 선생님! 어디 가는 거양?”

 “어디긴. 촬영장에 더 볼 일이 없으니까 가는 거지. 그런데 넌 무슨 일이지?”

 “그게…… 만화가 선생님은 키라리랑 있는 동안 별로 웃지를 않아서. 귀여운 아이들이랑 촬영하는 걸 보면 해피해피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데려온 건데. 재미없었어?”

 키라리는 조심히 물었지만 로한의 대답은 간단했다. 전혀.

 “나는 어린애들끼리 노는 프로그램에는 흥미 없어. 리얼리티 있는 촬영현장을 볼 수 있는 건 좋았지만.”

 그리고는 미련 없이 휙 돌아섰다. 썰렁한 복도에 키라리만 덩그러니 남아버렸다.

 

 *

 

 346 프로덕션은 그릴 것이 많은 곳이었다. 꽤 넓은 부지에 정원부터 카페, 현대식 빌딩은 물론이고 고풍스러운 서양식 저택 같은 구관까지. 도쿄로 올라온 뒤로 로한은 쭉 키라리 아니면 프로덕션 곳곳을 스케치하러 다녔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그릴 것이 적어졌다.

 ‘프로덕션 밖은 그저 그런 도시 풍경뿐이니 나가봐야 의미가 없겠군. 그렇다면 이번에는 키라 수색을……. 음?’

 발소리가 겹쳤다. 누군가가 따라오는 것이다. 눈치 채지 못한 척 하면서 상대를 파악했다.

 ‘숫자는 두 명. 이렇게 대놓고 따라오는 걸 보면 미행에 능하지는 않은가 보군.’

 로한은 걷는 속도를 늦췄다. 반대로 상대는 속도를 높였다. 선수를 치겠다는 건가?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갔다.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재빨리 돌아섰다.

 “헤븐즈!”

 “로한 선생님 팬이에요! 사인해주세요!”

 음? 꺼내려던 스탠드를 도로 집어넣고 로한은 스토커들의 정체를 확인했다.

 여자 두 명이었다. 한 명은 북슬북슬하고 풍성한 머리를 한 학생. 또 한 명은 후줄근한 차림에 안경을 낀 성인 여자. 당연히 모르는 사람이지만 하나만은 알 수 있었다.

 “너희들, 내 팬인가?”

 “네!”

 ‘만화 같은 상황이다.’ 라고 키시베 로한은 생각했다.

 

 

 

 

 

 

 

 

 

 

--------------------

 

이번 에피소드 최고의 뒷이야기는 제가 이거 쓰는데 거의 한 달 이상을 붙잡아 놓고 있었다는 겁니다.

대충 중반까지는 어찌어찌 썼으나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지 감이 안 잡혔거든요.

더군다나 시험 기간이 겹치는 바람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죠.

제가 주 1회 연재를 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이번 화 입니다.

 

네, 뭐, 그건 그렇고.

 

어린 아이들은 참 귀엽습니다.

활기차게 노는 모습을 보면 정말 지켜주고 싶죠.

원작에서 그런 장면은 나온 적이 없지만, 제 생각에 죠스케는 어린애들하고 잘 놀아줄 것 같습니다.

니나하고도 잘 어울리고, 뭐랄까 그런 느낌이 그냥 있어요.

 

그래서 토토키라 학원에 출연시켜 피냐옷을 입혔습니다. (웃음)

이걸 쓰는 내내 머릿속에서 리젠트 피냐의 이미지가 떠나지 않더군요.

 

토토키라 학원은 기본적으로 출연진이 많은데 제가 그 출연진들을 다 아는 것이 아니라서 쓰기 참 어렵군요.

특히 고딩인데 유치원복 입혀 놓은 벚꽃 반(아야메, 에미 등)은 거의 다 출연도 못 시켰습니다.

그 와중에 요시노 님은 출연시키는 사심을 부렸죠...... (원래는 유우키까지 내보내려다 뺐습니다.)

그래도 대사 한 마디 씩은 시켜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쿨럭.

대부분은 시작할 때의 자기소개지만.

 

이런 애들의 활발함 덕분에 죠스케가 엄청 휘둘리죠.

특히 코하루의 효군...... 파충류 극혐하는 죠스케에게는 병기나 마찬가지 입니다. 정말 거북이가 아니라서 다행이죠.

그래도 쓰알 니나 같은 거북이라면 죠스케도 좋아하겠죠. 작품 배경이 겨울이 아니라서 아쉽습니다.

 

별 거 아니지만 코하루가 또 마음에 드는 아이라서 이것저것 생각 해봤습니다.

죠스케가 파충류 공포증을 치료하는 이야기라던가, 효군이 스탠드를 가진다던가.

 

안즈가 일 하기 싫어서 반칙 좀 쓰긴 했지만 방송은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점은 넘어가서 드디어 로한 선생님에게 비중이 가는군요.

마지막에 나온 애들이 누군지는 굳이 말 안 해도 아실 것 같아서 다음 화에서 밝히려고 합니다.

그런 고로 다음 에피소드는 로한 선생님 에피소드 입니다.

1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