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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마스 단편

댓글: 2 / 조회: 485 / 추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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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9, 2017 07:08에 작성됨.

"토쿠가와 마츠리 군…… 인가."

자신의 앞에 놓여진 이력서를 보며, 이제는 꽤나 규모가 커진 765프로덕션의 사장 타카기 준지로가 한숨을 쉬었다.

특유의 행동력과 직감으로 과감하고 시원스럽게 행동해 오던 그가 고민하는 것이 신기한지 차를 내주던 사무원 오토나시 코토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신가요, 사장님?"

"아아, 조금 안타까운 일이 있어서 말일세."

딱히 고민에 대해 숨길 생각은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던 종이를 코토리가 보기 편하게 내밀어준다.

"보다시피 우리 프로덕션도 꽤나 유명해지지 않았나. 새로운 사무원을 고용해 볼까 했네만 이 아이는 사무원보다는 아이돌 쪽이 더 어울릴 것 같아서 말이야."

"평소 말씀하시던…… 팅하고 왔다는 건가요?"

"음. 팅하고 왔다네."

이렇게까지 단언한 단계에서 고민하고 계실 분은 아닐텐데? 하는 코토리의 의문을 눈치챘는지 타카기가 쓴웃음을 지으며 이력서를 내려놓았다.

"이미 권유해 봤지만 단칼에 거절당했지 뭔가. 당사자가 생각이 없다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확실히 사무원 이력서를 낸 사람에게 느닷없이 아이돌을 하라고 한다면…… 수상해 보이겠네요."

잘도 이런 사무소에서 일할 생각을 했네…… 라는 본심은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녀도 역시 훌륭한 사회인인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는 아깝군. 이 아니는 분명 훌륭한 아이돌의 자질을 지니고 있어."

그런 고민이라면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을, 코토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돌 담당자에게 직접 말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책임전가. 과연 오토나시 코토리는 훌륭한 사회인의 귀감이다.

 

*

 

"……그래서 제게 그 아이를 설득해 보라는 말인가요?"

"말하자면 그런 거예요피요."

이제는 훌륭한 톱 아이돌이자 765프로덕션의 간판이 된 올스타즈를 키워내고 현재는 신진 아이돌 육성 계획을 준비하고 있던 민완 프로듀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일거리에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유능한 그라도 이제는 한계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코토리는 가볍게 웃으며 그것을 못 본 척 시치미를 뚝 떼버렸다.

"마침 잘 됐네요. 사장님도 인정한 검증된 아이니까 새로운 프로젝트의 멤버로 확 꼬셔와 버리면 되지 않을까요?"

"사무원이 되기를 희망했다면서요. 리츠코가 아이돌로 복귀하면서 안 그래도 부족하던 일손이 더 부족한 참인데 그냥 그대로 사무원으로……."

"사장님께서 말이죠~? 어찌나 기대를 하고 계시던지!"

힐끔, 프로듀서를 한 번.

"……."

프로듀서는 마츠리를 설득해 보기로 했다. 일손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훌륭한 인재를 눈앞에 두고 눈을 가리는 짓을 하는 건 프로듀서로서 용납할 수 있는 짓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절대로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에 굴복한 것이 아니다!

"그러지 마시고 한 번 이력서라도 봐 주세요. 사무원 면접용이지만 사진도 있답니다?"

그렇게 말하며 슬쩍 내민 이력서를 받아보니, 짙은 녹빛의 머리칼을 가진 소녀의 사진이 눈에 들어온다.

……과연.

사진을 보는 순간 프로듀서로서 살며 갈고닦은 감이 무언가를 감지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것을 설명하려면 한 마디밖에 없을 것이다.

─팅하고 왔다.

프로듀서의 눈빛이 바뀐 것을 알아챘는지 코토리가 우쭐한 듯한 미소를 지으며,

"어떤가요? 프로듀서 씨가 보기에도 가능성이 있어 보이나요?"

"……솔직히 말하자면 의욕이 나는군요."

내용물을 정리할 새도 없이 내려놓았던 가방을 급히 다시 메고 소지품을 확인한 프로듀서가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설득하겠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부터 외근을."

"지, 지금부터요?! 기다려주세요! 그럼 오늘 도와주시기로 한 분량과 오늘 새로 추가된 서류는 누가……."

"든든한 사무원 오토나시 코토리 씨에게 맡길게요."

"앗! 잠시만요! 프로듀서 씨! 프로…… 피요오오오오~!"

 

*

 

"그 일에 대해서는 분명 거절했을 텐데요. 제가 아이돌이라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언짢은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의, 거절이 가득한 말에 프로듀서는 난처한 표정으로 얼굴을 흐리게 했다.

자신있게 말하고 사무소를 뛰쳐나와 어찌저찌 운 좋게 토쿠가와 마츠리 본인과 만날 약속을 한 것은 좋지만 아무래도 마츠리 쪽에서 아이돌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애초에 저는 사무원으로 입사를 희망했는데 그쪽의 결과는 알려주지 않는 건가요?"

"그, 그것에 대해서는 심사가 끝나지 않은 관계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소규모로 구인광고를 한 탓에 심사는 건너 뛰고 사장님과의 가벼운 면담 정도만 예정되어 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자. 일단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도 일단, 눈 앞의 그녀를 어떻게 설득하는가는 순전히 프로듀서의 재량에 달렸다.

침착하게 말을 고르고 긴장으로 두근거리려는 가슴을 의식적으로 가라앉히며 프로듀서로서의 사고로 머리를 전환해 나간다.

꾸욱, 손에 힘을 주고.

"적어도 명함 만이라도."

"……예?"

간단하게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선택한 것은 자기소개. 명함을 건네준다면 그러한 분위기로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다.

"다시 한 번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저는 765프로덕션의 스카우트 담당 겸 프로듀서입니다. 이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토쿠가와 마츠리입니다."

"사장님과도 말씀을 나누신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때도 아이돌 권유에 대한 것이었습니까?"

한 번 거절한 전적이 있다는 말은 이미 들었지만 굳이 프로듀서는 그것을 한 번 더 물었다. 대화의 주제를 사무원이 아닌 아이돌이 되도록.

"예. 전화가 와서 처음에는 이력서가 통과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갑자기 아이돌이 될 생각이 없냐고 권유하시더군요."

"혹시 그때도 본인이 아이돌이 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거절하신 거였나요?"

"예. 이미 말씀드렸지만 제가 아이돌이 된다니…… 불가능해요."

"……."

강한 부정은 언제나 기반으로하는 근거가 있는 법이다. 근거가 있다는 것이 적어도 그것에 대해 생각은 해 봤다는 것이 된다면, 그 부분에 파고들어 볼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

"방금 토쿠가와 씨는 자신이 아이돌이 되는 게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반대로 묻겠습니다. 토쿠가와 씨에게 있어서 아이돌이란 무엇입니까?"

"무엇이냐니…… 무슨 의미인가요?"

"말 그대로의 뜻입니다. 그렇게 딱 잘라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으니까요. 아이돌에 대해 무언가 생각하는 바가 있는 건 아닌가요?"

"……."

조용히, 그 눈동자가 프로듀서를 향하고. 그것을 받는 프로듀서도 침착하게 말을 꺼내길 기다린다.

이윽고.

"……공주님, 일까요."

"예?"

너무 예상 밖의 대답에 반사적으로 되묻고, 곧바로 프로듀서는 후회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을 무시하는 걸로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 급히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마츠리의 말이 그것을 가로막았다.

"어린애 같다는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공주님이라고 생각하는 건 진심이에요. 뭐랄까…… 동화 속에서나 나올 공주님."

말이 스며들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프로듀서를 향하며.

"동화 속의 공주님은 꿈이랑 다를 바가 없어요. 공주님이 머무는 성도, 멋진 기사님도 동경은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TV속의 반짝이는 것들을 보며 품었던 어린아이의 꿈처럼 덧없는 환상. 제게 있어서 아이돌이란 그런 거랍니다. 이걸로 대답이 되었나요?"

성과 기사.

확실히 동화 속의 공주님을 떠올려 보면 곧바로 따라오는 요소들이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 머릿속에서 키워드를 정리한 끝에,

고개를 저어 부정했다.

"만약 그 환상을 현실로 불러올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허풍입니까?"

이어질 말이 뻔했기 때문인지 마츠리의 얼굴이 조금 찌푸려진다. 하지만 뻔하기 때문에 신빙성을 갖고, 거기에서 환상은 현실이 되어갈 계기가 마련되는 거겠지.

"현재 765프로덕션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중입니다."

사무소에 가져간 그대로 다시 챙긴 덕분에 그가 집에서 한 작업물은 전부 가방에 있다. 그런 작은 행운에 감사하며 프로듀서는 자신이 철야해가며 만든 계획서를 꺼내 마츠리를 향해 슥 내밀었다.

"……프로젝트 밀리언?"

"765프로덕션의 규모 확장의 일환으로 소속 아이돌들을 위한 전용 극장을 마련하고 신진 아이돌을 육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이걸 왜? 라고 묻는 듯한 시선이 프로듀서를 향한다.

"제 말은…… 그러니까 이 극장을 성으로 삼아, 진짜 공주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예……?"

"이 프로젝트의 이름을 '밀리언'이라고 붙인 이유를 아십니까?"

그녀도 혼란스러운지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아 보이지만 지금은 프로듀서 자신이 말해야 할 때라고 강하게 직감하고 있었다. 흥분해서 말투가 거칠어지지 않게 의식하면서 차근차근 말을 이어나갔다.

"밀리언은 흔히 100만 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한이 없는 수많은 숫자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것을 말하자면 무한대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멋이 없다.

'수많은' 이라고 말해야 비로소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것은 밀리언.

수많은 가능성들.

"제가 생각하는 토쿠가와 씨가, 나아가 이 프로젝트에 참가할 모두가 그 수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저 동화 속에서나 존재하는 환상이라고 단정하지 말아주세요. 당신에게는 불가능하다고 좌절하지 말아주세요."

그것은 그저 한순간의 시련일 뿐 가능성 그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프로듀서는 더더욱 자신을 가지고 자신을 직시하는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걱정은 접어두고 그저 한없이 높이, 수많은 반짝임을 지니고 공주님은 물론 그것보다도 더 많은 것들을 꿈꾸어 주세요. 혼자서는 힘들다고 생각하신다면 제게 의지해 주세요. 그것을 실현시킬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저, 프로듀서의 일이니까요."

말을 끝마치고 조금 시간이 지나며 정신이 돌아오자, 프로듀서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마츠리의 시선을 그제야 알아챌 수 있었다. ……혼자서 너무 열정적으로 말했나. 머쓱해진 기분을 숨기려고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건……."

주저하는 듯한, 연약한 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피했던 시선을 되돌려 다시 그녀에게 향한다. 다만 그것이 부끄러웠는지, 가련한 공주님처럼 마츠리가 뺨을 물들인다.

"그건 저에게…… 공주에게 하는 기사님의 서약…… 인가요?"

"……?"

프로듀서는 놀랐다.

기사의 서약이라거나 그런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그럴 의도도 아니었지만, 여태껏 길러온 감이 자신에게 속삭이는 대로,

"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게 대답해 버리고 말았다.

 

*

 

"어머나? 민완이라는 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사무원에게 일을 떠맡기는 프로듀서 씨 아닌가요?"

"먼제 제게 난제를 떠맡긴 게 누구인가 생각해본다면 피장파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토나시 피요코씨."

프로듀서와 사무원이 영양가 없이 날카로운 시선의 응수를 주고받으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평소의 765프로덕션의 광경이지만 이내 평소와는 다른 하나의 작은 비일상이 그것을 깨부순다.

"이리오너라-앗! 공주가 온 거예요!"

"……응?"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멍청한 소리를 흘리며 시선을 돌리자 짙은 녹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토쿠가와 마츠리가 당당하게 서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 머리에는 잔뜩 과장한 듯한 리본이 달려 뿅뿅 춤을 추고 있었다.

"호? 뭔가요, 프로듀서 씨? 공주의 매력에 한 방에 뻗어버린 건가요?"

"어…… 으음……아니……."

반사적으로 너 누구냐? 하고 물을 뻔 한 것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프로듀서가 대답을 헤맸다.

민완 프로듀서라 불리며 불철주야 달려왔지만 이렇게 당황스러운 경우는 처음인지라 연륜의 깊이가 프로듀서보다 더한 코토리에게 도움을 청하듯 시선을 보냈다.

"피요피요~ 오늘도 서류를 피요~."

연륜의 깊음을 지뢰의 회피에 유감없이 발휘하며 모르는 척 발을 뺀 코토리에게 조용히 시선을 거두고 어떻게 답해야 할까 생각하며 가벼운 패닉에 빠져있는데 그런 그의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쫄래쫄래 프로듀서에게 다가온 마츠리가 어린아이처럼 들떠 재잘거리기 시작한다.

"방금 전에는 공주의 성에도 들러본 거예요! 생각보다 허전하던데 조만간 공주에게 어울리는 반짝반짝 원더호-! 한 것들로 채워주실 거죠? 네?"

설마 이런 일이 될 줄이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 환한 웃음에 차마 아직 멀었다고는 답할 수 없어서 고개를 끄덕이는 프로듀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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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밀리시타 출시 때문인지 왠지 잘 모르는 밀리마스가 끌려서 끄적거려 보았습니다.

등장인물의 성격, 말투나 설정 등이 원작과 굉장히 많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만 애교로 봐 주세요...

Ps. 공지사항을 읽아봤지만 이런 형식으로 써 보는 건 처음이라 모르는 점이 많습니다. 혹시 문제가 있다면 지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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