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카테고리.

  1. 전체목록

  2. 그림

  3. 미디어



「시부야 린과의 첫 번째 기념일」

댓글: 2 / 조회: 795 / 추천: 3


관련링크


본문 - 05-04, 2017 07:32에 작성됨.

그것은 어느 날과 다를 바가 없는 화창한 오후의 신데렐라 걸즈 프로덕션.

보통 CG프로라고 불리는, 아이돌 프로덕션의 사무실에는 두 사람만이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잡다한 사무와 보고서를 보고 있다.

한 명은 프로듀서라고 하는 직책에 있는 남자, 다른 한 명은 녹색 옷이 한 몸이 되어버린 것 같은 여자. 

조금은 나른해지는 햇빛과 그로 인한 약간의 식곤증에 잠이 솔솔 쏟아지는지, 사무소의 사무 책임자들은 노곤한 표정을 지으며 컴퓨터 모니터를 쳐다보며 작업한다.

왠지 모르게 평화롭고도 침울한 분위기가 감돈다. 무언가가 부족한 걸까, 무언가 잘 피부로 느껴지지 않는 느낌이다.

그 가볍고도 약간은 가라앉아있는 듯한 분위기를 깨며, 사무소로 들어오는 대문에 달려 있는 풍경이 소리를 낸다.

돌아올 시간인가, 졸린 눈으로 모니터 화면만 빤히 쳐다보고 있던 남자가 잠이 확 깬다는 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 쪽을 쳐다본다.

사무소로 들어온 것은 쿨한 인상의 미녀.

나이는 이십대 초중반 정도로 보이고, 귀에 찬 파란색의 피어스가 시선을 강탈하려 애써보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에 이내 묻혀버릴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고 있다.

린의 얼굴이 보이자 남자가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도 뭔가를 숨기고 있는 듯이 주머니 속의 무언가를 꼼지락거리며 그녀를 맞이한다.

 

「왔어, 린?」

 

「다녀왔어, 프로듀서. 혼자 다녀오려니 피곤하네.」

 

「아, 미안. 정말로 오늘 당장 끝내야만 하는 사무가 있어서 말이야.....」

 

「괜찮다니까. 오늘 아침에 지겹게 들었고.」

 

「미안....」

 

아무래도 그녀의 일을 따라가겠다고 약속을 했음에도 다른 급하고 중요한 사무 때문에 가지 못했는지, 프로듀서가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며 린의 용서를 구한다.

린은 겉으로는 아무 상관 없다는 듯이 쿨하게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그가 따라오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쉽고 섭섭했는지 얼굴 한 쪽을 약간 찡그린 채다.

꽤나 오래 알고 지내 그 정도 표정의 변화 정도는 알아낼 수 있다는 듯이 프로듀서가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지으며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주머니에서 계속 꼼지락대던 물건을 린에게 내민다.

프로듀서가 내민 물건에 린이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듯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다가 이내 그녀에게 내밀어진 작은 선물을 조심스럽게 건네받아 포장지를 푼다.

쓸데없이 하얗고 작은 상자. 무게로 봐서는 그다지 무거운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린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귀중한 선물인 듯, 그녀는 설마하는 표정을 지으며 프로듀서를 쳐다본다.

 

「미안, 사실 오늘 따라가지 않은 것은 그것 때문이야....」

 

「이거, 설마....」

 

프로듀서가 내민 선물 상자에 린이 설마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쳐다본다.

절대 이런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린의 표정은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린의 표정에 프로듀서가 한 시름 내려놓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부드럽게 입을 연다.

 

「어때, 마음에 들어?」

 

「마음에, 들어....」

 

프로듀서의 말에 린이 겨우 정신을 차렸는지 말을 조금 더듬으며 대답하고는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녹색 옷의 사무원은 차마 볼 수 없는 광경을 한 번 힐끔 보고는 이내 굳이 세게 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키보드를 온 힘을 다해 눌러제낀다.

키보드의 자판이 비명을 지르는 그 소리마저 아릅답게 들리는 린과 프로듀서가 잠시 시선을 마주치다 이내 부끄러운지 고개를 돌려버린다.

녹색 옷의 사무원의 키보드는 이제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책상 위에서 춤을 춘다. 소리가 날카롭다.

이제 완전히 두 사람만의 세계로 들어가 버렸는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리고 있던 시부야 린의 얼굴을 망가뜨리며 히죽히죽거리는 미소가 퍼진다.

린의 미소에 프로듀서가 뒷머리를 긁적이고는 그녀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인다.

프로듀서의 속삭임에 린이 얼굴을 더 붉게 물들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를 껴안는다. 배경음악이라고 하기엔 초라한 키보드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하필 왜 사무소에서....!」

 

녹색 옷의 사무원은 아무래도 장소 선정과 시간대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이제 첫 번째로 기념할 일이 생긴 두 커플은 서로를 쳐다보며 그저 웃기만 하고 있다.

딸랑딸랑, 사무소의 문에 달린 풍경이 작은 소리를 내며 누군가가 들어오고 있음을 들려준다.

그 풍경소리에 린과 프로듀서가 서로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문 쪽을 쳐다본다.

그 곳에는 마치 그들이 오기 전의 사무소의 상황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두 미녀가 있다.

 

「아아-나도 프로듀서가 린에게 고백하는거 보고 싶었는데-」

 

「축하해, 린! 기다리던 고백을 받았네!」

 

「그, 그렇네. 그보다 두 사람, 각자의 일이 있던 게...」

 

「당연히 속공으로 끝냈지. 난 프로듀서가 키운 프로 아이돌이라구?」

 

「과연, 카렌다워.」

 

「뭐, 뭐야. 그렇게 말해도 뭐 안나온다구.」

 

프로듀서의 말에 카렌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면서 볼멘소리로 대답하면서도 기분은 나쁘지 않다는 듯이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띄운다.

카렌과 프로듀서의 나쁘지 않은 분위기에 다른 미녀가 칭찬 받고 싶었는지 몽실몽실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엣헴, 하고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입을 연다.

 

「나도 속공으로-」

 

「나오는 그저 으헿으헿거렸을 뿐이잖아.」

 

「우이씨!」

 

자신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온 프로듀서의 말에 나오가 그 풍성한 머리를 채찍같이 사용하며 그를 괴롭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예쁘게 미소지은 린이 나오의 머리카락을 쳐내며 프로듀서에게서 받은 작은 상자에 있던 선물을 오른손의 네 번째 손가락에 끼운다.

그것은 약혼의 의미. 그것을 모를리 없는 카렌과 나오는 왠지 모르게 아쉽다는 느낌을 팍팍 풍기는 미소를 지으며 린을 축하해준다.

최고의 화음을 내는 세 명의 미녀들을 뒤로하고, 프로듀서는 아까부터 거슬렸던 녹색 옷의 사무원에게 한 마디 툭 던진다.

 

「그보다 치히로 씨, 그 키보드 좀 그만 괴롭히시죠.」

 

「소리 있는 아우성이에요! 소리 있는 아우성이에요오오오오!!」

 

「뭔 이상한 말씀을...」

 

사무원의 의도를 알 수 없는 말에 프로듀서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미소를 지으며 린을 꽉 껴안는다.

프로듀서의 갑작스런 포옹에 린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린의 하얀 손가락에 딱 들어맞는 반지가 같이 아름답게 반짝인다.

3 여길 눌러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