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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and White Rabbit-Alice misunderst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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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10, 2017 15:39에 작성됨.

 그럼 오늘도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 볼까요?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죠?
아 그래요 제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토끼와 비슷한 복장을 입은 토끼를 쫓아 벚꽃 나무 아래에서 바이올린 키는 소년을 만났었다고 했죠?
그 소년은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몰라서 스마트폰 해석 앱으로 얘기를 나누다가  붉은 옷을 입은 중년의 여성이 그만 소년을 데려가 버렸다는 데까지 이야기했고요.

 

혹시 그 뒤로 소년을 매일 만나게 되었냐고 물어본다면... 불행히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저는 아이돌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던 때라서 그런지 몰라도 레슨 시간이 평소보다 늘어났었거든요. 데뷔라는 것은 곧 아이돌로서 첫걸음과 동시에 이미지를 결정하는 거나 다름없었으니 매우 중요한 레슨이어서 빠질 수가 없었거든요.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레슨 중간에 어디에선가 그 소년의 바이올린으로 레슨실까지 들려왔다는 것입니다. 레슨실에 음악이 흘러나와도 트레이너 씨의 잔소리가 저희 모두에게 향해도 꼭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마치 힘든 상황인데도 다독여 주듯 말이죠.

 

어쩌면 전 이 힘든 순간들을 버티게 해 준 것은 바로 그 소년의 바이올린 연주 덕분일지도 모르겠네요. 가끔가다 너무 힘들어서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바이올린 연주가 제 귀로 들어오면 이상하게도 다시 힘내자는 기분이 들었던 것입니다. 음악은 사람을 움직이게 해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었나 보네요 후훗.

 

하루는 트레이너 씨가 레슨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평소보다 일찍 끝나게 되었습니다. 레슨이 끝나는 동시에 귀를 기울여 보니 마치 나는 아직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듯 바이올린 연주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고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그 벚꽃 나무 아래로 향해 달려갔습니다.

 

인생의 회전 목마(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 바이올린 버전


바람은 그때와 비슷했다. 소년이랑 처음 만났었던 날에 불렀던 벚꽃 잎과 함께 불러온 봄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스카프를 뒤로 넘기면서 아리스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따라갔다. 현재 아리스가 걸어가면서 느껴오는 이 느낌은... 마치 앨리스가 원더랜드로 돌아갔을 때 혹시 이 느낌이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기분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토끼랑 만난 뒤 벚꽃 나무 밑에서 바이올린 키는 소년을 만난 뒤 그가 아리스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타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런 그하고 얘기한 자신을 발견했을 때 신기한 분위기...

 

바이올린  소년이랑 만났던 벚꽃 나무 아래로 도착할 때쯤 아리스는 발을 멈추었다. 벚꽃 나무 아래에는 예상대로 바이올린 소년이 바이올린을 키고 있었는데 그의 앞에는 낯익은 모습의 소녀가 서서 소년의 연주를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푸른색의 숄을 등에 걸치고 있고 하얀색의  니트 헤어밴드에 검은색 머리카락의... 딱 봐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사기사와... 씨?"

 

사기사와 후미카...미시로 프로덕션에서 가장 친한 분이셨다. 평소에는 아리스와 단둘이서 붙어 다닐 정도로 친밀한 사이인데 왜 후미카씨가 저 소년에게? 평소에 낯가림이 심하신 분이 전에 만났던 토끼를 양손으로 든 체 저 소년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었고...

소년으로부터 바이올린 연주가 끝나니 후미카는 그대로 박수를 쳐주었다. 마치 공연이 끝난 뒤 손뼉 치는 관객들을 따라 하듯.

 

여기서 끝났다면 아리스는 그저 "나처럼 지나가다가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 들으러 온 거구나"라고 생각했겠지만...

 

두 사람 사이에서 얘기가 오고 가고 있었다. 다정하게. 그것도 서로가 웃으면서. 이 광경을 구경하던 아리스는 뭔가 의문점이 생겼는데...
저 소년 일본어 못하는 거 아니었나? 어떻게 사기사와 씨하고 얘기가 가능한 거지? 저번에 만났을 때와 달리 사기사와씨와의 대화에는 혼란함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대화에 아무 이상 없다는 듯 물 흐르듯 흘러 내려가고 있었고.

 

한참 동안 대화하던 소년은 멀리서 아리스의 모습이 보이자 웃으면서 그대로 손을 흔들었고 후미카 역시 소년이 가리킨 방향을 보자마자 그대로 방긋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흔들었지만...

 

아리스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구겨진 종이처럼 얼굴이 찡그러져 가고 있었고 소년하고 후미카는 왜 저러지?라고 말하는 듯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리스는 그대로 고개를 돌린 뒤 그대로 왔던 길로 돌아가려 했지만 뒤에서 타박-타박 뛰어오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대로 아리스의 손을 잡으려는 소년.

 

"손 치워요!"

 

탁-하는 소리와 함께 소년의 손을 쳐버리는 아리스. 자신의 손을 쳐 내는 아리스를 보면서 소년은 크게 당황했는데, 붉은색으로 변해버린 아리스의 얼굴은 마치 구겨진 종이처럼 찡그러져 있어서 보통 화난 게 아니라고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었다. 소년은 왜 그러세요?라고 한국말로 다급하게 말하지만...

 

"저에게 거짓말하셨잖아요!"

 

라고 소리를 외치는 아리스. 소리의 크기 때문인지 소년은 한 발자국 물러갔고 뒤에서 보고만 있던 후미카도 그대로 달려왔다.

 

"지난번에는 일본어 못한다면서 직접 말해 놓고서는 사기사와씨랑은 왜 이리 말을 잘하는 건데요? 저에게 결국 장난 치신 거 맞죠?"

 

소년은 지금 혼란한 상황이었다. 갑자기 얘가 왜 저러지? 왜 저렇게 화를 내는 거지? 무슨 말인지 전혀 몰라서 혼란은 더욱더 배로 증가해버린 상황.
한참을 지켜보던 후미카는 무슨 일인지 깨닫고 그대로 아리스 앞으로 다가갔다.

 

"타치바나양. 그게 아니에요."

 

후미카가 말을 꺼내자 간신히 멈추게 된 아리스.  소년은 표정으로 "화 푸셨나요?"라고 물어보자 아리스는 아직도 화가 났는지 여전히 얼굴은 찡그러진 상태였고 소년의 몸은 그대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아리스의 표정도...후미카가 아리스에게 무언가를 설명하기 시작하자 서서히 다른 표정으로 바뀌어져 가기 시작했다. 이 표정...소년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아리스랑 처음 만났을때 자신이 일본어 못한다고 스마트폰으로 말하자 그대로 경악해버린 그 표정...이었던것이다.

 

 

"미안해요 타치바나양. 진작에 얘기했어야 하는 건데."
"아니.. 에요..."

 

간신히 진정하였지만 몇 초 뒤에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어린아이 모습의 아리스. 흐윽-하는 작은 소리가 그대로 입 밖으로 조금씩 나오고 있었고.
그러니까 상황을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후미카하고 소년의 관계를 표현하자면 스승과 제자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유창하게 까지는 아니지만 소년하고 서로의 회화가 가능할 정도로 한국어를 말할 수 있었던 후미카를 소년의 어머니는 일본어 과외 선생으로 고용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서로가 시간이 남아 후미카에게 자신의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인 뒤 서로가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을 아리스는 그만 오해해버리고 만 것이다.

 

"저 또 해버리고 말았어요..."

 

그것을 떠나서 아리스는 매우 속상해하는 상태였는지 무릎으로 얼굴을 파묻히고 있었다.

 

"또 어린애처럼 행동해 버린 거요. 또 안 좋은 모습을 보인 거요. 그것도 두 번이나... 흐윽..."

 

어른처럼 행동하고 싶었는데....라고 작게 말하는 아리스. 후미카 누나에게 어느 정도 그녀에 대해 얘기를 들은 상태였다. 매일 일을 나가는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모든 것을 혼자 해내려는 면이 생겼으며 그와 동시에 자립심이 강해서 사람들이 자신을 어린애가 아닌 성숙한 아이를 바라보기를 원한다고. 아니...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고 싶어한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었다.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닌 모두에게 인정받는 어른으로 말이다.

 

한참 동안 울고 있는 아리스에게서 바이올린 연주가 들려왔다. 눈물 범벅이 가 된 채로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새 소년은 또다시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마치 그의 음악에 춤을 추듯 따뜻한 봄의 바람이 다시 불어오기 시작했다.

 

두 소녀는 지금 소년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면서 그들의 곁에는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벚꽃 나무에서 떨어지는 핑크색 꽃잎은 덤.

 

 

생각해 보면 저는 정말 철없는 행동을 해버렸어요. 그 덕분에 모두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말았던 거예요. 그냥 차분히 행동하면 될 것을 왜 저는 화를 낸 것이었을까요? 그것도... 어린애처럼 말이죠.

 

하지만 그 소년은 말이죠 마치 사기사와 씨랑 비슷했어요. 저를 이해해주려고 노력했고 어린애처럼 행동해버린 저에게 마치 기운 내라는 듯 바이올린을 연주해주었고요.

 

...지금 마음에 걸리는 것은... 좀 더 내가 어른 다운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가 드네요. 그 애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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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1편 그리고 2편이 마지막 편이 될거라 예상됩니다. 시간나면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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