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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와 아가씨와 조폭소녀 때문에 P의 멘탈은 아수라장!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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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2, 2017 09:10에 작성됨.

프로덕션으로 돌아오자 잠을 자는 하루카가 보였다. 정말 평화롭게 자고 있었다. 자는 모습은 저렇게나 천사 같은데. 영원히 잤으면 좋겠다.

 

"아후, 미키는 또 졸리는 거야."

 

"또?"

 

"미키는 잠을 많이 자는 거야."

 

그러더니 미키도 소파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는 걸 보니 눕자마자 잠에 든 것 같았다. 하아, 나도 이 시간엔 자야 하는데. 안 그러면 몸이 망가질 것이다. 예전부터 하던 복싱도 프로듀서로서 일하게 되면 못 할 거고.

 

10년이나 해온 복싱을 못 하다니, 어째 좀 아쉬운데.

 

그래도 몸 관리는 해야겠지. 나는 정장 상의를 벗어던졌다. 음, 마음에 드는 근육이야. 나는 내 몸에 박힌 근육에 자부심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카가 그렇게 때려댔는데도 안 죽은 건 이 탄탄한 근육 덕분이겠지.

 

그리고 나는 스트레칭을 한 뒤에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1000개 정도는 거뜬하지. 나는 하나둘 세기 시작하며 계속해서 팔굽혀펴기를 했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왔다.

 

"음, 이 상황은 대체 뭐지?"

 

침착한 것 같지만 당황함이 깃든 목소리, 나는 슬쩍 고개를 올려 누군지 확인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안경을 낀 여자인데, 긴 갈색머리를 한쪽으로 땋아서 내린 상태였다. 안경을 벗으면 더 예쁠 것 같지만 낀 것도 낀 거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는 여자다.

 

그리고 나는 내 머리에 있는 정보를 훑어봤다. 아직까지 내가 못 만난 사람들은 하기와라 유키호와 아키즈키 리츠코, 그런데 유키호는 남자를 무서워한댔으니 저렇게 태연하게 있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리츠코로군, 나는 일어나서 인사를 했다.

 

"안녕, 혹시 네가 리츠코야?"

 

"아, 네. 당신은 혹시 새로 온 프로듀서인가요?"

 

"응. 백자성이라고 해. 편하게 자성이라고 불러도 좋고. 말 놓아도 상관없어."

 

이미 수많은 아이돌한테 말이 놓여진 상태다. 아미와 마미한테까지 말이 놓여졌는데 리츠코는 당연히 괜찮지.

 

"그럼 말 놓을게. 그나저나 프로듀서라서 다행이네. 만약 외부인이었다면 좀 무서운 상황이잖아? 하루카와 미키는 무방비하게 자고 있고, 그 옆에서 웬 남자가 윗옷을 벗은 채로 무섭게 팔굽혀펴기를 해대고."

 

으음, 확실히 무서운 상황이긴 하네. 만약 내 눈앞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바로 경찰을 불렀을 것 같다고. 그나마 리츠코가 프로듀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에 망정이지, 안 들었다면 경찰이 이 야밤에 들이닥쳤을지도 몰라. 정말 다행이네.

 

"하마터면 큰 소란이 일어날 뻔했군."

 

"그렇지. 내가 프로듀서에 대해서 들은 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그런데 넌 누굴 프로듀스해?"

 

"하루카, 이오리, 야요이."

 

"그쪽인가… 힘들겠네."

 

리츠코는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스스로를 프로듀스하는 아이돌이라고 했던가. 프로듀서로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몰라. 한 번 물어보자.

 

"혹시 내가 걔들을 프로듀스 하면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

 

"네가 오늘 하루 겪어본 바가 있을 거 아니야? 그 셋의 문제점이 뭔지."

 

셋의 문제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하루카는 너무 난폭하고, 이오리는 부끄러움을 많이 타고, 야요이는 조폭이다, 정도?"

 

"하루카와 야요이의 문제점은 정확하게 짚어냈지만, 이오리는 잘못 짚어냈어."

 

뭐를 잘못 짚어냈다는 거지? 나한테 이오리가 보여준 문제점이라고는 부끄러움뿐인데. 그것도 꽤 귀여운 부끄러움이어서 문제점이라고 말하기에는 이상한 부분이 있고……

 

"전혀 모르겠다는 것 같네. 혹시 오늘 이오리가 밤에 없었나?"

 

내가 전혀 모르겠다는 듯 멍청하게 있자 리츠코가 나한테 물어왔다. 이오리는 밤에 없었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리츠코는 한숨을 한 번 내쉬더니, 내 뇌가 급히 깨어날 정도로 오싹한 말을 내뱉었다.

 

"혹시 하루카가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어? '내 벗은 달밤에 오로치의 피에 물든 이오리다.' 라고."

 

"그, 그걸 어떻게 알았어? 정확해."

 

"그거야 당연하지. 아침의 이오리나 낮의 이오리와는 하루카가 친하지 않지만, 밤의 이오리와는 하루카가 친하니까."

 

"그게 대체 뭔 소리……"

 

"이오리는 해리성정체장애가 있어."

 

쿠궁! 해리성정체장애?!

 

그게 뭐지.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해주자면, 이오리는 인격이 세 개야. 아침의 이오리와 낮의 이오리와 밤의 이오리."

 

말로만 듣던 다중인격인가……, 가 아니라. 그럼 내가 본 이오리는 낮의 이오리인가. 좀 더 설명해주세요, 리츠코 선생님.

 

"아침의 이오리는 씩씩한 아가씨야. 6시부터 10시까지 그 모습을 보이지. 그리고 9시쯤에 프로덕션에 도착하지. 10시가 넘으면 낮의 이오리가 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그 상태야. 네가 말한, 부끄러움 많은 츤데레 아가씨지. 본인은 츤데레라고 불리는 걸 싫어하는 것 같지만."

 

이제 밤의 이오리 차례인가… 조금 걱정되는군…

 

"마지막으로 밤의 이오리, 누구보다도 강하며 누구보다도 여린, 무서운 아가씨지."

 

"강하면서 여리다니 그게 무슨…"

 

"누구보다도 여리기 때문에 스스로 무언가를 하지는 않아. 뭐 해줘, 뭐 해줘. 부탁을 하지. 그런데 그 부탁을 들어주지 않거나 완벽하게 해내지 않으면 누구보다도 강하기 때문에 때려. 하지만 그냥 때리지 않아. 누구보다도 강하면서 여리기 때문에 울면서 때려."

 

"맙소사."

 

"그 때문에 밤의 이오리가 깨어날 때쯤엔 집사인 신도 씨가 데리고 서둘러 떠나. 만약 밤의 이오리가 조금이라도 일찍 깨어나는 순간 지옥이 펼쳐지지. 그런데 '프로듀서'가 생기면 사무소에서 살게 한다고 말했거든."

 

미친.

 

"그래서 아마… 이제부터 사무소에서 살 것 같은데. 힘내라고?"

 

"으으…, 상상하니까 토가 나올 정도네. 그런데 리츠코, 착한 하루카를 본 적 있어?"

 

"아니? 착한 하루카라니, 그게 뭔 소리야?"

 

나는 리츠코한테 달달한 하루카의 통화음성을 들려줬다. 리츠코는 깜짝 놀라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이런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걸…"

 

"너조차 모르는 건가… 하긴, 어차피 각하로서 계속 날 때릴 거니까 신경 쓸 필요 없나. 미래가 암울하네."

 

ー각하와 다중인격과 조폭을 프로듀스하는 것보다, 차라리 9명을 동시에 프로듀스하는 게 쉽지 않을까? 유키호의 남성공포증을 극복시키는 건 좀 어렵겠지만, 혐오증이 아니라 공포증이니 일단 날 때리는 일은 없을 거 아니야. 아미마미의 장난질도 좀 힘들겠지만 하루각하나 밤의 이오리한테 맞는 것보다는 나을 거고.

 

응, 그래. 결심했어. 차라리 9명을 동시에 프로듀스해줄 테니 저 3명은 다른 사람 찾아보라고, 만약 거절하면 퇴사…는 무리겠지. 나 같은 놈 받아주는 회사도 없고. 그럼 그땐 어떻게든 그 3명을 공략할 방법을 찾아보는 거야.

 

…그러나 내가 사장님한테 9명 동시 프로듀스 이야기를 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아카바네입니다! 여러분을 프로듀스하게 되어서 기쁘고,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사장님이 9명을 동시에 프로듀스하는 프로듀서를 고용하고 말았으니까. 아아, 난 행복할 수 없어. 빨리 공략법이나 만들자고, x발.

 

"앗, 백자성 선배님입니까?"

 

"하루 차이인데 선배는 무슨, 말 놔."

 

"그래!……요. 말 놓기가 힘드네요. 하하."

 

"천천히 놓아봐."

 

"네!……응!"

 

착한 놈이어서 화를 내기도 좀 그렇다. 뭐, 그리고 다른 아이돌들한테 축하해줘야 할 일이겠지. 특히 미키는 어서 프로듀서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미키가 환하게 웃으면서 프로듀서한테 자기소개를 하고는 잠을 자는 걸 보니 기분이 좋은 걸.

 

ー는 데뷔하고 싶으면 자지 말라고, 미키……

 

"미나세 이오리! 출근했습니당!"

 

그리고 아침의 이오리가 프로덕션 안에 들어왔다. 이제부터가 본격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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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달밤에 오로치의 피에 미친 이오리… 이름 존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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