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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와 아가씨와 조폭소녀 때문에 P의 멘탈은 아수라장!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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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1, 2017 13:58에 작성됨.

"아아… 밤이로구나. 밤이 되면 나의 절친한 벗이 곁에 있어야 하거늘, 어디로 가고 저 우민만 멍청하게 서있단 말인가."

 

야요이를 조심하자고 열심히 기록하는데 하루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늦은 시간에 프로덕션에 남아있다니, 혹시 다른 아이돌도 그런 걸까? 그렇다면 이 프로덕션은 정말 신기할 텐데.

 

그러나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하루카밖에 안 보인다. 사무원인 코토리 씨조차 보이지 않는다. 시간을 보니 새벽 2시, 아직까지 누군가가 프로덕션에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헉, 그러고 보니 이 시간까지 집에 안 들어가면 엄마가 연락을 할 텐데.

 

서둘러 폰을 꺼내서 확인하니 부재중전화가 없었다. '부재중전화'가 없었다. 어째서인지 엄마한테 걸려온 전화가 수신으로 돼있다… 그것도 새벽 1시에…

 

천천히 생각해보자. 새벽 1시까지 남아있을 아이돌은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하루카뿐이다.

 

생각이고 나발이고 전화 받은 게 하루카란 거잖아!

 

"하루카!"

 

"각, 하, 라고 부르라 했을 텐데."

 

"가… 각하…"

 

"그래. 무슨 일인가, 우민."

 

"혹시 저희 어머니와 통화하셨습니까."

 

"그렇다. 무슨 문제라도?"

 

무슨 문제라도ー라니, 그걸 몰라서 물어? 보나마나 전화를 받아서 우민은 지금 자고 있다든가, 우민은 정말 멍청해서 화가 난다든가, 너 또한 그의 어미이니 우민이겠구나, 같은 말을 했을 게 뻔하잖아!

 

하지만 소리를 질렀다가는 로우킥이 날아올 수도 있기 때문에 꾹 참고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들리고 얼마 안 있어서 엄마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여보세요."

 

"엄마."

 

"어, 그래 자성아. 여자친구 생겼니?"

 

이건 대체 뭔……

 

"여자친구가 참하더구나. 어찌 그리 공손한지."

 

공손? 그게 뭐지? 먹는 건가?

 

"목소리도 진짜 예쁘던데. 혹시 성우 아니니? 여자친구로 성우를 두다니, 우리 아들 굉장하네."

 

아이돌, 입니다만. 아니, 여자친구는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집에서 같이 잘 정도로 진도를 나갔으면서, 엄마한테 어떻게 소개 한 번 안 시켜줄 수 있니? 아무리 엄마가 요즘 취직으로 스트레스 준다고는 해도…"

 

여자친구가 없는데, 아니, 사귈 생각도 없고, 내 눈에 예쁜 여자가 없는데, 것보다 이 난폭한 각하와 연인이라니, 무슨 무서운 상상입니까, 어머니.

 

"아무튼 나중에 집에 한 번 데려와라. 우리 아들한테 여자친구라니! 만찬을 대접해줘야겠어. 그래도 사고치지는 말고? 사랑한다 우리 아들!"

 

뚜, 전화가 끊겼다.

 

하느님, 어째서 저한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나는 당황해하며 하루카를 보았다. 하루카는 청아한 달빛을 받으며 어째선지 고독해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쟤 혹시 중2냐. 그래, 중2일 수도 있군. 아니, 그건 아닌가. 몰라 x발…

 

"각하님."

 

"무슨 일이냐."

 

"저희 어머니와 무슨 담소를 나누셨는지 여쭤보아도 무례가 아닌지요."

 

"음, 전혀 무례가 아닌 게 아니다. 정말 무례이니 묻지 말도록. 그리고 지금 나는 달을 감상하고 있으니 말을 걸지 말라."

 

하루카는 손사래를 치며 저리 꺼지라고 말했다. 젠장, 내 첫 여자친구가 각하로 오해 받으려는데 곱게 꺼질 수가 있겠냐고. 그렇게 생각하며 혹시 녹음된 게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녹음 앱을 켰다. 가끔 통화할 때 볼에 녹음 버튼이 터치돼서 녹음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진짜 있네. 통화 시간이랑 2초 정도 차이가 나는 걸 보면 볼에 눌려진 게 틀림없어.

 

나는 하루카의 눈치를 한 번 살핀 뒤, 소파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서 녹음파일을 재생시켰다. 그러자 엄마의 요란한 목소리부터 들려왔다.

 

「……시인데 아직도 안 들어오니!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 반항이야 뭐야!」

 

그리고 이어서 들려온 목소리는, 하루카의 목소리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안녕하세요 어머님♥」

 

달달했다.

 

"뭐야 이거! 미친 이거 뭐야!"

 

나는 나도 모르고 소리 지르고 말았다. 이건 혹시 합성인 건가?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하루카의 각하 이미지를 무너트리려고 이런 짓을 벌인 건가? 아니, 그러면 엄마의 반응과 약간 모순이 있지. 그럼 이게 진짜 하루카의 목소리라는……

 

"우민 주제에 나, 아마미 하루카의 달 감상을 방해하는가."

 

섬뜩한 목소리가 이어폰을 넘어서 내 귀를 때려댔다. 나는 서둘러서 정지 버튼을 누르고 하루카를 보았다. 하루카는 도저히 '안녕하세요 어머님♥'이라고 말할 것 같지 않아 보이는 살벌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미키가 기지개를 켜며 밖으로 나왔다.

 

"아후, 아무도 안 깨워준 바람에 이제 일어난 거야. 다들 너무하다는 거야."

 

그리고 그거랑 아무 상관없이 나는 하루카가 휘두른 채찍에 맞기 시작했다. 잠깐, 채찍?

 

"채찍이 왜 있는 거냐!"

 

"어느 변태 우민이 사놓은 거다."

 

"아, 그거 코토리 씨가 하루카한테 사준 거야. 무시무시하다는 거야."

 

코토리 씨, 당신은 대체!……

 

"노랑 우민. 날 하루카라고 부르다니, 이 무슨 무례한 짓인가."

 

"나노? 미키가 언제부터 하루카의 우민이었다는 거야? 미키는 하루카를 모시지 않는다는 거야. 친구라는 거야."

 

"야밤에 내 달 감상을 방해한 이들은 절친한 벗, 달밤에 오로치의 피에 미친 이오리를 제외한 모든 이가 우민이다."

 

뭔 개소리야?!

 

그리고 나와 미키는 하루카한테 동시에 채찍질을 당하기 시작했다. 나는 괜찮지만 미키는 아이돌이 되어야 하니까 상처가 생기는 건 좋지 않다. 그래서 나는 '그, 그만하라는 거야. 미키, 아프다는 거야.' 라고 울면서 말하는 미키를 데리고 서둘러 도망쳤다. 다행스럽게도 하루카는 도망치는 우리를 쫓아오지는 않았다. 미키는 더 이상 채찍질이 오지 않자 쪼그려 앉아서 훌쩍이기 시작했다.

 

"미키, 하루카 좋아하는 거야. 그래서 하루카가 때린 게 너무 아픈 거야.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픈 거야. 미키는 하루카한테 처음 맞아보는 거야. 너무 슬픈 거야."

 

그런 미키가 너무 딱해보였다. 비록 내가 프로듀스하는 아이돌은 아니지만, 반짝거리는 미키가 눈물을 흘리는 건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기분을 좋게 해주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싶어서, 슬플 땐 달콤한 걸 먹으면 좋으니까, 라며 미키를 편의점으로 데려갔다.

 

"앗, 주먹밥인 거야! 미키는 주먹밥이 먹고 싶은 거야!"

 

"주먹밥 좋아해?"

 

"응응! 미키는 주먹밥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거야!"

 

주먹밥 하나로 이렇게나 기운을 차리다니, 안 사줄 수가 없다. 그래서 과감히 아빠 카드를 꺼내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긁으며 주먹밥을 10개 샀다. 미키는 신난 듯이 주먹밥을 먹기 시작했다.

 

"주먹밥은 정말 맛있는 거야! 프로듀서도 먹으라는 거야!"

 

"내가 미키의 프로듀서는 아니지만…"

 

"미키는 프로듀서가 미키의 프로듀서였으면 좋겠다는 거야. 미키는 프로듀서가 마음에 든다는 거야. 치킨도 남겨줬다는 거야!"

 

오, 그걸 먹은 건가. 그럼 그걸 먹고 또 자서 이 시간에 일어난 거고. 그런데 먹고 자기만 하는데 어떻게 살이 안 찌는 거지. 신기한 몸이구만.

 

"그래, 나도 솔직히 널 프로듀스하고 싶어. 사장님한테 부탁해볼까…"

 

솔직히 이오리나 야요이는 나한테 별 타격을 주지 않는다. 착한 애들이니까. 그런데 하루카는 도저히 못 버티겠다. 얼굴도 미키보다 안 예쁘고, 몸매도 미키보다 안 좋은데 성격조차 이 프로덕션에서 제일 안 좋다. 이런 아이돌을 프로듀스하라니, 미친 짓이다.

 

"음, 그런데 주먹밥만 먹으니 어쩐지 심심하다는 거야."

 

미키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원래는 동료들이랑 떠들면서 먹기 때문에 조용한 분위기에서 먹는 건 따분하다고.

 

그럼 좋은 게 있지.

 

나는 이어폰 한 쪽을 미키 귀에 꽂고, 다른 한 쪽을 내 귀에 꽂은 뒤에 아까 듣다가 말은 녹음파일을 재생시켰다.



엄마-「……시인데 아직도 안 들어오니! 엄마 죽는 꼴 보고 싶어? 반항이야 뭐야!」



하루카-「안녕하세요 어머님♥」

 

엄마-「어, 어머님? 넌 누구니?」

 

하루카-「저는 아마미 하루카라고 해요. 하루룽이라고 부르셔도 되어요!」

 

엄마-「그, 그래. 하루룽, 내 아들은 어디에 있니?」

 

하루카-「지금 제 옆에서 자고 있어요. 자는 모습이 귀엽네요♥」

 

엄마-「자, 잠을?!」

 

하루카-「네!」

 

엄마-「거, 거긴 어디니?」

 

하루카-「제 집이에요!」

 

엄마-「그, 그래…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우리 자성이 잘 부탁할게.」

 

하루카-「네♥」

 

엄마-「그, 그럼 끊을게.」

 

하루카-「네, 어머님. 들어가세요~」

 

그걸로 재생이 끝났다.

 

"……"

 

나와 미키는 동시에 침묵을 지켰다. 도대체 이 통화의 정체는 무엇인가. 미키도 알 수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래도 이런 하루카는 미키도 처음인 것 같았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나는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도, 돌아갈까."

 

"그, 그게 좋겠다는 거야."

 

그렇게 나와 미키는 이 녹음파일을 비밀로 하자고 약속한 뒤에, 도대체 이 하루카는 무슨 하루카란 말인가, 라는 의문을 품은 채로 프로덕션에 돌아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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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님의 두 얼굴…… 어느 쪽이 진짜 각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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