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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나나] 엄마, 아빠는 어떤 사람이었어?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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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6, 2017 01:59에 작성됨.

"아빠가… 어떤 사람이었냐고?"

 

싱크대에서 열심히 접시를 닦던 나나가 갑작스런 질문에 놀랐는지, 고개를 확 돌리며 이야기했다.
또래 여성들에 비해 키가 유난히 작은 편이었던 그녀가 고개를 숙여 뜬금없으면서도 당돌한 질문을 한 장본인을 바라봤다.그러자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해 귀여우면서도 어딘가 비범한 구석이 있어 보이던 소년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응! 궁금해 엄마! 어떻게 만났는지, 어떤 사람이었는지!"
"엥…? 가… 갑자기 그건 왜?"

 

나나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소년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소년은 또박또박 큰 목소리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도 그럴게 엄마는 아빠 이야기를 한 번도 안 했잖아! 나는 엄마 아빠의 아들인데 왜 나한테 이야기를 안 해주는 거야!"
"응? 그건… 우리 p가 나한테 물어본 적이 없어서……라고 해야 하나?"
"말도 안돼 말도 안돼! 그건 억지라구! 학교에서 내 친구들은 엄마 아빠가 어떻게 만났는지 사이가 어땠는지 다 알려줬는데?"
"그… 그건 그 친구들의 부모님 분들이… 어. 이건 좀 아닌가……."
"치사해! 나한테도 좀 알려주라구!"
"끙……."

 

나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도 그럴게, 이제 막 7살이 된 아들 p가 줄곧 자신한테 이야기했던 것들은 대부분 만화 이야기 아니면 학교 친구들 이야기였는데, 뜬금없이 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볼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P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었네.'

 

그러면서도 속으로 아들인 p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본 나나는 생각 외로 자신이 남편인 P의 이야기를 p에게 해준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응?! 엄마!"
"음……."

 

p가 계속 칭얼대며 보채자 나나는 난처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망설였다.
나름 사정이 있었는지 쉽게 입을 열지 못하던 그녀는 급히 수건으로 손을 닦고는 애써 웃으며 이야기했다.

 

"엄마가 지금 좀 바빠서 말이야.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응?"
"아이 진짜! 엄마 안 바쁘잖어!"
"에이~ 엄마가 안 바쁘긴! 청소도 해야 하구 빨래도 널어야 하구……."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벌써 청소를 해! 엄마 청소 맨날 늦게 하잖어!"
"윽……."

 

p는 생각보다 노련했다. 대충 집안일을 핑계로 얼버무리려 했건만, 그녀의 의도를 눈치챘는지 곧바로 쉴 틈을 안 주고 계속해서 몰아붙였다.

 

'쟤… 7살 맞아……? 어쩜 눈치가 빠른 것도 아빠를 닮아갖구……."

 

생각보다 끈질기게 p가 물고 늘어지자 당황한 나나는 대답을 피하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급히 주방을 떠나 거실로 향하였다.

 

"아~ 청소 해야지 청소~"
"아 진짜! 엄마! 알려달라니까!"

 

시치미 뚝 떼고 거실로 향한 그녀를 따라 p가 펄쩍 뛰며 쫓아다녔다.
탁 트인 거실 구석에 있던 청소기를 든 나나는 끈질기게 따라붙은 p를 어떻게든 따돌리려 급하게 전기 콘센트를 꼽고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요란한 청소기 소리가 거실을 가득 채우자, 나나는 빠르게 미끄러지듯 거실을 빠져나갔다.

 

"청소하자 청소~ 우리 아들 방부터 먼저 할까?"
"엄마!!!"

 

p의 방으로 청소기를 끌며 급하게 달려간 나나. 그러나 p도 이에 지지 않고 그녀의 뒤를 계속 쫓았다. 끝까지 쫓아오는 p를 본 나나는 뒤쫓아오는 p를 보며 애써 태연한 척을 하며 이야기했다.

 

"아들~ 쉬고 있어~ 엄마가 금방 청소하고 간식 줄게! 응?"
"아 엄마! 잠깐만! 앞에!"
"어?!"

 

무언가를 본 p가 화들짝 놀라며 손가락으로 나나의 앞쪽을 가리킨 그 순간.

 

"아윽!"

 

나나는 거실 위에 난데없이 튀어나와 있던 블록을 아주 제대로 밟았다.
그녀의 짧고도 강렬한 단말마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서 가장 무섭다는 블록 지뢰를 밟은 나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발바닥을 만지작거렸다.

 

"아효…. 아이고……."
"엄마… 괜찮아……?"
"어… 엄마는… 괜찮단다?"

 

순식간에 주저앉은 나나에게 달려와 안부를 묻는 p의 의젓한 모습을 보고 그녀는 순간 감동했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괜찮다고 이야기했다. 비록 7살이지만 어느 새 엄마 걱정까지 해줄 정도로 의젓해진 p를 보며 이게 엄마가 자식을 키우면서 느끼는 보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던 그녀는 아프지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p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 때였다.

 

"그러게 왜 청소한다고 거짓말을 해서… 으이구~ 엄마 바보!"
"……."

 

안부를 묻는 것에서 끝났다면 훈훈한 자녀 양육 다큐멘터리로 지금의 상황을 아름답게 끝낼 수 있었건만. 노련한 건지 아니면 배려심이 없는 건지 p는 사족을 붙이며 나나의 뿌듯했던 마음에 흙을 뿌렸다.

 

"아 빨리! 알려줘 엄마! 빨리! 응?!"
"에휴……. 알았어. 알았어. 기다려 봐."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했던가. 결국 나나는 끈질긴 p의 공세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는지 한숨을 쉬며 항복을 선언했다. 엄마에게서 항복 선언을 받아낸 뒤에야, p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실로 돌아갔다.

 

"엄마~ 그래서 언제 알려줄건데~?!"
"기다려 봐. 지금 뭐 좀 찾고 있으니까."

 

거실에 있던 큰 소파에 앉은 p가 다리를 흔들며 나나를 보챘다.
나나는 무릎을 꿇고 거실에 있던 책장을 뒤적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자세를 바꿔가며 이곳 저곳을 헤집은 지 10분이 지난 뒤에야 그녀가 뭔가를 찾았는지 기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찾았다! 여기 있었네~ 왜 여기에다가 놨었지?"
"어? 뭔데 엄마?"
"추억 앨범이야. 앨범."
"앨범?"

 

앨범이라는 단어를 아직 모르던 p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나를 쳐다봤다.
그러자 나나가 촐싹거리며 앨범을 들고 p의 곁에 앉았다.
그녀는 세월의 흔적이 살짝 남아 있던 앨범을 펼치며 이야기했다.

 

"여기에 아빠랑 엄마의 추억이 담겨 있다구."
"어? 진짜?"
"응. 엄마는 사진을 찍으면 항상 이렇게 출력을 해서 앨범에다 보관해왔어. 어때. 대단하지?"
"……모르겠어. 일단 빨리 이야기 좀 해줘. 궁금하단 말이야."
"아……."

 

오랜만에 옛날의 추억을 회상하며 살짝 들떠 있었던 그녀의 마음에 p가 다시 한 번 무심히 잿더미를 끼얹었다. 그러나 앨범이 가진 상징성, 의미를 아직 모를 수 밖에 없는 p였기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나나는 앨범을 천천히 넘기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빠에 대한 이야기라……. 설명하자면 좀 길어질 것 같은데."
"그런가....... 음? 엄마, 울어?"
"……어?"

 

그 순간. 나나의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 것을 본 p가 놀라 물었다.
나나 역시 무의식적으로 눈물을 흘렸다는 걸 p가 물어본 다음에야 알았는지, 화들짝 놀라며 눈물을 닦고 이야기했다.

 

"어? 아…! 피곤해서 그래. 하으으음~ 졸려. 하품하니까 눈물이 나오네."
"응? 엄마 하품 안 했었는데?"
"에이~ 그냥 좀 넘어가주라 아들. 아빠 아들 아니랄까 봐 어쩜 아빠랑 똑 닮아 갖구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어요~"
"……?"

 

나나가 애써 눈물을 흘린 사실을 얼버무리며 넘어가려 하자, p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왠지 모를 어떤 감정이 들어서였는지 더 이상 따지지 않기로 했다. 그런 p의 반응을 살핀 나나는 마음을 추스르며 호흡을 가다듬은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럼… 일단 엄마가 아빠랑 만났을 때의 이야기부터 해줘야겠네."

 

나나는 곧바로 '데뷔'라고 적힌 스티커가 있는 부분을 잡아 펼쳤다.
그리고 그 페이지엔 토끼 귀와 메이드 복장을 하고 있는 젊은 시절의 나나가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 크게 꼽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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