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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네 「소중한 동료를 위해 요리를 만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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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05-03, 2017 19:50에 작성됨.

 

-혐성 주의-

 

 

1. 

치하야는 자신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우울감과 울적함이란,

그 날 이후로 그림자처럼 찾아오는 초대 받지 않은 손님과 같은 것이였으니까.

허나, 그것을 보는 주변 동료들에게는

자신만큼이나 익숙하게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다.

 

타카네 「표정이 좋지 않으십니다. 치하야, 혹여 무슨 일이라도?」

 

숨길까, 말까.

치하야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숨 죄여올 정도로 통곡하고, 슬픔에 겨워 가슴을 부여잡던 시절은 끝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쩌면 지금의 자신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지도.

그렇기에 구태여 소중한 765 프로의 동료 중 한 명에게 곤란한 상황을 부여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즉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동생이 죽었다는 말에 이미 알지언정 필연적으로 당혹감과 곤란함을 느끼니까.

하지만, 치하야는 자신도 모르게 유우에 대해 말해버렸다.

 

치하야 「이제 곧 있으면, 유우가 하늘나라로 떠난 날이거든요.

일주일 남았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은 줄 알았는데 문득 생각나서요.」

 

왜였을까?

하지만 그것보다는 타카네의 반응이 어쩌면 더 놀라웠다.

그녀는, 마치 익숙한 일상의 대화를 다루듯

차분하고 능숙한 방식으로 반응했다.

 

타카네 「유우 군 말씀이로군요..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다는건 참으로 서글픈 일입니다.」

 

그 능숙하고도 부드러운 어조와 태도에 살짝 놀라며, 치하야가 답했다.

 

치하야 「많은 시간이 지났고, 하루카를 비롯해서 다들 도와줬으니까요. 이제는 괜찮아요.

여전히 보고 싶고, 만나고 싶지만요..」

 

타카네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저희 고향 방식대로 기일을 '기념'하는 건 어떠할런지요?」

 

순간, 치하야는 '기념'이라는 말에 무언가 거부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이미 오래 전 잊혀진 일이나 다름없었다만 결코 기념할 일은 아니였다.

하지만 외국에서 살다 왔을 타카네가 단어를 오용했을거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치하야 「기념이요?」

 

타카네 「저희 고향에서만 하는 방식이 있답니다.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사실,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 자기 기만일지도 모른다.

그냥 그렇게 믿고 싶어서 그랬던 걸지도 모른다.

아직도 마음 한 켠에는, 유우의 일이 가슴 깊게 파여 있을지도..

하지만 치하야는 그것을 부정하고 싶었다.

이제는 정말로 아무 일도 아니라고. 정말로.

그래서 치하야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치하야 「..그러면, 부탁드려요.」

 

타카네 「모두들 함께하면 더욱 좋은 방식입니다. 

일종의, '축제'이지요..(미소)」 

 

2.

재료 특성상, 새벽부터 구해서 사무소 부엌에서 직접 조리하는 편이 좋습니다.

휴우. 한 밤중의 사무소에는 아무도 없군요.

그러면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해봅니다.

 

재료를 손질하고, 혹여 있다면 썩은 부위를 골라냅니다.

다행히도 이번에는 재료 상태가 좋아 그런 수고는 덜었군요.

치하야, 제 소중한 동료의 소중한 이를 기리기 위한 준비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음식'이므로, 최선을 다해 준비해봅니다.

 

모두가 함께하므로, 가장 좋은 방식은 국물을 우려 먹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전통적인 사골 요리로 준비해보려 합니다.

사골은 특별히 다른 재료를 사용하기보다는, 뼈의 맛을 그대로 우려내는 것이 핵심이지요.

 

먼저 썩은 고기 부위는 칼로 긁어 제거하고, 붙어 있는 불순물도 최대한 제거합니다.

불순물을 제거했다면, 길고 하얀 뼈들을 국물이 잘 우러나올 수 있게 토막냅니다.

하지만 특정 뼈는 그대로 남겨 넣어둡니다.

이런 뼈들은 그대로 넣는 편이 오히려 더 좋답니다?

더욱이 '상징성'도 있지요.

 

큰 솥에 물을 가득 넣고, 천천히 손질하며 끓여봅니다.

일단 첫번째 끓인 물에는 아직 불순물이 많습니다.

하긴, 재료 특성상 그런게 당연할지도요.

 

뼈들을 다시 건져올리고는 붙은 불순물들을 제거합니다.

다시 솥의 물을 끓여봅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이지요.

가스불은 센 불로 하여, 펄펄 끓입니다.

기름덩어리가 응고되어 떠다니기 시작하면, 그것들은 체반으로 건져서 버려줍니다.

후우. 힘들군요.

제 이마와 은백색  머리결 사이로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소중한 치하야를 위해서라면 이정도 수고는 오히려 부족하답니다?

 

저는 치하야씨가 좋습니다. 그녀의 음악을 존경합니다.

그녀의 미숙하지만 더 없이 순수한 배려를 좋아합니다.

그녀와는 좋은 친우이자 동료로 오래간 남고 싶습니다.

765 프로의 모두와 함께 사이 좋게 오래 남고 싶습니다.

후훗, 그 분들을 생각하면 미소가 절로 지어지네요.

아, 사족이 길었군요.

3시간을 끓이고, 추가로 2차로 끓여 잔기름을 최종적으로 제거합니다.

이제 준비가 거의 완료되었으니, 파를 썰어봅니다.

 

ㅡ또각 또각 또각

 

아, 이제 슬슬 오기 시작하는군요.

 

히비키 「타카네에~우리 왔다죠?」

 

하루카 「헤헤. 시죠씨가 모두 초대했지?」

 

아미, 마미 「후후」「히메찡이 만든 요리라니, 또 라면은 아니겠->지?」

 

더없이 아름답고, 소중한 동료들입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타카네 「라면은 아니랍니다. 스웁-푸이지요. 일본어로는 사골이라 하던가요?」

 

아즈사 「아라아라. 사골이라니, 타카네 의외구나?」

 

요리가 완성될 때 쯤, 추가로 유키호, 야요이, 마코토, 미키와 이오리씨.

그리고 치하야씨까지 도착합니다.

준비한 재료들을 꺼내봅니다.

사골 육수 스키야키를 위한 최고급 우육. 신선한 야채들을 히비키와 함께 사무소 가운데에 준비해둔 상에 부지런히 옮겨봅니다.

 

미키 「와아! 타카네 기대 이상인거야!」

 

야요이 「웃우! 타카네씨 엄청난거에요. (휘둥그래)」

 

후훗, 커다란 눈을 기대로 빛내는 타카츠키씨를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충분히 만족하리라 믿습니다.

 

3.

ㅡ냠냠쩝쩝후루룩.

 

타카네가 준비한 요리는 기대 이상으로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틈만 나면 세계 제일의 요리를 내놓겠다던 이오리까지도 감탄시킬 정도였다.

 

이오리 「와..타카네, 이 요리는 세계로 나가도 될 것 같은데?

이 미나세 이오리가 인정할 정도라고?」

 

마코토 「정말 맛있어 타카네. 특히 육수가 정말 깊게 우려졌다고?」

 

치하야 「감사해요. 사실 요즘 우울했는데, 타카네씨의 배려로 많이 좋아졌네요.」

 

타카네 「풀리셨다니, 오히려 제가 기분이 더 좋을 나름이군요.(흐뭇)」

 

히비키 「응응! 정말 맛있다죠!

그런데 이거 무슨 고기로 우려낸 국물이야?

돼지?」

 

타카네 「후훗. 아니랍니다?」

 

히비키 「음..그럼 역시 소고기인가?」

 

타카네 「후후..그것도 아니옵니다.」

 

히비키 「그러면..우갹! 모르겠다죠!

혹시 염소 뼈인가?」

 

타카네 「후후. 그것도 아니지요.」

 

히비키 「우우..정말 알고 싶다죠!

알려주라 타카네~」

 

타카네 「그러면..알려드리지요.」

 

타카네 「바로..」

 

타카네 「유우의 뼈랍니다?」

 

잠시 동안의 침묵.

방 안의 모두가, 잠시 동안은 그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것은 뇌로써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였다.

하지만, 마침내 뇌가 그 문장의 구조를 분석하여 뜻을 이해하였을 때

그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전원 「푸웁!」「우에엑!!」「켁켁ㄷㄷ!!」

 

히비키 「노 농담이지??」(패닉)

 

미키 「미 미키 사람 고기를 먹은거야? 사람 고기를?? 아냐아냐아냐아냐..」(공포)

 

아즈사 「웁..우웨엑!!」

 

치하야 「도 도대체..(분노) 저랑 장난하시나요! (쾅!!)」

 

하지만, 타카네의 반응은 더 없이 순수했다.

치하야에게는, 오히려 더 공포스럽게도.

그녀가 의야함에 머리를 갸우뚱하며 답했다.

 

타카네 「..저희 고향에서는 대대로 떠난 이들을 기리는 의미에서,

그 분들을 항상 마음에 품겠다는 의미로 흔적을 먹는 풍습이 있었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남은 흔적까지도 함께하겠다는 것이지요.

원래는 고기도 붙어 있어서 고기까지 함께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동생 분이 떠나신 것이 워낙 오래 되어, 살은 썩고 온전히 남은 것이라곤 뼈 밖에 없ㅡ」

 

타카네 「치하야? 표정이 좋지 않군요..혹여 무언가 잘못되었나요?」

 

치하야 「농담이지?」

 

치하야 「그렇다고 해 줘. 제발」

 

타카네 「..그럴리가요?

가장 소중한 친우를 대접하는 일에, 가짜를 대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타카네가, 솥 안에 국자를 집어 넣는다.

그리고 국자로, 무엇인가를 천천히 건져 올려낸다.

 

그것은 푹 삶아진 작은 두개골이다.

딱 어린아이 크기의.

 

타카네 「보세요. 이렇게 유우의 푹 고아 삶아진 두개골이ㅡ」

 

치하야는, 그 순간 문득 단 한 가지를 깨달았다.

자신은, 유우의 비극을 눈 가리고 피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유우와 이렇게 직면한 순간, 모든 공포와 슬픔, 절망이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며 

그녀의 머리 속을 휩쓸고 있었다.

그리고, 단 두 가지 사실만이 머리를 지배했다.

지금 자신이 유우를 먹었다는 것과,

그것을 당장 토해내고 싶다는 것 뿐.

 

 

 

 

치하야는 자리를 박차고 화장실로 도망치듯 달려갔다.

식탁이 요동치며, 사골국에서 건져낸  유우의 뼈들이 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닌다.

치하야는 화장실 문을 잠갔으니,

바깥에서 애처롭게 치하야만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 타카네와

아비 규환 속에서 공포 혹은 혐오 속에 비명과 토악질을 하는 아이들의 소란조차도 이미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손을 입 속에 구겨넣듯 집어넣고,

억지로 토해본다.

입과 코로 하얀 사골 국물이 토사물이 되어 흘러나왔지만,

먹었던 양보다는 훨씬 적다.

 

생각만큼 나오질 않자, 치하야는 가슴을 마구 두들겼다.

구토감과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세게 위 부분을 두들긴다.

그래도 나오지 않는다.

공포와 광기 속에서, 이 상황을 타개해줄 무엇인가를 찾아 발악하듯 주머니와 화장실을 뒤져본다.

세면대 위에 누군가 쓰다 놓고 간 눈썹정리용 면도칼이 놓여져 있었다.

 

치하야의 손이 면도칼로 향한다..

 

4.

-Arkham 종합 병원-

 

타카네가 문을 따고 들어갔을 땐, 치하야는 중상이였다.

다행히도 생명에 지장이 갈 정도는 아니였지만,

한동안 병원 침대 위를 누워 있어야 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제 치하야는 온전한 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의 강박증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것은 몸 속에 바이러스처럼, 유우의 흔적이 퍼졌다는 집착이였다.

누워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치하야는 몸 속에서 유우의 뼛조각들이 혈관을 타고 온 몸 구석 구석을 유리조각처럼 찌르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의 사정은 알 수 없다.

그 날 이후로 대부분의 무기한 휴가를 내버렸고,

야요이 같은 경우 대인기피증에 걸려 아예 아이돌 포기 의사를 밝혔다.

타가키 사장은 일단 모두의 동의 아래 없던 일로 처리했다.

그리고 외부에는 밝히지 않았기에, 프로듀서와 리츠코, 코토리조차도 그 날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일인실 문이 열리고, 두 명이 들어온다.

한 명은 프로듀서다. 

그 옆에 있는 사람은..

..타카네다.

 

프로듀서 「병문안 왔어. 치하야..타카네도 함께.」

 

타카네 「괜찮으신지요..」

 

치하야의 눈에서, 증오가 쏟아진다.

죽어! 죽으라고! 죽여버릴거야!!

하지만 진통제 주사를 맞고, 호흡 호스가 꽂힌 몸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타카네가 치하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울먹인다.

 

타카네 「그렇게나 이해할 수 없는 풍습이였는지요..(울먹)」

 

5.

사랑하는 친우가 그런 꼴이 되고,

765 프로의 다른 동료들이 갑자기 다들 흩어져버리자 우울감에 휩싸인 타카네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냉장고로 향했다.

냉동칸에서 얼린 무엇인가를 꺼낸다.

그것은 사골국이다.

고향 할아범의.

 

타카네 「할아범. 이해할 수 없군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방식인데, 왜 이해를 하지 못할까요?

정말 슬픈 날이네요.

다들 정말 저와 마음이 잘 맞는 분들이시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할아범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제 동생도요.」

 

타카네는 냉장고 속에서 정체불명의 냉동육을 추가로 꺼냈다.

유달리 하얀 고기이다.

냄비를 꺼내, 얼린 사골을 녹이며

고기를 해동시켜 요리할 준비를 한다.

 

타카네는 어느새 콧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다.

 

타카네 「후훗. 그래도 먹는 것은 맛있게 먹어야겠지요.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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