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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나나] 엄마,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어?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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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7, 2017 01:40에 작성됨.

"나나 씨…… 최근에 안 보이셔서 놀랐는데… 무슨 일 있었나요?"

"……."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는 눈치였던 그는, 늘 그래왔듯이 활짝 웃으며 나나에게 말을 건넸다.

 

"자, 오늘도 힘내봅시다! 아! 저 오늘 일이 일찍 끝나는데 오후에 여기에 들……."

"P씨!!!"

 

그 때였다. P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나는 평소에 들어본 적이 없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갑작스런 그녀의 호통에 적잖이 놀란 P는 순간 손에 있던 커피를 떨어뜨렸다.

 

"나나…… 씨?"

 

예상치 못한 상황에 P가 떨리는 목소리로 나나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숙여 그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말없이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그러자 상황을 파악하려던 P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천천히 나나에게 다시 물었다.

 

"나나 씨. 무슨 일 있어요?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거에요?"

"……."

"이야기 좀 해보세요. 저도 무슨 일인지 알아야 도와드릴 수가 있는데……."

"……."

"나나 씨……."

"다 들었어요! P씨에 대한 소문을요!"

"……?"

 

계속되는 P의 물음에 참다 못한 나나가 다시 한 번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나의 호통에 또 한번 P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두 눈에 파들파들 떨리던 나나의 작고 여린 주먹이 들어오자 P는 다시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녀에게 물었다.

 

"무슨… 소문이죠? 저에 대한 소문이라구요?"

"……네. 후배들한테 들었어요. P씨에 대한… 소문을요."

"그 소문이라는 게… 대체 뭐죠?"

"P씨가 더 잘 아시잖아요! 주변에 있는 예쁜 여자들한테 치근덕댄다고 아주 유명하다구요!"

"……!"

 

나나가 말한 소문의 진상을 알게 된 P가 뭔가 깨달았는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나나는 그의 반응을 보고 계속해서 가슴 속에 쌓아두고 있었던 것들을 토해내듯 이야기했다.

 

"저… 솔직히 P씨가 처음 저한테 왔을 땐 정말 부담스러웠어요. 나한테 관심이라도 있는 건가? 날 동정하는 건가? 의심도 많이 하고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런 의심들은 사라졌어요. P씨가 해주는 격려가 너무 고마웠으니까……."

"……."

"P씨도 아시잖아요……. 전파계 아이돌이랍시고 아이돌 행세를 했지만 지명도도 떨어지고… 특이하다고 욕도 많이 먹고… 결국 돈이 없어서 메이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저라는 걸……."

"나나 씨……."

"그래서 기쁘고 고마웠어요! 사탕 발린 말이었겠지만, P씨가 그런 저한테 격려해주고 말을 걸어줄 때마다 너무 기뻤어요! 그 때만이라도 제 참담한 현실을 잊을 수 있었으니까……. 당신이 제 곁을 떠나면 다시 무서운 현실로 돌아가야만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구요……."

 

이야기를 하다 말고 감정이 북받친 그녀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억지로 부정해왔던 자아비판, 불안감을 토해낸 그녀는 혹독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에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거기에 믿었던 P에게 배신을 당했으니. 그녀의 심정은 말로 표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 P씨의 격려가… 사실 거짓말이었다니……. 전 이제 누굴 믿어야 하는 거죠……?"

"진정해요 나나 씨.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P씨는 내 마음에 큰 상처를 줬어!!"

"……!"

"다른 사람들한테도 저한테 했던 것처럼 이야기했죠?! 그런 거죠?!"

"……."

"왜 말을 못 하세요……?! 뭐라고… 뭐라고 변명이라도 좀 해 봐……."

"나나 씨……."

 

고개를 들지 못하는 P를 보며 나나는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처절하게 이야기했다.

 

"보잘 것 없는 나한테 희망을 줬다가… 다시 빼앗아가는 게 어딨냐구……. 어쩜 그럴 수 있어요……? 왜 하필 나한테 그러셨어요……? 왜……?!"

"나나 씨……."

"……사람 잘못 보셨어요 P씨. 제가… 제가 만만하게 보여서…… 이렇게 호의를 베풀면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셨겠죠……?"

"……나나 씨, 잠시만요."

"……맞아요. 사실이에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당신의 사탕발린 말을 믿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아니에요… 이젠… 다신 남의 말을 믿지 않을 거야! 남한테 무시당하지도 않을 거야!!"

"나나 씨."

"보잘 것 없고 할 줄 아는 것도 없는 나지만……!! 이젠 지쳤다구……!!!"

"……보잘 것 없지 않아!!!"

"……!!!"

 

그러나 그 때였다. P가 적막함이 흐르던 골목이 떠나갈 정도로 큰 목소리로 나나에게 일갈했다.

여태껏 본 적이 없는 P의 모습에 나나가 깜짝 놀라 말을 잇지 못했다.

나나의 이야기를 듣던 P는 감정이 격해졌는지,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한 말이 사탕발린 말이라구요? 아니! 결코 아니야! 듣기 좋으라고 한 말도 아니고, 나나 씨한테 수작을 부리려고 했던 말은 더더욱 아니야! 진심이었어! 진심이었다고!"

"……네?"

"화를 내서 죄송한데……! 할 말은 꼭 해야겠어요! 물론 이런 일이 생기게 한 원인제공자도 나긴 하지만! 하…… 뭐부터 설명을 해야 하지……! 아, 그래! 그 소문에 대해서 설명을 드릴게요!"

"......!"

 

말을 잇지 못하는 나나의 모습에 P는 이때다 싶어 하지 못한 말을 빠르게 이야기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해에요! 물론 제가 이 근처에 있던 예쁜 여성분들한테 많이 접근을 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이었어요! 제 직업이 프로듀서라서 길거리 스카우트를 한 것 뿐이었다구요!"

"…프로듀서……라구요?"

 

자신이 프로듀서라는 P의 이야기에 놀란 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P가 기다렸다는 듯이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명함을 건네 받은 나나는 명함에 적힌 것들을 보고 두 눈을 크게 뜨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P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의 표정에 담긴 뜻을 이해한 P가 이야기를 덧붙였다.

 

"맞아요! 나나 씨라면 알고 계시겠죠. XX 프로덕션. 모든 아이돌 지망생들이 꿈꾸는 곳이잖아요! 제가 그 XX 프로덕션의 예능 사업부 소속 프로듀서에요."

"저… 정말로요……?"

"네. 사실 처음에 길거리 스카우트를 할 때만 해도 먼저 다른 사람들한테 명함을 보여드렸었는데… 전부 제가 사기꾼이라고 생각해서 무시하더라구요. 그래도 먼저 이야기를 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그래도 하늘에 걸고 맹세할 수 있어요! 많은 여성분들에게 접근했던 건 전부 영업을 위해서였지, 흑심 같은 건 전혀 없었다구요! 제가 만약 문제를 일으켜서 그게 알려지면 저는 바로 목이 잘리는데, 미쳤다고 제가 그런 일을 하겠어요?"

"……."

 

P의 해명을 들은 나나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P가 저렇게까지 결백을 주장하는데, 자신이 오해를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확실히 이 동네는 내로라하는 프로덕션 소속의 프로듀서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으니. 물론 스카우트를 빙자한 사기 피해도 많았지만 P의 표정엔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나나는 쉽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P의 말이 사실이라면 결국 자신에게 다가온 이유도 결국 길거리 스카우트를 위해서였다는 것인데, 인지도가 없는 자신을 그런 거물 프로덕션에서 찾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의심의 눈초리로 P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그런데…… P씨는 어째서 절 찾아오신 거죠?"

"……네?"

"절 스카우트하려고 온 건 아닌 것 같은데……."

"아뇨, 나나 씨를 스카우트하려고 온 겁니다."

"……뭐라고요?!"

 

P의 입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나오자, 나나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하고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나 P의 표정은 진지했다. 평소에 나나에게 조언을 해줄 때 짓던 표정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확신에 찬 눈빛을 한 그는 침착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이곳에 온 뒤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스카우트 제의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나나 씨도 아시다시피… 전부 헛수고였죠. 복귀 일은 다가오는데 실적이 없어서 고민이었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 나나 씨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죠."

"저에 대한… 이야기요?"

"네.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한 여성 분이 이 근방에 되게 특이한 아이돌이 있다면서 저에게 알려주더군요. 그래서 당신에게 접근했었던 거에요. 아베 나나라는 아이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었으니까."

"……!"

 

나나는 순간 심장이 쿵쾅거리는 것을 느꼈다. P의 입에서 계속해서 믿기 힘든 이야기들이 나오자, 그녀는 뭔가 말을 하고 싶었는데도 말을 하지 못한 채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도 내심 지금 이 상황이 그저 꿈이 아니기를 빌었다. 명함을 들고 있던 그녀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러자 P가 잠시 숨을 고르더니, 시선을 피하고 있던 나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그 이후로 당신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각했어요. 이 사람이다. 이 사람을 진짜 톱 아이돌로 만들고 싶다고. 저는 힘든 상황에서도 힘을 내서 웃는 나나 씨에게서 가능성을 찾았어요. 비록 처한 상황이 힘들었지만, 그럼에도 웃는 나나 씨의 얼굴은 엄청 아름다웠다구요."

"……."

"그래서 전 나나 씨를 스카우트하기로 결정했어요. 그걸 이야기하려고 계속 찾았었는데… 제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오해가 생겨서… 나나 씨한테 상처만 줬던 것 같네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나나 씨."

"……흑……."

 

그 순간, 나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P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드디어 해냈다는 기쁨. 그리고 울분까지. 연약한 몸으로 그 동안 꾹꾹 담아왔던 감정들이 그녀의 눈, 코, 입으로 뿜어져 나왔다. 스카우트라는 단어를 듣기 위해 여태까지 그 고생을 해왔던 삶이 그녀의 머리 속에서 빠르게 지나갔다. 그래서 더욱 감정이 북받쳐 올랐던 그녀는 골목이 떠나가도록 대성통곡을 했다.

 

"……."

 

그리고 그녀의 심정을 이해했던 P는 같이 몸을 숙여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두 사람만이 있던 골목에 다시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엄마는 아빠를 만나 그 유명한 전파계 아이돌, 아베 나나가 되었던 거지!"

 

과거 회상을 마친 나나는 왠지 가슴이 뿌듯해졌는지, 활짝 웃으며 p에게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p의 표정은 시큰둥했다.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던 p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나에게 물었다.

 

"전파계… 아이돌……? 그게 뭐야 엄마? 혹시 저번에 인터넷에서 보여준 그 토끼 귀를 끼고 꺄핫꺄핫거리던 그거?"

"어… 마… 맞는데?"

"어휴… 엄마…… 그러니까 인지도가 떨어졌던거지……. 애도 아니구 그게 뭐야~"

"뭐… 뭐?! 얘도 참! 너가 아직 몰라서 그런데, 엄마도 한 때 무지 잘 나갔다구! 너희 아빠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진짜 예능계를 접수했었다니까?"

 

p에게 정곡을 찔린 나나가 발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p는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진짜? 에이… 못 믿겠는데."

"진짜라니까? 너 저번에 입학식 때 기억 안 나?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막 놀라가지고 몰려들었잖아. 기억 안 난다고 하진 마렴. 사진도 많이 찍어놨으니까."

"그… 그랬지 그 땐. 음… 그런데 진짜 믿기진 않아. 아빠를 만난 뒤로 엄마가 엄청 유명해졌다는 게. 아빠가 진짜 능력이 있었나 보네?"

"그럼~ 너희 아빠는 진짜 다른 건 몰라도 일은 끝내주게 잘했으니까."

 

나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P에 대한 칭찬을 마치 자기 자신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처럼 자랑스럽게 떠벌렸다. 그러다가 그녀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더니, 아련한 눈빛을 하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너희 아빠를 만나 정말 다행이었어. 너희 아빠를 만나지 않았다면 아이돌 아베 나나도, 우리 귀여운 p의 엄마인 아베 나나도 이 세상에 없었을 테니까."

"……그렇구나……."

 

이야기를 끝내고 다시금 조용해진 나나의 모습을 본 p는 그녀가 마음을 다시 추스릴 때까지 기다리며 앨범 속에 있던 젊었을 적의 나나의 얼굴과 지금의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감정을 어느 정도 정리한 나나는 그런 p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빙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어때. 예전의 엄마의 모습이랑 지금이랑 별로 달라진 게 없지?"

"그… 그러네."

"엄마는 영원한 17세 아이돌, 아베 나나로 활동해야만 했으니까 관리를 무진장 했었지. 얼마나 힘들었는데."

"영원한… 17세……. 역시 엄마는 이상해."

"으……."

 

다시금 가슴에 비수를 꽂는 p의 발언에 말문이 막힌 나나가 몸을 움츠렸다.

그러자 p는 다시 궁금해진 것이 있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엄마. 그럼 엄마가 아이돌이 되고 나서부터 아빠랑 사귀었던 거야?"

"음? 그건 아니었는데?"

"엥? 그럼 언제부터 사귄 거였는데?"

"언제부터……라. 그건 말이지……."

 

p의 또 다른 질문에 나나는 다시 눈을 감으며 과거를 돌이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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